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풀어 읽기 · 36장
이 장의 자리 · 25–36장 · 이삭과 야곱
에서에게도 역사가 있었습니다
창세기 36장은 독자를 뜻밖의 자리로 데려갑니다.
지금까지 창세기는 야곱의 이야기를 길게 따라왔습니다. 그가 형의 복을 가로챈 일, 고향을 떠난 일, 라반의 집에서 겪은 세월, 하나님과 씨름한 밤, 그리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일을 자세히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야기는 갑자기 에서에게로 옮겨 갑니다.
이 장에는 대화도 거의 없고, 극적인 사건도 드뭅니다. 대부분 이름과 지명, 족장과 왕들의 목록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을 이어받은 사람은 야곱이지만, 먼저 왕들을 배출하고 땅에 자리 잡은 민족으로 나타나는 것은 에서의 후손인 에돔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이 실패했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에서가 야곱보다 더 큰 복을 받았다는 뜻입니까?
창세기 36장은 그런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독자가 하나님의 선택과 인간의 번영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연결하지 않도록 만듭니다.
창세기 36장은 에서 한 사람에게서 시작해 점점 더 넓은 세계로 시선을 옮깁니다.
먼저 에서의 아내들과 자녀들이 소개됩니다(1–5절). 이어 에서가 야곱과 떨어져 세일 산지에 정착하게 된 일이 나옵니다(6–8절). 그다음에는 에서의 후손들이 여러 족장을 이루는 모습이 등장합니다(9–19절).
이어서 세일 땅에 살던 호리 사람들의 계보가 기록됩니다(20–30절). 마지막으로 에돔의 왕들과 지역별 족장들이 등장합니다(31–43절).
한 사람의 가족이 여러 씨족으로, 여러 씨족이 한 지역의 역사로 확장되는 흐름입니다.
에서의 아내들과 자녀들 — 가족이 민족의 시작이 되다
에서의 내력은 아내들의 이름으로 시작합니다.
다음은 에서의 내력이다. 에서는 곧 에돔이다.창세기 36:1 · 본디새김
‘내력’이라는 표현은 창세기 전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표지이기도 합니다. 창세기 25:12에서는 이스마엘의 내력이 소개되고, 25:19에서는 이삭의 내력이 시작됩니다. 이스마엘의 후손들을 먼저 소개한 뒤 이삭에게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시선을 옮긴 것입니다.
창세기는 에서의 후손들을 먼저 기록하고, 다음 장에서 야곱의 내력으로 넘어갑니다(창세기 37:2). 야곱과 에서의 세대가 각자의 길로 나아간 뒤, 두 가문이 어떤 방향으로 확장되었는지 보여 주는 경계 역할을 합니다.
에서는 가나안 여자들 가운데서 헷 사람 엘론의 딸 아다와, 히위 사람 시브온의 손녀이자 아나의 딸인 오홀리바마를 아내로 맞아들였고, 이스마엘의 딸이자 느바욧의 누이인 바스맛도 아내로 맞아들였다.창세기 36:2–3 · 본디새김
특히 바스맛을 통해 에서의 가문과 이스마엘의 가문이 연결됩니다. 아브라함의 두 아들 이삭과 이스마엘의 후손들이 혼인을 통해 다시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이후 하나의 민족으로 성장하는 에돔은 처음부터 완전히 고립된 혈통으로 소개되지 않습니다. 가나안의 여러 집안과 연결되어 있고, 아브라함의 다른 후손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뒤에서 등장할 호리 사람들의 명단을 읽을 준비를 하게 합니다.
이 장이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에서의 세 아내에게서 다섯 아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아다는 엘리바스를, 바스맛은 르우엘을 낳았습니다. 오홀리바마는 여우스와 얄람과 고라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 다섯 이름이 끝이 아닙니다.
이후 목록에서 그들의 아들들과 후손들이 등장합니다. 이름은 곧 씨족의 이름이 되고, 씨족은 지역의 지도자를 배출합니다.
창세기 25장에서 에서는 한 끼 음식을 위해 장자의 권리를 내어준 사람으로 등장했습니다. 창세기 27장에서는 아버지의 축복을 빼앗겼다고 울부짖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이 그 두 사건으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에게도 아내들과 자녀들이 생겼고, 그 자녀들에게서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습니다. 창세기는 한 사람의 특정한 잘못이나 상실이 그 사람의 모든 역사를 설명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에서의 이야기는 야곱과의 경쟁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너무 많은 재산 때문에 떨어져 살게 되다
이제 에서는 자기 가족과 모든 재산을 가지고 야곱에게서 떨어져 다른 땅으로 갑니다.
