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르기 (그리스어) 풀어 읽기 · 2장

이 장의 자리 · 2장 · 왕후가 된 에스더

왕관과 감추어진 정체성

에스더는 마침내 페르시아의 왕후가 됩니다. 부모를 잃고 다른 사람의 보호 아래 자란 유대 소녀가 거대한 제국의 왕관을 쓰게 된 것입니다. 이 사실만 바라보면 에스테르기 2장은 가난하고 불우한 여인이 뜻밖의 행운을 얻어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본문을 자세히 읽으면 이 성공담에는 이상한 점들이 있습니다.

에스더는 자기가 원해서 왕궁에 들어갔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왕의 명령에 따라 이끌려 갔습니다. 왕궁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지만, 자기 민족과 고향을 밝히지 못했습니다. 왕후가 된 뒤에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에스더는 제국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 가운데 하나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얼마나 결정할 수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에스더를 단지 무력한 사람으로만 그리지도 않습니다. 그는 주어진 환경에서 행동하고, 지시를 따르며, 자신이 누구인지 감추면서도 이전에 살아오던 방식을 지킵니다. 마지막에는 왕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의 삶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보이지 않는 모습이 함께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장의 처음과 마지막에는 기억이라는 문제가 놓여 있습니다. 처음에 왕은 와스디가 한 말과 자신이 내린 판결을 기억하면서도 와스디에게 더 이상 마음을 두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왕은 모르드개의 충성을 잊지 않도록 왕실의 기록에 남깁니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무엇을 감추는가요?

읽는 시간 19분소단락 82장 본문 읽기 →

분노는 가라앉았지만, 판결은 남아 있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4 본문 →

왕이 기억하면서도 생각하지 않는 것

2장은 왕의 분노가 가라앉았다는 말로 시작합니다.

이 일들이 있은 뒤 왕의 분노가 가라앉았습니다. 왕은 와스디가 한 말과 자신이 그에게 내린 판결을 기억했지만, 와스디에게는 더 이상 마음을 두지 않았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 · 두루새김

첫 장에서는 왕의 감정이 곧바로 정치적 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왕후가 명령에 따르지 않자 왕은 화를 냈고, 높은 관리들의 제안에 따라 그를 왕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습니다.

원문에서는 기억한다는 말과 더는 기억하지 않았다는 말이 함께 나옵니다. 기억하는 내용과 계속 마음을 두는 대상을 구별하면 문장이 이해됩니다. 왕은 와스디가 관련된 사건과 자신이 내린 판결을 떠올리지만, 와스디 자신에게 더는 마음을 두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리스어에서는 말했다는 말의 주어가 생략되어 있어 와스디가 한 말을 기억한 것인지 왕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한 것인지가 해석상 갈립니다. 또한 본문은 왕이 후회하고 있었다고 분명히 말하지도 않습니다.

감정은 지나갔지만, 그 감정 속에서 만들어진 판결은 계속 효력을 지닙니다.

해결책은 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새 여인을 찾는 것입니다

왕을 시중드는 신하들은 왕을 위해 아름다운 소녀들을 찾자고 제안합니다.

제안의 출발점은 왕의 필요입니다. 와스디가 없는 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반면 소녀들이 왕궁에 들어오기를 원하는지, 그들의 가족과 생활은 어떻게 되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2:3에서 신하들은 왕에게 나라의 모든 지방에 마을 관리들을 세워 소녀들을 뽑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첫 장에서 왕의 명령을 제국 전역에 전달하던 관리 조직이 이제는 여러 지방의 젊은 여성들을 왕궁으로 모으는 데 사용됩니다.

「그 가운데 폐하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와스디 대신 왕후가 될 것입니다.」 왕은 이 제안을 마음에 들어 했고, 그대로 했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4 · 두루새김

소녀들의 출신이나 인격, 공동체의 평가는 제시되지 않습니다. 왕의 마음에 드느냐가 마지막 기준입니다. 와스디가 왕의 명령을 거절하여 왕후의 자리에서 밀려났다면, 새 왕후는 왕의 마음에 들기 때문에 그 자리를 얻게 됩니다.

왕후를 고르는 일조차 왕이 혼자 판단하는 데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왕은 마지막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을 이끌어 내는 것은 계속 다른 사람들의 말입니다.

