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베오기 상권 풀어 읽기 · 15장

이 장의 자리 · 13–16장 · 시몬이 세운 나라

누구의 땅인가

새로운 왕 안티오코스는 시몬에게 놀라운 편지를 보냅니다. 유대 민족이 누려 온 세금 면제를 인정하고, 요새와 무기의 소유권을 보장하며, 자기 땅에서 사용할 주화까지 만들도록 허락합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왕이 정반대의 요구를 합니다.

조금 전까지 시몬의 소유로 인정했던 요새들이 이제 왕에게 돌려주어야 할 재산이 됩니다. 자유롭게 두겠다던 예루살렘도 왕국의 영토 분쟁에 다시 휘말립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왕의 혈통도, 시몬이 차지한 도시들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왕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왕위를 되찾기 위해 동맹자가 필요했던 안티오코스는 유대인들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경쟁자를 궁지에 몰아넣은 뒤에는 그 권리를 다시 문제 삼기 시작합니다.

왕은 그 도시들이 자기 왕국에 속한다고 주장합니다. 시몬은 그것들이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라고 대답합니다.

양쪽 모두 자신이 새로운 땅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자기에게 속했던 것을 되찾으려 한다고 말합니다.

누구의 역사와 어떤 권위가 땅의 정당한 소유권을 결정합니까?

읽는 시간 19분소단락 815장 본문 읽기 →

빼앗긴 왕국을 되찾으려는 사람

마카베오기 상권 15:1–4 본문 →

이 장에 등장하는 안티오코스는 안티오코스 7세 시데테스입니다.

그는 데메트리오스 1세의 아들이며, 앞 장에서 파르티아에 붙잡힌 데메트리오스 2세의 형제입니다. 안티오코스는 바다의 섬들에서 시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본문은 그 섬들의 구체적인 이름을 밝히지 않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조상들이 다스리던 영토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흉악한 자들이 우리 조상들의 나라를 장악했으므로, 나는 그 나라를 되찾아 전처럼 회복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용병을 모집하고 전함들을 마련했다.」마카베오기 상권 15:3 · 본디새김

여기서 「흉악한 자들」은 특히 왕권을 빼앗은 트리폰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트리폰은 어린 안티오코스를 앞세워 권력을 행사하다가 그를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13:31–32).

안티오코스 7세의 눈에서 트리폰은 정당한 왕위를 빼앗은 찬탈자입니다.

그러므로 안티오코스는 자신의 군사 행동을 단순한 정복 전쟁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는 조상들의 왕국을 되찾아 이전 상태로 회복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왕조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언어입니다.

안티오코스에게는 셀레우코스 왕조가 지배해 온 넓은 영토가 문제입니다. 시몬에게는 유대 공동체가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다고 여기는 땅이 문제입니다.

왕국을 회복한다는 말 속에 감추어진 전쟁

그는 나라를 파괴한 자들을 벌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당시 왕조의 계승권은 단순히 혈통만으로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지지할 군대와 재정, 거점을 확보해야 실제로 통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편지를 보내는 대상은 단순한 지방 관리가 아닙니다.

시몬은 「대제사장이자 민족의 통치자」로 불립니다(15:2). 이는 시몬이 유대 공동체의 종교적 지도자이면서 정치적 통치자라는 사실을 왕이 인정하는 호칭입니다. 안티오코스는 유대 민족이 가진 힘과 그 지도자의 지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동맹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왕이 허락한 주화와 자유

마카베오기 상권 15:5–9 본문 →

안티오코스의 편지는 단순한 우호의 표현이 아닙니다.

이전 왕들이 인정한 모든 면제를 유지합니다. 왕실에 진 빚과 앞으로 부담할 채무까지 면제합니다.

