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베오기 하권 풀어 읽기 · 3장
이 장의 자리 · 3장 · 지켜 주신 성전
누구의 것을 지키시는가
예루살렘 성전의 보물 창고에 왕의 관리가 들어갑니다. 그는 왕의 명령을 받았고, 호위병들을 거느렸으며, 재물을 가져갈 권한이 자기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들것에 실려 나옵니다. 조금 전까지 다른 사람의 재물을 빼앗으려던 사람이 이제는 자기 목숨조차 지킬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지키신 재물은 성전 자체의 재산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성전의 거룩함을 믿고 맡겨 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과부와 고아의 재물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고대 사회에서 경제적·사회적으로 취약한 처지에 놓이기 쉬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왕에게는 그저 가져갈 수 있는 돈으로 보였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재산이었고, 그들이 의지한 마지막 신뢰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이 장은 무엇이 거룩한 것인지, 거룩함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리고 하나님의 권능이 무엇을 이루는지를 차례로 드러냅니다.
평화로운 성전에서 시작된 균열
왕들까지 성전을 존중하던 시절
이야기의 첫 세 절에는 평화가 가득합니다.
거룩한 도시에서 사람들이 온전한 평화 속에 살고, 대제사장 오니아스의 경건함과 악을 미워하는 마음 덕분에 율법들이 더없이 잘 지켜지고 있을 때,마카베오기 하권 3:1 · 본디새김
외국의 왕들까지 성전을 존중합니다. 특히 셀레우코스 왕은 자신의 수입에서 제사 의식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정도였습니다.
이 셀레우코스는 셀레우코스 왕조의 셀레우코스 4세로, 기원전 187년부터 175년까지 통치했습니다. 당시 유대 지역은 헬레니즘 세계의 강력한 왕국이었던 셀레우코스 왕조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유대인의 신앙 중심지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방 왕의 통치권 안에 있었습니다.
따라서 첫 세 절의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대제사장이 율법을 지키고, 성전이 제 기능을 수행하며, 외부 권력도 그 거룩함을 존중하는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왕의 후원은 성전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성전은 왕의 정책이 달라질 때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장에서 제사 비용을 지원하던 셀레우코스 왕이 곧 성전의 재물을 가져오라고 명령합니다.
왕의 호의로 유지되던 평화가 왕의 명령으로 위협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위협을 불러온 첫 원인은 왕궁이 아니라 예루살렘 내부에 있었습니다.
시장을 둘러싼 다툼이 보물 창고를 위협하다
4절은 갑자기 시몬이라는 인물을 등장시킵니다. 그는 성전 관리인으로 임명된 사람이었지만, 대제사장 오니아스와 도시의 시장 감독 문제로 다투었습니다.
당시 시장을 감독하는 일에는 상거래와 시장 질서를 관리하는 권한이 포함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다툼은 단순히 물건값을 정하는 사소한 분쟁이라기보다 도시의 경제적 관리 권한과 관련된 갈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은 시몬과 오니아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을 놓고 다투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시몬은 오니아스를 이기지 못하자 지방 총독 아폴로니오스를 찾아갑니다. 아폴로니오스는 그 이야기를 왕에게 전하고, 왕은 고위 관리 헬리오도로스를 보냅니다. 예루살렘 내부의 분쟁이 지방 행정권을 거쳐 왕권의 개입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는 예루살렘의 보물 창고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재물로 가득 차 있다고 보고했다. 그 재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제사 비용으로 쓸 것도 아니며, 왕의 권한 아래 둘 수 있다는 것이었다.마카베오기 하권 3:6 · 본디새김
어떤 재물이 제사에 직접 사용되지 않는다면, 왕이 그것을 처분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입니다. 그러나 제사 비용이 아니라는 사실과 왕에게 속한 재산이라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시몬은 그 사이의 간격을 건너뛰었고, 왕은 그 보고를 근거로 재물을 가져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저자는 시몬을 불경한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3:11). 그 평가가 단순히 외국 권력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님을 이후의 전개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성전에 보관된 재물이 본래 누구의 것인지, 사람들이 어떤 신뢰로 그것을 맡겼는지를 무시했습니다.