부모를 잃은 소녀가 제국의 명령에 휩쓸리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5–8 본문 →

모르드개의 보호 아래 있던 에스테르

이야기는 왕궁의 명령을 설명하다가 수산 도시에 살고 있는 유대 사람 모르드개와 에스더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모르드개의 족보와 포로 출신이라는 설명은 그리스어 도입부에서 이미 나왔습니다. 여기서는 같은 설명이 에스더라는 새 인물을 소개하는 배경으로 사용됩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라는 여자아이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 아버지의 형제인 아미나답의 딸이었습니다. 에스더의 부모가 죽자 모르드개는 에스더를 자기 아내로 삼으려고 가르치며 길렀습니다. 에스더는 아름다운 소녀였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7 · 두루새김

따라서 그리스어 본문을 그대로 읽으면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관계가 현대 독자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사이의 힘의 차이를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에스더가 이 계획에 동의했는지, 실제 혼인 약속이 이루어졌는지, 모르드개가 그 관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왕의 명령이 내려지면서 그 계획이 무너집니다.

모르드개는 에스더를 자신의 가정 안에서 기르고 장래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제국의 명령은 그의 뜻과 상관없이 에스더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에스테르는 자원해서 들어갔는가?

왕의 명령이 알려지자 많은 소녀가 수산 도시로 모여 헤개의 관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에스더도 여자들을 관리하는 헤개에게로 이끌려 갔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8 · 두루새김

그리스어 에크테(ἄγω)는 누군가에게 데려가졌다는 수동 표현입니다. 여기서 에스더가 스스로 왕궁에 들어가겠다고 지원했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물론 이 동사 하나만으로 구체적인 체포나 물리적 강제가 있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에스더가 왕의 명령에 따라 옮겨 갔으며, 스스로 이끌어 낸 선택으로 묘사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에스더를 왕후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든 아름다움은, 먼저 그를 왕궁으로 데려가게 한 이유였습니다.

이야기는 에스더가 왕궁에 들어간 뒤 좋은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그 좋은 대우가 에스더에게 처음부터 자유로운 선택권이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 에스더기 2:7은 모르드개가 에스더를 딸로 삼았다고 말합니다. 히브리어 본문에서는 부모를 잃은 에스더를 자기 딸처럼 받아들인 보호자의 모습이 강조됩니다. 그리스어 본문에서는 모르드개가 보호자이면서 장래에 에스더를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 했다는 설명이 들어갑니다.

호의를 얻었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는 감추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9–11 본문 →

에스테르에게 거듭 찾아오는 호의

왕궁에 들어간 에스더는 곧 여자들을 관리하는 내시 헤개의 눈에 듭니다.

헤개는 에스더를 마음에 들어 하며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에스더에게 몸을 씻고 가꾸는 데 쓰는 재료와 정해진 몫의 음식을 주고, 왕궁에서 에스더를 위해 배정한 일곱 소녀가 에스더를 시중들게 했습니다. 그는 여자들이 지내는 궁에서 에스더와 그 여종들을 잘 대해 주었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9 · 두루새김

그는 처음부터 왕에게 직접 선택되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의 호의를 얻고, 그다음 주위 사람들의 호의를 얻으며, 마침내 왕에게 선택됩니다. 왕궁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에스더가 적응해 가는 과정이 원문에서 되풀이되는 호의를 통해 드러납니다.

이 호의는 단순한 인기가 아닙니다. 왕궁의 엄격한 질서 속에서 그가 살아가고 새로운 자리를 얻는 데 실제로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는 감추어져 있다

그런데 에스더가 좋은 대우를 받는 모습을 보여 준 직후, 본문은 뜻밖의 사실을 알려 줍니다.

에스더는 자기 민족도 고향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모르드개가 알리지 말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0 · 두루새김

왕궁에서 유대 사람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은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에스더의 침묵은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정확히 무엇을 걱정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왕궁 사람들은 에스더의 아름다움과 태도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어떤 민족의 사람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그들은 눈앞에 드러나는 모습에 호의를 보이지만, 그 사람의 배경 전체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뜰을 거니는 모르드개

2:11은 왕궁 안의 에스더에서 왕궁 밖의 모르드개로 시선을 옮깁니다.