그들의 재산이 함께 살기에는 너무 많았고, 그들이 나그네로 머물던 땅은 그들의 가축 때문에 그들을 감당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창세기 36:7 · 본디새김
앞서 야곱 역시 라반의 집에서 많은 가축을 얻었습니다. 두 형제 모두 상당한 재산을 가진 상태입니다.
이 장면은 창세기 13장의 아브라함과 롯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브라함과 롯도 가축과 재산이 많아 같은 땅에서 함께 머물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지역으로 갈라졌습니다(창세기 13:5–12).
많은 가축을 기르려면 충분한 물과 풀밭이 필요합니다. 가축이 많아지면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는 집단들 사이에 자원을 둘러싼 긴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과 롯의 이야기에서는 목자들 사이의 다툼이 명시적으로 등장하지만, 창세기 36장에서는 에서와 야곱의 목자들이 실제로 다투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에서는 세일 산지에 살았다. 에서는 곧 에돔이다.창세기 36:8 · 본디새김
세일 산지는 사해 남쪽과 남동쪽의 산악 지역과 연결되는 지명입니다. 성경에서 에돔의 주요 거주 지역으로 등장합니다.
야곱이 언약의 땅을 이어받는다는 사실과 에서가 자기 땅에서 번성했다는 사실은 함께 존재합니다.
신명기 2:4–5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세일에 사는 에서의 후손들이 그들을 두려워할 것이지만, 그들과 다투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세일 산지를 에서의 소유로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땅을 약속하신 하나님은 세일 산지를 에서의 후손에게 주신 분으로도 소개되십니다. 가나안 땅에 관한 약속은 아브라함에게서 시작된 언약과 특별하게 연결됩니다. 세일 산지를 에서에게 주셨다는 말씀은 그들과의 영토 관계를 설명하는 문맥에서 등장합니다.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특별한 약속이 에돔의 땅을 빼앗을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이 한 백성을 선택하셨다는 사실은 다른 백성이 차지한 삶의 자리와 소유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섯 아들에서 여러 족장으로 — 한 가족이 커지는 방식
9절에서 에서의 내력이 다시 시작됩니다.
다음은 에돔의 조상이며 세일 산지에 살던 에서의 내력이다.창세기 36:9 · 본디새김
앞에서는 에서의 아내들과 아들들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그 아들들에게서 이어지는 후손들과 족장들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이 목록에는 두 가지 성격의 이름이 함께 등장합니다. 하나는 가족의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씨족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이름입니다.
‘족장’은 이 문맥에서는 특정 가문이나 씨족을 대표하는 우두머리를 가리킵니다. 창세기 36장은 이 두 지위를 구별합니다. 먼저 족장들을 소개하고, 뒤에서 왕들을 별도로 열거하기 때문입니다.
후손들은 여러 가문으로 나뉘었고, 그 가문들은 각자의 지도자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딤나는 에서의 아들 엘리바스의 첩이었으며, 엘리바스에게 아말렉을 낳아 주었다. 이들이 에서의 아내 아다의 후손들이었다.창세기 36:12 · 본디새김
훗날 아말렉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중요한 적대 집단으로 등장합니다. 출애굽기 17:8–16에서는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나온 뒤 아말렉과 전투를 벌입니다. 신명기 25:17–19는 아말렉이 이스라엘의 뒤처진 사람들을 공격했던 일을 기억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런데 창세기 36장은 이 이름을 처음부터 적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독자는 이후의 역사를 알기 때문에 아말렉이라는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훗날의 적대 관계를 거꾸로 적용하여 이 장의 아말렉을 태어날 때부터 악한 집단으로 묘사해서는 안 됩니다. 아말렉이 후대에 이스라엘과 싸웠다고 해서, 에서의 모든 후손이 동일한 행동을 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름은 이후의 역사와 연결될 수 있지만, 그 이름 자체가 미래의 모든 행동에 대한 도덕적 판정은 아닙니다.
이 장은 에서의 가족이 여러 씨족으로 확장되었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 줍니다. 이것은 창세기 25:23에서 리브가가 들었던 말씀과도 연결됩니다. 그녀의 태중에는 두 민족이 있었고, 두 백성이 갈라질 것이라고 하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그 말의 역사적인 윤곽이 드러납니다.
