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풀어 읽기 · 8장
이 장의 자리 · 1–9장 · 솔로몬과 성전 건축
성전과 왕국을 떠받친 사람들
솔로몬은 성전을 완성했습니다. 하나님은 하늘에서 불을 내려 제물을 받아 주셨고, 자신의 이름을 그곳에 두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역대기 기자는 그토록 영광스러웠던 성전에서 시선을 돌려 솔로몬이 다스리는 나라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역대하 8장은 예상보다 훨씬 일상적인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성읍을 건설하고, 요새를 세우고, 노동자를 동원하고, 관리들을 배치합니다. 왕비의 거처를 옮기고, 제사장들의 근무 순서를 정하며, 멀리 배를 보내 금을 가져옵니다. 앞 장의 하늘에서 내려온 불이나 성전을 가득 채운 영광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성전을 완성하는 일과 하나님을 섬기는 나라를 이루는 일은 같지 않습니다. 성전이 완공된 뒤에도 백성은 살아가야 하고, 왕은 다스려야 하며, 예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이 장은 솔로몬이 그 일들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보여 줍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의 성공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본문을 자세히 읽으면 왕이 건설한 나라의 번영을 떠받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왕의 뜻과 하나님의 명령이 어디에서 구별되는지, 성전의 거룩함이 왕궁의 생활에 어떤 경계를 만드는지가 드러납니다.
성전 건축이 끝난 뒤, 솔로몬의 왕권은 어디를 향하고 있었을까요? 역대하 8장은 그 질문을 건물과 노동, 예배와 항해의 이야기 속에서 풀어 갑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나라로 뻗어 나간 건축 사업
솔로몬이 여호와야훼의 집과 자기 집을 짓던 스무 해가 끝났을 때,역대하 8:1 · 본디새김
열왕기상 6:38과 7:1에 따르면 성전 건축에는 일곱 해가, 솔로몬 자신의 왕궁 건축에는 열세 해가 걸렸습니다. 솔로몬의 오랜 건축 사업을 대표하는 것은 이 두 건물이었습니다. 하나는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 중심이고, 다른 하나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중심입니다.
그러나 두 건물을 완성했다고 해서 그의 건축 활동이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솔로몬은 후람이 자기에게 준 성읍들을 건설하고 그곳에 이스라엘 자손을 살게 했다.역대하 8:2 · 본디새김
후람은 두로의 왕으로, 성전 건축에 필요한 재료와 기술자들을 제공했던 인물입니다(역대하 2:3–16). 열왕기상 9:11–13에서는 솔로몬이 후람에게 갈릴리 지역의 성읍 스무 곳을 주었다고 기록합니다. 후람은 그 성읍들을 살펴보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며, 그 지역을 가불 땅이라고 불렀습니다.
두 본문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위치가 다릅니다. 히브리어 원문에서도 이 차이는 분명합니다. 후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성읍들을 솔로몬에게 돌려주었을 가능성도 있고, 두 왕 사이에 서로 다른 성읍들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인지 확정할 만한 정보는 본문에 없습니다.
역대기가 강조하는 것은 그 성읍들이 솔로몬의 건축 사업을 통해 정비되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했다는 사실입니다.
이어서 솔로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집니다.
솔로몬은 하맛소바로 가서 그곳을 장악했다.역대하 8:3 · 본디새김
하맛과 소바는 이스라엘 북쪽 지역의 정치적·지리적 배경과 관련된 이름들입니다. 다윗 시대에도 소바와의 전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역대상 18:3–10). 솔로몬은 이제 이 북쪽 지역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드러냅니다.
그다음 등장하는 것은 광야의 다드몰과 하맛 지역의 저장 성읍들입니다. 다드몰은 일반적으로 시리아 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팔미라와 연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병행 본문인 열왕기상 9:18에는 ‘다드몰’과 비슷하지만 다른 ‘다말’이라는 지명의 본문 전승이 있어, 솔로몬이 건설한 성읍의 정확한 위치에는 논의가 남아 있습니다.
