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르기 (그리스어) 풀어 읽기 · 5장

이 장의 자리 · 4–5장 · 슬픔과 기도

왕의 마음과 하만의 마음

에스테르기 5장은 두 사람의 마음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야기입니다.

왕의 분노는 에스테르를 살리는 온화함으로 바뀌고, 하만의 기쁨은 모르드개를 죽이려는 분노로 바뀝니다.

그 사이에서 에스테르는 놀라울 만큼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그는 왕에게 나아갈 때 두려움 때문에 두 번이나 쓰러집니다. 그러나 왕이 무엇을 원하느냐고 묻자 자신의 민족을 살려 달라고 곧바로 요청하지 않습니다. 대신 잔치를 마련합니다. 그 잔치에서 다시 왕이 소원을 묻지만, 이번에도 직접적인 요청을 미루고 다음 날의 잔치에 초대합니다.

독자는 의아해집니다. 에스테르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요? 왕은 이미 그에게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가장 중요한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읽는 시간 19분소단락 75장 본문 읽기 →

기도의 옷을 벗고 다시 왕후의 옷을 입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1–105 본문 →

에스테르는 기도가 끝난 자리에서 행동을 시작한다

본문은 ‘셋째 날’이라는 시간으로 시작합니다.

앞 장에서 에스테르는 수산의 유대인들에게 자신을 위해 사흘 동안 금식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신과 여종들도 함께 금식한 뒤 왕에게 나아가겠다고 했습니다(4:16).

셋째 날, 에스더는 기도를 마치고 기도할 때 입던 옷을 벗은 뒤 자기의 영광스러운 옷을 걸쳤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1 · 본디새김

앞 장에서 에스테르는 왕후의 영광스러운 옷을 벗고 고난과 슬픔의 옷을 입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 민족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낮추며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왕후의 옷을 입습니다.

슬픔의 옷은 에스테르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처지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보여 주었습니다. 왕후의 옷은 그가 인간 왕 앞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드러냅니다. 에스테르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었다는 이유로 왕후의 지위를 버리지 않습니다. 이제 그 지위를 자기 백성을 위해 사용하려 합니다.

에스테르에게 기도는 현실에서 물러나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현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빛나는 얼굴과 두려움으로 죄어드는 마음

에스테르는 영광스러운 옷을 입고 두 여종을 데리고 갑니다.

한 여종에게 몸을 기대고, 다른 여종은 옷자락을 들고 뒤따릅니다. 그리고 본문은 에스테르의 겉모습과 마음을 대조합니다.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 그의 얼굴에는 붉은빛이 돌았다. 그의 얼굴은 밝고 사랑스러워 보였지만, 마음은 두려움으로 죄어들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5 · 본디새김

이전에는 사람들이 에스테르를 보고 호의를 베풀었다는 사실이 강조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아름다움 뒤에 감추어진 두려움을 독자가 직접 들여다보게 됩니다. 에스테르의 아름다움은 그를 왕후로 만든 중요한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왕의 분노에서 그를 반드시 보호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는 빛나는 모습으로 차려입고, 모든 것을 살피는 하나님 곧 구원자를 부른 뒤 두 여종을 데리고 갔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2 · 본디새김

왕은 에스테르의 겉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왕후의 옷 아래 감추어진 두려움과,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왕에게 나아가는 이유까지 아십니다.

그리스어 본문은 하나님을 ‘모든 것을 살피는 분’이자 ‘구원자’라고 부르며 에스테르의 행동을 시작합니다. 에스테르가 왕에게 나아가는 일이 실제로 누구의 도움 아래 이루어지는지를 독자에게 미리 알려 줍니다.

왕의 분노 앞에서 쓰러진 왕후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6–108 본문 →

왕의 영광은 위로가 아니라 공포를 일으킨다

에스테르는 왕궁의 모든 문을 지나 마침내 왕 앞에 섭니다.

그는 모든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 왕 앞에 섰다. 왕은 자기 나라의 왕좌에 앉아 위엄을 드러내는 예복을 모두 갖추어 입고 있었다. 온몸을 금과 값비싼 보석으로 꾸민 그는 몹시 두려운 모습이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6 · 본디새김

앞 장에서 에스테르는 왕의 금 홀이 내밀어지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바로 그 권한을 가진 사람 앞에 서 있습니다. 화려한 왕좌와 보석은 왕의 권력을 드러내지만, 에스테르에게는 자신의 생사가 그 권력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합니다.