야곱의 후손은 이스라엘로 이어지고, 에서의 후손은 에돔으로 이어집니다. 그들은 단순히 사이가 나빴던 두 형제에 머물지 않습니다.
두 민족의 조상이 됩니다.
에돔 땅에는 에서보다 먼저 살던 사람들이 있었다
20절부터 목록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이제 에서의 후손들이 아니라 호리 사람 세일의 후손들이 등장합니다.
그 땅에 살던 호리 사람 세일의 아들들은 로탄과 쇼발과 시브온과 아나와 디숀과 에체르와 디샨이었다. 이들은 세일의 아들들로, 에돔 땅에 있던 호리 사람들의 족장들이었다.창세기 36:20–21 · 본디새김
왜 에서의 족보에 호리 사람들의 계보까지 기록합니까?
에돔이라는 민족과 지역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은 에서의 후손만을 열거해서는 모두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땅에 원래 살던 사람들의 역사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신명기 2:12와 2:22에서는 호리 사람들이 세일에 살고 있었으며, 에서의 후손들이 그들을 몰아내고 그 땅에 거주하게 되었다고 회상합니다. 그 본문은 땅의 지배권이 바뀌는 과정을 강조합니다. 반면 창세기 36장은 전투의 경위를 묘사하기보다 그 땅에 살던 사람들의 이름과 가계를 보존합니다.
2절에서 오홀리바마는 시브온의 손녀이자 아나의 딸로 소개되었습니다. 그런데 20–25절의 호리 사람 명단에도 시브온과 아나가 등장하고, 아나의 딸로 오홀리바마가 기록됩니다. 이 연결은 우연한 이름의 반복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문맥상 에서의 혼인 관계가 세일의 토착 가문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다만 2절은 시브온을 히위 사람의 가계와 연결하고, 20절 이하는 호리 사람의 명단을 전합니다. 이 두 집단 명칭을 정확히 어떤 역사적 관계로 이해해야 하는지는 본문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인물은 딤나입니다.
12절에서는 딤나가 엘리바스의 첩이자 아말렉의 어머니로 등장했습니다. 22절에서는 로탄의 누이로 딤나가 등장합니다. 두 기록이 같은 딤나를 가리킨다면 에서의 후손과 호리 사람들의 혼인 관계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됩니다. 그러나 이름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두 사람의 동일성을 완전히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민족은 한 사람의 후손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 역사 안에서는 거주지와 혼인, 기존 주민과의 관계를 통해 복잡하게 형성됩니다. 창세기 36장은 그 복잡함을 모두 설명하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가계의 이름을 함께 보존함으로써 그 흔적을 남깁니다.
나귀를 치다가 무엇인가를 발견한 아나
이 긴 계보에는 작은 이야기 하나가 끼어 있습니다.
시브온의 아들들은 아야와 아나였다. 이 아나가 자기 아버지 시브온의 나귀들을 치다가 광야에서 온천들을 발견한 사람이었다.창세기 36:24 · 본디새김
이 족보는 이름과 혈통만을 기계적으로 보존한 목록이 아니라, 어떤 인물에게 있었던 특별한 일까지 기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큰 왕이나 전쟁 영웅이 아닌, 나귀를 돌보던 사람의 작은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 일이 왜 기억될 만큼 중요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기록은 그를 단지 어느 족장의 아들로만 남겨 두지 않습니다.
에돔 땅의 역사에는 왕들과 족장들뿐 아니라 그곳에서 가축을 돌보고 살아가던 사람들의 흔적도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본문의 히브리어 예밈(יֵם)은 뜻이 불확실한 낱말입니다. 온천으로 이해하는 전통이 있고, 다른 종류의 지형이나 동물과 관련된 표현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본디새김은 온천들이라는 읽기를 채택했지만, 확실하게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이 발견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아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스라엘에 왕이 있기 전에 에돔에는 왕들이 있었다
31절에서 이 장의 분위기가 다시 달라집니다.
다음은 왕이 이스라엘 자손을 다스리기 전에 에돔 땅에서 다스린 왕들이다.창세기 36:31 · 본디새김
벨라, 요밥, 후샴, 하닷, 삼라, 사울, 바알하난, 하다르. 모두 여덟 왕이 차례로 기록됩니다.
앞장에서 하나님은 야곱에게 그의 후손 가운데서 왕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에돔의 왕들은 이스라엘에 왕이 있기 전에 이미 존재했습니다.
