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풀어 읽기 · 15장
이 장의 자리 · 13–21장 · 지파별로 나눈 땅
약속받은 땅과 아직 차지하지 못한 땅
여호수아 15장은 유다 지파가 받은 땅의 경계로 시작해서, 그 땅 안에 있는 성읍들을 길게 나열합니다. 남쪽은 에돔 경계와 친 광야에 닿고, 서쪽은 큰 바다에 이릅니다. 성읍들은 네게브와 낮은 지대와 산지와 광야에 걸쳐 있습니다. 이 장을 읽으면 마치 유다 지파가 이미 넓은 땅을 차지하고 그곳에 정착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구절에서 뜻밖의 말이 나옵니다.
「유다 자손은 예루살렘에 사는 여부스 사람들을 쫓아낼 수 없었다.」
땅의 경계는 모두 그려졌지만, 그 경계 안의 모든 땅을 차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땅을 받는 것, 그 땅을 차지하는 것, 그 땅에서 살아가는 것은 서로 구별되는 일입니다. 여호수아 15장은 이 세 가지를 하나의 이야기 안에 담고 있습니다.
경계로 둘러싸인 약속의 땅
제비뽑기로 받은 땅
15장은 유다 지파가 받은 상속 재산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유다 자손의 지파가 씨족별로 제비뽑아 받은 몫은 남쪽으로 에돔 경계와 친 광야에 닿았으며, 남쪽 맨 끝에 이르렀다.여호수아 15:1 · 본디새김
유다 지파는 스스로 원하는 땅을 골라 차지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제비뽑기로 자기 몫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앞서 모세가 명령한 분배 방식이었습니다(민수기 26:55–56; 34:13). 제비뽑기는 땅의 분배가 힘센 지파의 일방적인 선택이나 요구에 따라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그렇다고 제비뽑기가 각 지파의 크기나 가족 수와 무관한 무작위 분배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민수기 26:53–56은 인구에 따른 분배 원칙과 제비뽑기를 함께 제시합니다. 여호수아 15장은 그 원칙이 유다 지파에게 실제로 적용된 결과를 기록합니다.
이스라엘은 땅을 자기 힘만으로 만들어 낸 소유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조상들에게 약속된 땅을 하나님으로부터 받아 누리게 된 백성입니다.
창세기 12:7에서 여호와야훼는 아브람에게 그의 자손에게 이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창세기 15:18–21에서는 그 약속이 땅의 범위와 그곳에 살던 민족들의 이름으로 구체화됩니다.
이제 추상적인 약속이 특정한 장소와 경계를 가진 상속 재산으로 나타납니다.
광야를 지나 바다까지
2–12절은 유다 지파의 경계를 사방으로 따라갑니다.
남쪽 경계는 소금 바다의 남쪽 끝에서 출발하여 친 광야와 가데스 바르네아 남쪽을 거쳐 이집트 개천에 이르고, 거기에서 바다로 이어집니다(2–4절). 동쪽은 소금 바다, 곧 오늘날의 사해를 따라갑니다(5절). 북쪽 경계는 요단 강이 소금 바다에 닿는 곳에서 시작하여 예루살렘 남쪽을 지나 지중해 방향으로 나아갑니다(5–11절). 서쪽 경계는 큰 바다, 곧 지중해입니다(12절).
여기서 「이집트 개천」은 나일강 자체를 뜻하는 표현으로 읽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히 어느 물길을 지칭하는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계는 민수기 34:3–6에서 모세에게 지시된 가나안 땅의 남쪽과 서쪽 경계와 긴밀하게 이어집니다. 모세 시대에 주어진 지리적 지시가 이제 유다의 실제 상속 재산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다시 등장한 것입니다.
3절의 가데스 바르네아는 이스라엘이 가나안 정탐꾼들의 보고를 듣고 두려움에 빠졌던 장소입니다(민수기 13:26–14:4). 그곳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주시겠다고 하신 땅을 앞에 두고도 들어가기를 거부했습니다.
이제 그 장소가 유다의 남쪽 경계를 설명하는 지명으로 등장합니다.
