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풀어 읽기 · 15장

이 장의 자리 · 12–16장 · 둘로 나뉜 나라

꺼지지 않는 등불과 끊어지는 왕가

열왕기상 15장에는 네 왕이 등장합니다. 유다의 아비얌과 아사, 이스라엘의 나답과 바아사입니다. 네 사람 모두 왕좌에 올랐지만, 그들이 왕위를 얻은 방식과 그 왕위가 이어지는 모습은 서로 다릅니다.

열왕기상 15장은 왕이 얼마나 훌륭했는지만 평가하는 기록이 아닙니다. 왕들의 충실함과 실패를 넘어 여호와야훼의 약속이 어떻게 지속되고, 그 약속 안에서 왕들의 행동이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보여주는 장입니다.

읽는 시간 16분소단락 615장 본문 읽기 →

아비얌: 왕이 잘못했는데도 꺼지지 않는 등불

열왕기상 15:1–8 본문 →

아비얌의 마음과 다윗의 마음

아비얌에 관한 기록은 놀라울 정도로 짧습니다. 왕위에 오른 시기와 통치 기간, 어머니의 이름을 소개한 뒤 곧바로 그를 평가합니다.

그는 자기보다 앞서 아버지가 지은 모든 죄를 그대로 따랐다. 그의 마음은 조상 다윗의 마음과 달리 자기 하나님 여호와야훼에게 온전히 향해 있지 않았다.열왕기상 15:3 · 본디새김

저자는 아비얌의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가를 묻습니다. 솔로몬과 아비얌의 문제는 단순히 잘못된 행동을 몇 가지 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방향 자체가 흐트러졌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절에서 뜻밖의 전환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아비얌의 하나님 여호와야훼는 다윗을 위해 예루살렘에서 그에게 등불을 주었다. 그의 뒤를 이어 아들을 세우고 예루살렘을 굳게 세우려는 것이었다.열왕기상 15:4 · 본디새김

아비얌의 마음이 온전하지 않았으므로 그의 왕조도 끊어졌다고 말할 법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본문은 정반대로 나아갑니다.

그 이유는 아비얌 자신에게 있지 않습니다.

「다윗을 위해」라는 말에 있습니다.

등불은 무엇을 뜻하는가

등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은 다윗의 후손이 계속 왕위에 오른다는 뜻입니다. 왕 개인의 생명은 끝나지만 왕가의 계보는 이어집니다.

이것은 다윗에게 주신 약속과 연결됩니다. 사무엘하 7:12–16에서 여호와야훼는 다윗의 뒤를 이을 후손을 세우시고 그의 왕위를 견고하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후손이 잘못할 때 징계하시겠지만, 사울에게서 거두셨던 것처럼 은총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으시겠다고도 하셨습니다.

여호와야훼가 이렇게 한 것은 다윗이 여호와야훼의 눈에 옳은 일을 했고, 헷 사람 우리야의 일을 제외하면 평생 여호와야훼가 자기에게 명령한 모든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열왕기상 15:5 · 본디새김

다윗의 충실함을 높이 평가하는 바로 그 문장에, 다윗의 가장 심각한 죄가 함께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무엘하 11–12장에 따르면 다윗은 밧세바와의 일에서 자신의 왕권을 남용했고, 우리야가 죽음에 이르도록 일을 꾸몄습니다. 여호와야훼는 나단을 보내시어 그 죄를 드러내셨습니다.

열왕기상은 다윗을 이상화하기 위해 그 사건을 지우지 않습니다.

다윗을 아비얌과 구별하는 기준은 죄를 전혀 짓지 않은 완벽함이 아닙니다. 다윗의 삶 전체를 특징짓는 여호와야훼를 향한 충실함입니다. 그의 심각한 죄도 그 평가 안에서 숨겨지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의 약속은 인간의 죄를 없었던 일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실패 때문에 곧바로 폐기되지 않습니다.

짧은 통치가 남긴 것

아비얌은 세 해 동안 다스렸습니다. 그의 통치에 관해 저자가 남긴 구체적인 역사적 정보는 북왕국 여로보암과의 전쟁입니다.

