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풀어 읽기 · 1장
이 장의 자리 · 1–5장 · 강을 건널 준비
모세가 없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약속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고, 광야에서 사십 년을 인도하고, 하나님에게서 율법을 받아 백성에게 전했던 모세가 죽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제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들을 여기까지 이끌어 온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의 죽음을 부정하지 않으신다
여호수아서는 한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이스라엘은 모세를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모세를 통해 광야의 위기를 헤쳐 왔습니다. 그가 없는 상태에서 이스라엘이 어떻게 계속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까?
여호와야훼의 종 모세가 죽은 뒤, 여호와야훼가 모세의 시종인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말했다.여호수아 1:1 · 본디새김
모세를 가리키는 말과 여호수아를 가리키는 말이 다릅니다. 모세는 ‘여호와야훼의 종’입니다. 반면 여호수아는 ‘모세의 시종’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백성을 이끌었고, 여호수아는 오랫동안 그 모세를 보좌했습니다. 출애굽기 33:11에서도 여호수아는 모세를 섬기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그런 여호수아에게 이제 여호와야훼가 직접 말씀하십니다.
민수기 27:18–23에서 모세의 후계자로 세워졌고, 신명기 31:7–8에서도 백성 앞에서 사명을 받았습니다. 신명기 34:9은 그가 지혜의 영으로 충만했고 이스라엘이 그의 말을 들었다고 전합니다.
그러나 여호수아 1장은 그 모든 이력을 다시 나열하지 않습니다. 새 시대를 여는 결정적인 사건은 여호수아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여호와야훼께서 그에게 말씀하시는 일입니다.
「내 종 모세가 죽었다. 이제 일어나라. 너와 이 모든 백성은 이 요단을 건너, 내가 그들 곧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땅으로 들어가라.」여호수아 1:2 · 본디새김
모세의 죽음은 실제이며 되돌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그 상실을 없는 일처럼 취급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모세의 죽음이 하나님의 약속까지 끝내지는 않습니다.
여호수아가 일어나야 하지만, 요단을 건너야 하는 사람은 여호수아 혼자가 아닙니다. 「너와 이 모든 백성」입니다.
하나님이 이어 가시는 것은 모세라는 한 사람의 위대한 생애가 아니라, 이스라엘에게 주신 약속입니다.
조금 더 깊이
책의 마지막인 여호수아 24:29에서는 처음에 ‘모세의 시종’으로 소개되었던 여호수아 자신도 ‘여호와야훼의 종’으로 불립니다. 그 사이에는 수많은 전투와 갈등, 승리와 실패, 땅의 분배와 언약의 갱신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위대한 정복자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여호와야훼의 종으로 살아갔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주신 땅을 향해 아직 걸어가야 한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들어갈 땅을 말씀하시면서 서로 다른 시간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2절에서는 「내가 그들 곧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3절에서는 표현이 달라집니다.
「너희 발바닥이 밟는 곳은 모두 내가 너희에게 주었다. 내가 모세에게 말한 대로다.」여호수아 1:3 · 본디새김
아직 요단을 건너지 않았고, 땅을 차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미 주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실제 점령이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그 땅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확정적으로 선언하신 것입니다. 바로 다음 장들에서 이스라엘은 실제로 강을 건너고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하나님은 땅을 지도 위에 추상적으로 표시하는 데서 그치지 않으십니다. 이스라엘의 발이 실제로 땅을 밟는 모습을 말씀하십니다.
약속은 이미 주어졌지만, 그 약속을 따라 살아가는 일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신명기 11:24의 약속이 되풀이됩니다. 그곳에서도 발바닥이 밟는 땅과 영토의 경계가 함께 등장합니다. 여호수아에게 전해지는 말씀은 새로운 영토 구상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모세를 통해 전해진 약속을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4절은 그 땅의 경계를 광야와 레바논, 유프라테스강과 서쪽의 큰 바다로 그립니다. 큰 바다는 지중해를 가리킵니다. 이 넓은 경계는 창세기 15:18에서 아브람에게 주어진 약속과도 연결됩니다.