왕은 위엄으로 불타오르는 얼굴을 들어, 격분이 극에 달한 채 바라보았다. 왕후는 쓰러졌고, 맥이 풀리면서 낯빛이 변했다. 그는 앞서 가던 여종의 머리 위로 몸을 기울였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7 · 본디새김

본문은 그가 기도를 마쳤으므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묘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얼마나 연약해졌는지를 숨김없이 보여 줍니다. 에스테르는 죽음을 무릅쓰기로 결심했지만, 실제로 죽음의 위험을 마주하자 몸이 버티지 못했습니다.

결단이 곧 두려움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하나님이 바꾸신 것은 왕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야기의 방향이 바뀝니다.

하나님은 왕의 마음을 온화하게 바꾸었다. 왕은 몹시 걱정하며 자기 왕좌에서 벌떡 일어나, 에스더를 들어 올려 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품에 안고 있었다. 그리고 안심시키는 말로 그를 위로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8 · 본디새김

앞 장에서 에스테르는 하나님께 왕의 마음을 돌려 달라고 기도했습니다(4:124). 기도의 요청과 이야기 속 사건이 직접 연결됩니다.

하나님은 먼저 에스테르의 두려움을 없애지 않으셨습니다.

왕의 마음을 바꾸셨습니다.

에스테르는 쓰러졌지만, 그를 죽일 수도 있었던 왕이 이제 그를 살리려고 움직입니다.

왕좌에서 내려오는 왕

처음에는 에스테르가 왕 앞에 서야 했습니다. 이제는 왕이 에스테르에게 다가갑니다. 처음에는 왕의 얼굴이 공포를 일으켰습니다. 이제는 왕의 말과 행동이 그를 안심시키려 합니다.

하나님이 바꾸신 것은 왕의 지위가 아니라, 그 지위에서 에스테르를 대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아직 민족 전체의 구원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죽음의 위기에 놓였던 에스테르에게 살아서 말할 길이 열립니다. 하나님의 개입은 에스테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없애 주지 않습니다. 그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줍니다.

왕이 에스테르에게 호의를 보인다고 해서 그가 이전에 승인한 악한 칙령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장의 왕은 한편으로 에스테르를 품에 안고 위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하만이 유대인들을 제거하도록 권한을 주었던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그의 마음을 온화하게 바꾸셨다는 사실은 그의 모든 행위가 선하게 바뀌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 에스더기 5:1–2에서는 왕이 에스테르에게 호의를 보이고 금 홀을 내미는 일이 훨씬 간결하게 서술됩니다. 반면 그리스어 본문은 왕의 분노와 에스테르의 실신을 추가하여 죽음의 위험을 눈앞의 사건으로 만듭니다. 잠언 21:1은 왕의 마음이 여호와야훼의 손 안에 있으며,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뜻하시는 방향으로 이끄실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연결을 통해 하나님이 왕의 모든 생각과 악한 결정의 원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에스테르기 5장이 직접 밝히는 것은 하나님이 왕의 격분을 온화함으로 바꾸셨다는 사실입니다. 본문은 그 일을 에스테르를 살리는 변화로 제시합니다.

금 홀이 왕후의 목에 놓이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9–116 본문 →

‘나는 네 형제다’라는 뜻밖의 말

에스테르를 품에 안은 왕은 그를 안심시키려고 말합니다.

왕이 그에게 말했다. 「에스더, 무슨 일이냐? 나는 네 형제다. 안심해라.」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09 · 본디새김

왕은 에스테르의 남편이지 형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형제’라는 표현은 왕이 에스테르를 친밀하고 보호해야 할 사람으로 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방금 전까지 에스테르에게 왕은 자기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두려운 권력자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왕 자신이 친밀함을 나타내는 관계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너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명령은 공통의 것이기 때문이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10 · 본디새김

그는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죽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왕이 직접 살려 주겠다고 말합니다.

금 홀은 위협의 상징에서 생명을 보장하는 표지로 바뀐다

왕은 금 홀을 들어 에스더의 목에 얹고, 그에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내게 말해 보아라.」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12 · 본디새김

금 홀은 왕의 통치권을 나타내는 물건입니다. 에스테르는 왕이 그 홀을 내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금 홀이 상징하는 왕의 권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에스테르를 처벌하는 대신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사용됩니다.

