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풀어 읽기 · 28장

이 장의 자리 · 25–40장 · 성막과 제사장

제사장의 옷에 새겨진 이름

이스라엘의 제사장이 입을 옷에는 금과 보석이 사용됩니다. 청색과 자색과 진홍색 실로 정교하게 짜고, 머리에는 순금으로 만든 패를 붙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보석들에는 아론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습니다.

어깨에는 이스라엘 자손의 이름들이 새겨진 돌 두 개가 놓이고, 가슴에는 열두 지파의 이름을 하나씩 새긴 보석 열두 개가 놓입니다.

아론은 그 이름들을 메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제사장의 옷은 그를 아름답게 만들지만, 그 아름다움의 중심에는 제사장 자신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 앞에 데리고 나아가는 백성이 있습니다.

읽는 시간 20분소단락 928장 본문 읽기 →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가도록 부름받은 사람들

출애굽기 28:1–5 본문 →

본문은 모세에게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데려오라는 명령으로 시작합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네 형 아론과 그의 아들들을 함께 네게 가까이 데려와, 나를 위해 제사장 일을 하게 하여라. 곧 아론과 아론의 아들들인 나답, 아비후, 엘르아살, 이타마르다.」출애굽기 28:1 · 본디새김

이들의 이름을 명시한다는 것은 제사장 직무가 막연한 집단에게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지명된 사람들에게 맡겨진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들 역시 이집트에서 나온 공동체의 일원이며, 하나님이 구원하신 백성에 속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맡지 않은 특별한 직무가 주어집니다.

출애굽기 19:6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전체를 「제사장들의 왕국이며 거룩한 민족」으로 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28장에서는 그 백성 가운데 특정한 사람들을 제사장으로 세우십니다.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님께 속한 거룩한 백성이라는 사실과, 그 공동체 안에서 특정한 사람이 성소의 제사장 직무를 수행한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차원의 부르심입니다.

제사장은 이스라엘을 대신하여 하나님 앞에서 특별한 직무를 감당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이스라엘과 분리된 더 우월한 종류의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이스라엘 가운데서 부름받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을 위하여 섬깁니다.

왜 거룩한 직무에 아름다운 옷이 필요한가

「네 형 아론을 위해 거룩한 옷을 만들어, 영예와 아름다움을 갖추게 하여라.」출애굽기 28:2 · 본디새김

「영예와 아름다움」이라는 이 두 말은 제사장의 직무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존귀한 직무라는 사실을 표현합니다. 4절에서 하나님은 그 옷을 만드는 이유를 다시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만들어야 할 옷은 가슴패와 에봇과 겉옷과 격자무늬로 짠 속옷과 두건과 띠다. 그들은 네 형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나를 위해 제사장 일을 하도록 거룩한 옷을 만들어야 한다.」출애굽기 28:4 · 본디새김

옷은 그 직무를 수행하도록 사람을 구별하는 데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은 직무와 떨어져 있는 장식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수행할 특별한 역할을 드러내는 형태가 됩니다.

아름다운 옷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이 따릅니다.

제사장의 옷을 만드는 사람들도 지혜의 영을 받는다

「너는 내가 지혜의 영으로 채운, 마음이 지혜로운 모든 사람에게 말하여라. 그들은 아론이 성별되어 나를 위해 제사장 일을 하도록 아론의 옷을 만들어야 한다.」출애굽기 28:3 · 본디새김

여기서 ‘마음이 지혜로운’ 사람들은 단순히 종교적인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들을 뜻하지 않습니다. 문맥상 직물을 짜고 금속과 보석을 다루어 정교한 옷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판단력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을 자신의 지혜의 영으로 채우셨다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출애굽기 31:1–5에서 브찰렐에게 하나님의 영을 채워 지혜와 총명과 지식과 여러 기술을 주셨다는 말씀과 연결됩니다. 성막을 만드는 일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는 말하거나 가르치는 능력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손으로 재료를 다루고 정교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능력과도 관계됩니다.