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회가 더 의롭거나 하나님의 복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아직 왕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하나님의 약속이 뒤처졌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이 어떤 백성에게 미래를 약속하셨다는 사실은 그 백성이 다른 모든 민족보다 먼저 강력한 정치 체제를 갖추게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약속의 역사와 정치적 발전의 속도는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을 봅니다. 이스마엘은 이삭을 통해 이어지는 언약의 중심 계보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그도 크게 번성하게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창세기 17:20). 창세기 25장에서는 이스마엘의 후손들과 열두 족장들이 기록됩니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주신 약속은 단순히 남보다 더 많은 재산을 얻게 하시겠다는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약속은 그의 후손을 통해 민족들이 복을 얻게 되는 더 넓은 목적을 포함합니다(창세기 12:2–3; 22:18). 그 약속을 이어받는다는 것은 특정한 집안이 하나님의 계획 안에서 특별한 역할을 맡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 역할이 특별하다는 사실과 다른 민족에게 삶과 번영이 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장에는 에서가 하나님을 어떻게 예배했는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에서의 번영이 그의 믿음에 대한 보상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가 하나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왕들의 목록에는 부자 관계가 명시되지 않는다
각 왕의 뒤를 이은 사람이 누구인지는 기록되지만, 그가 앞선 왕의 아들이라는 설명은 나오지 않습니다. 벨라가 죽자 요밥이 왕이 됩니다. 요밥이 죽자 후샴이 왕이 됩니다. 후샴이 죽자 하닷이 왕이 됩니다.
왕의 이름뿐 아니라 그가 속한 지역과 성읍도 함께 기록됩니다. 딘하바, 보스라, 데만, 아윗, 마스레카, 르호봇, 파우와 같은 지명들이 이어집니다. 이는 왕권의 중심이 여러 지역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그 지명들이 각 왕의 수도였는지, 왕국의 중심지가 자주 이동했다는 뜻인지까지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앞선 왕과 다음 왕 사이에 부자 관계가 명시되지 않는다고 해서 에돔이 반드시 비세습 왕정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서술자가 한 왕조의 혈통보다 왕들의 연속과 출신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가운데 하닷의 기록은 다른 왕들보다 조금 더 자세합니다.
후샴이 죽었고, 브닷의 아들 하닷이 그를 대신해 왕이 되었다. 그는 모압 들판에서 미디안을 쳐부순 사람이었다. 그의 성읍 이름은 아윗이었다.창세기 36:35 · 본디새김
하닷이 미디안을 쳐부순 사건이 정확히 언제 일어났는지, 그 전투가 어떤 정치적 배경에서 벌어졌는지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도 전쟁과 정치적 사건이 있었고, 지역 사이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창세기는 야곱 가문의 갈등을 매우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에돔에서도 여러 세대에 걸친 정치적 역사가 전개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왕의 아내는 왜 이름까지 기록되는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왕은 하다르입니다.
악볼의 아들 바알하난이 죽었고, 하다르가 그를 대신해 왕이 되었다. 그의 성읍 이름은 파우였다. 그의 아내 이름은 므헤타브엘이었으며, 그녀는 메자합의 딸 마트렛의 딸이었다.창세기 36:39 · 본디새김
앞선 왕들에 대해서는 주로 이름과 출신지, 때로는 아버지의 이름이 기록됩니다. 그러나 마지막 왕에게서는 아내와 그 여성의 가계가 등장합니다. 므헤타브엘의 어머니로 읽을 수 있는 마트렛과 그 윗세대의 메자합까지 이름이 기록됩니다.
이것이 특별한 혼인 동맹이나 왕권 계승과 관련된 기록일 가능성은 있지만, 본문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왕들의 역사는 남성 통치자들의 이름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들의 가족 관계도 정치적 기억의 일부로 기록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이스라엘 자손을 다스리기 전에’라는 표현은 이스라엘에 왕이 등장한 시대를 알고 있는 시점에서 에돔의 과거를 돌아보는 말로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따라서 적어도 이 표현은 이스라엘 왕정의 역사를 염두에 둔 서술의 시각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한 구절만으로 창세기 전체가 언제 기록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편집되었는지 정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왕이 에돔을 다스리기 전’이라는 다른 읽기도 가능합니다. 본디새김은 이스라엘 자손을 다스리는 왕이 나타나기 전이라는 뜻으로 옮겼으며, 문맥상 자연스러운 해석입니다.
왕들의 이름 뒤에 다시 족장들이 등장하는 이유
왕들의 목록이 끝나면 다시 족장들이 등장합니다.