경계가 가데스 바르네아 남쪽을 지나므로, 가데스 바르네아는 유다 영토의 남쪽 끝 안쪽에 놓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 읽는 독자에게 이 지명은 지나간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때 약속을 믿지 못하고 광야로 돌아가려 했던 백성이 이제 약속받은 땅의 경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아코르 골짜기와 예루살렘
북쪽 경계를 따라가다 보면 또 하나의 기억을 품은 장소가 나타납니다.
그 경계는 아코르 골짜기에서 드비르로 올라가고, 북쪽으로 돌아 길갈을 향했다. 길갈은 개천 남쪽에 있는 아둠밈 비탈길 맞은편에 있었다. 그 경계는 엔 세메스의 물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고, 그 끝은 엔 로겔에 이르렀다.여호수아 15:7 · 본디새김
아코르 골짜기는 아간이 온전히 바친 물건을 가져간 죄로 심판받았던 장소입니다(여호수아 7:24–26). 하나님께서 땅을 주셨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그 땅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약속을 받은 백성도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이제 그 골짜기는 유다 지파의 경계선을 설명하는 지명이 되었습니다. 땅을 분배하는 기록 속에 그 땅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순종의 기억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그 경계는 벤힌놈 골짜기를 따라 여부스 사람의 성읍 남쪽 비탈로 올라갔다. 그 성읍은 예루살렘이었다. 그 경계는 힌놈 골짜기 서쪽 맞은편에 있는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곳은 르파임 골짜기의 북쪽 끝에 있었다.여호수아 15:8 · 본디새김
여기서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중심 성읍으로 소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부스 사람의 성읍」으로 불립니다. 여호수아 18:15–19를 보면 이 지역은 베냐민 지파의 남쪽 경계와도 연결됩니다. 그리고 18:28은 예루살렘을 베냐민에게 배정된 성읍 목록에 포함합니다.
따라서 예루살렘이 유다의 북쪽 경계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예루살렘 전체가 유다 지파에 배정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땅 분배 기록 속에 등장하지만, 그곳에 살던 여부스 사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갈렙 — 두려워했던 거인들의 땅을 차지하다
경계 설명이 끝나자 이야기는 갑자기 한 사람에게 집중됩니다.
여호수아는 여호와야훼가 자신에게 지시한 대로 여푼네의 아들 갈렙에게 유다 자손 가운데서 한 몫을 주었다. 그곳은 키르얏 아르바, 곧 헤브론이었다. 아르바는 아낙의 아버지였다.여호수아 15:13 · 본디새김
유다 지파 전체가 제비뽑기로 땅을 받은 것과 달리, 갈렙의 몫은 여호와야훼의 지시에 따라 주어졌다고 특별히 설명됩니다. 여호수아 14:6–15에서 갈렙은 모세를 통해 받은 약속을 기억하며 헤브론 산지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여든다섯 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싸울 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갈렙이 요구한 땅은 안전하게 정리된 지역이 아니었습니다.
갈렙은 그곳에서 아낙의 세 아들, 곧 아낙에게서 태어난 세사이와 아히만과 탈마이를 쫓아냈다.여호수아 15:14 · 본디새김
이 세 이름은 민수기 13:22에도 등장합니다.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을 살펴보았을 때, 헤브론에는 아낙의 자손인 아히만과 세사이와 탈마이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존재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민수기 13:28–33).
그런데 갈렙은 그때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여호수아와 함께 백성에게 그 땅으로 올라가자고 권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함께하시면 그 땅을 차지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민수기 14:6–9).
정탐 당시 이스라엘이 두려워했던 대상과 갈렙이 훗날 맞서 싸운 대상이 연결됩니다. 갈렙의 신뢰는 두려움의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두려움의 대상이 여전히 있는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을 붙드는 태도로 나타납니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단순히 용감한 사람이 결국 승리한다는 교훈은 아닙니다. 갈렙 자신이 여호수아 14:12에서 승리의 가능성을 「여호와야훼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면」이라는 말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힘을 약속의 근거로 삼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신뢰했기에 자신의 힘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여호수아 15:13–14의 서술은 땅을 분배받는 일과 그곳의 주민들을 몰아내는 일을 구별합니다. 갈렙이 헤브론을 상속 재산으로 받은 것은 13절이고, 실제로 아낙 자손들을 쫓아낸 것은 14절입니다.