제사장은 하나님께 특별한 직무를 받지만, 혼자서 그 직무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지혜를 받은 장인들이 그의 옷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사장의 거룩한 봉사는 다른 사람들의 기술과 노동을 필요로 합니다.

어깨 위의 두 돌 — 제사장은 누구를 메고 있는가

출애굽기 28:6–14 본문 →

먼저 에봇을 만듭니다.

에봇은 이스라엘의 제사장 복장에 사용되는 특별한 의복입니다. 본문은 어깨받이와 띠, 그리고 다른 기구들과 연결되는 구조를 설명하지만, 에봇 전체가 정확히 어떤 형태로 몸을 덮었는지까지 완전히 재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은 쇼함 돌 두 개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십니다. 그 돌에 이스라엘 자손의 이름을 새겨야 합니다.

「그들이 태어난 순서대로, 그들의 이름 가운데 여섯은 한 돌에, 나머지 여섯의 이름은 다른 돌에 새겨라.」출애굽기 28:10 · 본디새김

본문은 각 지파의 인구나 재산, 군사력에 따라 이름을 배열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이라는 가족의 역사에 근거한 순서입니다. 이것은 열두 지파가 하나님 앞에 나타나는 방식이 당시 각 지파의 정치적 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그 두 돌을 에봇의 어깨받이에 놓아 이스라엘 자손을 기억하기 위한 돌로 삼아라. 아론은 그들의 이름을 두 어깨에 메어 여호와야훼 앞에서 기억의 표가 되게 해야 한다.」출애굽기 28:12 · 본디새김

어깨는 짐을 메는 신체 부위입니다. 본문 자체가 그 이름들을 ‘메다’라고 표현합니다. 이것은 우연히 어깨에 장식품을 부착했다는 설명과 다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이름을 잊으실 수 있기 때문인가

이스라엘의 이름을 돌에 새겨 하나님 앞에 가져간다는 것이 하나님이 그들의 이름을 잊어버리실 수 있으므로 제사장이 알려 드려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기억하신다는 표현은 단순히 잊었던 정보를 다시 떠올리는 것보다 넓은 의미를 가집니다.

출애굽기 2:24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우신 언약을 기억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고통 속에서 하나님이 그 언약에 따라 행동하시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출애굽기 28장의 기억도 이런 언약적 관계 안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사장의 어깨에는 자신의 이름이 없다

제사장의 옷은 그를 다른 사람들과 구별하면서도, 바로 그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어 버리지 못하게 합니다. 그가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마다 누구를 위하여 서 있는지가 어깨 위에 드러납니다.

아론의 영예는 백성 위에 군림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이름을 메고 하나님 앞에 서는 직무와 결합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깨에 이름을 메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하나님은 가슴에 놓일 특별한 기구를 만들라고 명령하십니다. 거기에도 이스라엘의 이름들이 새겨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열두 이름이 각각 하나의 보석을 갖습니다.

열두 보석과 열두 이름 — 아무 지파도 빠지지 않는다

출애굽기 28:15–21 본문 →

하나님은 판결 가슴패를 만들라고 명령하십니다.

가슴패는 두 겹으로 접어 정사각형으로 만들고, 네 줄에 걸쳐 보석을 박습니다. 한 줄에 세 개씩입니다.

본문은 보석들의 이름을 하나씩 열거합니다. 오뎀, 피트다, 바레케트, 노페크, 사피르, 야할롬, 레셈, 셰보, 아흘라마, 타르시스, 쇼함, 야스페입니다.

그러나 이 이름들이 각각 오늘날 어떤 광물에 해당하는지는 모두 확정할 수 없습니다. 고대의 보석 이름은 현대 광물학의 분류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름은 색깔이나 산지, 당시의 관습에 따라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보석들은 이스라엘 자손의 이름에 따라 열두 개여야 한다. 그들의 이름에 따라, 인장을 새기듯이 돌마다 한 사람의 이름을 새겨 열두 지파를 나타내게 하여라.」출애굽기 28:21 · 본디새김

어깨에서는 두 돌, 가슴에서는 열두 돌

어깨에는 두 돌이 있습니다. 한 돌에 이름 여섯 개가 새겨집니다.