모르드개는 날마다 여자들이 지내는 궁의 뜰을 거닐며 에스더에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살폈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1 · 두루새김

본문에는 특별한 감정 표현이 없지만, 이 행동의 반복 자체가 그의 꾸준한 관심을 보여 줍니다. 에스더를 집으로 데려올 수도 없고, 왕의 선택을 대신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가 하는 일은 에스더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에스더가 받는 좋은 대우와 모르드개가 느끼는 걱정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안전해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고 해서 그 사람의 미래가 안전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깊이

다니엘 1:9에서는 하나님께서 다니엘에게 내시들의 우두머리가 호의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하셨다고 분명히 기록합니다. 반면 에스테르기 2:9은 헤개가 에스더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고 말할 뿐, 그 원인을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두 본문 모두 다른 민족의 왕궁에서 살아가는 유대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전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열두 달의 준비와 단 하룻밤의 선택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2–14 본문 →

2:12–14는 소녀들이 왕에게 들어가는 절차를 설명합니다.

왕궁에 모인 소녀들은 열두 달 동안 몸을 가꿉니다. 여섯 달은 몰약 기름을 바르고, 나머지 여섯 달은 향료와 몸을 씻고 가꾸는 데 쓰는 재료를 바릅니다. 이 기간은 단순한 꾸밈의 시간을 넘어 왕궁이 정한 절차입니다.

그런데 그다음 과정은 놀랄 만큼 짧습니다.

소녀는 저녁에 들어갔다가 날이 밝을 무렵 여자들이 지내는 둘째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곳에는 여자들을 관리하는 왕의 내시 헤개가 있었습니다. 소녀는 자기 이름을 불러 다시 오라고 하지 않으면 왕에게 들어가지 않았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4 · 두루새김

열두 달 동안 준비한 뒤 왕과 보내는 시간은 하룻밤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왕을 위해 준비하지만, 왕은 그들을 다시 볼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왕의 마음에 들지 않은 소녀가 이후 어떻게 살아갔는지는 이 장에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여자들이 지내는 둘째 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은 알려 주지만, 그곳에서 평생 지냈다거나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왕궁에 모인 소녀들은 처음에 아름다운 외모라는 공통된 조건으로 뽑혔습니다. 왕 앞에 들어가는 절차도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 왕에게 들어갈 수 있는지는 개인의 이름이 불리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름을 불러 주는 일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왕궁의 여성들이 왕의 부름에 따라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그들의 앞날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왕궁은 아름다움과 풍요가 넘치는 곳이지만, 그곳에 들어간 모든 사람에게 같은 자유가 주어지는 곳은 아닙니다.

조금 더 깊이

2:13에서 소녀가 함께 갈 사람을 지목할 수 있다는 설명은 이 제도 속에도 제한적인 선택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다만 이 그리스어 문장은 생략된 주어와 대명사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때문에 해석이 쉽지 않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에서는 소녀가 원하는 물건을 받아 왕궁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어느 읽기를 따르든 소녀가 왕에게 들어간다는 기본 절차는 같고, 다시 부름받을지 결정하는 권한은 그에게 있지 않습니다.

에스테르는 거절하지 않았고, 왕은 그를 사랑했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5–18 본문 →

와스디의 거절과 에스테르의 순응

마침내 에스더가 왕에게 들어갈 차례가 됩니다.

마침내 에스더가 정해진 기간을 채우고 왕에게 들어갈 때가 되었습니다. 그는 모르드개 아버지의 형제인 아미나답의 딸이었습니다. 여자들을 관리하는 내시가 지시한 것을 하나도 거스르지 않았습니다. 에스더를 보는 사람은 모두 그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5 · 두루새김

와스디는 거절했습니다. 에스더는 「하나도 거스르지 않았습니다」.

와스디가 왜 거절했는지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에스더가 왜 헤개의 지시를 모두 따랐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와스디는 이미 왕후였습니다. 에스더는 왕궁에 들어와 자신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소녀였습니다.

와스디에게는 왕의 명령을 거절하는 행동이 있었고, 에스더에게는 여자들을 관리하는 내시의 지시를 따르는 행동이 있었습니다. 둘을 비교할 수는 있지만, 그 행동 하나만으로 두 사람의 인격과 신앙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에스더의 행동은 주어진 환경을 조심스럽게 헤쳐 나가는 태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결정권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내시의 지시를 따르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호의가 왕의 사랑으로 이어지다

왕은 에스더를 사랑하게 되었고, 다른 어떤 소녀보다도 에스더를 더 아꼈습니다. 왕은 에스더에게 왕후의 왕관을 씌웠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7 · 두루새김

에스더가 왕궁에 들어온 뒤 줄곧 얻어 온 호의가 마침내 왕후의 자리에 이르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제 에스더는 단순히 궁정에 들어온 소녀가 아닙니다. 제국의 공식적인 왕후입니다. 그러나 본문은 그가 왕후가 되는 순간에 그가 유대 사람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왕은 에스더가 누구인지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도 그에게 가장 높은 지위를 줍니다.

