역대상 풀어 읽기 · 1장

이 장의 자리 · 1–9장 · 아담에서 이어진 족보

이스라엘보다 먼저 시작된 역사

역대기는 다윗 왕과 성전, 그리고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시 들려주는 책입니다. 그런데 그 첫 문장은 뜻밖에도 다윗이나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더욱 뜻밖인 것은 1장의 마지막입니다. 아담에서 시작한 족보가 아브라함과 이삭을 거쳐 이스라엘에 이르지만, 정작 장의 끝을 차지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에돔의 왕들과 족장들입니다.

왜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하는 책이 온 인류의 조상에서 시작해 다른 민족의 지도자들로 첫 장을 마무리할까요?

읽는 시간 16분소단락 71장 본문 읽기 →

아담에서 노아까지 — 수많은 이야기에서 이름만 남기다

역대상 1:1–4 본문 →

역대상 1장의 첫 네 절에는 동사가 거의 없습니다. 누가 태어났는지, 몇 살까지 살았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름이 나란히 놓일 뿐입니다.

아담, 셋, 에노스, 게난, 마할랄렐, 야렛,역대상 1:1–2 · 본디새김

창세기 5장은 아담에서 노아까지 이어지는 계보를 기록하면서 각 사람이 몇 살에 자녀를 낳았고, 얼마나 살았으며, 언제 죽었는지를 되풀이합니다. 에녹에 대해서는 특별히 하나님과 함께 걸었다고 기록하고, 노아의 탄생에는 아버지 라멕의 기대까지 담겨 있습니다(창세기 5:21–29).

역대기는 이 모든 설명을 생략합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함께 걸었다는 이야기도, 므두셀라의 긴 수명도, 라멕의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창세기의 중요한 사건들은 이름 속에 접힌 채 지나갑니다. 에녹이라는 이름 하나에 창세기의 한 생애가 담기고, 노아라는 이름 하나에 홍수와 새로운 출발의 이야기가 담깁니다.

역대기는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서술하는 대신, 그 모든 이야기가 현재까지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조상인 아브라함이 아니라 아담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역대기가 다루려는 역사가 특정 민족의 탄생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뜻합니다. 창세기에서 아담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시작이며(창세기 1:26–28; 2:7), 이후 인간의 삶은 죄와 죽음의 현실 속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여기에는 가인의 계보가 없습니다. 아벨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역대기가 지금 기록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명단이 아니라 노아와 그 이후의 세대로 이어지는 특정한 계보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족보는 언제나 모든 사람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인구조사 명부가 아닙니다. 기록하려는 역사의 방향에 따라 어떤 계보는 자세히 따라가고, 다른 계보는 간략히 언급하거나 생략합니다.

역대상 9:1–2를 보면 계보의 끝부분은 바벨론 포로 생활과 그 후 다시 땅에 정착한 사람들에게로 이어집니다. 이는 역대기의 족보가 단지 먼 옛날의 조상들에 대한 호기심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라, 나라의 멸망과 포로 생활을 경험한 공동체가 자기 역사의 연속성을 이해하는 문제와도 관계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한 시대의 정치적 질서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공동체가 이어받은 모든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4절에 이르러 이름의 배열이 달라집니다.

노아, 셈, 함, 야벳.역대상 1:4 · 본디새김

앞에서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내려가는 계보였지만, 여기서는 노아의 세 아들이 함께 등장합니다.

이제 하나의 계보가 여러 갈래로 펼쳐질 차례입니다.

조금 더 깊이

신약의 누가복음 3:23–38은 예수의 계보를 아담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것은 역대상 1장을 직접 인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스라엘과 관련된 구원의 역사를 인류 전체의 역사 속에 놓는다는 점에서 주제적인 연결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상 1장 자체가 강조하는 것은 아직 그리스도의 등장이나 신약의 성취가 아닙니다. 이 장이 독자 앞에 놓는 것은 아담에서 시작하여 수많은 민족과 세대를 거쳐 이스라엘의 조상에게 이르는 오래된 역사입니다.