가슴에는 열두 돌이 있습니다. 한 돌마다 이름 하나씩이 새겨집니다.

따라서 가슴패에서는 열두 지파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도 각 지파의 구별된 이름을 지닙니다. 한 지파가 다른 지파의 이름 속에 합쳐져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나의 백성이지만 열두 지파의 이름이 그대로 보존됩니다.

그런데 이 보석들의 배열에서 어느 지파가 더 높은 지위에 있는지는 본문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첫째 줄이 다른 줄보다 더 중요하다거나, 특정한 보석이 다른 보석보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다는 식의 서열은 제시되지 않습니다.

제사장의 화려함은 결국 그가 하나님 앞에 나타내는 공동체의 이름들을 더욱 눈에 띄게 만듭니다.

가슴패가 떨어지지 않도록 묶어라

출애굽기 28:22–29 본문 →

이어서 상당히 긴 제작 명령이 등장합니다.

금 사슬을 만들고, 고리를 달고, 사슬을 어깨받이에 연결하며, 청색 끈으로 가슴패를 에봇에 묶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마지막 명령을 보면 그 목적이 분명해집니다.

「그들은 가슴패의 고리들과 에봇의 고리들을 청색 끈으로 이어 가슴패를 묶어, 에봇 띠 위에 있도록 해야 한다. 가슴패가 에봇에서 떨어져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28:28 · 본디새김

하나님 앞에서 실제로 제사장 일을 수행할 사람이 입는 옷이라는 점을 고려한 설계입니다. 가슴패는 귀중한 보석이 박힌 물건이지만, 따로 보관해 두고 바라보는 예술품이 아닙니다. 그가 움직이고 봉사하는 동안에도 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아론은 성소에 들어갈 때 판결 가슴패에 새긴 이스라엘 자손의 이름을 자기 가슴 위에 지녀, 늘 여호와야훼 앞에서 기억의 표가 되게 해야 한다.」출애굽기 28:29 · 본디새김

「가슴 위에」라는 표현은 무엇을 뜻하는가

「가슴 위에」(⁨לֵב⁩)라는 표현은 글자 그대로는 ‘그의 마음 위에’라는 뜻입니다. 물론 여기서는 실제로 가슴패를 몸의 가슴 부분에 착용한다는 물리적인 뜻이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 위에’라는 표현은 제사장의 내적 책임을 함께 생각하게 합니다.

어깨에는 이스라엘의 이름들이 있습니다.

가슴에도 이스라엘의 이름들이 있습니다.

아론은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마다 그 이름들을 몸에 지녀야 합니다. 제사장이라는 직무가 그 자신의 몸에 새겨지는 것처럼 표현됩니다.

이 기구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기능이 있습니다. 그 이름이 ‘판결 가슴패’인 이유와 관련된 기능입니다.

제사장은 백성의 판결을 가슴에 지닌다

출애굽기 28:30 본문 →

「판결 가슴패에 우림과 툼밈을 넣어라. 그것들은 아론이 여호와야훼 앞에 들어갈 때 그의 가슴 위에 있어야 한다. 아론은 늘 여호와야훼 앞에서 이스라엘 자손의 판결을 자기 가슴 위에 지녀야 한다.」출애굽기 28:30 · 본디새김

우림과 툼밈은 이 장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건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이름들을 ‘빛들’과 ‘완전함들’에 관련된 말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름의 어원과 실제 기능을 단순히 대응시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본문은 이 물건들의 생김새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몇 개였는지,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어떻게 사용했는지도 말하지 않습니다.

