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빗기 풀어 읽기 · 5장

이 장의 자리 · 4–6장 · 길을 떠나는 토비야

길을 아는 동행자

토빗기 5장은 두 가지 문제로 시작합니다.

하나는 스무 해 전에 맡겨 둔 은전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메디아로 가는 길을 모르는 아들을 누구와 함께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토비야는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돈을 찾을 증표도, 먼 길을 찾아갈 지식도 없습니다.

토빗기 5장은 하나님께서 길을 준비하시는 이야기이면서, 그 길을 떠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가족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도 함께 보여 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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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하려는 아들이 현실적인 문제를 묻다

토빗기 5:1–3 본문 →

토비야는 아버지의 긴 가르침을 듣고 이렇게 대답합니다.

토비야가 아버지 토빗에게 대답했습니다. 「아버지, 일러 주신 대로 모두 할게요.」토빗기 5:1 · 두루새김

그런데 곧바로 질문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도 저를 모르고 저도 그 사람을 모르는데,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무엇을 보여 줘야 그 사람이 저를 알아보고 믿어서 돈을 줄까요? 저는 메디아로 가는 길도 몰라요.」토빗기 5:2 · 두루새김

토비야의 질문은 아버지에게 순종하기 싫어서 내세우는 핑계가 아닙니다. 아버지의 명령을 실제로 따르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한 뒤,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바로 앞 장에서 토빗은 아들에게 지혜로운 사람의 조언을 구하고 자신의 모든 길에서 하나님께 인도를 구하라고 가르쳤습니다(4:18–19). 이제 토비야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기 시작합니다.

스무 해 전의 증서

토빗은 돈을 맡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토빗이 아들에게 대답했습니다. 「그 사람이 손으로 쓴 증서를 내게 주었고, 나도 손으로 쓴 증서를 그에게 주었다. 나는 그것을 둘로 나누었고, 우리는 한쪽씩 가졌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은과 함께 두었다. 그 돈을 맡긴 지 벌써 스무 해가 되었구나. 얘야, 너와 함께 갈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라. 네가 돌아올 때까지 그에게 일한 대가를 주마. 가서 가바엘에게 맡긴 돈을 받아 오너라.」토빗기 5:3 · 두루새김

토빗은 단순히 가바엘을 믿고 돈을 맡겼던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도 마련했습니다. 증서를 나누어 각자 보관했다는 설명은 거래한 사람들이 훗날 계약 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증거를 남겼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스무 해는 긴 시간입니다.

그 사이 토빗의 삶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왕의 신임을 얻었던 사람은 재산을 빼앗겼고, 이제는 앞을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오래전에 작성된 증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토빗은 그 증서를 통해 아들이 은전을 돌려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토빗에게 필요한 사람은 단순히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낯선 지역에서 자신의 아들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토빗은 안내자에게 일한 대가도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 여행은 막연한 모험이 아니라, 증서와 고용 계약과 여행 준비가 필요한 실제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면에서 토비야가 만난 사람은, 이 모든 현실적인 준비를 넘어서는 존재였습니다.

찾으러 나갔더니 이미 앞에 서 있었다

토빗기 5:4–8 본문 →

토비야는 메디아로 가는 길을 잘 알며 함께 가 줄 사람을 찾으러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천사 라파엘이 맞은편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비야는 그가 하나님의 천사인 줄 몰랐습니다.토빗기 5:4 · 두루새김

이 장면을 읽는 독자는 이미 3:17에서 라파엘이 하나님께 보내심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라파엘이 여기 등장한 것은 단순한 우연한 만남이 아닙니다.

토비야는 모릅니다. 아버지 토빗도 모릅니다. 독자만 알고 있습니다.

토비야가 그 젊은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디서 왔어요?」 라파엘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같은 동족인 이스라엘 사람이에요. 일자리를 찾아 여기 왔어요.」 토비야가 물었습니다. 「메디아로 가는 길을 알아요?」토빗기 5:5 · 두루새김

이 대화에서 라파엘은 자신이 천사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특별한 빛이나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여 주지도 않습니다. 그는 평범하게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처럼 말합니다.