보물 창고에 담겨 있던 사람들의 신뢰
재물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가져갈 권리는 다르다
헬리오도로스가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오니아스는 그를 따뜻하게 맞이합니다. 아직 강제적인 충돌이 벌어진 것은 아닙니다. 헬리오도로스 역시 왕에게 전달된 보고 내용이 사실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성전에 돈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은 사백 탈란톤과 금 이백 탈란톤이라는 구체적인 수량까지 밝힙니다. 하지만 그 돈은 과부들과 고아들이 맡긴 재물이며, 일부는 도비야의 아들 히르카노스의 소유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성전의 보물 창고에 있는 모든 돈을 성전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관하는 사람과 소유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왕의 관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돈의 수량과 그 돈을 가져갈 권한입니다. 대제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돈의 소유자와 그들이 성전을 신뢰한 이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소유자가 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맡겨진 재물을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과부와 고아의 재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설명은 이 원칙이 취약한 사람들의 생존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냅니다.
거룩함은 무엇을 보호하는가
오니아스는 단순히 소유권만 주장하지 않습니다.
또 그곳의 거룩함과, 온 세상에서 존중받는 성전의 존엄과 불가침을 믿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마카베오기 하권 3:12 · 본디새김
성전의 불가침성과 사람들의 신뢰가 하나의 논리로 연결됩니다.
성전은 하나님의 거룩함을 기념하는 장소이면서, 그 거룩함을 믿고 의탁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 대목은 출애굽기 22:7–13의 율법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율법은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은 재물이 도난당하거나 손상되었을 때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율법은 맡은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된 것처럼 취급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재산을 지키는 일은 하나님 앞에서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신명기 10:18은 하나님께서 고아와 과부를 위해 정의를 행하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과부와 고아의 재물을 지키는 것은 단지 성전의 재정 관리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헬리오도로스의 대답은 이 모든 설명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그는 왕의 명령을 받았으므로 어쨌든 그 재물을 왕실 금고로 거두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니아스는 명령의 내용이 부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헬리오도로스는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합니다.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 권한의 사용까지 정당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이 충돌은 더 이상 말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헬리오도로스는 보물 창고를 조사할 날짜를 정합니다.
온 도시가 하나의 기도가 되다
대제사장은 왜 두려움에 떨었을까
헬리오도로스가 재물을 조사하러 들어가자 예루살렘 전체가 불안에 빠집니다.
제사장들은 제사장 옷을 입은 채 제단 앞에 엎드려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 맡긴 재물에 관한 법을 정한 이에게, 재물을 맡긴 사람들을 위해 그 재물을 온전히 지켜 달라고 간청했다.마카베오기 하권 3:15 · 본디새김
일상적인 일을 중단하고 다른 신분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에게 주어진 직무 안에서 위기에 대응합니다. 그들은 하나님을 단순히 성전의 주인이나 이스라엘을 지키는 강한 신으로 부르지 않습니다. ‘맡긴 재물에 관한 법을 정한 이’에게 호소합니다.
이 표현은 앞서 오니아스가 설명한 재물의 성격과 연결됩니다. 그들은 단순히 성전의 재산을 보존해 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정하신 법이 지켜지도록, 사람들이 맡긴 것을 그 사람들을 위해 보존해 달라고 간구합니다.
제사장들의 행동 다음에는 오니아스의 얼굴이 묘사됩니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몸을 떨고, 얼굴빛까지 달라집니다. 마음속 불안이 밖으로 드러나 누구나 알아볼 정도입니다.
그가 두려워한다는 사실은 신앙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과 앞으로 벌어질 일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는 왕의 관리가 재물을 가져가는 일을 막을 정치적·군사적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성전의 존엄을 지켜야 하지만, 눈앞의 위협을 제거할 능력은 없습니다.
오니아스는 경건하지만 무력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창문에서 내다보는 사람들까지
이어서 이야기의 시선은 성전에서 예루살렘의 거리와 집으로 옮겨 갑니다.