민수기 27:21에서는 여호수아가 엘르아살 제사장 앞에 서고, 제사장이 우림의 판결을 통해 여호와야훼의 뜻을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무엘상 28:6에서도 하나님께 뜻을 물으려는 상황에서 우림이 언급됩니다. 이런 본문을 함께 읽으면 우림과 툼밈이 하나님께 판단을 구하는 일과 관계되는 수단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이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고, 어떤 형태로 대답을 받았는지는 정확하게 재구성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림과 툼밈이 반드시 두 개의 돌이었다거나, 특정한 색깔로 빛났거나, 정해진 방식으로 뽑아 답을 얻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왜 판결을 마음 위에 지녀야 하는가

이 구절에서는 우림과 툼밈과 함께 사용되므로, 이스라엘이 하나님 앞에서 구해야 하는 판결이나 결정이라는 의미가 중요합니다. 그는 백성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그 백성에게 필요한 판단을 하나님 앞에 가져가는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의 중요한 문제를 자기 마음대로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판결을 구하는 직무를 맡습니다.

판결은 하나님께 속합니다.

제사장은 그 앞에 나아갑니다.

제사장이 움직일 때 소리가 난다

출애굽기 28:31–35 본문 →

이어서 하나님은 에봇의 겉옷을 만들라고 명령하십니다.

그 옷은 전체를 청색 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운데에는 머리를 넣는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 둘레를 튼튼하게 짜서 찢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어서 옷자락에 특별한 장식을 달라고 명령합니다. 석류 모양의 장식들과 금방울들입니다.

「금방울 하나와 석류 하나, 금방울 하나와 석류 하나가 겉옷의 옷자락을 따라 둘러 있어야 한다.」출애굽기 28:34 · 본디새김

석류 모양의 장식은 청색과 자색과 진홍색 실로 만들고, 그 사이사이에 금방울을 답니다. 왜 제사장의 옷자락에 방울을 달아야 할까요?

「아론은 섬기는 일을 할 때 그 옷을 입어야 한다. 그가 여호와야훼 앞 성소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그 소리가 들려야 한다. 그래야 그가 죽지 않을 것이다.」출애굽기 28:35 · 본디새김

이것은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 앞에서 제사장의 행동이 아무렇게나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제사장으로 부름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방식의 접근이 허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이 명령하신 옷을 입고, 정해진 방식으로 섬겨야 합니다.

아름다움과 위험이 함께 놓인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그래야 그가 죽지 않을 것이다」라는 경고와 연결됩니다. 거룩한 옷은 제사장의 영예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그 옷을 입고 수행하는 직무는 가볍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앞에 나아가는 일에는 생명과 죽음에 관계되는 엄중함이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여기서 목 트임을 비교하는 말이 정확히 어떤 종류의 옷이나 갑옷을 가리키는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석류가 풍요와 생명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은 왜 석류를 선택했는지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금방울 소리에 관한 어떤 해석은 제사장이 들어오고 나간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소리라고 봅니다. 다른 해석은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 앞에 나아가는 행위가 정해진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라고 이해합니다. 그러나 본문은 누가 그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소리가 정확히 어떤 기능을 수행하여 죽음을 막는지 상세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리 자체에 신비한 보호 능력이 있다고 설명하거나, 하나님께 자신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기 위해 방울을 울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제사장이 성소에서 쓰러지면 밖의 사람들이 방울 소리로 확인한 뒤 끌어내기 위해 줄을 묶었다는 이야기도 이 본문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마에는 누구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가

출애굽기 28:36–38 본문 →

이제 하나님은 순금으로 패를 만들라고 명령하십니다.

「순금으로 패를 만들어라. 그 위에 인장을 새기듯이 『여호와야훼께 거룩함』이라고 새겨라.」출애굽기 28:36 · 본디새김

이 말은 ‘여호와야훼께 속한 거룩한 것’ 또는 ‘여호와야훼를 위하여 거룩하게 구별됨’이라는 의미를 나타냅니다. 이 금패는 청색 끈으로 두건 앞면에 부착되어야 합니다. 아론이 두건을 쓰면 그의 이마에 그 말이 놓입니다.

어깨와 가슴에는 이스라엘의 이름들이 새겨졌습니다.

그런데 이마에는 여호와야훼의 이름과 거룩함을 나타내는 말이 새겨집니다.

아론은 백성의 이름을 지니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만, 그 자신은 여호와야훼께 구별된 사람으로 서야 합니다. 이 두 관계가 그의 몸에 함께 드러납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위하여 섬기는 사람이고, 동시에 여호와야훼께 속하여 섬기는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을 위하여 섬긴다고 하면서 하나님이 정하신 거룩함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하나님께 거룩하게 구별되었다고 하면서 백성의 이름과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습니다.