라파엘이 대답했습니다. 「네, 여러 번 가 봐서 그곳의 길을 모두 잘 알아요. 메디아에 여러 번 갔고, 메디아의 엑바타나에 사는 우리 동족 가바엘의 집에서 묵곤 했어요. 엑바타나에서 라게스까지는 꼬박 이틀 길이에요. 라게스는 산에 있고 엑바타나는 평야 한가운데에 있거든요.」토빗기 5:6 · 두루새김

이 설명은 토비야에게 필요한 정보와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라파엘의 임무는 하늘에서 정해진 큰 구원 계획이지만, 토비야와 처음 나누는 대화는 여행길을 아느냐는 질문과 일한 대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천사는 기다리겠다고 대답했다

토비야는 라파엘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합니다.

토비야가 그 젊은이에게 말했습니다. 「집에 들어가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올 때까지 기다려 줘요. 함께 가 줄 사람이 필요해요. 일한 대가는 드릴게요.」토빗기 5:7 · 두루새김
라파엘이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기다릴게요. 다만 너무 오래 걸리지는 말아요.」토빗기 5:8 · 두루새김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는 토비야의 판단이나 부모와의 대화를 없애 버리지 않습니다. 그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알리고, 동행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며, 여행을 준비해야 합니다.

오히려 토비야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해 나가는 바로 그 과정에 라파엘이 동행자로 들어옵니다.

조금 더 깊이

두루새김 5:6에서 라파엘은 가바엘이 엑바타나에 산다고 말하지만, 4:1과 4:20에서는 은전을 맡긴 곳이 라게스입니다. 다른 그리스어 본문 전승에서는 가바엘이 사는 곳을 라게스로 기록하기도 합니다. 또한 엑바타나에서 라게스까지 이틀이면 갈 수 있다는 설명은 실제 두 도시 사이의 거리에 비추어 매우 짧습니다. 두 도시는 약 290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통의 도보 여행자가 이틀 만에 이동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명의 차이와 이동 시간의 어려움을 억지로 일치시킬 수도 없습니다.

아버지는 길보다 먼저 사람의 뿌리를 확인한다

토빗기 5:9–14 본문 →

토비야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에게 알립니다.

토비야는 집에 들어가 아버지 토빗에게 알렸습니다. 「우리 동족인 이스라엘 사람을 찾았어요.」 토빗이 말했습니다. 「얘야, 그 사람을 불러오너라. 어느 집안, 어느 지파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구나. 너와 함께 갈 만큼 믿을 만한 사람인지도 알아봐야겠다.」 토비야는 밖으로 나가 그 젊은이를 불렀습니다. 「아버지가 불러요.」토빗기 5:9 · 두루새김

길을 아는 능력만큼이나 같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여겨진 것입니다. 낯선 사람에게 아들을 맡기려는 것입니다. 게다가 아들은 적지 않은 은전을 찾으러 먼 길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독자는 토빗의 질문이 지닌 아이러니를 압니다.

토빗은 동행자의 집안과 지파를 확인함으로써 그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가 정말 누구인지는 그런 질문으로 알아낼 수 없습니다.

기쁨을 빌어 주는 사람 앞에서 기쁨이 없다고 말하다

라파엘이 들어오자 토빗이 먼저 인사했습니다. 라파엘이 말했습니다. 「기쁜 일이 많이 있기를 바라요.」 토빗이 대답했습니다. 「내게 무슨 기뻐할 일이 더 있겠어요? 나는 눈이 멀어 하늘의 빛을 보지 못해요. 더는 빛을 보지 못하는 죽은 사람들처럼 어둠 속에 누워 있어요.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셈이에요. 사람들의 목소리는 들어도 그들을 볼 수는 없어요.」 라파엘이 말했습니다. 「용기를 내요. 하나님께서 고쳐 주실 때가 가까웠어요. 용기를 내요.」 토빗이 말했습니다. 「내 아들 토비야가 메디아로 가려고 해요. 함께 가서 길을 안내해 줄 수 있겠어요? 형제, 일한 대가는 드릴게요.」 라파엘이 대답했습니다. 「함께 갈 수 있어요. 나는 그곳의 길을 모두 알아요. 메디아에 여러 번 갔고 그곳의 모든 평야를 지나 봤어요. 산과 길도 모두 알고 있어요.」토빗기 5:10 · 두루새김

토빗이 자신에게 기뻐할 일이 없다고 말하는 순간, 그에게 기쁨을 가져다줄 임무를 맡은 존재가 그의 앞에 서 있습니다.