6절은 르호보암과 여로보암 사이의 전쟁을 언급하고, 7절은 아비얌과 여로보암 사이의 전쟁을 다시 언급합니다. 6절의 「그의 생애 내내」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지시 대상이 명확하지 않지만, 이 두 절이 보여주는 역사적 흐름은 분명합니다. 왕이 바뀌어도 분열된 두 왕국의 적대 관계는 이어졌습니다.

역대하 13장은 아비야의 전쟁을 훨씬 상세하게 전하지만, 열왕기상은 전투의 성과보다 왕의 신앙적 상태와 왕조의 지속에 초점을 둡니다.

아비얌은 죽고 그의 아들 아사가 왕이 됩니다.

그렇게 보존된 왕조에서 여호와야훼께 충실한 왕이 나타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조금 더 깊이

다윗 왕가의 등불이라는 이미지는 열왕기상 11:36에도 나타납니다. 솔로몬 이후 왕국이 분열되더라도 다윗을 위한 등불을 예루살렘에 남겨 두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또한 열왕기하 8:19에서도 유다 왕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호와야훼께서 다윗에게 주신 약속 때문에 유다를 멸망시키려 하지 않으셨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후대의 신약 독자는 마태복음 1:7에서 아비야와 아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에 함께 기록된 것을 발견합니다. 이것은 열왕기상 15장의 직접적인 예언 성취 선언이라기보다, 다윗 가문의 계보가 훨씬 뒤까지 이어졌다는 정경적 연결입니다. 열왕기상 자체의 관심은 먼저 그 시대에 다윗의 왕위가 어떻게 보존되는가에 있습니다.

아사: 자신의 집안에서부터 시작한 개혁

열왕기상 15:9–15 본문 →

같은 왕가에서 다른 마음이 나타나다

아사의 통치 기간은 마흔한 해입니다. 세 해 동안 다스린 아비얌과 뚜렷하게 대조됩니다.

아사는 자기 조상 다윗처럼 여호와야훼의 눈에 옳은 일을 했다.열왕기상 15:11 · 본디새김

아비얌에게는 「다윗의 마음과 달리」라는 말이 붙었지만, 아사에게는 「다윗처럼」이라는 평가가 주어집니다. 그는 신전 남창들을 쫓아내고 조상들이 만든 우상들을 없앴습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왕실과 백성의 삶에 들어온 제의적 관행을 바로잡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사의 개혁은 궁전 바깥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어머니 마아가를 태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다

그는 자기 어머니 마아가도 태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마아가가 아세라를 위해 흉측한 형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사는 마아가가 만든 흉측한 형상을 베어 버리고 기드론 골짜기에서 불태웠다.열왕기상 15:13 · 본디새김

태후는 단순히 왕의 나이 든 어머니라는 가족적 위치만을 뜻하지 않았습니다. 왕실 안에서 공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였습니다. 본문이 굳이 「태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왕실 안에 있던 제의적 형상이 공개적으로 제거되는 장면은, 여호와야훼를 향한 충실함이 왕의 사적인 경건에만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왕의 집안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왕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됩니다.

산당은 남았지만 마음은 온전했다

그런데 다음 절은 아사를 이상적인 개혁자로 그리는 데 제동을 겁니다.

산당들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사의 마음은 평생 여호와야훼에게 온전히 향해 있었다.열왕기상 15:14 · 본디새김

산당은 높은 지대나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 세운 제의 공간을 가리킵니다. 모든 산당이 동일한 신에게 바쳐진 것은 아니었고, 그곳에서 이루어진 제의도 언제나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신명기 12장은 여호와야훼께서 택하실 장소를 중심으로 예배하도록 요구하며, 열왕기서는 산당의 존속을 여러 왕의 통치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기록합니다.

온전한 마음은 모든 행동에서 아무런 부족함도 없는 완벽함을 뜻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자신의 하나님으로 섬기고 누구에게 충실하려 하는가를 가리킵니다.

아사는 중요한 개혁을 실행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열왕기상은 그의 삶을 특징짓는 근본적인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성전에 들어온 은과 금

그는 자기 아버지가 바친 성물과 여호와야훼의 집에 속한 성물, 곧 은과 금과 기구들을 들여놓았다.열왕기상 15:15 · 본디새김

본문은 성물의 정확한 기원과 사용 목적을 모두 밝히지는 않지만, 이러한 배치는 아사의 통치가 여호와야훼의 집과 그 예배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런데 바로 몇 절 뒤, 같은 장소에서 은과 금이 다시 나옵니다.

