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풀어 읽기 · 27장

이 장의 자리 · 22–29장 · 성전 준비와 솔로몬

왕이 셀 수 있는 것과 셀 수 없는 것

역대상 27장은 놀라울 만큼 체계적인 왕국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군대는 열두 부대로 나뉘어 달마다 교대하고, 각 지파에는 지도자가 세워져 있습니다. 왕의 보물 창고와 포도밭, 올리브나무와 소 떼까지 담당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왕의 아들들을 돌보는 사람과 왕에게 조언하는 사람도 기록됩니다.

그런데 이런 명단 한가운데 뜻밖의 말이 등장합니다.

스무 살 이하를 세지 않은 이유는 하늘의 별 약속에 있습니다. 이어서 요압이 시작했던 인구 조사는 끝내 완성되지 않았으며, 그 일 때문에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진노가 임했다고 기록합니다.

앞에서는 군대의 숫자를 정확하게 세더니, 이제는 숫자를 세지 않은 이유를 하나님의 약속에서 찾습니다.

왜 어떤 수는 세어야 하고, 어떤 수를 세는 일은 문제가 됩니까? 이스라엘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스리는 책임과, 하나님께서 주신 백성을 자신의 힘으로 헤아리려는 태도는 어디에서 갈라집니까?

읽는 시간 18분소단락 627장 본문 읽기 →

달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군대

역대상 27:1–15 본문 →

전쟁을 치르지 않을 때에도 군대는 필요하다

1절은 군대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설명합니다.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가문 우두머리들과 천인대장들과 백인대장들과 그들의 관리들은, 일 년의 모든 달에 걸쳐 달마다 들어오고 나가는 부대의 모든 일을 맡아 왕을 섬겼다. 그 수효는 한 부대에 이만 사천 명이었다.역대상 27:1 · 본디새김

히브리어에서는 ‘들어오다’와 ‘나가다’에 해당하는 동사들이 함께 사용됩니다. 이 장면에서는 군대가 일정한 기간에 들어와 복무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나가는 교대 체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군대는 열두 부대로 나뉘어 있고, 각 부대는 일 년 가운데 한 달을 맡습니다. 이십팔만 팔천 명은 열두 부대의 기록상 인원을 모두 더한 수이지, 한 시점에 모두 근무하거나 실제 전투에 참여한 병력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능력과 나라를 지속적으로 지키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전쟁에서는 특정한 지휘관의 결단과 용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왕국을 유지하려면 사람이 바뀌고 계절이 지나도 운영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다윗의 왕국을 설명하는 관점이 전쟁의 승리에서 나라의 지속적인 운영으로 옮겨 간 것입니다.

용사들의 이름이 행정 명단에 등장하다

첫째 달의 지휘관은 삽디엘의 아들 야소브암입니다. 그는 베레스의 자손입니다(2–3절). 베레스는 유다의 아들로, 다윗의 계보도 베레스를 통해 이어집니다(대상 2:4–15). 따라서 첫째 달 지휘관의 계보는 다윗이 속한 유다 지파의 역사와 연결됩니다.

그러나 다른 달의 지휘관들을 살펴보면 이 명단은 다윗의 가까운 혈족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드고아 사람 이라, 에브라임 자손 헬레스, 베냐민 계열의 아비에셀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여러 지파와 지역 출신의 용사들이 하나의 왕국 군대에 편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지휘관들 가운데 상당수는 역대상 11장이나 사무엘하 23장에 나오는 다윗의 용사 명단과도 연결됩니다. 앞에서는 그들의 전투 능력과 공적이 강조되었다면, 여기서는 그들이 왕국의 정해진 직무를 맡은 사람들로 등장합니다.

뛰어난 용사라는 사실만으로 나라의 조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용사들이 서로 연결된 지휘 체계 안에서 책임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미 죽은 아사헬의 이름이 왜 등장할까

그런데 넷째 달의 지휘관 명단에는 이상한 이름이 있습니다.

넷째 달을 맡은 넷째 지휘관은 요압의 형제 아사헬이었고, 그의 뒤를 아들 스바댜가 이었다. 그 부대에는 이만 사천 명이 있었다.역대상 27:7 · 본디새김

아사헬은 다윗의 통치 초기에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사무엘하 2:18–23에 따르면 아사헬은 기브온에서 아브넬을 추격하다가 아브넬의 창에 맞아 죽었습니다. 당시 다윗은 아직 온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유다의 왕이었습니다(삼하 2:4–11).