약속으로 받은 땅이 갈렙에게는 싸워서 차지해야 하는 땅이기도 했습니다.
악사 — 땅을 받았으니 물도 있어야 합니다
갈렙의 이야기는 여기서 예상 밖의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계속해서 전투가 이어질 것 같지만, 이야기의 중심이 갈렙의 딸 악사에게 옮겨갑니다.
성읍을 차지한 옷니엘
갈렙은 드비르로 향합니다. 이 성읍의 옛 이름은 키르얏 세페르였습니다.
갈렙이 말했다. 「키르얏 세페르를 쳐서 점령하는 사람에게 제 딸 악사를 아내로 주겠습니다.」여호수아 15:16 · 본디새김
그 성읍을 차지한 사람은 그나스의 아들 옷니엘입니다. 갈렙은 약속대로 악사를 그에게 아내로 줍니다.
갈렙이 자기 딸의 혼인을 성읍 점령에 대한 보상으로 제시하는 모습은 혼인에서 아버지와 가문의 결정권이 크게 작용하던 사회적 환경을 반영합니다. 본문은 악사가 이 결정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녀의 동의 여부를 임의로 상상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악사는 자기 목소리로 말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악사는 왜 물을 요청했을까?
악사가 왔을 때, 그녀는 자기 아버지에게 밭을 청하라고 옷니엘을 부추겼다. 그녀가 나귀에서 내려오자 갈렙이 그녀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냐?」여호수아 15:18 · 본디새김
그녀가 말했다. 「제게 선물을 주십시오. 제게 네게브 땅을 주셨으니, 물웅덩이들도 제게 주십시오.」 갈렙은 그녀에게 위쪽 물웅덩이들과 아래쪽 물웅덩이들을 주었다.여호수아 15:19 · 본디새김
네게브는 가나안 남부의 건조한 지역입니다. 지역 전체가 언제나 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을 확보하는 일은 정착과 농경과 목축에 중요했습니다. 그녀는 주어진 땅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원을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정된 삶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땅에 무엇이 있으며,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갈렙은 무엇을 주었는가?
분명한 것은 갈렙이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들을 악사에게 주었다는 사실입니다.
갈렙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 사람입니다. 옷니엘 역시 성읍을 점령했습니다. 그러나 악사는 그 땅에서 실제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세 사람의 역할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상속받은 땅을 현실의 삶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악사의 이야기는 정복과 분배를 주로 남성들의 행동으로 서술하는 여호수아의 이야기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필요를 직접 표현하는 장면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당시의 가족 질서와 독립적으로 토지 소유권을 행사했다고까지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악사는 아버지에게 요청하고, 갈렙은 그 요청에 응답합니다. 본문이 보여주는 것은 그 관계 안에서 악사가 실제로 말을 하고 필요한 자원을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정복의 이야기가 정착의 이야기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조금 더 깊이
여기서 17절의 가족 관계에는 해석상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히브리어 문장에서는 「갈렙의 형제」라는 표현이 옷니엘을 가리키는지, 그의 아버지 그나스를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옷니엘과 갈렙의 정확한 친족 관계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옷니엘은 나중에 사사기 3:7–11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첫 번째 사사로 등장합니다. 18절에서 악사는 옷니엘에게 자기 아버지에게 밭을 청하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본문은 그 청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기록하지 않습니다. 「물웅덩이들」의 구체적인 지형이 샘인지 물웅덩이인지, 어떤 시설을 갖추었는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신명기 8:7–10은 이스라엘이 들어갈 땅을 물과 곡식과 열매가 있는 좋은 땅으로 묘사하면서, 풍족하게 먹고 난 뒤 여호와야훼를 찬양하라고 명령합니다. 여호수아 15장의 악사는 이 약속을 현실의 생활 조건에서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신명기 8장이 경고하듯, 풍요를 누리는 일이 곧 하나님을 잊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상속 재산은 소유할 권리만이 아니라 그 땅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지키며 살아갈 책임을 함께 가집니다.
성읍들의 목록 — 상속 재산은 어떤 모습인가?
악사와 갈렙의 이야기가 끝나자 본문은 다시 유다 지파 전체로 돌아옵니다.
