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풀어 읽기 · 6장

이 장의 자리 · 5–8장 · 왕 앞에 나선 에스더

모르드개의 영예를 선포한 하만

에스더 6장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은 왕의 명령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왕은 아직 유다인들을 죽이라는 법령을 철회하지 않았습니다. 에스더도 아직 자신의 민족을 위해 청원하지 않았습니다. 하만은 여전히 왕의 신임을 받는 높은 고관이며, 모르드개를 죽이려고 마련한 나무 기둥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 단 하룻밤 사이에 두 사람의 위치가 뒤집힙니다.

이 반전은 왕이 하만의 악한 계획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왕은 하만이 왜 궁에 왔는지조차 묻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왕이 잠을 이루지 못한 밤에 오래된 기록을 읽게 된 데서 시작됩니다.

에스더 6장은 거창한 사건보다 사소해 보이는 일들의 순서가 얼마나 결정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동시에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실제로는 얼마나 적은 것을 알고 있는지도 드러냅니다.

읽는 시간 16분소단락 86장 본문 읽기 →

왕이 잠들지 못한 밤, 기록 속에서 되살아난 이름

에스더 6:1–3 본문 →

그날 밤 왕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왕은 지난 일들을 기록한 책인 연대기를 가져오라고 했고, 그 기록이 왕 앞에서 낭독되었다.에스더 6:1 · 본디새김

‘그날 밤’은 에스더가 첫 번째 잔치를 마치고 다음 날 다시 왕과 하만을 초대해 놓은 밤입니다. 하만은 모르드개를 죽일 나무 기둥까지 마련했습니다. 이제 아침이 되면 왕에게 모르드개의 처형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왕이 잠들지 못한 이유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연대기는 왕국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해 놓은 문서입니다. 본문의 ‘기억의 책’과 ‘지난 일들의 기록’이라는 표현은 서로 다른 두 책의 목록이라기보다 하나의 왕실 기록을 설명하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기록 가운데 모르드개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그 안에서 문을 지키던 왕의 두 내시 빅다나와 데레스가 아하수에로 왕을 해치려 했던 일을 모르드개가 알렸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에스더 6:2 · 본디새김

이 사건은 에스더 2:21–23에서 이미 일어났습니다. 모르드개는 왕을 해치려는 두 내시의 음모를 알아내고 에스더에게 알렸습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의 이름을 밝혀 왕에게 보고했고, 조사 결과 그 음모가 사실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때 사건은 왕실 연대기에 기록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르드개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졌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이제 그 기록이 다시 등장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록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그 기록이 바로 이 밤에 왕 앞에서 낭독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연대기에는 수많은 사건이 기록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본문은 왕이 어떤 이유로 그 부분을 읽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모르드개가 왕을 구했을 당시에는 그 공로가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만이 모르드개를 죽이려는 바로 그 시점에 그 기록이 왕의 관심을 끕니다.

지금의 왕도 모르드개를 하만에게서 보호하려고 기록을 읽는 것이 아닙니다. 모르드개가 처형될 위기에 있다는 사실조차 아직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두 사건이 같은 아침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왕이 말했다. 「이 일로 모르드개에게 어떤 영예를 주고 그를 어떻게 높여 주었느냐?」 왕을 시중들던 시종들이 말했다. 「그에게 해 준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에스더 6:3 · 본디새김

왕의 생명을 구한 사람에게 합당한 영예를 주었어야 한다는 판단이 그의 질문에 담겨 있습니다. 왕이 자신에게 충성한 사람을 적절히 보상하는 것은 단순한 친절이 아닙니다. 왕권 아래에서 충성과 봉사가 어떻게 인정되는지를 보여 주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왕은 모르드개의 공로가 왜 보상받지 못했는지 조사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무엇을 해 주었어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왕궁 바깥뜰에 한 사람이 도착합니다.