다만 이 구절을 여호수아 시대에 실제로 정복한 영토의 목록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여호수아 13:1은 여전히 차지해야 할 땅이 많이 남았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1:4는 앞으로 이어질 정복의 상세한 결과보다 약속된 땅의 범위를 제시하는 말씀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네가 살아 있는 모든 날 동안 아무도 네 앞에 맞서 서지 못할 것이다.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듯이 너와 함께하겠다. 너를 놓지 않고 너를 버리지 않겠다.」여호수아 1:5 · 본디새김
가나안에는 이스라엘과 싸울 왕들과 성읍들이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여호수아가 상대보다 강하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자신이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아무도 네 앞에 맞서 서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도 모든 전투가 어려움 없이 끝나거나 일시적인 패배조차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여호수아 7장에서는 아이 성 전투의 패배가 기록됩니다. 이 약속은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이 끝내 좌절되지 않도록 함께하시겠다는 보증으로, 이어질 이야기 전체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가장 큰 용기는 싸움이 아니라 말씀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
여호수아 1장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명령은 「굳세고 담대하여라」입니다.
6절에서는 백성에게 땅을 상속받게 할 사명 때문에 담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7절에서는 율법을 주의하여 행하기 위해 매우 담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9절에서는 어디로 가든 하나님이 함께하시므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여호수아는 지금 전쟁을 앞두고 있습니다. 강을 건너 적의 땅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용기는 적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는 용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두 번째 명령에서 전투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십니다.
「오직 내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모든 율법대로 주의하여 행하도록 매우 굳세고 담대하여라. 어디로 가든 지혜롭게 행할 수 있도록, 그 율법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마라.」여호수아 1:7 · 본디새김
6절에서는 굳세고 담대하라고 말씀하셨지만, 7절에서는 ‘매우 굳세고 담대하여라’라고 강조하십니다. 이것을 율법 준수가 전쟁보다 반드시 더 어렵다는 비교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본문이 특별한 강조를 두는 용기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벗어나지 않는 용기임이 분명합니다.
전쟁을 지휘하는 사람에게는 수많은 판단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유리한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두려움 때문에 물러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눈앞의 성과를 얻기 위해 원칙을 굽히고 싶은 상황도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여호수아가 따라야 할 기준은 자신의 판단이나 군사적 필요만이 아닙니다.
모세를 통해 전해진 하나님의 율법입니다.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말라는 표현은 신명기에서도 반복됩니다(신명기 5:32; 17:20; 28:14). 특히 신명기 17:18–20은 왕에게 율법을 곁에 두고 읽으며 지키라고 명령합니다. 여호수아는 왕이라는 칭호를 받지 않았지만, 백성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하나님의 말씀 아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동일합니다.
그의 권위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백성을 인도해야 하는 책임이 그의 권위를 규정합니다.
「이 율법책이 네 입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라. 그 안에 기록된 모든 것대로 주의하여 행하도록 밤낮으로 그것을 읊조려라. 그때 네가 네 길을 순조롭게 하고, 그때 지혜롭게 행할 것이기 때문이다.」여호수아 1:8 · 본디새김
오늘날 우리는 묵상이라고 하면 아무 소리 없이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의 ‘입’이라는 표현은 말씀을 입으로 반복하여 되새기는 행위까지 생각하게 합니다.
고대에는 글을 읽는 일이 오늘날처럼 반드시 조용하고 개인적인 활동만은 아니었습니다. 말씀을 입으로 되풀이하는 것은 그것을 기억하고, 숙고하고, 삶에 새기는 한 방법이었습니다.
말씀을 입에 두는 것은 말씀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입니다.
신명기 31:9–13은 율법을 기록하고 온 백성 앞에서 읽도록 명령합니다. 여호수아 8:34–35에서 여호수아가 율법의 말씀을 백성에게 읽어 주는 장면은 이 명령과 연결됩니다.