본문은 아사헬의 이름만 기록하지 않고 곧바로 「그의 뒤를 아들 스바댜가 이었다」고 덧붙입니다. 이 때문에 넷째 부대가 아사헬의 이름으로 알려진 조직이었고, 그의 죽음 뒤에는 아들 스바댜가 그 책임을 이어받았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사헬이 실제로 열두 달 교대 체제가 마련되기 전에 그 부대를 지휘했는지, 혹은 그의 이름이 후대의 조직 기록 속에 대표적으로 남은 것인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명단이 어느 한날의 지휘관들을 단순히 촬영하듯 기록한 목록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죽은 사람과 그의 뒤를 이은 사람이 함께 등장합니다. 이러한 세부 사항은 왕국의 조직이 한순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활동과 계승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브나야후에 관한 기록도 비슷한 특징을 보입니다. 그는 셋째 달의 지휘관으로 등장하고, 삼십 인의 용사 가운데 하나이면서 그들을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소개됩니다. 그런데 6절은 그의 아들 암미사밧도 그 부대의 책임을 맡았다고 덧붙입니다.

브나야후의 지위와 암미사밧의 실제 부대 지휘가 어떤 방식으로 나뉘었는지는 본문만으로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두 세대가 하나의 부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드러납니다.

열두 지파의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

역대상 27:16–22 본문 →

군대 지휘관과 지파 지도자는 다르다

16절에서는 명단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스라엘 지파들을 맡은 이들은 다음과 같았다. 르우벤 계열의 지도자는 시그리의 아들 엘리에셀이었고, 시므온 계열은 마아가의 아들 스바댜후가 맡았다.역대상 27:16 · 본디새김

군대는 정해진 복무 기간에 따라 구성되지만, 이스라엘의 각 지파는 고유한 계보와 공동체적 정체성을 지닙니다. 다윗이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 되었다고 해서 각 지파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레위는 그무엘의 아들 하사뱌가, 아론 계열은 사독이 맡았다.역대상 27:17 · 본디새김

아론의 후손도 레위 지파에 속하지만, 이 명단에서는 아론 계열을 별도로 구분합니다. 이것은 제사장 직무를 맡은 아론 계열이 일반 레위 사람들과 구별된 책임을 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연결됩니다.

다윗의 왕국에서 지파 조직은 단지 지역 행정의 단위만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어떤 역사와 계보를 통해 형성되었는지도 반영합니다.

보이지 않는 두 지파

갓과 아셀의 이름이 없습니다.

르우벤과 시므온을 시작으로 레위와 아론 계열을 따로 기록하고, 유다와 잇사갈, 스불론, 납달리, 에브라임, 므낫세의 두 반 지파, 베냐민, 단까지 이어집니다. 므낫세의 두 반 지파는 서로 다른 지도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20절의 므낫세 반 지파와 21절의 길르앗에 있는 므낫세 반 지파가 구별됩니다.

길르앗의 므낫세 반 지파는 요단강 동쪽에 살고 있었습니다(수 13:29–31). 따라서 이 목록이 지파들의 지리적 분포도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 두 지파가 빠져 있습니까? 본문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왕국의 행정에서 제외되었다거나, 다윗에게 반항했기 때문에 빠졌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단순한 기록의 누락일 수도 있지만, 그것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본문은 「이스라엘 지파들의 지도자들」이라고 끝맺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열두 지파의 완전한 명단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목록을 근거로 당시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 행정과 관할 구조를 빈틈없이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다윗의 왕권은 하나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으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여러 지파로 이루어진 백성을 하나의 왕국 안에서 이끌어 가는 통치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바로 이 지파 지도자 명단 뒤에, 다윗이 백성의 수를 세었던 문제가 다시 등장합니다.

하늘의 별은 왕의 장부에 모두 담기지 않는다

역대상 27:23–24 본문 →

갑자기 등장하는 하나님의 약속

23절은 앞의 명단과 다른 어조로 시작합니다.

다윗은 스무 살 이하인 사람들의 수를 세지 않았다. 여호와야훼가 이스라엘을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게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역대상 27:23 · 본디새김

이 말은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을 떠올리게 합니다. 창세기 15:5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서 하늘의 별들을 셀 수 있는지 물으시며, 그의 자손이 그와 같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아브라함에게는 아직 약속을 이어 갈 아들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눈앞에 확인할 수 없는 미래를 약속하셨습니다.