거룩한 예물에도 죄책이 있는가

「그 패는 아론의 이마 위에 있어야 한다. 아론은 이스라엘 자손이 성별하여 바치는 모든 거룩한 예물에 딸린 죄책을 짊어져야 한다. 그들이 여호와야훼 앞에서 받아들여지도록 그 패는 늘 그의 이마 위에 있어야 한다.」출애굽기 28:38 · 본디새김

이것은 성별하여 바친 예물이 인간의 불완전함과 전혀 관계없는 순수한 물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죄책이 정확히 어떤 잘못에서 비롯되는지는 이 구절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물을 바치는 과정에서 생긴 잘못인지, 정결이나 제사 규정을 어긴 문제인지, 또는 거룩한 예물과 관계된 더 넓은 책임인지에 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백성이 바친 예물이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지는 일과 제사장의 직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장 거룩한 사람도 다른 사람의 죄책을 짊어진다

아론은 거룩한 옷을 입습니다. 머리에는 「여호와야훼께 거룩함」이라는 금패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거룩한 사람에게 맡겨진 일은 죄책과 관계된 책임을 짊어지는 것입니다.

거룩함이 인간의 죄책을 외면하는 상태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사장의 거룩한 직무 안에는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지도록 섬기는 책임이 포함됩니다.

제사장이 거룩하게 구별되었다는 것은 그가 모든 잘못에서 완전히 벗어난 존재가 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구별된 사람입니다. 제사장 제도의 근거는 인간 제사장 자신의 완전함에 있지 않고, 하나님이 정하신 언약의 질서에 있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이 이러한 일을 수행한다고 해서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제사장에게 넘겨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 전체는 하나님께 순종해야 합니다. 제사장의 직무는 그 공동체가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관계 안에서 수행되는 특별한 봉사입니다.

조금 더 깊이

‘죄책을 짊어지다’라는 이 표현은 성경에서 문맥에 따라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사용되고, 다른 사람과 관련된 죄책을 담당하는 경우에도 사용됩니다. 따라서 표현 자체만으로 죄책이 어떤 방식으로 제거되는지까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레위기 16장에서는 대제사장이 백성의 죄와 속죄를 다루는 특별한 직무를 수행합니다. 신약의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대제사장으로 설명합니다. 히브리서 4:14–16은 예수를 큰 대제사장으로 소개하면서, 그분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히브리서 7:23–28은 여러 제사장들이 죽음 때문에 계속 직무를 이어갈 수 없었던 것과 달리, 예수의 제사장 직무가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히브리서 9장에서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구약의 성소와 제사장 직무를 배경으로 설명합니다. 이것은 출애굽기 28장의 제사장 의복을 신약의 예수와 일대일로 대응시켜 해석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실제로 에봇이나 판결 가슴패를 입으셨다고 신약이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연결되는 것은 제사장의 중보적 직무입니다. 그러나 출애굽기 28장의 본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이스라엘 가운데서 부름받아 어떤 일을 하도록 세워졌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아름다운 옷의 마지막은 속바지다

출애굽기 28:39–43 본문 →

39절에서 하나님은 아론의 속옷과 두건과 띠를 만들라고 명령하십니다.

「아론의 아들들을 위해 속옷들을 만들어라. 그들을 위해 띠들을 만들고, 그들을 위해 모자들을 만들어 영예와 아름다움을 갖추게 하여라.」출애굽기 28:40 · 본디새김

여기서 2절의 「영예와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 말은 아론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의 아들들이 제사장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는 옷에도 적용됩니다.

물론 아론의 복장과 아들들의 복장은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이 장에서 특별히 설명된 에봇과 판결 가슴패, 금패는 아론의 복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들들도 하나님 앞에서 섬기는 제사장으로 구별되며, 그 직무에 어울리는 옷을 입습니다.