7절과 8절에 나타나는 히브리어 사칼(שָׂכַל)은 지혜롭고 분별 있게 행동하는 의미와 함께,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미도 가질 수 있습니다. 8절에는 ‘길을 순조롭게 하다’라는 표현도 나란히 등장합니다.
따라서 이것을 단순한 개인적 성공이나 물질적 번영의 보장으로 읽는 것은 본문이 설정한 맥락을 벗어납니다. 여호수아에게 약속된 형통은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수행하는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3절에는 땅을 밟는 ‘발바닥’이 등장합니다. 7절에는 오른쪽과 왼쪽으로 벗어나지 말라는 ‘방향’이 등장합니다. 8절에는 말씀을 떠나보내지 말아야 하는 ‘입’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7–9절은 어디로 ‘가든’ 하나님이 함께하시고 지혜롭게 행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여호수아는 발로는 약속의 땅을 향해 나아가되, 입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두고, 걸어가는 방향은 그 말씀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만이 아닙니다. 나아가면서도 길을 잃지 않는 용기입니다.
시편 1:2–3에서 여호와야훼의 율법을 밤낮으로 읊조리는 사람을 물가에 심은 나무에 비유하는 것도 이와 같은 지혜의 전통에 놓여 있습니다. 두 본문은 말씀을 되새기는 삶과 바른 행로를 연결합니다.
「내가 네게 명령하지 않았느냐? 굳세고 담대하여라. 두려워하지 말고 낙담하지 마라. 네가 어디로 가든 너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가 너와 함께하기 때문이다.」여호수아 1:9 · 본디새김
이 말씀은 이미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전했던 신명기 31:7–8의 권면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하신 말씀을 이제 직접 확인해 주십니다.
여호수아는 자기 안에서 용기의 근거를 찾아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약속을 신뢰하며 행동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여호수아의 첫 명령은 전투가 아니라 준비다
9절까지는 하나님이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십니다. 10절부터는 여호수아가 백성에게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여호수아는 모세의 시종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하나님에게서 받은 명령을 백성의 행동으로 연결하는 지도자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의 첫 명령은 예상보다 평범합니다.
「진영 가운데를 두루 다니며 백성에게 이렇게 명령하십시오. 『여러분이 먹을 양식을 준비하십시오. 사흘 뒤에 여러분은 이 요단을 건너,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여러분에게 차지하도록 주시는 땅으로 들어가 그 땅을 차지할 것입니다.』」여호수아 1:11 · 본디새김
대규모 이동을 앞둔 백성에게는 식량이 필요합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포함한 공동체가 강을 건너려면 실제적인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약속이 이런 준비를 불필요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초자연적인 개입을 미리 계산하여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생략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신 일을 이루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명령합니다.
여호수아의 명령은 2절의 하나님의 명령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습니다.
그는 자기만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이 함께 따를 수 있는 명령으로 전달합니다.
더욱이 그 명령은 백성의 관리들을 통해 진영 전체에 전해집니다. 여호수아의 지도력은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능력으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공동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조직을 통해 백성이 함께 움직이도록 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출발할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곧바로 요단을 건너는 장면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여호수아는 특정한 지파들에게 따로 말을 건넵니다.
먼저 안식을 얻은 사람들은 아직 안식을 얻지 못한 형제들을 도와야 한다
여호수아가 따로 부른 사람들은 르우벤 지파, 갓 지파, 므낫세 지파 절반입니다.
그들은 이미 요단 동편에 땅을 받았습니다. 민수기 32장을 보면, 르우벤과 갓 지파는 가축이 많았고 요단 동편의 야셀과 길르앗 지역이 목축에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강을 건너지 않고 그곳을 자기들의 소유지로 삼고 싶어 했습니다.