조금 더 깊이

본문은 하나님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그분의 행동을 직접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건들이 아무런 의미 없이 우연히 나열되어 있다고 읽을 필요도 없습니다. 서술자는 사건들의 순서를 매우 의도적으로 보여 줍니다. 여기서 잠언 16:9의 말씀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 길을 계획하지만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야훼라는 말씀입니다. 이 연결은 에스더서가 직접 인용한 것이 아니라, 두 본문이 공유하는 신학적 주제에 근거한 연결입니다. 잠언은 인간의 계획보다 더 큰 하나님의 주권을 선언합니다. 에스더서는 그 주권을 직접 설명하기보다, 인간의 계획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뒤집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따라서 우리는 에스더 6장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본문이 밝히지 않은 하나님의 구체적인 개입 방식을 사실처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왕에게 같은 사람에 관해 정반대의 말을 하려는 두 사람

에스더 6:4–6 본문 →

왕이 말했다. 「뜰에 누가 있느냐?」 그때 하만은 모르드개를 위해 준비해 둔 나무 기둥에 그를 매달게 해 달라고 왕에게 말하려고 왕궁 바깥뜰에 와 있었다.에스더 6:4 · 본디새김

왕은 모르드개에게 주지 못한 영예를 생각합니다.

하만은 모르드개에게서 생명까지 빼앗으려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왕은 하만이 누구를 죽이려는지 모릅니다. 하만은 왕이 누구를 높이려는지 모릅니다. 바로 이 정보의 차이에서 에스더 6장 특유의 극적인 반전이 시작됩니다.

시종들이 하만이 뜰에 있다고 알리자 왕은 그를 들여보내라고 명령합니다. 그런데 그가 말을 꺼내기 전에 왕이 먼저 질문합니다.

하만이 들어오자 왕이 그에게 말했다. 「왕이 영예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하만은 속으로 「왕이 나보다 더 큰 영예를 주고 싶어 할 사람이 누구겠느냐?」 하고 생각했다.에스더 6:6 · 본디새김

왕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이것은 하만이 입 밖으로 말한 대답이 아닙니다. 서술자는 하만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내용을 독자에게 알려 줍니다. 이렇게 독자는 왕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됩니다. 왕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하만이 무엇을 오해하는지도 압니다.

하만이 자신을 떠올리는 데에는 그 나름의 배경이 있습니다. 그는 왕이 모든 고관보다 높은 자리에 올려 준 사람입니다. 왕의 신임을 받고 있고, 왕후의 특별한 잔치에도 초대되었습니다.

하만은 왕이 영예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보다 더 큰 영예를 받을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왕은 누구를 높일지 알고 있었지만, 하만은 누구를 높이려는지 확인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만의 잘못은 왕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데만 있지 않습니다. 그 질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뿐이라고 생각한 데 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왕에게 자신이 가장 받고 싶은 영예를 자세히 설명하게 됩니다.

왕의 옷과 왕의 말 — 하만이 꿈꾸는 최고의 영예

에스더 6:7–9 본문 →

「왕께서 입으셨던 왕복과 왕께서 타셨던 말, 곧 머리에 왕관이 씌워진 말을 가져오게 하십시오.」에스더 6:8 · 본디새김

하만의 제안은 재물이나 토지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평범한 상이 아닙니다. 왕이 가진 특별한 지위를 다른 사람 앞에 드러내는 물건들입니다. 왕복을 입는다는 것은 왕과 연결된 영예를 몸에 두르는 것이고, 왕의 말을 탄다는 것은 그 영예를 사람들 앞에 공개적으로 보여 주는 행동이 됩니다.

그런데 하만은 왕의 옷과 말만 제안하지 않습니다.

「그 옷과 말을 왕의 고관인 귀족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맡기고, 왕께서 영예를 주고 싶어 하시는 사람에게 그 옷을 입히게 하십시오. 그를 그 말에 태워 도시 광장을 다니게 하고, 그 앞에서 『왕께서 영예를 주고 싶어 하시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한다.』 하고 외치게 하십시오.」에스더 6:9 · 본디새김

이 제안의 핵심은 공개성에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왕에게 인정받는 일이 아닙니다. 왕에게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도시 전체가 보게 하는 일입니다. 특히 여기에는 그 영예를 받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상세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만은 자신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높은 지위를 다른 사람이 인정하고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이 점은 모르드개가 자신에게 절하지 않는 일을 견디지 못했던 하만의 태도와 연결됩니다.

그에게 영예란 스스로 무엇을 이루었는가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높이는가에 달린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예에는 한 가지 결정적인 조건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왕이 누구를 높이고 싶어 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하만은 왕이 그 대상을 자신으로 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왕의 마음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에는 왕관이 머리에 놓였다는 관계절이 나오는데, 그 관계절을 말에 연결하면 왕관으로 장식된 왕의 말을 뜻합니다. 본디새김은 이 읽기를 따릅니다. 그러나 왕이나 영예를 받는 이의 머리로 읽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왕실의 특별한 위엄을 나타내는 물건들이 동원된다는 사실입니다. 본문은 왕관의 구체적인 형태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하만이 실제로 왕위를 빼앗고 싶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왕권을 찬탈하려는 계획이 있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대로 해 주어라」 — 자기 말에 붙잡힌 하만

에스더 6:10–11 본문 →

하만이 자신의 제안을 마치자 왕은 즉시 명령합니다.