에스테르는 왜 왕을 하나님의 천사 같다고 말하는가?

왕이 말해 보라고 하자 에스테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에스더가 왕에게 말했다. 「폐하, 제가 뵈니 폐하께서는 하나님의 천사 같으셨습니다. 폐하의 위엄이 두려워 제 마음이 뒤흔들렸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13 · 본디새김

‘왕이 하나님의 천사 같았다’는 말은 에스테르가 왕에게 한 말이지, 하나님께서 왕을 자신의 천사로 세우셨다는 서술자의 선언이 아닙니다.

왕의 허락을 받았어도 다시 쓰러진다

그런데 에스더는 말을 하다가 맥이 풀려 쓰러졌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15 · 본디새김

에스테르는 이미 왕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왕은 죽이지 않겠다고 했고, 금 홀을 그에게 얹었으며,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앞서 왕 앞에 들어오기까지 감당한 긴장과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왕도 다시 당황합니다. 왕을 시중드는 사람들이 모두 에스테르를 위로합니다.

이제 왕궁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 에스테르는 왕의 분노 때문에 쓰러졌습니다. 두 번째로 쓰러졌을 때에는 왕과 시중드는 사람들이 그를 위로합니다.

에스테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말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깊이

5:110의 그리스어 코이논 토 프로스타그마 헤몬 에스틴에서 코이논은 ‘공통의’, ‘일반적인’이라는 뜻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는 왕의 명령이 일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왕후인 에스테르에게는 그대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다른 하나는 왕과 왕후가 명령의 권한을 함께 가진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뜻입니다. 두 읽기 가운데 어느 것이 정확한지는 문장만으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히브리어 에스더기 5:2에서는 에스테르가 왕이 내민 홀 끝에 손을 댑니다. 반면 그리스어 본문에서는 왕이 홀을 그의 목에 얹습니다. 두 본문 모두 왕의 호의를 나타내지만, 그리스어 서술은 왕이 직접 움직이고 에스테르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더 강하게 부각합니다. 앞 장에서 에스테르는 하나님께 ‘살로 된 왕’이 영원히 경탄받는 일을 막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4:121). 이것을 에스테르가 왕을 실제로 신적인 존재로 믿었다는 증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인간 왕을 구별하여 기도했던 사람입니다. 여기서는 왕의 위엄을 높이는 궁정의 존칭과 찬사가 사용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왕에게 호의를 얻으려는 신중한 발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에스테르가 의도적으로 왕을 속이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은 그가 왕의 위엄 때문에 실제로 두려워했다는 사실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말에는 왕궁에 어울리는 찬사와 에스테르의 실제 두려움이 함께 담겨 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나라의 절반'을 약속받고도 잔치를 요청하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3–8 본문 →

왕의 질문과 뜻밖의 대답

에스테르가 정신을 차린 뒤 왕은 묻습니다.

왕이 말했다. 「에스더, 무엇을 원하느냐? 네 청이 무엇이냐? 내 나라의 절반까지라도 네 것이 될 것이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3 · 본디새김

‘나라의 절반까지라도’라는 말은 고대 왕궁의 대화에서 큰 호의를 나타내는 과장된 약속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그가 무엇을 요청해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유대 민족을 없애라는 칙령을 막아 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에스테르의 대답은 예상과 다릅니다.

에스더가 말했다. 「오늘은 제게 특별한 날입니다. 그러니 왕께서 좋게 여기시면, 폐하께서 하만과 함께 제가 오늘 마련할 잔치에 와 주십시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4 · 본디새김

하만은 유대 민족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 사람입니다. 에스테르가 목숨을 걸고 왕에게 나아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인물입니다. 이것이 왜 필요한 행동인지는 아직 설명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에스테르는 다른 사람들의 명령과 선택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왕의 명령에 따라 왕궁으로 들어왔고, 왕의 선택으로 왕후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에스테르가 다른 사람을 자기 자리로 초대합니다.

왕이 말했다. 「우리가 에스더의 말대로 하도록 하만을 서둘러 오게 해라.」 두 사람은 에스더가 말한 잔치에 갔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5 · 본디새김

그러나 이 순간부터 에스테르는 단지 왕의 호의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왕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됩니다. 그가 왕에게 나아간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목적을 향한 첫 번째 행동은 성공했습니다.