솔로몬은 저장 성읍과 요새 성읍, 병거 성읍과 기병 성읍을 건설했습니다. 저장 성읍은 필요한 물자와 식량 등을 비축하는 거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새 성읍은 성벽과 성문과 빗장을 갖추었고, 병거와 기병을 위한 성읍들은 군사력의 운용에 관련됩니다.
특히 윗벧호론과 아랫벧호론은 예루살렘 서쪽의 산지와 저지대를 연결하는 길에 자리한 성읍들입니다. 이 길은 군대와 물자가 이동하는 데 중요한 통로였습니다. 솔로몬이 그곳에 성벽과 성문과 빗장을 갖춘 요새를 세웠다는 사실은 단순한 주거지 확장이 아니라 이동 경로와 방어를 고려한 건축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는 예배의 중심을 세웠을 뿐 아니라 왕국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물리적인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바알랏과 솔로몬에게 속한 모든 저장 성읍, 모든 병거 성읍과 기병 성읍들도 건설했다. 솔로몬은 예루살렘과 레바논과 자신이 다스리는 온 땅에 짓고 싶어 한 모든 것을 지었다.역대하 8:6 · 본디새김
왕이 뜻한 건축 사업을 실행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의 권력과 자원 동원 능력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 줍니다.
이 거대한 건축 사업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노동이 필요했을까요?
왕국의 번영을 떠받친 사람들 — 누가 일하고 누가 지휘했는가?
성읍 건설에 관한 설명이 끝나자 본문은 갑자기 사람들의 신분을 구별하기 시작합니다.
헷 사람과 아모리 사람과 브리스 사람과 히위 사람과 여부스 사람 가운데 남은 사람들은 모두 이스라엘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었다.역대하 8:7 · 본디새김
이들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기 전부터 그 지역에 살던 여러 민족의 후손입니다. 역대기 기자는 그들이 이스라엘의 정복 이후에도 땅에 남아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들의 자손 가운데 그들을 이어 그 땅에 남아 있던 이들, 곧 이스라엘 자손이 전멸시키지 않은 이들을 솔로몬은 강제 노역자로 삼았다. 그들은 오늘날까지 강제 노역자로 남아 있다.역대하 8:8 · 본디새김
앞에서는 왕이 원하는 것을 모두 건설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그 건설 사업이 누구의 노동으로 이루어졌는지가 나타납니다. 자발적으로 고용되어 임금을 받고 일하는 상황과는 구별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직업 배치가 아닙니다. 국가 권력이 특정한 집단에 노동의 의무를 부과한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절에서는 이스라엘 자손의 처지가 대조됩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누구도 자기 공사에 부릴 노예로 삼지 않았다. 그들은 전사들, 그의 부관들을 이끄는 지휘관들, 그의 병거대와 기병대의 지휘관들이었다.역대하 8:9 · 본디새김
9절은 이스라엘 자손이 솔로몬의 모든 건설 사업에서 노동의 의무를 면제받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공사에 부릴 ‘노예’로 삼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열왕기상 5:13–14에서는 솔로몬이 이스라엘 전체에서 삼만 명을 징발하여 레바논의 건축 자재를 마련하는 일에 동원했다고 기록합니다. 그들은 일정 기간씩 번갈아 일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사람들이 국가를 위해 노동한 사실과 그들이 노예 신분으로 취급되지 않았다는 진술은 구별해야 합니다.
이스라엘은 본래 이집트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던 백성이었습니다.
출애굽기 1:11–14는 이집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게 무거운 노동을 시키고, 그들의 삶을 고된 일로 괴롭게 했다고 기록합니다. 그런데 이제 자유를 얻은 이스라엘이 세운 왕국 안에서 다른 민족의 후손들이 강제 노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두 상황이 모든 면에서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노동의 법적 형태와 역사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역대하 8장은 이 정책을 직접 비판하지 않습니다. 역대기 기자의 관심은 솔로몬 왕국의 건설과 운영 체계를 설명하는 데 있습니다.