왕이 하만에게 말했다. 「서둘러라. 네가 말한 대로 그 옷과 말을 가져다가 왕궁 문에 앉아 있는 유다인 모르드개에게 그대로 해 주어라. 네가 말한 것 가운데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마라.」에스더 6:10 · 본디새김

하만이 죽이려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네가 말한 대로’, ‘그대로’,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마라’는 말은 하만이 자기 입으로 만든 계획에서 벗어날 여지를 없앱니다. 하만은 더 큰 영예를 얻기 위해 가장 화려한 예우를 고안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예우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에게 돌아갑니다.

하만이 제안한 대로 왕의 고관 가운데 한 사람이 모르드개에게 옷을 입히고, 말을 태우고, 그 앞에서 외쳐야 합니다. 그 고관이 바로 하만이 됩니다.

모르드개가 영예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만에게는 불쾌한 일입니다. 그런데 하만은 그 영예를 직접 실행하는 사람까지 되어야 합니다. 그가 모르드개에게 원했던 것은 자신에게 복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하만 자신이 모르드개를 섬기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만은 그 옷과 말을 가져다가 모르드개에게 옷을 입히고, 그를 말에 태워 도시 광장을 다니게 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외쳤다. 「왕께서 영예를 주고 싶어 하시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한다.」에스더 6:11 · 본디새김

서술자는 하만이 무엇을 느꼈는지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특히 마지막 선포는 9절의 하만의 제안과 같은 말입니다. 처음에는 하만이 자신을 위해 상상했던 문장입니다. 이제는 하만이 모르드개 앞에서 실제로 외쳐야 하는 문장입니다.

그 말의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상황과 그 말을 외치는 사람의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서술자는 하만을 직접 비난하는 설명을 길게 붙이지 않습니다. 하만이 자기 입으로 제안한 일을 직접 수행하게 함으로써 그가 품었던 욕망을 드러냅니다.

그는 모르드개를 죽이러 왔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를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기 영광을 위해 말했지만, 그 말로 모르드개의 영광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왕궁 문으로 돌아간 모르드개와 머리를 가린 하만

에스더 6:12 본문 →

모르드개는 왕궁 문으로 돌아갔다. 하만은 슬퍼하며 머리를 가린 채 서둘러 자기 집으로 갔다.에스더 6:12 · 본디새김

본문은 모르드개가 기뻐 뛰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높여 준 왕에게 감사했다는 설명도 없습니다. 하만을 조롱했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왕에게서 큰 영예를 받았지만, 그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은 아직 없습니다. 모르드개가 왕에게 영예를 받았다고 해서 유다인들에게 내려진 학살 명령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모르드개 개인의 지위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지만, 그가 속한 공동체의 위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가리는 행위는 구약에서 수치와 애도의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무엘하 15:30에서는 다윗이 압살롬의 반란을 피해 도망하면서 머리를 가리고 울며 올라갑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에스더 4장의 모르드개를 떠올리게 합니다.

모르드개는 유다인들을 죽이라는 법령이 공포되었을 때 굵은 베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쓴 채 울부짖었습니다. 그때 모르드개의 애도는 민족 전체에 닥친 죽음의 위협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하만은 모르드개가 왕에게 영예를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애도하는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서술자는 애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서로 바꾸어 놓습니다.

앞에서는 모르드개가 왕궁 문 밖에서 슬퍼했고, 하만은 왕후의 잔치에서 기쁜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이제는 모르드개가 왕궁 문으로 돌아가고, 하만이 머리를 가린 채 집으로 서둘러 갑니다.

조금 더 깊이

이러한 뒤바뀜은 구약에서 반복되는 높임과 낮아짐의 주제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무엘상 2:7–8에서 한나는 여호와야훼께서 사람을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며, 가난한 사람을 일으켜 귀인들과 함께 앉게 하신다고 노래합니다. 시편 113:7–8에서도 여호와야훼께서 가난한 사람을 일으켜 귀인들과 함께 앉게 하신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 본문들은 하나님이 인간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관계를 뒤집으실 수 있는 분이라는 신앙을 드러냅니다. 그러나 에스더 6장은 아직 하만이 완전히 몰락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모르드개가 영구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었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장의 반전을 모든 악인은 즉시 벌받고 모든 의인은 즉시 보상받는다는 일반 법칙으로 바꾸어서는 안 됩니다. 모르드개의 공로가 오랫동안 보상받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런 단순한 결론을 경계하게 합니다.