3:17에서 하나님께서는 라파엘을 보내 토빗의 눈을 고치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라파엘의 말은 막연히 잘될 것이라는 기대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일이 무엇인지 아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토빗은 그 사실을 모릅니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토빗의 눈이 멀었다는 사실 자체를 영적인 무지의 상징으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토빗이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은 실제적인 고통이며, 라파엘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은 토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고쳐 주실 것을 예고한 사람이 곧바로 여행 안내자가 되는 것입니다.

아사랴라는 이름의 아이러니

토빗은 다시 라파엘의 집안과 지파를 묻습니다.

라파엘이 되물었습니다. 「지파는 왜 알아야 하나요?」 토빗이 대답했습니다. 「형제가 누구의 자손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어서 그래요.」토빗기 5:12 · 두루새김

토빗은 진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아들의 동행자를 결정하는 자리에서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합니다.

라파엘이 말했습니다. 「나는 아사랴예요. 우리 동족 가운데 이름난 아나니아의 아들이에요.」토빗기 5:13 · 두루새김

토빗은 그 이름을 듣고 반가워합니다.

토빗이 말했습니다. 「건강하고 무사히 잘 왔어요, 형제. 내가 형제가 누구인지, 어느 집안 사람인지 정확히 알아보려 했다고 마음 상해하지 말아요. 알고 보니 같은 동족이고 훌륭하고 선한 집안 사람이군요. 나는 이름난 세멜리아의 두 아들 아나니아와 나단을 알고 있었어요. 그들은 나와 함께 예루살렘에 가곤 했어요. 그곳에서 함께 하나님께 예배했고 그릇된 길로 빠지지 않았지요. 형제의 집안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에요. 좋은 뿌리에서 자랐군요. 반가워요.」토빗기 5:14 · 두루새김

토빗에게 좋은 집안이란 단지 이름난 조상을 가진 집안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섬기며 그릇된 길에 빠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속한 집안입니다. 그는 그런 배경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들을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판단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토빗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라파엘을 신뢰하지만, 정작 그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는 아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확인을 했습니다. 다만 그 확인으로 모든 사실을 알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아사랴」는 히브리어 이름 아자르야에 해당하며, 「여호와야훼께서 도우셨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제시된 「아나니아」 역시 「여호와야훼께서 은혜를 베푸셨다」라는 뜻과 연결됩니다. 아사랴라는 이름은 라파엘이 실제로 맡은 일과 어울립니다. 다만 라파엘이 밝힌 집안과 혈통을 실제로 확인된 족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본문은 처음부터 그를 하나님의 천사로 소개하고, 그가 인간의 신분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려 줍니다. 그가 자신을 다른 이름으로 소개하는 일이 옳은지 그른지는 본문이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품삯을 받고 길을 안내하는 하나님의 천사

토빗기 5:15–17 본문 →

토빗은 동행자가 누구인지 확인했다고 생각하자 곧바로 고용 조건을 제시합니다.

토빗이 말을 이었습니다. 「하루에 한 드라크마를 주고, 필요한 것도 내 아들과 똑같이 마련해 줄게요. 내 아들과 함께 가 줘요.」토빗기 5:15 · 두루새김

드라크마는 그리스계 은화 단위입니다. 여기서는 여행 안내자에게 지급할 하루 품삯의 단위로 사용됩니다.

토빗은 그를 값없이 부려도 되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들에게 필요한 것과 동행자에게 필요한 것을 함께 마련하려 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노동에 정당한 품삯을 지급하라고 가르쳤습니다(4:14).

그의 신앙적 가르침이 실제적인 계약 관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토빗은 하나님의 도움을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도움은 토빗이 정당하게 일한 대가를 주려는 평범한 고용 관계 안에서 나타납니다.