압제에서 구원받은 백성이 세운 나라의 번영은 누구의 노동 위에 서 있었을까요?
역대하 10:4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솔로몬의 뒤를 이은 르호보암에게 그의 아버지가 무겁게 한 멍에와 고된 노역을 가볍게 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8장의 강제 노역과 10장의 불만을 완전히 동일한 노동 제도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왕국의 건설과 번영이 백성에게 부담을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은 두 본문을 함께 읽을 때 분명해집니다.
10절에서는 이 노동과 행정을 감독하는 관리 이백오십 명이 등장합니다. 열왕기상 9:23에는 대응하는 관리의 수가 오백오십 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숫자의 차이를 서로 다른 등급의 관리가 집계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지만, 두 본문은 집계 기준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므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솔로몬의 나라가 질서 있게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질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삶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왕국의 영광을 이야기할 때 그 영광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처지도 함께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 단락은 남깁니다.
왕비의 집을 옮기다 — 거룩함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솔로몬의 건축 사업과 노동 조직에 관한 설명이 끝나자, 갑자기 왕실의 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솔로몬은 파라오의 딸을 다윗 성에서 자기가 그녀를 위해 지은 집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가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내 아내는 이스라엘 왕 다윗의 집에 살아서는 안 된다. 여호와야훼의 궤가 들어온 곳들은 거룩하기 때문이다.」역대하 8:11 · 본디새김
열왕기상 3:1에 따르면 솔로몬은 이집트 왕 파라오와 혼인 관계를 맺었고, 파라오의 딸을 다윗 성에 머물게 했습니다. 고대 왕실에서 다른 나라의 왕실과 혼인하는 일은 외교 관계와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솔로몬의 결혼도 이집트 왕실과의 정치적 관계라는 맥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역대상 15:1은 다윗이 자기 성에 집들을 마련하고 하나님의 궤를 위한 장소를 준비했다고 기록합니다. 언약궤가 그곳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다윗 성의 특정 장소들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왕에게는 자신의 아내가 어디에 살 것인지 결정할 권한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약궤와 관련된 장소를 왕실의 편의만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여겼습니다.
또한 이 구절을 이집트 출신 여성이 본질적으로 부정하다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룩한 장소에 거주할 수 없었다는 일반 규정으로 읽어서도 안 됩니다. 본문에 명시된 것은 솔로몬의 판단과 그가 제시한 이유입니다. 그 판단의 배경에 어떤 정결 규정이나 외교적 고려가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열왕기 전체를 함께 읽는 독자에게는 이 장면이 또 다른 질문을 남깁니다.
열왕기상 11:1–8은 훗날 솔로몬의 여러 외국인 아내들과 관련하여 그의 마음이 다른 신들에게 기울어졌다고 기록합니다. 그 목록에는 파라오의 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열왕기상도 파라오의 딸 개인이 어떤 행동으로 솔로몬을 우상 숭배에 이끌었는지 따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역대하 8장 역시 여기에서 솔로몬의 훗날 행적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두 본문을 연결하면서 이 여인을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할 근거는 없습니다.
거룩한 장소와 일상적인 거처의 경계를 구별하는 왕이, 자기 삶 전체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지킬까요?
장소를 거룩하게 구별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장소를 드나드는 사람의 삶이 온전히 하나님께 향하고 있다고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이 장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솔로몬의 성전 예배에 관한 기록으로 넘어갑니다.
조금 더 깊이
원문의 복수 표현을 하나의 방이나 건물로 제한하지 않으면, 솔로몬이 염두에 둔 것은 단지 다윗의 집 안에 있는 특정 공간만이 아니라 언약궤와 관련되어 거룩하게 여겨진 장소들이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그 장소들의 정확한 범위를 밝히지 않습니다.