야벳과 함의 자손들 — 이스라엘이 등장하기 전의 세계

역대상 1:5–16 본문 →

노아의 세 아들이 소개된 뒤, 역대기는 셈이 아니라 야벳의 후손부터 기록합니다. 이어 함의 후손을 소개하고, 셈의 계보는 17절에 가서야 시작합니다.

앞서 4절에서는 셈을 가장 먼저 소개했지만, 그 후손을 기록하는 일은 뒤로 미룹니다. 야벳과 함의 여러 계보를 지나 마지막으로 셈에게 이르면, 그 줄기를 따라 아브라함까지 계속 내려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독자는 이스라엘의 조상을 만나기 전에 먼저 다른 민족들의 세계를 지나가게 됩니다.

이 부분은 창세기 10장의 민족 계보를 압축한 것입니다. 여기서 사람의 이름처럼 등장하는 명칭 가운데는 민족이나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들이 많습니다. 미스라임은 이집트를, 가나안은 그 지역과 관련된 민족들의 조상 또는 집단적 기원을 나타냅니다. 시돈처럼 도시 이름으로 알려진 명칭도 있습니다.

고대의 계보는 한 개인과 그 후손의 관계뿐 아니라 민족과 민족, 지역과 집단 사이의 관계도 가족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가령 13–16절에는 가나안의 자손으로 시돈과 헷뿐 아니라 여부스 사람들, 아모리 사람들, 히위 사람들 등이 나열됩니다. 여기서는 개인 이름과 민족 집단의 이름이 같은 계보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목록을 현대적인 의미의 정확한 혈통 분석표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각 집단의 관계와 기원을 고대 이스라엘이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보여 주는 계보로 읽는 것이 적절합니다.

이름들 사이에 잠시 등장하는 니므롯

긴 명단을 읽다 보면 10절에서 서술 방식이 갑자기 바뀝니다.

구스는 니므롯을 낳았다. 그는 땅에서 강한 자가 되기 시작했다.역대상 1:10 · 본디새김

창세기 10:8–12에는 니므롯에 관한 설명이 더 길게 이어집니다. 그곳에는 그가 강한 자였다는 말과 함께 왕국의 시작, 바벨을 비롯한 성읍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역대기는 그러한 설명을 대부분 생략하고 니므롯의 강성함만 남깁니다.

이것만으로 니므롯이 악한 왕이었다거나 특정 제국의 창건자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역대상 1:10 자체에는 그의 힘에 대한 명시적인 도덕적 평가가 없습니다.

아직 이스라엘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인간 사회에는 이미 강력한 인물들이 출현하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왕권과는 별개로 인간 사회의 힘과 통치의 역사가 전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맞서게 될 민족들도 같은 계보에 있다

바드루심과 블레셋 사람들이 나온 가슬루힘과 갑도림을 낳았다.역대상 1:12 · 본디새김

블레셋은 훗날 사사기와 사무엘서에서 이스라엘과 거듭 충돌하는 민족입니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는 장면에서도 등장합니다(사무엘상 17장).

그러나 역대기 첫 장에서 블레셋은 아직 적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단지 인류의 여러 계보 가운데 하나로 소개될 뿐입니다.

본문은 블레셋이 가슬루힘에게서 나왔다고 기록합니다. 한편 아모스 9:7과 예레미야 47:4는 블레셋을 갑도와 연결합니다. 두 계보적·지리적 진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이 본문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가나안, 블레셋, 여러 주변 민족은 이스라엘과 충돌하기 전에 이미 자기들의 역사와 정착지와 사회를 지닌 집단으로 제시됩니다. 이스라엘이 훗날 이들과 맺게 되는 관계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들도 이스라엘보다 오래된 인간 역사의 일부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셈에서 아브라함까지 — 수많은 갈래 가운데 한 줄기를 따라가다

역대상 1:17–27 본문 →

17절부터 비로소 셈의 계보가 시작됩니다.