사람들이 집에서 뛰쳐나옵니다. 여자들은 굵은 베옷을 동여매고 거리를 가득 메웁니다. 집 안에 머물던 처녀들도 문간과 성벽으로 달려가고, 어떤 이들은 창문으로 몸을 내밀어 내다봅니다.
그 여자들은 모두 손을 하늘로 뻗어 간절히 빌었다.마카베오기 하권 3:20 · 본디새김
모두가 같은 장소에 모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손은 같은 방향을 향합니다.
성전 안에서는 제사장들이 하늘을 향해 부르짖고, 거리에서는 여자들이 하늘로 손을 뻗습니다. 지위와 성별, 공간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에 직면한 사람들의 행동은 하나로 모입니다.
성전의 위기는 제사장들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시몬에게 성전의 재물은 왕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막대한 자산이었습니다. 헬리오도로스에게는 왕의 명령에 따라 확보해야 할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 사람들에게 성전은 자기들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질서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보물 창고가 침해당하는 것은 단순한 재산상의 손실을 넘어섭니다. 사람들이 거룩하다고 믿고 의지하던 장소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그들은 전능한 주에게, 맡겨진 재물을 그것을 맡긴 사람들을 위해 온전히, 더없이 안전하게 지켜 달라고 부르짖었다.마카베오기 하권 3:22 · 본디새김
한편 헬리오도로스는 결정된 일을 실행하고 있었다.마카베오기 하권 3:23 · 본디새김
사람들의 기도가 즉시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 않는 동안에도 위협은 계속 다가옵니다. 독자는 이제 헬리오도로스가 보물 창고에 도착하는 순간을 기다리게 됩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사람
왕의 권한이 끝나는 자리
그가 호위병들과 함께 바로 그곳 보물 창고에 이미 와 있을 때, 영들과 모든 권세를 다스리는 이가 크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감히 함께 들어온 모든 이가 하나님의 능력에 놀라 질려, 맥이 풀리고 겁에 사로잡혔다.마카베오기 하권 3:24 · 본디새김
왕은 자기 영토 안에서 명령할 수 있고, 헬리오도로스는 그 명령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권력은 궁극적인 권력이 아닙니다.
이제 왕의 명령을 수행하던 관리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권능과 마주합니다.
금빛 갑옷과 두 젊은이
아름다운 마구로 꾸민 말 한 마리가 나타나고, 금으로 된 갑옷과 무기를 갖춘 기수가 그 위에 앉아 있습니다. 말은 헬리오도로스를 향해 돌진하며 앞발굽을 휘두릅니다. 두 젊은이도 나타나 그의 양옆에 서서 쉴 새 없이 채찍질합니다.
이 장면의 묘사는 의도적으로 압도적입니다. 화려한 말의 장비, 기수의 금빛 무장, 눈부신 옷차림과 뛰어난 힘은 헬리오도로스의 호위대가 가진 군사적 위엄을 무색하게 합니다.
누가 누구를 제압하는지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들것에 실려 나가는 권력자
헬리오도로스가 갑자기 땅에 쓰러져 짙은 어둠에 휩싸이자, 사람들이 그를 붙잡아 들것에 눕히고,마카베오기 하권 3:27 · 본디새김
방금 전 많은 수행원과 온 호위대를 거느리고 앞서 말한 보물 창고에 들어갔던 그를 실어 날랐다. 그는 완전히 속수무책인 상태가 되었고, 그 권세를 분명히 깨달았다.마카베오기 하권 3:28 · 본디새김
인간의 권력은 다른 사람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권력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생명을 완전히 지배하지는 못합니다. 왕의 관리라는 지위, 호위병의 수, 행정적 권한은 그를 하나님의 징계로부터 보호하지 못합니다.
29절은 그가 말을 하지 못하고 모든 희망과 살 길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고 묘사합니다. 조금 전까지 그는 왕의 명령을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곳이 기쁨으로 채워지다
헬리오도로스가 쓰러진 뒤, 이야기의 시선은 다시 성전으로 돌아옵니다.