가장 거대한 봉헌식이 끝난 뒤에도 제사는 계속된다
앞 장에서 성전 봉헌식은 대단한 사건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불이 내려왔고, 온 이스라엘이 모였으며,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제물이 바쳐졌습니다.
그런데 8장에서는 그처럼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정해진 날마다 반복되는 예배가 등장합니다.
그때 솔로몬은 현관 앞에 자기가 세운 여호와야훼의 제단 위에 여호와야훼에게 번제물을 바쳤다.역대하 8:12 · 본디새김
솔로몬이 제물을 바쳤다는 말은 왕 자신이 제사장 직무를 직접 수행했다는 뜻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왕이 제사를 마련하고 드리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하여 그렇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모세의 명령에 따라 날마다 그날의 규정대로 바쳤으며, 안식일과 초하룻날과 해마다 세 차례의 절기, 곧 무교절과 칠칠절과 초막절에도 바쳤다.역대하 8:13 · 본디새김
성전의 봉헌식에서 솔로몬은 왕으로서 엄청난 규모의 제사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반복되는 예배에서는 모세를 통해 주어진 율법을 따르는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예배가 이루어지는 건물을 건축했지만, 예배의 내용을 마음대로 만들어 내지는 않습니다.
민수기 28–29장에는 날마다 드리는 제사와 안식일, 초하룻날, 여러 절기에 드리는 제사의 규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출애굽기 23:14–17과 신명기 16:16은 해마다 세 차례의 주요 절기를 지키도록 명령합니다.
날마다 예배가 있습니다. 이레마다 돌아오는 안식일이 있습니다. 달이 바뀔 때마다 지키는 초하룻날이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찾아오는 절기들이 있습니다.
무교절은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온 구원의 역사를 기억하게 합니다(출애굽기 12:17). 칠칠절은 수확의 첫 열매와 관련된 감사의 절기입니다(출애굽기 34:22; 신명기 16:9–12). 초막절은 수확을 기뻐하는 절기이면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와 광야에서 초막에 거주했던 일을 기억하게 합니다(레위기 23:39–43).
이 절기들이 반복될 때 이스라엘은 매년 자신들의 정체성을 다시 배웁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만 존재하게 된 나라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고, 광야에서 돌보셨으며, 땅을 주셨기에 살아가는 백성입니다.
솔로몬은 도시를 건설하여 나라의 공간을 정비했습니다. 그러나 율법에 따라 예배를 드리는 일은 백성의 시간을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의 기억 속에 두었습니다. 성읍과 요새는 왕국을 유지하는 데 필요합니다. 하지만 예배는 그 왕국이 누구에게서 생겨났으며 누구를 섬겨야 하는지를 기억하게 합니다.
건물은 한 번 완공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기억하는 일은 날마다 새롭게 이어져야 합니다.
모세의 명령과 다윗의 규정 — 솔로몬은 무엇을 물려받았는가?
솔로몬은 제사의 일정만 정돈한 것이 아닙니다. 성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무도 조직했습니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이 정한 규정에 따라 제사장들을 조별로 배치하여 그들의 일을 맡겼다. 레위 사람들에게도 맡은 임무를 주어 제사장들 앞에서 날마다 그날의 규정대로 찬양하고 섬기게 했다. 문지기들도 조별로 각 문에 배치했다. 하나님의 사람 다윗이 그렇게 명령했기 때문이다.역대하 8:14 · 본디새김
역대상 24장에는 다윗이 제사장들을 여러 조로 나누어 직무를 맡긴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대상 25장에서는 찬양을 맡은 사람들, 26장에서는 문지기와 창고 관리 등의 직무가 정리됩니다. 솔로몬은 이러한 조직을 이어받아 성전 예배에 적용합니다.