왜 에스테르는 첫 번째 잔치에서도 청원을 밝히지 않는가?

술을 마시는 도중 왕은 에스테르에게 다시 무엇을 청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에스테르는 다시 한번 직접적인 요청을 미룹니다.

「제가 왕의 호의를 얻었다면, 폐하께서 하만과 함께 내일도 제가 두 분을 위해 마련할 잔치에 와 주십시오. 내일도 제가 똑같이 하겠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8 · 본디새김

왕의 호의를 충분히 확보하려고 했을 수 있습니다. 위험한 내용을 꺼내기 전에 왕과 하만을 같은 자리에 다시 모으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에스테르 자신이 아직 직접적인 청원을 꺼낼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어느 이유가 결정적이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에스테르가 처음부터 이후의 모든 반전을 계산한 뛰어난 정치 전략가였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두려워서 결단을 미루는 사람이라고 판정할 근거도 부족합니다. 이 일련의 행동을 통해 왕과 에스테르 사이의 대화가 한 번의 짧은 청원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에스테르는 왕이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사실을 대화의 근거로 삼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호의를 다음 요청으로 이어 가는 것입니다. 왕이 에스테르와 함께 잔치하는 것을 기뻐한다는 사실과, 왕이 하만의 학살 명령을 뒤집을 것이라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에스테르는 살아남았지만, 자기 백성이 살아남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잔치의 시간이 만들어 낸 새로운 긴장

두 사람은 같은 잔치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에스테르는 왕의 호의를 얻은 상태에서 다음 만남을 준비합니다. 하만은 자신의 위세와 특별한 대우를 확인하는 기회로 여깁니다. 독자는 에스테르가 아직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왕에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만 역시 왕후가 자신이 제거하려는 바로 그 민족에 속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에스테르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않은 채 하만을 초대했고, 하만은 자신이 어떤 자리로 초대되었는지 모른 채 기뻐합니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는 하만이 그 잔치에서 나오는 순간으로 옮겨 갑니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한 사람이 눈에 거슬리는 하만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9–13 본문 →

왕후의 잔치가 준 기쁨은 얼마나 오래갔는가?

하만은 에스테르의 잔치에서 나옵니다.

하만은 더없이 기뻐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왕 곁을 떠났다. 그러나 뜰에서 유대 사람 모르드개를 보자 몹시 화가 났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9 · 본디새김

3장에서는 모르드개가 하만에게 절하지 않았다는 행동이 분명하게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나 5:9에서는 모르드개가 하만을 보고 새롭게 어떤 행동을 했다는 설명이 없습니다. 적어도 이 장면에서는 모르드개의 존재 자체가 하만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하만은 자신에게 절하지 않는 한 사람을 견디지 못하다가, 이제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만이 자기 영예를 설명하는 방식

하만은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아내 조사라를 부릅니다.

그는 자기의 재산과 왕이 자기에게 입혀 준 영예를 그들에게 알려 주었다. 또 왕이 자기를 으뜸으로 삼아 나라를 이끌게 한 일도 알려 주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1 · 본디새김

하만의 말에는 반복되는 중심이 있습니다. 자신의 재산, 자신의 영예, 자신의 지위입니다. 그리고 왕후의 잔치까지 자랑합니다.

하만이 말했다. 「왕후는 왕과 함께 잔치에 올 사람으로 나 말고는 아무도 부르지 않았네. 내일도 나는 부름을 받았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2 · 본디새김

그에게는 그 초대가 자신이 얼마나 높은 사람인지를 확인해 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는 마지막 한 문장에 이릅니다.

「그런데 뜰에서 유대 사람 모르드개를 볼 때마다, 이런 것들도 나를 기쁘게 하지 못하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3 · 본디새김

그는 자신의 재산이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더 높은 관직을 얻어야 한다고도 하지 않습니다. 왕이나 왕후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도 않습니다.

처음에는 왕이 자신을 높여 주면 충분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왕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절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그 한 사람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다른 모든 영예를 압도합니다. 그 결과 하만이 누리는 높은 지위는 오히려 자신의 분노를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명령할 수 있고, 왕에게 접근할 수 있으며, 국가의 문서를 작성할 권한까지 위임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권한으로도 모르드개가 자신을 존경하도록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하만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자기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영예가 누구에게서도 거절당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하만에게는 왕이 준 명예보다 모르드개가 주지 않은 경의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에스테르와 하만은 같은 영예를 다르게 대한다

두 사람 모두 왕에게서 높은 지위와 특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에스테르는 왕후의 왕관을 썼고, 하만은 모든 고관보다 높은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그 지위를 다르게 사용합니다.