하늘의 별은 단순히 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묘사하는 이미지가 아닙니다. 인간이 자신의 능력으로 보장할 수 없는 미래를 하나님께서 주시겠다는 약속의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제 다윗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여러 지파로 이루어진 나라가 되었고, 왕은 수많은 군대와 관리들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이 긴 역사를 거쳐 현실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모든 인구 조사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민수기 1장과 26장에서도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이스라엘의 인구를 조사했습니다. 또한 역대상 27장은 이미 군대의 인원과 조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숫자를 세는 행위 자체만이 아니라, 그 행위가 하나님의 약속과 어떤 관계에 놓이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다윗이 무엇을 마음에 품었는지, 어떤 정확한 동기 때문에 인구 조사가 죄가 되었는지를 모두 설명하지 않습니다. 다윗이 군사력을 자랑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이 구절이 직접 밝힌 사실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역대상 21장에서 요압은 인구 조사에 반대했고, 하나님은 이 일을 악하게 보셨으며, 다윗 자신도 죄를 범했다고 인정했습니다(대상 21:3, 7–8).

세기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조사

24절은 더욱 구체적입니다.

스루야의 아들 요압은 수를 세기 시작했으나 끝내지 않았다. 이 일로 이스라엘을 향한 진노가 일어났고, 그 수는 다윗 왕의 연대기에 기록되지 않았다.역대상 27:24 · 본디새김

숫자로 왕국을 정리하는 이야기에, 끝내 완성하지 못한 숫자의 이야기가 끼어든 것입니다.

다윗은 왕국을 운영하기 위해 사람을 세고 배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백성의 수를 헤아리는 일조차 하나님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독자는 기억하게 됩니다.

인구 조사가 미완성으로 끝났다는 사실은 단지 행정적 실패가 아닙니다. 역대기 기자는 그것을 하나님의 진노와 연결합니다.

왕의 통치 능력에는 하나님 앞에서 넘지 말아야 할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약속과 계산은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까

계산은 지금 맡겨진 사람과 자원을 어떻게 돌볼지 결정하는 데 필요합니다. 반면 하나님의 약속은 이스라엘이라는 백성이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속하고, 그 미래가 누구의 손에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이 두 가지의 차이를 잊는 순간, 통치자는 자신이 관리하는 사람들을 자신이 소유한 힘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다윗은 왕국을 조직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왕국은 다윗의 계산보다 먼저 하나님의 약속으로 시작된 백성입니다.

조금 더 깊이

역대상 21:5에서는 요압이 일부 집계 결과를 다윗에게 보고합니다. 그러나 21:6은 그가 레위와 베냐민을 그 조사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기록합니다. 따라서 인구 조사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27:24의 말은 앞의 기록과 어울립니다. 27:24는 그 수가 「다윗 왕의 연대기」에 기록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성경 어디에도 관련 숫자가 기록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로 역대상 21:5에는 요압이 보고한 숫자가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신명기 17:14–20에서 왕에게 주어진 가르침과도 연결됩니다. 그곳에서는 왕이 말과 재물을 지나치게 늘리는 일을 경계하고, 하나님의 율법을 읽고 지켜 행하며 형제들 위에 마음을 높이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역대상 27장은 신명기의 왕에 관한 가르침을 직접 인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왕의 권한이 하나님의 말씀 아래 놓여야 한다는 주제에서 서로 연결됩니다.

포도밭과 올리브나무도 왕국을 지탱한다

역대상 27:25–31 본문 →

전쟁하는 나라에서 생산하고 저장하는 나라로

25절에서 본문은 또 다른 방향으로 전환합니다.

왕의 보물 창고들은 아디엘의 아들 아스마웻이 맡았고, 들과 성읍들과 마을들과 망대들에 있는 창고들은 웃시야후의 아들 여호나단이 맡았다.역대상 27:25 · 본디새김

먼저 보물 창고와 여러 지역의 창고가 등장합니다. 다음으로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포도밭, 올리브나무, 포도주와 기름의 창고가 등장합니다. 마지막에는 소와 낙타, 암나귀와 양·염소 떼가 소개됩니다.

왕국의 재산이 생산되고 저장되고 관리되는 여러 과정을 보여 줍니다.

땅을 경작하고, 포도를 재배하고, 기름을 생산하고, 가축을 기르는 일이 왕실 경제의 일부입니다. 전쟁에서 얻은 승리가 왕국을 세우는 데 중요했다면, 그 왕국이 일상을 지속하는 데에는 농업과 목축, 저장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나라를 지탱하는 것은 전쟁터의 용사들뿐 아니라, 해마다 땅을 일구고 소출을 거두며 가축을 돌보는 사람들입니다.