셈의 자손 가운데는 엘람, 앗수르, 아람처럼 고대 근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민족들과 연결된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아르박삿에서 셀라로, 셀라에서 에벨로 이어지고, 에벨에게서 벨렉과 욕단이라는 두 갈래가 나옵니다.

에벨에게 두 아들이 태어났다. 한 아들의 이름을 벨렉이라 한 것은 그가 살던 때에 땅이 나뉘었기 때문이다. 그의 형제 이름은 욕단이었다.역대상 1:19 · 본디새김

히브리어 이름 펠레그(⁨פֶּלֶג⁩), 벨렉은 나누다, 갈라지다를 뜻하는 동사 팔라그(⁨פָּלַג⁩)와 연결됩니다. 본문은 그가 살던 시대에 땅이 나뉘었다고 설명함으로써 이름과 사건을 연결합니다.

창세기 10:25에도 같은 설명이 등장하며, 바로 다음 장인 창세기 11:1–9에는 바벨에서 언어가 혼잡해지고 사람들이 흩어지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벨렉 시대의 나뉨을 바벨 사건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상 1:19는 그 사건을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땅의 나뉨이 구체적으로 민족의 분산을 가리키는지, 거주 영역의 구분을 가리키는지까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습니다. 바벨 사건과의 연결은 문맥상 가능한 읽기이지, 이 구절이 직접 확정하는 사실은 아닙니다.

20–23절에는 욕단의 아들들이 열거됩니다. 이 계보는 인류가 여러 갈래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다시 보여 줍니다.

그런데 24절에 이르면 역대기는 갑자기 이미 언급했던 이름으로 돌아갑니다.

셈, 아르박삿, 셀라, 에벨, 벨렉, 르우, 스룩, 나홀, 데라, 아브람, 곧 아브라함.역대상 1:24–27 · 본디새김

앞에서는 셈에게서 갈라져 나온 여러 계보를 보여 주었습니다. 이제는 그 가운데 아브라함으로 이어지는 한 줄기만 남겨 따라가기 위해서입니다.

창세기 17:5에서 하나님은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꾸시며 그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하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역대기는 그 언약 장면을 다시 이야기하지 않지만, 아브람과 아브라함이라는 두 이름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창세기의 중요한 전환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브라함의 부르심은 그가 속한 집안에만 머무는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창세기 12:3에서 하나님은 땅의 모든 가족이 아브라함을 통해 복을 받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오히려 앞에서 펼쳐진 세계를 배경으로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의 의미가 드러납니다.

아브라함의 여러 아들들 — 약속의 계보는 다른 자손들을 지우지 않는다

역대상 1:28–34 본문 →

아브라함에 도착하면 독자는 곧장 이삭과 야곱의 계보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역대기는 그 길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아브라함의 아들들은 이삭과 이스마엘이었다.역대상 1:28 · 본디새김

실제 출생 순서로는 이스마엘이 먼저입니다(창세기 16:15; 21:2–3). 그러나 역대기는 이삭을 먼저 언급합니다. 이는 단순한 출생 순서보다 이후 전개될 계보의 중심을 염두에 둔 배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삭을 먼저 소개한 다음에는 오히려 이스마엘의 자손을 길게 나열합니다.

29–31절에는 이스마엘의 열두 아들이 등장합니다. 창세기 17:20에서 하나님은 이스마엘에게도 복을 주시어 그가 크게 번성하고 열두 지도자를 낳게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창세기 25:12–16은 그 약속과 관련된 이스마엘의 계보를 기록합니다.

이스마엘은 이삭을 통해 이어지는 언약 계보의 중심인물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복과 번성에 관한 약속에서 완전히 제외된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역대기는 그의 후손들에게 적지 않은 자리를 내어 줍니다.

아브라함의 첩 그두라가 낳은 아들들은 시므란과 욕산과 므단과 미디안과 이스박과 수아였다. 욕산의 아들들은 스바와 드단이었다.역대상 1:32 · 본디새김

훗날 미디안은 모세의 생애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여러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모세의 장인 집안은 미디안과 연결되어 있고(출애굽기 2:15–21), 사사기에서는 미디안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집단으로 나타납니다(사사기 6:1–6).