모세는 그 요청에 즉시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그 땅 자체가 아니라, 형제들이 전쟁에 나아가는데 그들만 안전한 곳에 머무르려 한다는 점이었습니다(민수기 32:6–15). 결국 그들은 자기들의 가족과 가축을 동편에 남겨 두되, 무장한 사람들이 다른 지파들과 함께 건너가 싸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모세는 이 조건 아래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땅의 분배에는 므낫세 지파 절반도 포함되었습니다(민수기 32:20–33).
「여호와야훼의 종 모세가 여러분에게 명령한 말을 기억하십시오.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여러분이 안식을 누리게 하시고 여러분에게 이 땅을 주십니다.』」여호수아 1:13 · 본디새김
그들이 모세에게서 받은 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입니다. 그러나 그 선물에는 다른 지파들을 향한 책임이 함께 있었습니다.
14절에서 여호수아는 그들의 아내와 어린아이와 가축이 동편 땅에 머물러도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투할 수 있는 용사들은 무장하고 형제들보다 앞서 건너가야 합니다.
자기 가족을 이미 안전한 곳에 두었으므로 이제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형제들을 위해 앞장서야 합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여러분처럼 여러분의 형제들도 안식을 누리게 하시고, 그들도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에게 주시는 땅을 차지할 때까지 그리하십시오. 그런 다음 여러분은 여러분 소유의 땅으로 돌아가 그 땅을 차지하십시오. 그곳은 여호와야훼의 종 모세가 여러분에게 준, 요단 건너편 해 뜨는 쪽의 땅입니다.」여호수아 1:15 · 본디새김
핵심은 ‘여러분처럼 여러분의 형제들도’라는 말입니다. 동편 지파들은 이미 자기들의 땅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은 아직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여호수아는 이 두 상황을 하나로 묶습니다.
먼저 받은 사람들이 나중에 받을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먼저 안식을 누리게 된 사람들이 아직 안식을 누리지 못한 형제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여기서 ‘안식’은 단순히 일을 멈추는 휴식이 아닙니다. 전쟁과 불안정한 이동에서 벗어나 자기 땅에서 안정된 삶을 누리는 상태와 관련됩니다. 여호수아 21:44에서는 주변의 적들로부터 안식을 얻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이 다시 언급됩니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땅을 ‘이 백성에게 상속받게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1:6). 그에게 맡겨진 일은 자신이 땅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상속받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제 여호수아는 이미 땅을 받은 지파들에게 같은 방향의 책임을 요구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용기도 자기 몫을 지키는 용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기 몫을 얻도록 돕는 용기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안정과 유익을 온전히 자기 노력의 결과로만 여기면, 아직 같은 안정에 이르지 못한 사람들을 향한 책임은 불필요한 부담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 본문에서는 받은 땅이 먼저 하나님의 선물로 이해됩니다. 그렇기에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 선물에 참여하는 일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에게서 받은 은혜는 자기 울타리를 세우는 근거가 아니라 형제들을 돕는 책임의 출발점이 됩니다.
조금 더 깊이
신약의 히브리서 4:8–11은 여호수아와 관련된 안식의 이야기를 후대의 관점에서 다시 읽으면서, 하나님의 백성을 위한 안식의 약속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것은 여호수아 1장의 직접적인 진술이라기보다 그 안식의 주제를 발전시킨 신학적 읽기입니다. 여호수아 1장 자체에서는 먼저 이스라엘이 함께 땅에 들어가 안식을 얻는 일이 중심에 있습니다.
백성이 지도자에게 돌려준 말씀
여호수아의 요청을 들은 동편 지파 사람들은 대답합니다.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했다. 「당신이 저희에게 명령하신 모든 것을 행하겠습니다. 당신이 저희를 어디로 보내시든 가겠습니다.」여호수아 1:16 · 본디새김
그들은 자기들에게 주어진 동편 땅을 이유로 면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여호수아가 맡긴 임무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합니다.