다음은 씨족과 지역에 따라, 각자의 이름으로 나열한 에서의 족장들의 이름이다. 족장 딤나와 족장 알와와 족장 여뎃과창세기 36:40 · 본디새김
앞에서 이미 에서의 후손 가운데 족장들을 소개했는데 왜 다시 족장들이 등장합니까?
여기서는 분류의 기준이 다릅니다.
15–19절은 주로 에서의 자손들이 어떤 가족 계열에서 나왔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반면 40–43절은 씨족과 지역, 거주지를 기준으로 족장들을 정리합니다.
족장 막디엘과 족장 이람이다. 이들이 자기들의 소유 땅에서 거주지에 따라 나뉜 에돔의 족장들이었다. 에돔의 조상은 바로 에서다.창세기 36:43 · 본디새김
이제 초점은 누가 누구에게서 태어났는가 하는 질문에서, 어떤 집단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었는가 하는 질문으로 옮겨 갑니다.
가족의 명단이 지역의 명단으로 변해 가는 것입니다.
다만 왕들의 목록 다음에 족장들이 나온다고 해서 모든 왕의 통치가 끝난 뒤에야 이 족장들이 등장했다고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장은 모든 사건을 연대순으로 배열하기보다는 가족, 씨족, 기존 주민, 왕들, 지역별 족장이라는 서로 다른 자료를 차례로 묶어 놓은 형태입니다.
여기서 특별히 눈에 띄는 이름들이 있습니다. 딤나, 오홀리바마, 그나스, 데만처럼 앞선 명단에 이미 등장했던 이름들입니다. 이 이름들이 모두 앞서 소개된 인물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이름이 씨족이나 지역의 명칭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같은 이름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사용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이름들은 앞에서 소개한 가족과 마지막의 지역별 분류 사이에 연결이 있음을 보여 줍니다.
처음에는 ‘에서는 곧 에돔이다’라고 했고, 마지막에는 ‘에돔의 조상은 바로 에서다’라고 말합니다. 그사이에 긴 세월과 수많은 이름이 지나갔습니다.
에돔은 이스라엘에게 누구인가 — 형제이면서 이웃인 민족
이스라엘과 에돔은 훗날 여러 차례 적대적인 관계를 맺습니다. 그 때문에 독자는 에서의 후손들을 처음부터 이스라엘의 원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세기 36장은 그런 방식으로 에돔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우선 에서는 야곱의 형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고, 오랜 갈등 끝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앞장에서 그들은 함께 아버지 이삭을 장사했습니다(창세기 35:29).
같은 조상에게서 갈라져 나온 형제 민족입니다.
신명기 23:7은 또 다른 명령을 전합니다. 에돔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에돔이 이스라엘의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두 민족의 관계에는 정치적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공유된 가족의 기억도 있습니다.
민수기 20:14–21에서 에돔은 이스라엘의 통과 요청을 거절합니다. 오바댜서 1:10–14에서는 에돔이 형제 야곱에게 저지른 폭력과 예루살렘의 재난을 기뻐하고 이용한 행동 때문에 심판을 선고받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예언에서도 에돔과 이스라엘의 형제 관계가 중요한 근거로 등장합니다.
이후의 적대 관계는 창세기 36장의 형제 관계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관계를 배경으로 더 심각하게 드러납니다.
이름이 이어진다는 것
하나님의 약속은 특정한 계보를 따라 이어지지만, 성경은 그 계보 밖으로 갈라져 나간 가족들의 이름도 기억합니다. 하나님이 야곱을 통해 특별한 약속을 이어 가신다는 사실은 에서에게 가족과 후손, 재산과 땅, 정치적 역사가 없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야곱에게 주신 약속은 에서가 아무것도 갖지 못해야 성립하는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택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역사에서 지워져도 된다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받은 사람은 그것을 다른 사람을 멸시할 근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에돔이 훗날 심판받는다는 이유로 에서에게 가족과 재산과 정치적 역사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도 안 됩니다.
창세기 36장은 전투나 극적인 대화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거주지에 따라 나뉜 족장들의 이름입니다. 한때 야곱과 함께 부모의 집에서 자랐던 에서가 이제는 세일 산지에 자리 잡은 민족의 조상으로 소개됩니다. 그의 후손들에게는 자기들의 땅이 있고, 씨족과 지도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야곱의 그늘 아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기 역사와 거주지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창세기는 그 역사를 모두 기록한 뒤에야 다시 야곱의 후손들에게로 시선을 돌립니다.
그렇게 에서의 이름이 에돔이라는 민족의 이름으로 남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