「약속한 돈에 더 얹어 줄게요.」 라파엘이 대답했습니다. 「함께 갈게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무사히 떠났다가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 가는 길은 안전해요.」토빗기 5:16 · 두루새김

토빗은 이미 시력을 잃어 몸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는 몸이 성한 상태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습니다. 독자는 라파엘이 하나님께 보내진 존재임을 알고 있으므로, 이 말이 단순히 여행자가 잘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말과는 다르게 들립니다.

다만 라파엘이 「가는 길은 안전해요」라고 말한 것을 여행 중 어떤 위험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미리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이 이 자리에서 확실히 말하는 것은 라파엘이 무사히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버지는 천사가 동행하기를 기도했다

토빗은 아들에게 여행 준비를 시키며 축복합니다.

토빗이 라파엘에게 말했습니다. 「형제에게 복이 있기를 바라요.」 그런 다음 아들을 불러 말했습니다. 「얘야, 여행에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이 형제와 함께 떠나라.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그곳에서 너희를 무사히 지켜 주시고, 건강하게 내게 돌려보내 주시기를 빈다. 얘야, 하나님의 천사가 너희와 함께 가며 안전하게 지켜 주기를 빈다.」 토비야는 길을 떠나려고 밖으로 나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토빗이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몸 건강히 다녀오너라.」토빗기 5:17 · 두루새김

그런데 바로 옆에 이미 하나님의 천사가 서 있습니다.

토빗은 자신이 고용한 사람과 자신이 기도하는 천사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하나는 믿을 만한 사람을 고용하여 아들에게 동행시키는 일입니다.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 아들을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구하는 일입니다.

토빗에게는 서로 다른 두 행동입니다.

그러나 독자가 보기에는 두 일이 이미 하나로 만나 있습니다.

3장에서 하나님께서는 라파엘을 보내 토빗을 고치고 사라를 악한 귀신에게서 벗어나게 하도록 하셨습니다. 따라서 토비야의 여행은 아직 서로 만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연결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다만 출발을 준비하는 순간입니다.

조금 더 깊이

이 장면은 출애굽기 23:20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사자를 앞서 보내어 길에서 지키시고, 준비하신 곳으로 인도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토빗기의 라파엘도 길을 가는 사람과 동행하며 그를 지키는 역할을 맡습니다. 두 본문을 같은 사건의 반복이나 직접적인 성취 관계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이 걸어가는 길에서 사자를 통해 인도하신다는 주제는 분명하게 연결됩니다. 이 장은 창세기 24장의 이야기도 떠올리게 합니다. 그곳에서 아브라함은 자신의 아들 이삭을 위해 아내를 구하려고 종을 먼 곳으로 보냅니다. 종은 길을 떠나 하나님께 인도를 구하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여인 리브가를 만나게 됩니다. 반면 토비야는 은전을 찾으러 떠납니다. 그는 자신의 여행이 결혼과 연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릅니다. 독자만 3:17을 통해 하나님께서 사라를 토비야의 아내로 주실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손에 쥔 지팡이 같은 아이잖아요」

토빗기 5:18–20 본문 →

토비야는 여행을 떠나기 전 부모에게 입을 맞춥니다.

그런데 어머니 안나는 울기 시작합니다.

토비야의 어머니 안나가 울며 토빗에게 말했습니다. 「왜 내 아이를 보냈어요? 그 아이는 우리 손에 쥔 지팡이 같은 아이잖아요. 늘 우리 곁에서 오가던 아이잖아요.」토빗기 5:18 · 두루새김

지팡이는 몸을 지탱하고 길을 걸을 때 도움을 주는 물건입니다. 토빗은 앞을 볼 수 없고, 가족은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 부모에게 아들은 실제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안나가 두려워하는 것은 단지 아들이 돈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아닙니다. 그의 일상에서 늘 함께하던 아들이 이제 위험한 먼 길로 떠난다는 사실입니다.