이번에는 성전에 들여놓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외국 왕에게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조금 더 깊이

12절의 「신전 남창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케데쉼으로, 고대 제의와 관련된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전통적으로 남성 제의 매춘 종사자로 이해해 왔지만, 이들의 구체적인 활동이 무엇이었는지는 단어만으로 모두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마아가는 앞서 아비얌의 어머니로도 소개되었습니다(15:2). 두 기록 모두 마아가를 「아비살롬의 딸」이라고 부릅니다. 역대하 11:20은 마아가가 아비야를 낳았다고 기록합니다. 따라서 두 본문가 같은 인물을 가리킨다면 마아가는 아사에게 친할머니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열왕기상은 두 경우 모두 「어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당시 왕실에서 이 호칭이 보다 넓은 모계 관계나 왕실의 지위를 나타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관계를 이 장만으로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세라는 가나안 지역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성경에서 그 이름은 여신과 관련된 제의적 형상이나 물체에도 사용됩니다. 다만 마아가가 만든 형상의 정확한 모습은 본문이 밝히지 않습니다. 기드론 골짜기는 예루살렘 동쪽에 있는 골짜기입니다.

아사의 전쟁: 성전의 은과 금으로 얻은 안전

열왕기상 15:16–22 본문 →

라마에 세워진 요새

이스라엘 왕 바아사가 유다를 치러 올라와 라마를 건설했다. 유다 왕 아사에게서 나가거나 그에게 들어오는 사람이 없게 하려는 것이었다.열왕기상 15:17 · 본디새김

라마는 예루살렘 북쪽, 베냐민 지역의 주요 교통로와 연결되는 곳이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성읍 건설 사업이 아닙니다. 교통과 이동을 통제하여 상대 왕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입니다.

아사는 여호와야훼의 집 창고에 남아 있던 은과 금을 모두 가져오고 왕의 집 보물도 가져다가 자기 신하들의 손에 맡겼다. 벤하닷은 다브림몬의 아들이고, 다브림몬은 헤시온의 아들이었다. 아사 왕은 그들을 다마스쿠스에 거주하는 아람 왕 벤하닷에게 보내어 이런 말을 전하게 했다.열왕기상 15:18 · 본디새김

15절에서 아사는 성물을 여호와야훼의 집으로 들여놓았습니다. 18절에서는 여호와야훼의 집에서 은과 금을 꺼내 외국 왕에게 보냅니다. 본문은 15절에 들어온 물품과 18절에 나온 물품이 정확히 같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장면을 가까이 배치함으로써 독자가 성전의 재물이 사용되는 방향을 생각하게 합니다.

동맹을 얻기 위해 다른 동맹을 깨뜨리다

「나와 당신 사이에는 동맹이 있고, 내 아버지와 당신의 아버지 사이에도 동맹이 있었소. 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은과 금을 예물로 보냈소. 가서 당신이 이스라엘 왕 바아사와 맺은 동맹을 깨뜨리시오. 그러면 그가 내게서 물러날 것이오.」열왕기상 15:19 · 본디새김

이 장면에서 예물은 단순한 우호의 표시가 아니라, 벤하닷이 기존 동맹을 깨고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정치적 대가입니다. 이스라엘 왕이 남쪽 유다를 압박하고 있으니, 북쪽의 아람을 움직여 이스라엘을 공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바아사는 라마 건설에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계획은 성공합니다.

벤하닷은 아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스라엘 북부의 성읍들을 공격합니다. 본문이 열거하는 이욘, 단, 아벨벳마아가, 긴네롯, 납달리는 북왕국의 북쪽 지역과 관련된 지명들입니다.

아사는 자기 나라를 압박하던 군대를 물러나게 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외국 군대가 같은 이스라엘 백성이 사는 지역을 공격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하나였던 백성이 이제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외국 세력의 공격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사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열왕기상 15장 자체는 아사의 외교 전략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기록하면서, 그 선택에 대해 직접적인 예언자의 책망을 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이 장만 읽고 아사가 정치적 동맹을 맺었다는 이유로 여호와야훼께 버림받았다고 말하는 것은 본문을 넘어섭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전하는 역대하 16:7–9에는 중요한 평가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선견자 하나니는 아사가 여호와야훼를 의지하지 않고 아람 왕을 의지했다고 책망합니다. 또한 여호와야훼께 온전히 향한 마음을 가진 이들을 위해 여호와야훼께서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신다고 말합니다.