한편 사람들은 자기 처소를 놀랍게 영화롭게 하는 주를 찬양했다. 전능한 주가 모습을 드러내자, 조금 전까지 두려움과 소란으로 가득했던 성전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찼다.마카베오기 하권 3:30 · 본디새김
처음의 평화는 왕들의 존중과 외부 환경의 안정 속에서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기쁨은 그 외부 권력이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 개입하셨다는 경험에서 나옵니다.
조금 더 깊이
본문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눈에 직접 모습을 보이셨다고 말하기보다, 이어지는 기수와 두 젊은이의 출현을 통해 하나님의 권능이 나타났다고 묘사합니다. 본문은 그들을 기수와 두 젊은이로 묘사할 뿐, 이름을 밝히거나 특정 천사와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이 장면의 핵심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데 있지 않고, 그들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권능에 있습니다.
오니아스는 왜 자신을 위협한 사람을 살렸는가
예상하지 못한 간청
하나님의 징계가 내려진 뒤 이야기가 끝났다면, 이 장은 성전을 약탈하려던 사람이 벌을 받고 쫓겨난 이야기로 남았을 것입니다.
헬리오도로스의 가까운 사람들이 오니아스에게 찾아옵니다. 조금 전까지 성전 재물을 가져가려던 사람의 수행원들이 이제 그 성전의 대제사장에게 도움을 구합니다. 그들이 부탁한 것은 헬리오도로스의 생명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해 달라는 것입니다.
오니아스는 그 부탁에 응합니다.
대제사장은 왕이 혹시 유대 사람들이 헬리오도로스에게 무슨 해코지를 했다고 생각할까 염려하여, 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제사를 바쳤다.마카베오기 하권 3:32 · 본디새김
그가 헬리오도로스를 살리려 한 이유를 순수한 자비심 하나로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헬리오도로스가 죽으면 왕의 보복이 공동체에 닥칠 수 있다는 위험을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지닌 의미가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그는 사람들에게 맡겨진 재물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그 재물을 빼앗으려던 사람의 생명을 위해 하나님께 나아갑니다.
오니아스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히 자기편과 적을 구별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같은 두 젊은이가 다시 나타나다
대제사장이 속죄를 행하고 있을 때, 같은 젊은이들이 전과 같은 옷을 차려입고 헬리오도로스에게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서서 말했다. 「대제사장 오니아스에게 크게 감사해라. 주가 그를 보아 네 목숨을 살려 준 것이다.」마카베오기 하권 3:33 · 본디새김
이 대목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님의 심판과 생명의 회복이 같은 존재들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헬리오도로스의 회복이 우연한 일이 아니며, 오니아스의 중재와 관계가 있음을 밝힙니다.
생명을 살리신 분은 주입니다. 오니아스는 그 생명을 위해 하나님 앞에 나아간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권능은 침해하려는 사람을 막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를 살려 새로운 행동을 하도록 이끕니다.
「너는 하늘로부터 채찍을 맞았으니, 하나님의 위대한 권능을 모든 이에게 널리 알려라.」 그들은 이 말을 하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마카베오기 하권 3:34 · 본디새김
그가 왕에게 받은 첫 번째 임무는 성전의 재물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하나님의 권능을 알리는 것입니다.
회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35절에서 헬리오도로스는 하나님께 제사를 바치고 큰 서원을 한 뒤 오니아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갑니다.
이 행동은 분명한 변화를 보여 줍니다. 그는 처음에 성전의 재물을 가져가려 했지만, 이제는 성전의 하나님께 제사를 바칩니다. 오니아스에게도 적대적인 태도로 돌아서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장만을 근거로 그가 유대교로 완전히 개종했다거나, 이후 평생 이스라엘의 하나님만을 섬겼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이 분명하게 말하는 것은 그가 하나님의 권능을 경험했고, 목숨을 건졌으며, 제사를 바치고 서원하고, 그 경험을 사람들에게 증언했다는 사실입니다.