다윗은 성전의 돌을 쌓지 않았지만, 성전에서 이루어질 예배를 준비했습니다. 솔로몬이 건물을 세우는 동안, 그 건물 안에서 이루어질 예배의 질서는 이미 다윗의 준비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은 구약에서 모세나 여러 예언자에게 사용되는 표현입니다. 신명기 33:1에서는 모세가 하나님의 사람으로 불리고, 열왕기상 13장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를 가리키는 데 사용됩니다. 역대기 기자가 다윗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단순히 경건한 왕이었다고 칭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다윗이 정한 예배의 질서가 하나님의 뜻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어떻게 제사를 드려야 하는지에 관한 율법과 연결됩니다. 다윗은 성전의 제사장, 레위 사람, 찬양하는 사람, 문지기들의 조직과 연결됩니다.
이 두 전통이 솔로몬이 세운 성전 안에서 함께 이어집니다.
그러나 성전의 예배는 제사장 한 사람의 행동만으로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찬양하는 사람, 문을 지키는 사람, 필요한 물품을 관리하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의 맡은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했습니다. 역대기 기자는 그들이 명령을 어기지 않았다고 설명합니다(8:15).
그리고 16절은 다시 성전의 완성을 선언합니다.
솔로몬의 모든 작업은 여호와야훼의 집의 기초를 놓는 날까지, 또 그 집을 완성할 때까지 준비되었다. 여호와야훼의 집은 완성되었다.역대하 8:16 · 본디새김
그런데 역대기 기자는 이미 성전이 완성되었다고 기록한 바 있습니다(7:11).
왜 다시 완성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 장에서는 성전의 물리적 건축만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제사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이 어떤 일을 맡는지, 문지기들이 어떻게 배치되는지를 함께 기록했습니다. 그 모든 설명이 끝난 뒤 성전의 완성을 다시 말합니다. 이것을 건축의 완성과 예배 조직의 정비를 함께 돌아보는 결산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전은 단지 벽과 지붕이 완성되었다고 그 역할이 끝나는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릴 사람들이 자신의 직무를 맡고, 율법에 따른 예배가 계속되는 장소여야 했습니다.
앞부분에서 솔로몬은 자신이 짓고 싶은 것을 모두 지었다고 설명되었습니다. 이제 그는 이미 주어진 말씀과 질서를 따르는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왕의 권한은 나라를 건설하는 데 크게 발휘되지만,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왕의 권한보다 먼저 주어진 말씀 아래 놓입니다.
이것은 솔로몬의 지혜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으로만 나타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자신보다 앞선 세대가 하나님께 받은 것을 이어받고 보존하는 일 역시 왕의 중요한 책임이었습니다.
조금 더 깊이
16절은 히브리어 문장의 시간 관계를 정확하게 확정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따라서 솔로몬의 작업이 기초를 놓기 전부터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는 뜻인지, 기초를 놓을 때부터 완성까지 질서 있게 진행되었다는 뜻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사막을 지나 바다로 — 오빌에서 돌아온 금
성전의 완성이 다시 선언된 뒤, 이야기는 뜻밖에도 바다로 이동합니다.
그때 솔로몬은 에돔 땅 바닷가에 있는 에시온게벨과 엘롯으로 갔다.역대하 8:17 · 본디새김
에시온게벨과 엘롯은 홍해의 북동쪽 끝, 오늘날 아카바만 일대와 연결되는 지명들입니다. 출애굽 여정에서도 이 지역의 이름들이 등장합니다(민수기 33:35–36; 신명기 2:8). 이곳은 내륙에 있는 예루살렘과 달리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앞부분에서 솔로몬은 북쪽의 성읍들과 방어 거점을 건설했습니다. 이제 그는 남쪽 바닷가로 이동하여 해상 활동에 나섭니다.
그런데 그에게 필요한 것은 배만이 아니었습니다.