「네 땅에서 통용할 너 자신의 주화를 만들도록 허락한다.」마카베오기 상권 15:6 · 본디새김

주화에 자기 권위를 새길 수 있다는 것

자기 고유의 도안이나 표지를 지닌 주화를 만들어 사용할 권한을 말합니다. 고대 왕국에서 주화에는 왕의 이름이나 모습, 왕조의 상징과 권위가 나타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주화를 발행한다는 것은 교역을 위한 화폐를 공급하는 행위인 동시에, 누가 경제 질서를 공적으로 보증하는지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안티오코스가 시몬에게 독자적인 주화 발행을 허락했다는 것은 유대 공동체가 상당한 경제적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이 구절은 왕이 주화 발행권을 허락했다고 기록합니다. 시몬이 실제로 어떤 주화를 언제 얼마나 발행했는지까지 말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주화 발행권이 곧 왕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주권 국가가 되었다는 뜻도 아닙니다.

왕은 유대 공동체가 자체 주화를 만들 권리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권리를 인정하는 행위 자체는 왕이 하고 있습니다.

시몬의 자율성이 커질수록, 그 자율성을 허락하는 왕의 권위라는 문제가 함께 남습니다.

「네 것으로 남게 하라」

「예루살렘과 성소는 자유롭게 두겠다. 네가 마련한 모든 무기와 네가 세워 장악하고 있는 요새들은 그대로 네 것으로 남게 하라.」마카베오기 상권 15:7 · 본디새김

유대 공동체는 오랜 전쟁 끝에 여러 요새를 확보했고, 그곳에 수비대를 두었습니다. 군사적 거점의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유대의 방어 체제는 언제든 외국 왕실의 요구에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네 것으로 남게 하라」는 말은 왕이 자신의 권위로 소유권을 확정하는 표현입니다. 안티오코스는 시몬이 힘으로 차지한 장소들이 이미 완전히 왕국의 통제 밖에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왕권 아래에서도 그곳을 계속 보유하도록 허락하고 있습니다.

15장 후반에서 왕은 그 요새와 도시들이 본래 자신의 왕국에 속한다고 주장합니다. 본문은 안티오코스가 편지를 쓸 때부터 배신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의도적인 거짓말이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 나라를 굳게 세우면」

「우리가 우리 나라를 굳게 세우면 너와 네 민족과 성전을 큰 영광으로 높여, 너희의 영광이 온 땅에 드러나게 하겠다.」마카베오기 상권 15:9 · 본디새김

이는 안티오코스가 아직 자기 왕국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했음을 드러냅니다. 그에게는 시몬의 협력이 필요했습니다. 반대로 시몬에게는 새 왕이 자신의 지위를 인정해 준다는 사실이 유익했습니다.

이 단계에서 두 사람의 이익은 충돌하지 않았습니다.

안티오코스는 트리폰을 몰아내고 왕국을 장악하고 싶었습니다. 시몬은 유대의 자유와 기존의 군사적 성취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안티오코스가 왕국을 되찾은 뒤에도 그 이해관계가 계속 일치하리라는 보장은 없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유대인들은 성소에서 예배드리고, 자신들의 율법을 따라 공동체를 유지하며, 자신들이 확보한 도시와 요새를 지키고, 자기 땅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일은 단순히 새로운 통치자를 선택하는 사건이 아닙니다. 여호와야훼를 섬기고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는 일과 연결됩니다(출애굽기 7:16; 19:4–6). 마카베오기 상권 15장은 출애굽 사건을 직접 인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외국의 통치와 종교적 자유, 공동체의 삶이라는 문제들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출애굽 전통과 주제적으로 만납니다. 따라서 자유를 얻은 공동체에도 자신들의 힘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가라는 책임이 남습니다.

도르의 성벽 앞에서 달라진 힘의 균형

마카베오기 상권 15:10–14 본문 →

안티오코스는 셀레우코스 연호 174년, 대략 기원전 138년 무렵에 자기 조상들의 땅으로 진격합니다.

군대가 그에게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트리폰에게 남은 병력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왕위를 빼앗았던 트리폰이 이제는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는 지중해 연안의 도르로 달아납니다. 도르는 해안의 요새 도시였고,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안티오코스는 보병 십이만 명과 기병 팔천 명을 거느리고 도르를 포위합니다.