「저희가 모든 일에서 모세에게 순종했듯이 당신에게도 순종하겠습니다. 다만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모세와 함께하셨듯이 당신과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여호수아 1:17 · 본디새김
이 문맥에서는 모세의 권위를 인정했던 것처럼 이제 여호수아의 권위도 인정하겠다는 충성의 약속으로 읽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들은 여호와야훼께서 여호수아와 함께하시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앞부분의 하나님의 말씀과 백성의 말이 서로 마주합니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모세와 함께하셨듯이 그와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1:5). 이제 백성은 그 하나님이 모세와 함께하셨듯이 여호수아와도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1:17).
여호수아가 혼자 들었던 하나님의 약속이 백성의 입에서도 되풀이됩니다.
18절에는 그의 명령을 거역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다스리겠다는 엄격한 서약도 등장합니다. 이것은 앞으로 펼쳐질 공동체적 전쟁과 지도 체계 안에서 복종을 매우 중대한 문제로 여긴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이 구절을 시대와 맥락을 떠나 모든 지도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는 일반 원칙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앞에서 하나님은 지도자 자신이 율법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나옵니다.
「당신의 명령을 거역하고 당신이 무엇을 명령하시든 당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오직 굳세고 담대하십시오.」여호수아 1:18 · 본디새김
1장에는 ‘굳세고 담대하여라’라는 명령이 모두 네 번 등장합니다. 세 번은 하나님에게서 나오고, 마지막 한 번은 백성에게서 나옵니다.
처음에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 사람입니다. 그다음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에게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백성에게서 자신이 받은 말씀의 메아리를 듣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고, 여호수아가 행동하고, 백성이 응답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명령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백성의 마지막 말이 다시 여호수아를 격려합니다.
여호수아는 혼자 요단을 건너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깊이
‘모세에게 순종했듯이’라는 표현은 조금 주의해서 읽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모세에게 언제나 순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광야의 역사는 반복적인 불순종과 반역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신명기 31:27에서 모세 자신이 백성의 반역과 완고함을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이 말을 과거에 단 한 번도 불순종한 일이 없었다는 정확한 역사적 보고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히브리어 문장의 라크는 ‘다만’, ‘오직’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이 표현을 여기서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조금 달라집니다. 하나는 하나님의 동행을 간절히 바라는 축원입니다. 모세와 함께하셨던 하나님이 이제 여호수아와도 함께하시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들의 순종을 하나님의 동행과 연결하는 조건적 표현입니다. 하나님이 여호수아와 함께하시는 것이 그들의 복종을 정당하게 하는 중요한 전제라는 의미가 강조됩니다. 이 문장만으로 두 해석 가운데 하나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읽더라도 지도자의 권위를 하나님의 동행과 연결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약속은 한 사람의 능력을 넘어 공동체의 삶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장면을 연결하는 말은 ‘함께’입니다. 여호와야훼가 여호수아와 함께하십니다. 여호수아가 백성과 함께 요단을 건넙니다. 이미 땅을 받은 사람들이 아직 받지 못한 형제들과 함께 싸웁니다.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기에, 그 백성도 서로를 버리지 않는 길로 부름받습니다.
여기서 여호수아서의 땅에 관한 약속을 오늘날의 영토 확장이나 종교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일반 명령으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본문은 특정한 역사적 공동체와 하나님이 맺으신 언약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힘으로 차지하라는 허락이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을 그분의 말씀 아래에서 함께 상속받으라는 사명입니다.
백성은 건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관리들은 진영을 돌며 양식을 준비하라고 알립니다. 동편 지파의 용사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머물 땅을 뒤로하고 형제들과 함께 강을 건너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서 있는 여호수아에게 마지막 말을 건넵니다.
「오직 굳세고 담대하십시오.」
여호수아는 아직 강을 건너지 않았습니다. 약속의 땅에 첫발을 내딛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앞으로 걸어갈 길에서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고, 그분의 말씀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백성 모두가 함께 안식을 얻도록 이끄는 일입니다.
그의 앞에는 요단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하나님이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신 백성이 서 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