이것이 유다 자손의 지파가 씨족별로 받은 상속 재산이었다.여호수아 15:20 · 본디새김
그리고 매우 긴 성읍 목록이 이어집니다.
본문은 성읍들을 지형에 따라 묶고 있습니다.
네 가지 지형, 서로 다른 삶의 조건
네게브 — 남쪽의 건조한 땅 (21–32절)
에돔 경계에 가까운 남쪽 지역입니다. 브엘세바와 치클락 등이 등장합니다. 건조한 환경에서 물과 목초지의 확보가 중요한 지역입니다.
낮은 지대 — 산지와 해안 평야 사이 (33–47절)
라기스, 아제카, 아둘람 등이 등장합니다. 유다의 산지와 서쪽 평야를 연결하는 지역입니다.
산지 — 유다의 높은 지대 (48–60절)
드비르와 헤브론을 비롯한 여러 성읍이 속합니다. 갈렙이 차지한 헤브론도 이 목록에 다시 등장합니다.
광야 — 소금 바다 서쪽의 메마른 지역 (61–62절)
벳 아라바와 엔 게디 등이 등장합니다. 건조한 광야 지형 속에서도 거주지와 물이 있는 장소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보면 유다의 상속 재산은 하나의 균일한 땅이 아닙니다. 지역마다 지형과 물의 조건, 정착의 방식이 달라지는 넓은 영토입니다.
성읍만이 아니라 그에 딸린 마을들
목록에는 일정한 표현이 반복됩니다.
르바옷, 실힘, 아인, 림몬이었다. 모두 스물아홉 성읍과 거기에 딸린 마을들이었다.여호수아 15:32 · 본디새김
33–62절에서도 각 성읍 집단 뒤에 「거기에 딸린 마을들」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성읍을 중심으로 그 주변의 작은 마을들과 농경지와 생활 공간들이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본문은 모든 마을을 각각 이름으로 기록하지는 않지만, 주요 성읍에 딸린 마을들도 상속 재산에 포함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밝힙니다.
이것은 가족과 씨족별 분배라는 1절의 표현과도 연결됩니다. 각 지파는 자기 이름이 붙은 영토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여러 씨족과 가족이 살아갈 구체적인 터전을 받습니다.
따라서 이 목록의 중요성은 성읍의 수가 많다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이 이스라엘의 실제 거주 공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성읍의 수가 이름의 수와 맞지 않는 이유
목록을 자세히 읽다 보면 숫자가 쉽게 맞지 않는 부분도 발견됩니다.
21–32절에는 많은 성읍 이름이 열거되어 있지만 마지막 합계는 스물아홉 성읍입니다. 열거된 이름들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인 구분으로는 스물아홉보다 많은 지명이 나옵니다. 33–36절에서도 목록에 등장하는 이름의 수와 마지막의 「열네 성읍」이라는 합계 사이에 차이가 생깁니다.
일부 이름이 한 성읍의 다른 명칭이거나, 여러 지명이 하나의 성읍 집단으로 계산되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목록이 전승되고 편집되는 과정에서 지명이 추가되거나 수치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설명이 정확한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본문이 다른 곳에서 「바알라는 기럇여아림이었다」(9절), 「키르얏 아르바 곧 헤브론」(54절)처럼 동일한 장소의 다른 이름을 명시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숫자가 맞지 않는 모든 경우를 단순히 복합 지명 때문이라고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숫자의 불일치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목록에 있다고 이미 점령한 것은 아니다
45–47절에는 에크론, 아스돗, 가자 같은 성읍들이 등장합니다.
이 성읍들은 가나안 남서쪽 해안 지역과 연결되며, 여호수아 13:2–3에서도 블레셋 사람들의 지역과 관련하여 언급됩니다. 그러나 목록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 당시 유다 지파가 그 성읍들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여호수아 13:1에서 여호와야훼는 여호수아에게 아직 차지해야 할 땅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땅의 분배는 진행됩니다. 또한 사사기 1:18–19는 유다가 해안 지역의 성읍들을 공격한 일과 평지 주민들을 몰아내는 데 겪은 한계를 함께 기록합니다.