에스테르는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사람들을 살릴 길을 찾습니다. 하만은 자신의 영예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사람을 죽여야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은 지위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려 하고, 다른 사람은 지위를 이용해 자기 감정을 만족시키려 합니다.

내일의 잔치를 앞두고 오늘 나무를 준비하다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4 본문 →

하만의 불만에 돌아온 대답

하만의 아내 조사라와 친구들은 그의 불만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의 아내 조사라와 친구들이 그에게 말했다. 「당신을 위해 나무를 쉰 규빗 길이로 잘라 놓게 하세요. 새벽에 왕께 말씀드리고 모르드개를 그 나무에 매달게 하세요. 그리고 당신은 왕과 함께 잔치에 들어가 즐거워하세요.」 하만은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나무가 준비되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14 · 본디새김

하만이 느끼는 불만의 원인을 없애면 다시 기뻐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모르드개가 왜 하만에게 절하지 않았는지, 그가 실제로 어떤 처벌을 받을 만한 일을 했는지, 그의 행동이 왕국에 어떤 피해를 주었는지 따지지 않습니다. 그저 하만이 그 사람 때문에 기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문제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죽음을 제안합니다.

이것은 3장에서 하만이 한 민족의 학살을 제안했던 방식과 닮았습니다. 먼저 누군가의 존재가 자신의 평온을 방해하는 문제로 제시됩니다. 그다음 그 사람을 없애는 것이 평온을 되찾는 방법으로 제안됩니다.

쉰 규빗짜리 나무는 무엇인가?

본문이 확실하게 밝히는 것은 하만이 모르드개를 매달기 위한 매우 큰 나무 구조물을 준비했다는 사실입니다.

모르드개를 죽이려면 왕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조사라는 하만에게 새벽에 왕을 찾아가라고 권합니다. 이 세부 사항은 하만의 권력이 아직 왕의 권한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앞서 하만은 한 민족을 없애려는 칙령을 왕의 반지로 승인받았습니다. 이제는 모르드개 개인을 정해진 학살일보다 먼저 죽이기 위해 왕에게 나아가려 합니다.

유대 민족을 죽일 날짜가 정해져 있지만, 하만은 모르드개가 그날까지 살아 있는 것조차 견디지 못합니다.

같은 ‘내일’, 서로 다른 계획

에스테르에게 다음 날은 왕에게 다시 청원할 기회입니다. 하만에게 다음 날 아침은 모르드개를 제거할 기회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왕후의 잔치에서 즐거워하려 합니다.

하만은 자신이 왕후의 잔치에 특별히 초대되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에스테르는 하만이 자기 집에서 모르드개를 매달 나무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장에서 알지 못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 채 같은 다음 날을 기다립니다.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그의 감정 속에서는 만족스러운 계획이 됩니다. 그는 아직 모르드개를 죽이지 않았지만, 죽일 준비가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합니다.

분노는 이미 행동이 되었고, 그 행동은 이제 왕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정확한 구조나 처형 방법은 여기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고대의 매다는 형벌에는 시신을 나무나 말뚝에 달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본문이 일반적인 형벌 도구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를 강조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나무가 어디에 세워졌으며 얼마나 멀리서 보였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장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구조물의 높이를 현대적인 단위로 환산하는 일보다, 아직 죽이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이처럼 큰 형벌 도구부터 준비했다는 사실입니다.

맺으며: 금 홀과 나무

에스테르기 (그리스어) 5:3–116 본문 →

한쪽에서는 금 홀이 생명을 보전하는 표지가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무가 죽음을 준비하는 도구가 됩니다. 에스테르는 죽을 각오로 왕에게 나아가 살아남았습니다. 하만은 살아서 잔치를 즐기려고 다른 사람의 죽음을 준비했습니다.

그날 밤, 하만의 집에는 모르드개를 매달 나무가 서 있습니다. 하만은 다음 날 새벽 왕에게 무엇을 요청할지 결정했습니다.

왕후의 다음 잔치까지는 아직 하루가 남아 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