헬리오도로스의 경우 징계는 그를 멈추게 했고, 중재를 통한 회복은 그에게 자신이 경험한 일을 증언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모든 악인이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회복된다는 약속으로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이 보여 주는 것은 이 사건에서 하나님께서 심판과 생명의 보존을 모두 행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왕에게 돌아간 사람이 전한 뜻밖의 충고
두 번째 임무를 맡을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왕
헬리오도로스는 왕에게 돌아가 자신이 직접 본 일들을 증언합니다.
그런데 왕은 예루살렘에 다시 보낼 사람으로 누가 적절한지 묻습니다.
이 물음은 왕이 성전의 재물을 가져가려던 뜻을 완전히 포기했는지 확실하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본문은 왕의 속마음을 설명하지 않지만, 적어도 예루살렘에 사람을 다시 보내는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폐하께 적이나 국정을 해치려 꾀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그곳으로 보내십시오. 그곳에는 참으로 하나님의 힘이 있으니, 폐하께서는 채찍에 맞은 그를 맞이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가 살아남기라도 한다면 말입니다.」마카베오기 하권 3:38 · 본디새김
이 말에는 날카로운 반어가 담겨 있습니다. 처음에 왕은 헬리오도로스에게 예루살렘의 보물 창고를 조사하고 재물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이제 헬리오도로스는 왕에게 예루살렘이 어떤 곳인지를 가르칩니다.
하늘에 거처를 두신 하나님이 성전을 지키십니다
「하늘에 거처를 둔 바로 그이가 그곳을 지켜보는 이요 돕는 이이며, 해를 끼치려고 찾아오는 자들을 쳐서 멸하기 때문입니다.」마카베오기 하권 3:39 · 본디새김
그분의 거처는 하늘이라고 말하면서도, 땅의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아시고 돌보신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제사장들과 백성은 성전에서, 거리에서, 문간과 창문에서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습니다. 그들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성전과 그 안의 재물을 지켜 달라고 구했습니다.
장 전체에 걸쳐 사람들의 기도가 향했던 하늘과, 그 하늘에 거처를 두신 하나님의 응답이 이렇게 연결됩니다.
3장은 하나님께서 성전을 보호하셨다고 말하지만, 성전이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침범당하지 않는 장소라고 약속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5장에서는 실제로 성전이 약탈당합니다. 저자는 그 사건을 설명하면서 중요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하나님께서 백성을 성전을 위해 택하신 것이 아니라, 성전을 백성을 위해 택하셨다는 것입니다(마카베오기 하권 5:19–20).
성전의 거룩함은 하나님께서 그곳에서 자기 백성과 맺으시는 관계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조금 더 깊이
열왕기상 8:27에서 솔로몬은 하나님께서 참으로 땅에 거하시겠느냐고 묻습니다.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도 하나님을 다 모실 수 없는데 자신이 지은 성전이 어떻게 하나님을 담을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기도에서 그는 하나님께 성전을 향해 드리는 간구를 들으시고 응답해 달라고 청합니다(열왕기상 8:28–30). 하나님은 건물 안에 제한되지 않으시지만, 그곳에서 드리는 기도를 들으시는 분입니다.
들것에 실려 나간 사람이 남긴 증언
거룩함은 자신이 가진 권한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자신에게 맡겨진 것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 지키시는 것은 단지 거룩한 건물 안에 보관된 귀중품이 아닙니다. 그 거룩함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의 삶과 신뢰가 성전의 보호 안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성전에 들어갈 때 헬리오도로스는 왕의 권세를 믿었습니다. 성전에서 나온 뒤 그는 하늘에 거처를 두신 분의 권세를 말했습니다.
그가 빼앗으려던 재물은 그대로 남았고, 그 재물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신뢰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독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보물 창고 안의 금과 은이 아닙니다. 아무 힘도 없이 실려 나갔던 사람이 왕 앞에 서서 전한 말입니다. 「하늘에 거처를 둔 바로 그이가 그곳을 지켜보는 이요 돕는 이이며, 해를 끼치려고 찾아오는 자들을 쳐서 멸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믿고 하늘을 향해 손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그 믿음을 짓밟으려던 사람이 자기 입으로 그것을 증언합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