세레스와 지혜자들이 돌연 다른 말을 하다

에스더 6:13 본문 →

하만은 집에 돌아와 자신이 겪은 일을 아내 세레스와 친구들에게 모두 이야기합니다.

앞 장에서도 그는 같은 사람들에게 자기 재산과 지위와 영예를 자랑했습니다. 그때 세레스와 친구들은 모르드개를 죽일 나무 기둥을 만들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혀 다른 말을 합니다.

하만은 아내 세레스와 자기의 모든 친구에게 자기가 겪은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그의 지혜자들과 아내 세레스가 그에게 말했다. 「모르드개가 유다인의 후손이라면, 그 앞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당신은 그를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도리어 반드시 그 앞에서 무너질 것입니다.」에스더 6:13 · 본디새김

본문은 그들이 어떤 새로운 정보를 얻었는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르드개가 왕에게 영예를 받고, 하만이 그 영예를 직접 선포하도록 명령받은 사건이 그들의 판단을 바꾸었다는 점은 문맥상 분명합니다.

처음에는 모르드개가 유다인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민족에 속한 사람들까지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가 유다인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하만에게 불길한 징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의 판단 안에서 유다인이라는 정체성의 의미가 완전히 바뀐 것입니다.

하만의 아내와 지혜자들은 그의 실패를 단순한 불운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미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앞으로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이야기 속 인물들의 예측입니다. 서술자가 직접 하만의 운명을 선언한 문장이 아닙니다.

그때 친구들은 하만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모르드개를 죽이고 즐겁게 잔치에 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만이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합니다. 하만의 높은 지위도, 재산도, 왕의 신임도 그 경고를 없애 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가 어떤 대답을 하기도 전에 왕궁에서 사람들이 도착합니다.

조금 더 깊이

모르드개가 유다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3:4). 하만도 그가 유다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세레스와 지혜자들이 이제야 모르드개의 민족을 처음 알았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의 말은 모르드개가 유다인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리스어 번역이나 후대의 해석을 끌어와 세레스가 하나님의 언약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의 히브리어는 그들이 어떤 신학적 지식을 근거로 이 말을 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유다인에 관한 종교적 전승을 알고 있었는지, 지금 벌어진 사건을 불길한 징조로 해석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들의 말을 하나님의 직접적인 예언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잔치로 끌려가다

에스더 6:14 본문 →

그들이 아직 하만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왕의 내시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서둘러 하만을 에스더가 마련한 잔치로 데려갔다.에스더 6:14 · 본디새김

하만은 더 이야기할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앞 장에서 하만은 이 잔치를 자신의 특별한 영예로 생각했습니다. 에스더 왕후가 왕과 함께 자신만 초대했다는 사실을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같은 잔치를 향해 가면서 하만의 처지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6:10에서 왕은 하만에게 서둘러 모르드개를 높이라고 명령했습니다.

6:12에서는 하만이 슬퍼하며 서둘러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6:14에서는 왕의 내시들이 하만을 서둘러 잔치로 데려갑니다.

짧은 장 안에서 하만은 계속 서둘러 움직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합니다. 왕의 명령에 따라 모르드개를 높여야 하고, 수치심 속에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왕후의 잔치에 참석해야 합니다.

하만은 여전히 왕의 높은 고관이지만, 이 장에서는 자신이 계획한 일을 거의 실행하지 못합니다. 그의 계획은 다른 사람들의 말과 명령에 의해 계속 바뀝니다.

맺음말 — 죽이려던 사람의 앞에서 외쳐야 했던 말

에스더 6:1–14 본문 →

하만은 자신을 높이려고 한 말로 모르드개를 높이게 됩니다. 왕은 하만의 악한 계획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 계획이 실행되기 전에 모르드개에게 영예를 베풀도록 합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결과는 그들이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전날 하만은 그 잔치에 다시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이제 그는 머리를 가리고 슬퍼하던 집에서 나와 바로 그 잔치로 향합니다.

하만은 모르드개를 죽일 말을 준비하고 왕궁에 왔습니다. 그러나 그날 그가 실제로 외친 말은 모르드개를 높이는 말이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