열왕기상은 아사의 마음이 평생 여호와야훼께 온전히 향해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역대하는 그가 특정한 위기에서 여호와야훼를 의지하지 못했다고 책망합니다. 두 평가는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특징짓는 신앙의 방향과, 그 사람이 특정한 상황에서 내린 잘못된 판단은 구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사의 충실함은 그의 정치적 판단이 언제나 옳았다는 보증이 아니었습니다.

라마의 돌들이 다른 성벽으로 옮겨지다

벤하닷의 공격 소식을 들은 바아사는 라마 건설을 중단하고 디르사에 머뭅니다.

아사 왕은 온 유다에 소집을 알렸으며, 면제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바아사가 라마 건설에 쓴 돌과 목재를 가져왔다. 아사 왕은 그것들로 베냐민의 게바와 미스바를 건설했다.열왕기상 15:22 · 본디새김

한 왕의 공격 수단이 다른 왕의 방어 수단이 된 것입니다.

왕의 전략은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와 그 선택의 신앙적·공동체적 의미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조금 더 깊이

19절의 「예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쇼하드입니다. 이 말은 선물이나 대가를 뜻할 수 있지만, 특히 상대의 판단이나 행동을 유리하게 바꾸도록 제공하는 뇌물을 가리킬 때 사용됩니다(신명기 16:19).

아사의 마지막: 좋은 왕도 죽음을 피하지 못하다

열왕기상 15:23–24 본문 →

아사의 통치를 마무리하면서 저자는 그의 무용과 업적, 건설한 성읍들을 언급합니다.

아사의 나머지 모든 행적과 그가 떨친 모든 무용과 그가 한 모든 일과 그가 건설한 성읍들은 유다 왕들의 역대 기록에 적혀 있지 않은가? 다만 그는 늙어서 발에 병이 들었다.열왕기상 15:23 · 본디새김

열왕기상 15장은 그의 발병이 특정한 죄에 대한 직접적인 벌이라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의 통치는 끝났고, 아들 여호사밧이 왕이 됩니다.

다윗의 집은 또 한 세대를 이어갑니다.

조금 더 깊이

역대하 16:12에는 아사가 병들었을 때 여호와야훼를 찾지 않고 의원들을 찾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 문맥의 비판은 의료 행위 자체가 아니라 여호와야훼를 찾지 않는 태도에 초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열왕기상은 그 설명을 넣지 않고 발병 사실만을 짧게 기록합니다.

나답과 바아사: 왕은 바뀌었지만 죄의 길은 남았다

열왕기상 15:25–34 본문 →

여로보암의 아들에게 남겨진 유산

유다의 아사 이야기가 끝나자 저자는 시선을 북왕국 이스라엘로 돌립니다.

여로보암의 아들 나답이 왕이 되었지만, 그의 통치는 두 해에 그쳤습니다.

그는 여호와야훼의 눈에 악한 일을 했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길을 따라, 아버지가 이스라엘도 짓게 한 죄를 지었다.열왕기상 15:26 · 본디새김

여로보암은 자신이 죄를 지었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도 죄를 짓게 한 왕으로 평가됩니다. 열왕기상 12:26–33에서 여로보암은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것을 두려워하여 벧엘과 단에 금송아지들을 세우고 새로운 제의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나답은 아버지의 왕위만 물려받은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종교적 질서와 그 안에 자리 잡은 죄의 길도 물려받았습니다. 본문은 나답 자신도 그 길을 따라 죄를 지었다고 평가합니다.

깁브돈에서 일어난 반역

나답은 블레셋 사람들에게 속한 깁브돈을 포위하고 있었습니다.

잇사갈 집안에 속한 아히야의 아들 바아사가 나답을 거슬러 음모를 꾸몄다. 바아사는 블레셋 사람들에게 속한 깁브돈에서 그를 쳤다. 그때 나답과 온 이스라엘은 깁브돈을 포위하고 있었다.열왕기상 15:27 · 본디새김

외부의 적을 상대하던 군대 안에서 내부의 권력 투쟁이 일어났습니다. 전쟁의 승패보다 왕의 생존과 왕위 계승이 먼저 뒤집힌 것입니다.