아달월에 쓰인 왕관

2:16에 따르면 에스더는 왕이 다스린 지 일곱째 해, 열두째 달인 아달월에 왕에게 들어갔습니다.

그리스어 에스테르기에서 아달월은 특별히 기억해 둘 만한 달입니다. 뒤에서 유대 민족이 살아남느냐 사라지느냐 하는 문제와 구원의 기억이 이 달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에스더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에게 아달월은 왕 앞에 들어가 왕후의 왕관을 받은 달입니다. 독자는 이야기를 더 읽으면서 이 달에 어떤 의미가 더해지는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왕의 기쁨이 제국 전체에 전달되다

왕은 에스더와의 혼인 잔치를 성대하게 엽니다.

잔치는 이레 동안 이어지고, 왕의 가까운 신하들과 군대가 참여합니다. 왕은 자기가 다스리는 백성에게 의무까지 면제해 줍니다.

왕후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때에도 왕의 결정은 제국 전체에 전해졌습니다. 새로운 왕후를 맞이할 때에도 왕의 기쁨이 잔치와 의무 면제의 형태로 퍼집니다.

왕의 개인적인 삶과 제국의 공적인 질서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두루새김이 「더 아꼈습니다」로 옮긴 자리에서 원문은 에스더가 다른 모든 소녀보다 더 큰 호의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그리스어 본문의 아달월은 히브리어 에스더기 2:16의 열째 달 데벳월과 다릅니다. 따라서 어느 달에 왕후가 되었는지는 두 판본을 구별해서 읽어야 합니다. 의무 면제는 이 문맥에서는 세금이나 나라를 위해 해야 하는 일과 같은 부담을 덜어 주는 조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문은 정확히 무엇을 얼마나 면제했는지 밝히지 않습니다.

왕후가 된 뒤에도 바꾸지 않은 생활 방식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9–20 본문 →

2:19–20은 얼핏 보면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르드개는 궁정에서 일하고 있었고, 에스더는 자기 고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앞부분에 없던 중요한 설명이 덧붙습니다.

에스더는 자기 고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모르드개가 그렇게 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모르드개는 함께 지낼 때처럼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라고도 일렀습니다. 에스더는 자기가 살아오던 방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20 · 두루새김

알리지 않은 것과 버리지 않은 것

에스더가 바꾸지 않았다고 묘사되는 것은 단순히 말이나 옷차림이 아니라 그가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히브리어 에스더기 2:20에서는 에스더가 모르드개의 지시를 따랐다는 사실이 강조되지만, 그리스어 본문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는 삶을 분명히 말합니다.

에스더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잊지 않았습니다.

본문이 에스더가 구체적으로 어떤 명령들을 어떻게 지켰는지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왕궁에서 제공받은 음식을 먹지 않았다거나 특정한 식사 규정을 엄격하게 지켰다는 사실은 이 장에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높은 지위가 곧 새로운 정체성은 아니다

부모를 잃은 소녀였던 그는 왕후가 되었습니다.

모르드개의 보호 아래 있던 그는 왕궁으로 들어갔습니다.

궁정의 한 사람이던 그는 제국의 왕이 사랑하는 여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방식과 하나님을 향한 태도까지 그 변화에 맡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 절이 자신이 어느 민족에 속한 사람인지 영원히 감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가르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장은 특정한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에스더의 침묵과 지시를 따르는 태도를 언제나 따라야 할 절대적인 모범으로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본문도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언제 침묵하는 것이 지혜로운지, 언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는지는 아직 이야기 속에서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에스더에게 주어진 상황은 침묵하면서도 자신이 살아오던 방식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곧 단순히 보호받는 사람의 위치를 넘어, 중요한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조금 더 깊이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은 바벨론 궁정의 교육을 받으며 왕을 섬기지만, 하나님께 대한 충성을 버리지 않습니다(다니엘 1장). 에스더 역시 페르시아 왕궁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지만, 자신이 배워 온 삶의 방식을 유지합니다. 다니엘서 1장에서 신앙은 특정한 음식에 관한 거절을 통해 드러납니다. 반면 에스테르기 2장에서 신앙은 자신이 어느 민족에 속한 사람인지 드러내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살아오던 방식을 유지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두 사람의 행동을 하나의 공식에 맞출 수는 없습니다.