포도밭과 포도주 창고는 서로 다르다

포도밭들은 라마 사람 시므이가 맡았고, 포도주 창고에 저장할 포도밭 소출은 십미 사람 삽디가 맡았다.역대상 27:27 · 본디새김

여기서 원문은 포도주 창고에 둘 대상을 구체적으로 모두 명시하지 않습니다. 본디새김은 포도밭에서 나온 소출을 창고에 보관한다는 의미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재배와 저장을 별개의 관리 영역으로 구분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저지대에 있는 올리브나무들과 돌무화과나무들은 그델 사람 바알하난이 맡았고, 기름 창고들은 요아스가 맡았다.역대상 27:28 · 본디새김

올리브나무와 돌무화과나무가 자라는 지역을 맡은 사람과 기름을 저장하는 창고를 맡은 사람이 구별됩니다. 이어 소 떼는 사론과 골짜기들에 나뉘어 관리됩니다. 사론은 지중해 연안의 넓은 평야와 관련된 지역입니다.

왕이 소유한 재산이 한 장소에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땅과 농장, 창고와 목초지에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 재산을 관리하려면 각 지역과 자원의 특성을 아는 사람들이 필요했습니다.

이스마엘 사람과 하갈 사람도 등장한다

낙타들은 이스마엘 사람 오빌이 맡았고, 암나귀들은 메로놋 사람 여흐드야후가 맡았다.역대상 27:30 · 본디새김
양과 염소 떼는 하갈 사람 야시스가 맡았다. 이들은 모두 다윗 왕의 재산을 맡은 관리들이었다.역대상 27:31 · 본디새김

다윗의 왕실 재산을 맡은 사람이 반드시 이스라엘의 지파에 속한 사람만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이스마엘 사람은 창세기에서 아브라함과 하갈 사이에 태어난 이스마엘의 후손과 관련되는 이름입니다(창 16:15; 25:12–18).

하갈 사람들도 구약에서 별도의 집단으로 등장합니다. 역대상 5:10, 19에서는 요단강 동쪽 지파들과 하갈 사람들의 전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왕의 가축을 돌보는 책임자로 등장합니다.

두 관리자의 구체적인 신분이나 왕실과의 관계도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왕국의 재산 관리에 이스라엘 지파 밖의 출신으로 소개되는 사람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장은 그 사람들의 이름을 지우지 않습니다.

이스마엘 사람 오빌과 하갈 사람 야시스도 다른 관리자들과 함께 기록됩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왕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며, 맡은 직무에 따라 이름이 남습니다.

왕의 재산과 하나님의 집의 재산

역대상 26장에서는 하나님의 집에 속한 보물 창고와 거룩하게 구별해 바친 물품들의 창고를 맡은 사람들을 소개했습니다(대상 26:20–28). 반면 27장에서는 왕의 보물 창고와 농장, 가축을 맡은 사람들을 설명합니다. 두 목록 모두 재산 관리에 관한 것이지만, 관리 대상은 구별됩니다.

다윗은 여호와야훼를 위해 성전을 준비하는 왕이지만, 그렇다고 왕의 모든 재산이 자동으로 성전의 재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성전을 위해 거룩하게 구별하여 바친 물품을 왕이 자신의 개인 재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두 종류의 재산에는 서로 다른 목적과 관리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이 장이 현대적인 의미의 국가 재정과 왕실 재정, 성전 재정을 모두 명확하게 분리한 제도를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성소를 위한 재산과 왕의 재산이 동일한 관리 대상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왕에게 조언하는 사람들과 왕의 벗

역대상 27:32–34 본문 →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 다음에는 왕의 마음에 가까운 사람들이 나온다

마지막 세 절에서는 왕의 측근들이 등장합니다.

다윗의 삼촌 여호나단은 조언자였으며, 분별력 있는 사람이자 서기관이었다. 하그모니의 아들 여히엘은 왕의 아들들과 함께 있었다.역대상 27:32 · 본디새김

왕에게는 판단을 도울 사람이 필요하고, 왕의 다음 세대에도 누군가의 돌봄과 지도가 필요합니다.

그가 왕자들의 교육을 책임진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본문은 그를 직접 ‘교사’나 ‘교육관’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왕의 아들들을 돌보거나 감독하는 역할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인정하되 정확한 직무는 열어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절에서 매우 익숙한 두 이름이 등장합니다.