바아사는 나답을 죽이고 왕이 됩니다.

하지만 반역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예언의 성취와 한 왕가의 몰락

바아사는 왕이 되자 여로보암의 온 집안을 쳤다. 그는 여로보암에게 속한 숨 쉬는 자를 하나도 남겨 두지 않고 그 집안을 전멸시켰다. 여호와야훼가 자기 종 실로 사람 아히야를 통해 한 말대로였다.열왕기상 15:29 · 본디새김

여로보암의 아들이 병들었을 때, 예언자 아히야는 여로보암의 집에 재앙이 닥치고 그의 후손들이 끊어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14:10–14). 한때 여호와야훼는 여로보암에게 북쪽 지파들을 다스릴 왕권을 주셨습니다(11:29–38). 그러나 여로보암은 자신이 받은 왕권을 지키려다가 여호와야훼를 향한 충실함을 버렸습니다.

그의 가문은 이제 완전히 무너집니다.

다윗의 집에서는 죄를 지은 왕이 죽어도 후손이 왕위를 이어받습니다. 여로보암의 집에서는 왕이 죽을 뿐 아니라 가문의 계승 자체가 끊어집니다.

다만 이 대조를 다윗 왕가는 언제나 무조건 안전하고 북왕국은 처음부터 멸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여로보암 역시 처음에는 여호와야훼께서 주신 약속을 받았습니다. 열왕기상 11:38에는 그가 여호와야훼의 명령을 듣고 그 길을 따른다면 견고한 집을 세워 주시겠다는 약속이 있습니다.

문제는 여로보암이 그 길을 떠났다는 데 있습니다.

예언이 성취되었다고 바아사의 폭력이 정당해지는가

15장 29절은 바아사의 행동이 아히야를 통해 하신 여호와야훼의 말씀대로 이루어졌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바아사가 여호와야훼의 명령을 받아 여로보암의 가족을 죽였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본문은 바아사에게 그런 명령이 주어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열왕기상 16:7에서 바아사는 여로보암의 집과 같은 악을 행한 일뿐 아니라 그 집을 쳐서 멸망시킨 일과 관련해서도 책망받습니다.

예언의 성취는 바아사의 폭력을 무조건 승인하는 선언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이루어지지만, 그 과정에서 행동한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잃지 않습니다.

바아사는 무엇을 바꾸었는가

마지막 두 절은 바아사의 통치를 소개합니다.

그는 디르사에서 스물네 해 동안 다스렸습니다. 나답의 두 해보다 훨씬 긴 통치입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그는 왕권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성공한 셈입니다.

그러나 열왕기상의 평가는 짧고 단호합니다.

그는 여호와야훼의 눈에 악한 일을 했다. 그는 여로보암의 길을 따라, 여로보암이 이스라엘도 짓게 한 죄를 지었다.열왕기상 15:34 · 본디새김

이것은 나답을 평가한 26절과 거의 같은 내용입니다.

바아사는 여로보암의 자리를 빼앗았지만 여로보암의 길에서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왕조는 바뀌었지만 백성을 죄에 빠뜨리는 질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깊이

깁브돈은 여호수아 19:44에서 단 지파의 성읍으로 언급되며, 여호수아 21:23에서는 레위 사람들에게 배정된 성읍 가운데 하나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열왕기상 15장의 시점에는 블레셋 사람들이 그곳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맺음말 — 남아 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

열왕기상 15:1–34 본문 →

여호와야훼의 약속은 왕의 공로에 종속되지 않으며, 여호와야훼의 평가는 왕의 성공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다윗 왕가의 지속은 아비얌이 잘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아사의 성공적인 반역도 그가 의로운 왕이라는 증거가 아닙니다. 아사의 오랜 통치 역시 그가 내린 모든 결정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않습니다.

여로보암의 집은 사라졌고, 바아사의 집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는 아비얌의 뒤를 이어 아사가, 다시 아사의 뒤를 이어 여호사밧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다윗에게 주신 약속의 등불은 그렇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