독자는 라파엘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안나는 그것을 모릅니다. 이 차이를 잊으면 안나의 눈물을 불필요한 걱정이나 신앙 부족의 표현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안나가 하나님을 믿지 않기 때문에 울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은전보다 아들이 중요하다

안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돈을 더 모으는 일은 바라지 않아요. 차라리 그 돈은 우리 아이 몸에서 닦아 버리는 때나 되었으면 좋겠어요.」토빗기 5:19 · 두루새김

안나에게는 은전이 아무리 많아도 아들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토빗은 가난한 가족의 미래를 위해 은전을 되찾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안나는 아들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두 사람의 관심은 모두 가족을 향해 있지만, 무엇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하는지에 관한 판단이 다릅니다.

안나는 2장에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아닙니다.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알고 있지만, 그 돈을 얻기 위해 아들을 위험에 내보내는 일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살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해요.」토빗기 5:20 · 두루새김

그의 고백은 토빗의 가르침과 다른 방향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토빗은 아들에게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선한 일을 행하면 좋은 것이 많이 있다고 가르쳤습니다(4:21). 안나는 지금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토빗은 가족의 미래를 준비하려 합니다. 안나는 현재 자신들에게 맡겨진 생명을 지키려 합니다. 그들의 대화는 재산과 가족의 가치가 실제 삶에서 얼마나 어렵게 충돌할 수 있는지 보여 줍니다.

돈을 찾으러 떠나는 길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지만, 그 길을 떠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결코 계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깊이

여기서 「닦아 버리는 때」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페립세마(περίψημα)는 문질러 닦아 낸 찌꺼기나 긁어 낸 것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두루새김은 이 의미를 따라, 그 돈이 아이 몸에서 닦아 버리는 때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옮겼습니다. 돈은 아들에 비하면 몸에서 닦아 버릴 때처럼 하찮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단어는 다른 사람을 대신하는 값이나 대가라는 뜻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 대신 그 돈을 내어놓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읽을 여지도 있습니다.

어머니는 울고, 아버지는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토빗기 5:21–22 본문 →

토빗은 안나를 위로합니다.

토빗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아이는 건강히 갔다가 건강히 돌아올 거예요.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는 날 당신 눈으로 직접 볼 거예요. 여보, 걱정하지 말아요. 두 사람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아요.」토빗기 5:21 · 두루새김

라파엘은 토비야와 함께 「무사히 떠났다가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라고 약속했습니다(5:16). 토빗은 그 약속을 아내에게 「건강히 갔다가 건강히 돌아올 거예요」라고 전합니다. 원문에서는 두 자리 모두 몸이 성하고 건강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 반복됩니다.

토빗 자신은 앞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아내에게는 아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아들이 단지 살아 돌아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다시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선한 천사가 아이와 함께 갈 테니까요. 가는 길도 순조로울 것이고, 건강하게 돌아올 거예요.」토빗기 5:22 · 두루새김

이 말은 앞에서 했던 기도보다 한층 확신에 차 있습니다. 17절에서 토빗은 하나님의 천사가 동행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선한 천사가 아들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합니다.

본문은 토빗이 어떻게 이렇게 확신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가 라파엘의 약속을 믿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하나님의 보호를 신뢰하며 아내를 위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안나는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돌아온 것도 아니고, 라파엘의 정체가 밝혀진 것도 아닙니다. 그가 가진 것은 남편의 위로와 아들의 작별 인사뿐입니다.

그리고 토비야는 이제 실제로 길을 떠나야 합니다.

문 앞에 선 가족

토빗기 5:1–22 본문 →

토빗기 5장은 떠나는 사람과 남아 있는 사람을 함께 보여 주며 끝납니다. 두 부모는 같은 아이를 사랑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를 떠나보냅니다. 한 사람은 하나님의 보호를 확신하며 축복하고, 다른 한 사람은 아이를 잃을까 두려워하며 웁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아는 범위 안에서 행동했지만, 하나님의 일은 그들이 아는 범위보다 더 넓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를 근거로 오늘의 모든 여행이나 선택에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천사가 같은 방식으로 동행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토빗기의 서술자는 특별히 라파엘의 정체와 사명을 독자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길을 안내할 사람을 구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자는 하나님께서 그 아들을 위해 길동무를 보내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토비야는 메디아로 가는 길을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 혼자 떠나지는 않습니다.

그는 부모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동행자와 함께 길을 나섭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