그런데 역대기 첫 장은 이런 훗날의 관계를 미리 평가하지 않습니다. 미디안도 아브라함에게서 나온 자손 가운데 하나로 기록합니다.

약속의 중심 계보가 있다고 해서 다른 계보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34절에서야 비로소 이삭에게 돌아옵니다.

아브라함은 이삭을 낳았다. 이삭의 아들들은 에서와 이스라엘이었다.역대상 1:34 · 본디새김

역대기는 이삭의 아들들을 에서와 ‘야곱’이라고 하지 않고 에서와 ‘이스라엘’이라고 부릅니다. 창세기 32:28과 35:10에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주십니다. 따라서 이 절의 ‘이스라엘’은 아직 민족 전체가 아니라 한 사람, 곧 야곱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독자는 이 이름이 훗날 그의 후손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목록에서 이스라엘의 후손들이 등장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역대기는 다시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에서와 세일의 후손들 — 이스라엘이 등장할 자리를 잠시 비워 두다

역대상 1:35–42 본문 →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소개한 바로 다음 절에서 역대기는 그의 후손이 아니라 형 에서의 후손들을 기록합니다.

35–37절에는 에서의 아들들과 손자들이 나오고, 38절부터는 세일의 자손들이 이어집니다. 세일은 창세기 36:20–21에서 에돔 땅에 거주했던 호리 사람들의 조상으로 소개됩니다. 따라서 에서의 후손과 세일의 후손을 나란히 기록하는 것은 에돔 지역의 역사와 여러 집단의 관계를 함께 보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로단의 아들들은 호리와 호맘이었고, 로단의 누이는 딤나였다.역대상 1:39 · 본디새김

족보는 대체로 남성의 이름을 중심으로 이어지지만, 필요한 자리에서는 여성도 기록합니다. 이 딤나라는 이름은 창세기 36:12에도 등장합니다. 그곳에서는 엘리바스의 첩이며 아말렉의 어머니로 소개됩니다. 역대상 1:36에서도 딤나라는 이름이 엘리바스의 아들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본문의 기록을 비교하면 계보에 등장하는 이름과 그 관계를 언제나 단순한 친자 관계로 환원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인물인지, 계보가 압축된 것인지, 전승 과정의 차이가 있는지는 신중히 살펴야 합니다.

42절에도 디손이라는 이름이 등장하지만, 창세기 36:28의 평행 구절에서는 디산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이름의 차이를 단순히 동일 인물의 다른 표기라고 확정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34절에서 이름만 등장한 채 한동안 뒤로 물러납니다.

이 배열은 창세기 36장과 닮아 있습니다. 창세기 역시 에서의 계보를 자세히 기록한 다음, 37장부터 야곱의 집안과 요셉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중심 인물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곁으로 갈라진 계보를 먼저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역대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에돔의 정치사까지 기록합니다.

이스라엘에 왕이 있기 전에 — 먼저 왕을 가진 에돔

역대상 1:43–54 본문 →

이스라엘 자손을 다스리는 왕이 있기 전에 에돔 땅에서 다스린 왕들은 이러했다. 브올의 아들 벨라가 있었고, 그의 성읍 이름은 딘하바였다.역대상 1:43 · 본디새김

그런데 이 지점에서 단순한 계보가 정치적 역사로 바뀝니다.

역대기는 에돔의 왕 여덟 사람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벨라에서 시작하여 요밥, 후삼, 하닷, 삼라, 사울, 바알하난, 그리고 또 다른 하닷으로 이어집니다. 왕마다 출신 지역이나 아버지의 이름, 다스린 성읍과 관련된 정보가 남아 있습니다.