감추어야 할 정보와 반드시 알려야 할 정보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21–23 본문 →

모르드개의 높아진 지위를 시기한 사람들

2장의 마지막에는 왕을 죽이려는 음모가 등장합니다.

왕의 경호대장인 두 내시는 모르드개가 높은 자리에 오른 것에 마음이 상합니다. 그들은 왕을 죽이려 합니다.

불만의 대상은 모르드개인데, 죽이려는 대상은 왕입니다.

본문은 그들이 왜 모르드개가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을 계기로 왕을 죽이려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리스어 본문은 분명히 모르드개의 높아진 지위와 두 내시의 불만을 연결합니다.

왕궁의 지위와 명예를 둘러싼 경쟁은 왕의 생명을 위협하는 음모로 이어집니다.

에스테르의 침묵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침묵이 아니었다

모르드개는 이 일을 전해 듣고 에스더에게 알렸습니다. 에스더는 왕을 해치려는 그 계획을 왕에게 알렸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22 · 두루새김

모르드개는 궁정에서 일하고 있지만, 왕을 죽이려는 음모를 이번에는 에스더를 통해 전달합니다. 에스더는 왕후이므로 왕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에스더는 모든 것을 감추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떤 정보는 감추고, 어떤 정보는 전달합니다.

에스더의 역할은 이제 왕에게 사랑받는 대상에서, 왕에게 필요한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넓어집니다.

기록된 충성,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왕은 두 내시를 불러 죄를 따져 묻고 그들을 매달아 처형합니다. 그리고 모르드개의 충성을 칭찬하는 글을 왕실의 책과 문서를 보관하는 곳에 기록으로 남기도록 명령합니다.

2장은 이 기록으로 끝납니다.

모르드개의 충성이 기록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 기록이 앞으로 언제 누구에게 읽히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기록은 왕실의 책과 문서를 보관하는 곳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조금 더 깊이

이 대목은 그리스어 도입부 1:112–117에 이미 등장한 사건과 매우 비슷합니다. 두 곳 모두 왕의 내시들이 왕을 해치려 하고, 모르드개가 그 음모를 알아내어 왕에게 알리며, 사건이 기록됩니다. 도입부에서는 모르드개가 직접 왕에게 알리지만, 2장에서는 에스더를 통해 왕에게 알립니다. 도입부에서는 하만이 두 내시의 사건 때문에 모르드개에게 적대감을 품었다고 말하지만, 여기서는 내시들이 모르드개가 높은 자리에 오른 것에 불만을 품습니다. 그리스어 본문에 이처럼 비슷한 사건이 두 차례 등장하는 것은 앞에 덧붙여진 도입부와 기존 에스더 이야기의 내용이 겹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서로 다른 두 차례의 암살 음모가 역사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본문의 두 설명을 모든 세부까지 완전히 같은 사건으로 맞출 수도 없습니다.

맺으며: 왕실 서고에 남은 한 사람의 이름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2:1–23 본문 →

왕은 처음에 와스디에 관한 일을 기억하면서도 와스디에게 더 이상 마음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모르드개의 충성을 기억하기 위해 공식 기록을 남깁니다. 이 장은 사람들의 눈에 드러난 왕관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정체성, 그리고 왕실에 보관된 충성의 기록을 남깁니다.

에스테르기 2장을 신앙의 관점에서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에스더의 성공 자체를 곧 하나님의 뜻이나 축복의 증거로 단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한 에스더가 왕후가 되었으므로 그가 겪었던 모든 과정이 선하고 정당했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그 과정에는 사람의 아름다움과 호의뿐 아니라 힘의 불균형, 불확실한 미래, 제한된 선택권이 함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의 마지막에는 왕후의 아름다움도, 왕의 사랑도, 혼인 잔치의 화려함도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왕실의 책과 문서를 보관하는 곳에 기록을 남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왕을 해치려던 사람들이 처벌받았고, 모르드개의 충성이 기록됩니다.

다만 중요한 것들이 이미 왕궁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에스더는 왕관을 쓰고 있고, 모르드개의 이름은 왕실의 책과 문서를 보관하는 곳에 남아 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