그는 도시를 에워쌌고, 함선들은 바다 쪽에서 공격을 벌였다. 그는 육지와 바다에서 도시를 압박하며 아무도 나가거나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마카베오기 상권 15:14 · 본디새김

트리폰이 해안 도시로 달아난 것은 바다를 통한 탈출의 가능성을 남겨 두는 선택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왕은 그 가능성까지 차단하려 합니다.

군사적 압박이 강해질수록 안티오코스의 정치적 입지는 유리해집니다.

편지를 보낼 당시 안티오코스는 동맹을 얻어야 하는 왕위 주장자였습니다. 이제 그는 경쟁자를 포위한 강력한 군사 지도자입니다.

시몬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달라지는 사건은 바로 이 포위전 도중에 일어납니다.

로마의 편지는 무엇을 보장했는가?

마카베오기 상권 15:15–24 본문 →

도르가 포위되는 이야기 한가운데에 로마에서 돌아온 사절단이 등장합니다.

누메니오스와 그의 동료들은 여러 왕과 지역에 보내는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은 로마의 집정관 루키우스입니다. 편지는 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에게 보내는 인사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내용은 유대 민족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의 친구이자 동맹자인 유대 사람들의 사절들이 처음부터 맺어 온 우호 관계와 동맹을 새롭게 하려고 우리에게 왔습니다. 그들은 대제사장 시몬과 유대 시민 공동체가 보낸 이들입니다.」마카베오기 상권 15:17 · 본디새김

유대인들은 단순히 셀레우코스 왕국의 지방 주민으로 소개되지 않습니다. 시몬과 유대 시민 공동체가 직접 외교 사절을 보낸 주체로 인정됩니다.

그렇다고 로마가 유대의 완전한 독립을 법적으로 보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유대인들을 별도의 외교적 상대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금방패와 외교 문서

유대 공동체는 상당한 가치를 지닌 선물을 보냈습니다. 로마는 그 선물을 받아들이고, 여러 나라에 유대인들을 보호하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왕들과 여러 지방에 편지를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대 사람들을 해치려 하지 말고, 그들과 그들의 도시들과 그들의 땅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말며, 그들과 전쟁을 벌이는 자들을 도와 함께 싸우지 말라는 것입니다.」마카베오기 상권 15:19 · 본디새김

이것은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로마가 실제 병력을 보내 유대 땅을 방어하겠다는 내용은 이 편지에 없습니다. 대신 로마는 자신의 외교적 영향력을 사용하여 다른 나라들이 유대인들을 공격하거나 적대 세력과 동맹하지 못하도록 하려 합니다.

도망자들을 유대의 법에 따라 처벌하다

유대 땅에서 도망쳐 다른 나라로 간 흉악한 자들이 있다면 시몬에게 넘겨주어, 그가 유대의 법에 따라 그들을 처벌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유대 공동체의 사법적 권한과 관련됩니다.

로마는 시몬을 단순히 종교 의식을 주관하는 대제사장으로만 대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공동체에서 법을 집행할 수 있는 통치자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 편지가 실제로 모든 나라에서 시행되었는지, 도망자들이 실제로 시몬에게 인도되었는지는 본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나라에 전달된 한 장의 편지

22–23절에는 편지를 받은 왕들과 지역들의 이름이 길게 나열됩니다. 데메트리오스, 아탈로스, 아라테스, 아르사케스 같은 왕들뿐 아니라 스파르타, 델로스, 로도스, 키프로스, 구레네 등 지중해 여러 지역이 등장합니다. 유대인들과의 우호 관계가 로마 안에서만 인정되는 일이 아니라, 넓은 세계에 알려지는 외교적 사건임을 보여줍니다.