이스라엘에게 배정된 땅의 범위와 실제로 확보한 영역을 구별해야 합니다.
예루살렘 — 지명 목록의 마지막에 남겨진 한계
여호수아 15장은 유다 지파의 상속 재산을 길게 나열한 뒤, 승리의 선언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유다 자손은 예루살렘에 사는 여부스 사람들을 쫓아낼 수 없었다. 그래서 여부스 사람들은 오늘까지 예루살렘에서 유다 자손과 함께 살았다.여호수아 15:63 · 본디새김
「쫓아낼 수 없었다」는 말의 무게
「쫓아낼 수 없었다」는 표현은 유다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그들을 몰아내지 못했는지까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군사력이 부족했는지, 정치적·지리적 어려움이 있었는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었는지는 이 구절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약속을 이루신다는 것과 인간의 일이 끝났다는 것은 다르다
이 마지막 구절은 여호수아서의 중요한 긴장을 드러냅니다.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은 가나안의 주요 세력을 무너뜨리고 땅을 분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 땅의 모든 주민을 몰아내고 모든 성읍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까지 완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사사기 1:8은 유다 자손이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점령하고 불태웠다고 말합니다. 반면 1:21은 베냐민 자손이 예루살렘의 여부스 사람들을 쫓아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여호수아 15:63은 유다 자손을 언급하고, 사사기 1:21은 베냐민 자손을 언급합니다. 한편으로는 예루살렘이 유다와 베냐민의 경계에 놓여 있었으므로, 두 지파 모두 그 지역의 정복과 정착에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성읍을 공격하고 불태우는 일과 주민들을 완전히 몰아내는 일이 반드시 같은 결과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기록들이 예루살렘의 정복 과정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전하는 역사적 전승들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본문만으로 모든 사건의 정확한 순서와 각 지파의 역할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호수아 11:23은 여호수아가 땅을 차지하여 지파별로 상속 재산으로 나누어 주었고, 그 땅에 전쟁이 그쳤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13:1은 아직 차지해야 할 땅이 많다고 말합니다. 이 진술들을 하나로 읽으려면 여호수아서가 말하는 정복의 성취와 이후 각 지파가 수행해야 할 과제를 구별해야 합니다. 창세기 49:8–10에서 야곱은 유다를 향한 축복 가운데 통치권과 관련된 말을 전합니다. 이후 사무엘하 5:6–9에서 유다 지파 출신의 다윗은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그곳을 자신의 성읍으로 삼습니다. 여호수아 15장 자체는 다윗의 통치를 예언하는 본문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경 전체의 흐름에서 보면, 이 장에서 아직 여부스 사람들의 성읍으로 남아 있는 예루살렘이 훗날 다윗 왕국의 중심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유다 지파와 다윗의 계보 안에 놓이는 것도 이보다 더 긴 정경적 연결입니다(마태복음 1:1–3; 히브리서 7:14). 이는 여호수아 15장이 직접 예수를 가리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장에서 분배받은 유다 지파의 역사가 이후 성경에서 중요한 구속사적 계보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맺음말 — 마지막 지명 뒤에 남은 사람들
하나님께서 땅을 주신다는 약속과 이스라엘이 그 땅을 실제로 차지하고 정착해야 하는 책임이 함께 제시됩니다. 헤브론에서는 아낙 자손들이 쫓겨났지만, 예루살렘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갈렙의 가족은 땅을 얻고 물을 확보했지만, 유다 지파 전체의 정착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땅은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특정한 언약의 상속 재산이었습니다. 오늘의 독자가 자신이 원하는 장소나 성취를 그 땅과 그대로 동일시할 근거는 없습니다. 갈렙의 전쟁이나 악사의 혼인 과정은 특정한 시대와 사회적 조건 속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본문의 모든 행동이 곧 오늘의 독자에게 주어진 명령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땅은 분명한 상속 재산이었지만, 그 땅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호수아 15장은 그 사실을 감추지 않습니다. 땅의 사방 경계를 모두 기록하고, 수많은 성읍의 이름을 하나하나 남긴 뒤에도, 마지막 문장에서 아직 그곳에 함께 살고 있는 여부스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그렇게 약속의 땅을 그린 지도가 완성된 자리에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