아히도벨과 후새, 두 이름에 담긴 전혀 다른 이야기

아히도벨은 왕의 조언자였고, 아렉 사람 후새는 왕의 벗이었다.역대상 27:33 · 본디새김

아히도벨은 압살롬의 반역 때 다윗을 떠나 압살롬 편에 섰던 사람입니다(삼하 15:12, 31). 그의 조언은 매우 높이 평가되었습니다. 사무엘하 16:23은 당시 사람들이 아히도벨의 조언을 하나님의 말씀을 물어 얻은 것처럼 여겼다고 기록합니다.

그러나 뛰어난 조언 능력이 다윗에 대한 충성을 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압살롬의 반역 때 다윗은 후새에게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압살롬 곁에서 아히도벨의 조언을 무너뜨리도록 요청합니다(삼하 15:32–37). 이후 후새의 조언이 채택되면서 아히도벨의 계획은 실행되지 않습니다(삼하 17:5–14).

한 사람은 뛰어난 조언자였지만 다윗을 배반했고, 다른 한 사람은 다윗의 벗으로서 위험을 감수하며 그를 도왔습니다. 역대상 27장의 명단은 그들의 직함을 기록하지만, 사무엘하의 이야기는 그 직함 뒤에 있던 인간관계의 복잡함을 보여 줍니다.

사람의 지혜는 왕에게 유익할 수 있지만, 지혜가 곧 충성은 아닙니다.

마지막에 남는 요압의 이름

34절에서는 아히도벨의 뒤를 이은 조언자들이 소개됩니다.

아히도벨의 뒤를 이은 이들은 브나야후의 아들 여호야다와 아비아달이었다. 왕의 군대 지휘관은 요압이었다.역대상 27:34 · 본디새김

한 사람의 조언자가 떠나거나 죽어도 왕국은 계속 운영되어야 합니다. 왕의 통치가 특정한 한 사람에게만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이 여기에서도 나타납니다.

요압은 다윗 왕국의 군사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예루살렘을 점령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대상 11:6), 수많은 전쟁에서 다윗의 군대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영광스러운 승리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요압은 아브넬을 죽였고(삼하 3:27), 압살롬을 죽이지 말라는 다윗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압살롬을 죽였습니다(삼하 18:14–15). 아마사도 요압의 손에 죽었습니다(삼하 20:9–10). 그리고 이 장의 가운데에서는 다윗의 인구 조사를 시작했으나 끝내지 않은 사람으로 등장했습니다(27:24).

요압은 다윗의 군대를 위해 오랫동안 일한 유능한 지휘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능력과 공적이 모든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이로써 27장은 열두 부대의 조직으로 시작하여 그 전체 군대를 이끈 요압의 이름으로 끝납니다.

조금 더 깊이

여호나단의 정확한 친족 관계에는 해석상의 여지가 있습니다. 히브리어 도드(⁨דּוֹד⁩)는 일반적으로 삼촌을 뜻하지만, 문맥에 따라 친족 관계를 다르게 이해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디새김은 삼촌으로 옮겼으며, 이 절만으로 그의 가족 관계를 더 자세히 재구성할 수는 없습니다. 5절에서는 브나야후가 제사장 여호야다의 아들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34절에서는 여호야다가 브나야후의 아들로 등장합니다. 이 두 사람을 5절의 부자 관계와 정확히 동일한 인물로 본다면 관계가 뒤바뀐 셈입니다. 이름이 반복되는 다른 인물들을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고, 계보의 기록이나 전승에 차이가 생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본문은 그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34절의 관계를 앞 절에 맞추어 임의로 고칠 필요는 없습니다.

맺음 — 왕의 연대기에 남지 않은 숫자

역대상 27:1–34 본문 →

사람에게는 맡겨진 일을 바르게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제도를 만들더라도 그 제도가 사람의 충성을 보장하거나 하나님의 약속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왕은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들을 세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백성의 미래까지 자신의 숫자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무엇이든 세밀하게 기록하는 장의 한가운데, 기록되지 않은 숫자가 있습니다.

다윗은 열두 부대의 인원을 계산하고 왕국의 재산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하늘의 별처럼 많아지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신 백성을 자신의 장부 안에 모두 담지는 못했습니다.

왕의 장부에는 군대와 포도밭과 가축의 수가 기록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은 그 장부보다 먼저 있었고, 다윗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숫자 너머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