로마가 여러 나라에 유대인들을 공격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낸 사실이 소개된 직후, 안티오코스는 바로 그 유대인들의 도시와 땅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로마의 편지가 발송되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그 편지가 안티오코스 7세에게 실제로 전달되었는지는 이 장에 나오지 않습니다. 따라서 왕이 로마의 명령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영토를 두고 국제적인 인정과 제국의 소유권 주장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15:18에는 「오천 므나」라고 적혀 있지만, 14:24에서는 같은 사절단이 가져간 금방패의 무게가 「천 므나」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스어 저본에는 이러한 숫자 차이가 있지만, 다른 그리스어 본문에는 15:18 역시 천 므나로 되어 있습니다. 어느 수치가 최초 기록에 가까운지 이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문서가 정확히 언제 작성되어 각 나라에 전달되었는지는 주의해야 합니다. 명단에는 앞서 포로가 된 데메트리오스도 포함됩니다. 그러므로 편지의 작성과 전달이 이 장에 기록된 사건들의 시간 순서와 정확하게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천 명의 병사들을 돌려보낸 왕

마카베오기 상권 15:25–27 본문 →

이야기는 다시 도르의 포위전으로 돌아옵니다.

안티오코스는 공성 기계를 만들고 트리폰을 더욱 강하게 압박합니다. 그는 안티오코스를 도와 싸우도록 뽑힌 병사 이천 명을 보냅니다. 은과 금, 많은 물자도 함께 보냅니다.

안티오코스는 트리폰을 몰아내려 하고, 시몬도 트리폰을 적대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트리폰은 시몬의 형제 요나단을 붙잡아 죽인 사람이었습니다. 시몬이 보낸 병력과 물자는 그 동맹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티오코스는 그것들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에 시몬과 합의한 모든 것을 무효로 하고 그에게 등을 돌렸다.마카베오기 상권 15:27 · 본디새김

그러나 정치적 이해관계의 변화가 약속을 어기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장의 서술자는 안티오코스의 태도 변화를 중립적인 재협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안티오코스는 단순히 우호 관계를 끊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이제 시몬이 가지고 있는 도시들이 누구에게 속하는지 문제 삼습니다.

조금 더 깊이

거절의 이유는 직접 설명되지 않습니다. 안티오코스가 시몬의 군사적 영향력을 두려워했는지, 왕국의 영토를 회복하려는 계획과 유대의 자율성이 충돌한다고 판단했는지, 아니면 시몬의 지원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여겼는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처음 편지를 보낼 때 안티오코스는 왕위를 되찾아야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대규모 군대를 거느리고 경쟁자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시몬의 협력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왕국의 도시인가, 조상들의 유산인가?

마카베오기 상권 15:28–36 본문 →

왕은 자기 친구 가운데 하나인 아테노비오스를 시몬에게 보냅니다.

그는 자기 친구들 가운데 하나인 아테노비오스를 시몬에게 보내 협의하게 하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는 내 나라의 도시들인 욥바와 가자라와 예루살렘의 성채를 장악하고 있다.」마카베오기 상권 15:28 · 본디새김

안티오코스의 관점에서는 이전 왕조가 보유하던 영토를 현재의 왕조가 계승하므로, 그 영토에 대한 권리 역시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것이 그가 3절에서 내세웠던 조상들의 왕국을 회복한다는 논리와 연결됩니다.

그런데 시몬은 똑같이 조상들의 권리를 내세워 반박합니다.

시몬이 내세운 조상들의 유산

왕의 사절 아테노비오스가 예루살렘에 도착하자 그는 시몬의 화려한 생활을 보고 놀랍니다. 금과 은으로 된 그릇들이 진열되어 있고, 많은 시종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아테노비오스는 왕의 요구를 전달합니다.

시몬이 그에게 대답했다. 「우리는 남의 땅을 빼앗지도 않았고 남의 소유를 장악하지도 않았소. 우리가 차지한 것은 우리 조상들의 유산이오. 그것은 한때 우리의 원수들이 재판도 없이 장악했던 것이오.」마카베오기 상권 15:33 · 본디새김

왕은 왕국을 말하고, 시몬은 유산을 말합니다.