후삼이 죽자 브닷의 아들 하닷이 그를 이어 왕이 되었다. 그는 모압 들에서 미디안을 쳐부순 사람이었고, 그의 성읍 이름은 아윗이었다.역대상 1:46 · 본디새김

또한 왕들이 교체될 때마다 ‘그가 죽자’라는 표현이 반복됩니다. 앞서 첫 계보에서는 생애와 죽음에 관한 설명을 거의 모두 생략했지만, 여기서는 왕이 죽고 다른 왕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 과정이 기록됩니다.

이 반복은 에돔의 왕권이 시간 속에서 이어졌음을 보여 줍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먼저 왕국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특별한 약속을 받은 민족인데, 왜 에돔에는 이스라엘보다 먼저 왕들이 있었을까요?

본문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신학적 해설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리브가가 쌍둥이를 잉태했을 때, 하나님은 그의 태중에 두 민족이 있으며 두 민족이 서로 갈라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창세기 25:23). 이후 에서는 에돔의 조상이 되고, 야곱은 이스라엘의 조상이 됩니다.

그런데 왕국의 역사만 놓고 보면, 에돔이 먼저 왕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하나님의 약속을 곧바로 정치적 발전 속도나 국가적 우위와 동일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부르심을 받은 민족이라고 해서 다른 민족보다 반드시 먼저 강한 왕국을 이루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역대기의 저자는 다윗의 위대함을 설명하기 전에, 이미 다른 민족들에게도 왕과 왕국의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윗의 왕권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왕이 되었기 때문일 수 없습니다.

다윗의 중요성은 역대기가 앞으로 들려줄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에돔의 왕들 뒤에 남겨진 족장들의 이름

하닷이 죽었다. 에돔의 족장들은 딤나 족장, 알와 족장, 여뎃 족장,역대상 1:51 · 본디새김

이 목록이 앞선 왕들의 통치가 끝난 뒤에 새롭게 등장한 정치제도를 나타내는지, 왕권과 나란히 존재했던 지역·씨족 지도자들의 목록인지는 본문만으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에돔의 왕정이 무너진 뒤 족장 체제로 전환되었다는 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역대상 1장은 이스라엘의 조상에 관한 계보를 기록하면서도 끝까지 에돔의 역사에 자리를 내어 줍니다.

막디엘 족장, 이람 족장이었다. 이들이 에돔의 족장들이었다.역대상 1:54 · 본디새김

그러고 나서 역대상 2:1에 이르러서야 이스라엘의 아들들이 본격적으로 소개됩니다. 이 장의 마지막에 에돔을 배치한 것이 의도적으로 특정한 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최종적인 본문의 배열에서 에돔의 역사 전체가 이스라엘의 열두 아들 계보에 앞서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조금 더 깊이

흥미롭게도 목록에 등장하는 다음 왕이 앞선 왕의 아들이라고 명시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왕들의 출신지 역시 서로 다르게 소개됩니다. 이 때문에 에돔의 왕권이 반드시 한 부자 세습 왕조로 이어졌다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선출제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본문은 왕위 계승의 구체적인 제도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세계 한가운데서 시작된 이스라엘의 이야기

역대상 1:1–54 본문 →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이스라엘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은 여러 민족 가운데 한 사람을 부르신 사건이었습니다. 이삭과 이스라엘의 계보는 그 약속이 이어지는 중심 경로가 되었지만, 다른 자손들은 이야기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역대상 1장은 모든 왕의 즉위와 모든 민족의 형성이 하나님의 직접적인 명령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니므롯의 강성함이나 에돔 왕들의 전쟁을 하나님의 승인이라고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이 계보의 신학적 의미는 역사에 등장한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첫 장에는 아직 다윗의 왕궁도, 예루살렘 성전도, 제사장의 예배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름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에돔의 왕들이 죽고 다른 왕들이 뒤를 잇습니다. 왕들의 이름이 끝나자 족장들의 이름이 이어집니다.

그 목록의 맨 끝에는 이람이라는 이름이 놓여 있습니다.

역대기는 그렇게 에돔의 족장 이람까지 기록한 뒤에야 다음 장에서 이스라엘의 아들들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스라엘의 이야기는 세상에 아무도 없던 자리에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세계 한가운데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