후람은 자기 종들을 통해 솔로몬에게 배들과 바다에 익숙한 종들을 보냈다. 그들은 솔로몬의 종들과 함께 오빌로 가서 그곳에서 금 사백오십 달란트를 얻어 솔로몬 왕에게 가져왔다.역대하 8:18 · 본디새김
두로는 지중해 연안의 해상 활동으로 알려진 페니키아 도시였습니다. 따라서 후람의 협력은 솔로몬이 자기 나라 안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수 있는 항해 기술과 경험을 얻는 데 중요했을 것입니다.
오빌은 구약에서 금이 나는 곳으로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역대상 29:4에서는 다윗이 성전을 위해 준비한 오빌의 금을 언급하고, 욥기 28:16에서도 오빌의 금이 값진 것으로 표현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솔로몬의 항해 활동이 이스라엘의 내륙을 넘어 먼 지역까지 연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본문은 이 금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곧바로 왕의 탐욕을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그 풍요가 왕권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묻게 하는 장면입니다.
신명기 17:16–17에는 왕이 지켜야 할 규정 가운데 세 가지 경고가 등장합니다. 왕은 자신을 위해 말을 많이 늘리지 말아야 하며, 아내를 많이 두어 마음이 미혹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은금을 지나치게 많이 쌓아 두어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역대하 8장에는 흥미롭게도 그 세 영역과 관련된 요소들이 모두 등장합니다.
· 병거와 기병을 위한 성읍들(8:6)
· 파라오의 딸과 왕실의 혼인 관계(8:11)
· 오빌에서 가져온 많은 금(8:18)
이것을 신명기 17장을 직접 인용한 배열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병거 성읍을 세운 사실만으로 왕이 금지된 만큼의 말을 소유했다고 판단할 수도 없으며, 파라오의 딸과의 혼인이나 금 사백오십 달란트의 반입만으로 각각의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왕에게 주어진 군사력과 왕실의 혼인 관계와 경제적 부는 모두 왕국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신명기의 왕에 관한 규정은 왕이 그런 힘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는 데서 안전을 찾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신명기 17:18–20은 왕이 율법의 말씀을 자기 곁에 두고 평생 읽으며 여호와야훼를 경외하고, 자기 형제들보다 마음을 높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령합니다.
왕국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말이나 금이 아니라, 왕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 아래 살아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이
열왕기상 9:26–27에는 솔로몬이 에시온게벨에서 배들을 만들었고, 후람이 바다에 익숙한 선원들을 보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역대하 8:18은 후람이 배들을 보냈다고 표현합니다. 두 기록을 함께 읽으면 솔로몬의 항해 사업에 두로의 기술적 협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후람이 제공한 배들이 정확히 어떻게 에시온게벨에 도착했는지, 현지에서 제작된 선박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오빌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동부, 인도 방면 등으로 이해하려는 견해가 있지만, 현재 본문만으로 어느 지역인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 당시 달란트는 무게 단위였으며, 정확한 무게 기준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열왕기상 9:28에는 오빌에서 가져온 금이 사백이십 달란트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본문 사이에 삼십 달란트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가 필사 과정에서 생겼는지, 서로 다른 집계에 따른 것인지는 확정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쪽 기록 모두 솔로몬의 해상 활동이 상당한 양의 금을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합니다.
결론 — 금을 실은 배가 돌아오는 동안
왕국의 경계에서는 성읍과 요새가 건설되고, 바다에서는 금을 실은 배들이 오가지만, 성전에서는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예배가 이어집니다. 솔로몬이 세운 건물들의 가치는 그것들이 얼마나 크고 견고한가에만 달려 있지 않았습니다. 그 건물들 안에서, 그리고 그 건물들이 떠받치는 나라 안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섬기며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역대하 8장은 왕국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걸어갈 것인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오빌에서 가져온 금이 솔로몬 왕에게 전달됩니다. 왕국은 더욱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때에도 예루살렘의 성전에서는 하루하루 정해진 예배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