왕국은 통치자의 지배권을 중심으로 이해됩니다. 반면 유산은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아 다음 세대로 이어 가야 할 몫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시몬에게 그 땅은 단순히 군사적으로 점령한 장소가 아닙니다. 조상들의 역사와 공동체의 삶에 속한 땅입니다.

왕은 자신의 통치권을 근거로 땅을 요구하고, 시몬은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권리를 근거로 그 요구를 거부합니다.

조상들의 유산이라는 말의 성경적 배경

그는 왕이 자신에게 허락한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그 땅은 애초에 왕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유산이었다고 말합니다. 왕의 허락으로 얻었다면 왕이 그 허락을 철회할 수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본래 조상들의 유산이었다면 왕의 허락은 그 땅에 대한 권리를 처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인정한 것일 뿐이라는 논리가 가능해집니다.

「재판도 없이 장악했던 것」

시몬은 조상들의 유산이 적들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재판도 없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들의 점유는 정당한 판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군사력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입니다.

욥바와 가자라, 예루살렘 성채의 역사적 지위는 서로 동일하지 않습니다. 욥바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 도시였습니다. 가자라는 구약의 게셀과 연결되는 지역으로, 여호수아 16:10과 열왕기상 9:16 등에서 복잡한 지배 역사가 나타납니다. 예루살렘 성채는 유대 공동체의 중심 도시 안에 외국 세력이 구축하고 점유했던 군사적 거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시몬의 말을 고대 유대 공동체가 자기 영토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읽어야 하며, 그것만으로 모든 지역의 역사적 소유권 문제가 객관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왕이 문제 삼는 곳에는 유대의 전통적인 경계 바깥에 놓인 지역들도 포함됩니다.

백 탈란톤을 제시한 이유

시몬은 자신의 원칙을 밝힌 뒤 한 가지 양보를 제안합니다.

「그대는 욥바와 가자라에 관해 요구하고 있소. 그 도시들은 백성과 우리 땅에 큰 피해를 입혀 왔소. 이 두 도시에 대해서는 백 탈란톤을 주겠소.」 아테노비오스는 그에게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마카베오기 상권 15:35 · 본디새김

시몬은 왕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습니다. 자기 공동체의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분쟁을 끝낼 가능성을 남겨 두기 위해 제한적인 보상을 제안한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절은 그가 화가 나서 왕에게 돌아갔다고 말합니다. 그는 시몬의 대답과 자신이 본 모든 것, 특히 시몬의 영광을 왕에게 보고합니다.

왕은 크게 분노합니다.

이제 말로 이루어지던 협상은 끝나고 다시 무력이 등장합니다.

조금 더 깊이

여호수아서에서 가나안 땅은 이스라엘 지파들에게 기업으로 분배됩니다(여호수아 13–21장). 레위기 25:23에서 여호와야훼는 땅의 궁극적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하나님을 대신하여 모든 권리를 무제한으로 행사하는 소유자는 아닙니다. 나봇에게 포도원은 단순히 가격을 협상하여 팔 수 있는 재산이 아니었습니다.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이라는 이유가 중요했습니다(열왕기상 21:3). 시몬의 항변은 이런 이스라엘의 토지 전통과 주제적으로 연결됩니다. 창세기 15장과 17장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에게 땅에 관한 약속을 주십니다. 그 약속은 뒤에 등장할 셀레우코스 왕들의 칙령에 근거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약속을 근거로 시몬의 개별적인 군사 행동과 영토적 주장을 모두 하나님의 직접적인 명령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일과 자신이 행사하는 모든 권력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일은 다릅니다. 이러한 구별은 본문을 오늘의 특정한 영토 분쟁에 곧바로 대입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고대 이스라엘의 언약적 토지 전통은 그 자체의 역사적·신학적 문맥에서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왕이 요구한 돈을 모두 합하면 천 탈란톤입니다. 시몬이 제시한 것은 백 탈란톤입니다. 금액으로 비교하면 왕이 요구한 총액의 십분의 일입니다. 물론 양쪽이 각각 어떤 권리와 배상액을 인정하는가까지 같지는 않으므로, 이를 단순한 가격 흥정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아테노비오스가 왜 대답하지 않았는지는 본문이 설명하지 않습니다. 시몬의 주장을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인지, 자신에게 주어진 협상 권한을 넘어서는 제안이었기 때문인지, 단순히 분노했기 때문인지는 확정할 수 없습니다.