옷을 입는 것만으로 제사장이 되는가

「네 형 아론과 그와 함께 그의 아들들에게 그 옷들을 입혀라. 그들에게 기름을 바르고, 그들에게 직무를 맡기고, 그들을 성별하여라. 그들은 나를 위해 제사장 일을 해야 한다.」출애굽기 28:41 · 본디새김

이 가운데 ‘직무를 맡기다(⁨מָלֵא⁩)’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관용구는 ‘손을 채우다’라는 표현입니다. 손에 무엇을 채운다는 이미지가 제사장으로 직무를 부여하는 행위와 연결됩니다. 출애굽기 29장에서는 이들이 실제로 제사장으로 구별되는 의식이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되며, 제물의 일부를 그들의 손에 올려놓는 장면도 나옵니다(29:24).

제사장의 권한은 아름다운 옷을 소유한 데서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에 따른 성별에서 나옵니다.

레위기 8장에서는 모세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옷을 입히고 기름을 바르며 성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특히 레위기 8:7–9는 출애굽기 28장에서 명령한 옷들이 실제로 아론에게 입혀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그때 가슴패와 우림과 툼밈, 두건과 금패가 함께 등장합니다. 이것은 28장의 명령이 단순히 이상적인 제사장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실제 제사장 직무를 위한 준비였음을 보여 줍니다.

마지막에 왜 속바지를 만들라고 하는가

그런데 이 장의 마지막 명령은 뜻밖에도 속바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들을 위해 하체의 맨살을 가릴 아마포 속바지들을 만들어라. 그것들은 허리에서 넓적다리까지 이르러야 한다.」출애굽기 28:42 · 본디새김

이 명령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옷과 대조됩니다. 어깨의 보석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띕니다. 가슴패와 금패도 제사장의 특별한 지위를 드러냅니다.

그러나 속바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것을 반드시 입으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그 이유가 단순히 단정한 복장을 갖추기 위해서만은 아님을 보여 줍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만남의 천막에 들어갈 때나 성소에서 섬기는 일을 하려고 제단에 가까이 갈 때 그것들을 입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죄책을 짊어져 죽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아론과 그의 뒤를 이을 후손을 위한 영원한 규례다.」출애굽기 28:43 · 본디새김

출애굽기 20:26에서도 하나님은 제단에 계단을 만들어 올라가지 말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렇게 하면 몸의 맨살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본문은 하나님 앞에서 제사를 드리는 사람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관한 관심을 공유합니다.

그러나 이 명령을 인간의 몸 자체가 더럽거나 부끄러운 것이라는 일반적인 선언으로 확대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은 구체적으로 성소와 제단에서 봉사하는 제사장들의 복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하나님께 구별된 장소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섬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한 옷이라는 뜻

35절에서는 겉옷의 금방울 소리가 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43절에서는 속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이 장의 후반부에는 죽음에 관한 경고가 두 번 등장합니다. 둘 다 제사장이 성소에서 섬기는 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 에봇과 가슴패를 착용하더라도, 하나님이 명령하신 기본적인 복장을 갖추지 않는다면 제사장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사장의 거룩함은 겉으로 보이는 영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하나님의 명령 아래 놓여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선 사람의 어깨와 가슴과 이마

출애굽기 28:1–43 본문 →

이렇게 보면 제사장의 옷은 그가 누구인지 보여 주는 동시에, 그가 누구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려 줍니다. 제사장에게 주어진 영예는 백성을 대표하여 하나님 앞에 서는 책임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성소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론입니다.

그러나 그의 어깨와 가슴에는 이스라엘이 함께 있습니다.

그는 혼자 하나님 앞에 나아가지만, 혼자만을 위해 서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론이 움직일 때마다 어깨의 돌이 함께 움직이고, 가슴패가 그의 몸 위에 놓여 있으며, 이마의 금패에는 여호와야훼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자신의 직무를 벗어 놓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옷을 입는 순간, 그는 동시에 백성의 이름과 그들을 위한 책임을 몸에 지니게 됩니다.

그렇게 이 장은 한 사람을 영화롭게 꾸미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을 짊어져야 하는지를 보여 주며 끝납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