포위망을 빠져나간 트리폰, 유대 땅으로 향하는 군대

마카베오기 상권 15:37–41 본문 →

아테노비오스가 돌아간 뒤 이야기는 다시 트리폰에게로 옮겨 갑니다.

그는 배에 올라 오르토시아로 달아납니다. 이 장의 앞부분에서 안티오코스는 도르를 육지와 바다에서 봉쇄하여 아무도 들어가거나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기록했습니다(15:14). 본문은 그가 어떻게 포위망을 돌파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왕은 트리폰을 계속 뒤쫓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는 모든 병력을 트리폰 추격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켄데바이오스를 해안 지방의 총사령관으로 세우고, 보병과 기병을 주어 유대 쪽으로 진격하게 합니다.

왕이 요구한 도시와 세금에 관한 협상이 실패하자, 그는 군사적 압박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 합니다.

기드론이라는 새로운 군사 거점

켄데바이오스는 왕의 명령에 따라 기드론을 요새화합니다.

그는 기드론을 세우고 그곳에 기병들과 군대를 배치했다. 왕이 자기에게 명령한 대로, 그들이 출동하여 유대의 길들을 누비게 하려는 것이었다.마카베오기 상권 15:41 · 본디새김

길을 통제한다는 것은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통제한다는 뜻입니다. 군대가 길을 누비면 농산물을 시장으로 옮기는 사람도, 마을을 오가는 가족도, 도시 사이에서 물건을 운반하는 상인도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전쟁의 대상은 성벽이 아니라 사람들이다

켄데바이오스는 야브네에 이르러 백성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유대로 쳐들어가 백성을 포로로 잡아가고 죽이기 시작했다.마카베오기 상권 15:40 · 본디새김

이 구절에서 초점은 영토에서 사람으로 이동합니다. 왕이 자기 영토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과 그 권리를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주민들을 공격하는 일은 구별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영토에 대한 역사적 주장이 있다고 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포로로 잡거나 죽일 권리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마카베오기 상권은 여기서 왕의 영토 주장을 길게 반박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명령이 백성에게 가져온 결과를 기록합니다.

조금 더 깊이

여기서 기드론은 예루살렘 동쪽에 있는 기드론 골짜기와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본문에서는 군대를 주둔시키고 유대의 길로 출동하게 하는 별도의 군사 거점입니다. 정확한 위치를 이 장만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야브네와 유대의 접근로에 관련된 군사적 거점으로 묘사됩니다.

맺음 — 다시 군마가 지나가는 길

마카베오기 상권 15:1–41 본문 →

그동안 왕과 시몬은 서로 다른 말을 사용했습니다. 왕은 조상들의 왕국을 회복한다고 했고, 시몬은 조상들의 유산을 지킨다고 했습니다. 본문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권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주장했는지 보여줍니다. 독자는 그 주장들의 역사적 배경과 근거를 살피면서, 그것들이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도 함께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장의 마지막에 이르러 그 말들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시험받습니다.

켄데바이오스의 기병대가 유대로 향하는 길에 배치되었습니다. 그들은 그 길을 지나며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가고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유대인들은 평화롭게 자기 땅을 경작하고,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아 두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14:8–12).

이제 그들이 다니던 길에 군마가 나타났습니다.

자유를 약속한 왕의 글은 남아 있지만,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어야 할 길은 다시 위협받고 있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