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서 풀어 읽기 · 45장
이 장의 자리 · 44–50장 · 조상들을 기림
영광스러운 옷과 땅 없는 유산
집회서 45장에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두 장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눈부시게 화려한 제사장의 모습입니다. 금실과 자주색 실로 만든 옷, 걸음을 옮길 때마다 울리는 금방울, 열두 지파의 이름이 새겨진 보석, 거룩함을 나타내는 금관까지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영광을 받은 제사장에게 하나님은 땅을 유산으로 주지 않으십니다.
「주 자신이 너의 몫이며 유산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요?
저자가 묘사하는 영광은 단순히 높은 지위를 누리는 특권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특별한 일을 맡기셨다는 사실을 눈에 보이게 드러내는 영광입니다.
이 장에서 영광은 책임보다 먼저 주어지지만, 그 영광의 참된 의미는 맡겨진 책임에서 드러납니다.
44장 끝에서는 야곱의 후손 가운데 하나님이 이끌어 내신 자비로운 한 사람이 소개되었습니다. 45장은 그 사람이 모세임을 밝히면서 시작합니다.
모세 —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백성에게 전하는 사람
원수들에게 두려운 사람이 온유한 사람으로 기억되다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모세였다. 그는 축복 속에 기억되었다.집회서 45:1 · 본디새김
모세에 대한 첫 번째 평가는 그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그를 거룩한 이들과 같은 영광에 이르게 했고, 원수들에게 두려움을 일으켜 그를 높였다.집회서 45:2 · 본디새김
여기서 「거룩한 이들」은 하나님께 속한 거룩한 존재들을 가리킵니다. 하늘의 거룩한 존재들로 이해할 가능성이 있지만, 본문은 그 정체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영광은 모세가 자신의 능력으로 획득한 것이 아닙니다.
2절부터 5절까지 반복해서 행동하시는 분은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이 모세를 높이시고, 그에게 명령을 주시고, 자신의 영광을 보여 주시며, 그를 거룩하게 하시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게 하십니다.
그의 신실함과 온유함으로 그를 거룩하게 했고, 모든 육신 가운데서 그를 뽑았다.집회서 45:4 · 본디새김
앞에서는 원수들에게 두려움을 일으키는 모세를 이야기했습니다. 이제는 그의 온유함을 이야기합니다. 민수기 12:3에서 모세가 매우 온유한 사람으로 묘사되는 전승과 연결됩니다.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의 특별한 지위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자신들에게도 하나님이 말씀하시지 않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면서 그들을 제압하는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며 모세의 특별한 역할을 밝히십니다.
하나님이 높이신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높이는 방식으로 그 권위를 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표징을 그치게 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3절)
모세의 말로 표징들을 그치게 했고, 왕들 앞에서 그를 영광스럽게 했다. 자기 백성에 관하여 그에게 명령했고, 자기 영광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집회서 45:3 · 본디새김
그리스어 카테파우센(καταπαύω)은 멈추게 하거나 그치게 한다는 뜻입니다. 그 의미를 그대로 살렸습니다.
출애굽기에서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파라오 앞에서 여러 표징과 재앙을 선포합니다. 또한 재앙이 그치도록 하나님께 간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출애굽기 8:8–13에서 모세는 개구리 재앙이 그치도록 기도하며, 9:33에서는 우박과 천둥이 멈추도록 하나님께 손을 폅니다.
따라서 「그치게 했다」는 표현을 따른다면, 모세를 통해 재앙과 표징이 멈추었던 사건들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집회서의 히브리어 전승은 모세가 자신의 말로 표징들을 행했다는 방향으로 읽힙니다. 이 경우에는 출애굽 사건 전체에서 모세가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낸 모습을 요약한 표현이 됩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모세는 독립적인 기적 수행자로 묘사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그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십니다.
짙은 어둠 속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다 (5절)
그에게 자기 목소리를 듣게 했고, 그를 짙은 어둠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와 얼굴을 마주하여 계명들, 곧 생명과 지식의 율법을 주었다. 야곱에게 언약을 가르치고, 이스라엘에게 자기 법도들을 가르치게 하려고 했다.집회서 45:5 · 본디새김
이것은 출애굽기 20:21에서 모세가 하나님이 계신 짙은 구름 속으로 가까이 나아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둠이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장소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임재가 인간이 쉽게 다가가거나 파악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장소입니다.
율법은 단순히 금지사항을 모아 놓은 규칙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하는 가르침이며, 생명과 연결된 말씀입니다.
신명기 30:15–20에서 모세는 백성 앞에 생명과 죽음, 복과 저주가 놓여 있다고 말하며 생명을 선택하라고 권합니다. 또한 신명기 4:5–8에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규례를 지키는 일이 여러 민족 앞에서 그들의 지혜와 총명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집회서는 이러한 율법 이해를 「생명과 지식」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합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자신만 특별한 지식을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 말씀을 백성에게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듣는 사람이면서, 백성 앞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이제 저자는 모세와 함께 하나님을 섬기도록 세워진 또 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조금 더 깊이
여기서 「얼굴을 마주하여」라는 표현을 하나님이 모세에게 자신의 얼굴을 아무 제한 없이 보여 주셨다는 뜻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출애굽기 33:11은 하나님이 모세와 얼굴을 마주하여 말씀하셨다고 하지만, 33:20에서는 사람이 하나님의 얼굴을 보고 살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민수기 12:8 역시 하나님이 모세와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이 표현의 중심은 하나님의 모습에 관한 시각적 묘사보다 모세가 하나님에게서 받은 특별히 직접적인 계시와 친밀한 관계에 있습니다.
아론 — 영광스러운 옷에는 백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하나님이 아론에게 옷을 입히시다
저자는 모세에서 아론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모세에 관한 묘사는 다섯 절이지만, 아론과 그의 제사장직에 관한 묘사는 훨씬 깁니다. 모세를 통해 율법이 주어졌다면, 아론을 통해 그 율법이 정한 제사장직이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를 영원한 언약으로 세웠고, 그에게 백성을 위한 제사장직을 주었다. 품위 있는 차림으로 그를 복되게 했고, 영광스러운 옷을 그에게 둘러 주었다.집회서 45:7 · 본디새김
여기서 옷은 단순히 보기 좋은 장식이 아닙니다. 아론에게 맡겨진 직무와 권위를 나타내는 표지입니다. 출애굽기 28:2에서 하나님은 아론을 위해 거룩한 옷을 만들라고 명령하시며, 그 옷이 영광과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먼저 아론을 세우시고 제사장직을 주십니다. 그다음에 옷을 입히십니다. 옷이 아론을 제사장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그를 제사장으로 세우셨기 때문에 그 직무에 합당한 옷을 입게 된 것입니다.
걸을 때마다 울리는 방울 (8–9절)
또 석류 장식과 수많은 금방울을 그의 둘레에 달아 주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소리를 울리고, 성소에서 그 울림이 들리게 하여, 자기 백성의 자녀들에게 기억하는 표가 되게 했다.집회서 45:9 · 본디새김
이것은 출애굽기 28:33–35에 나오는 제사장의 겉옷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출애굽기는 그 방울 소리가 아론이 성소에 들어가고 나올 때 들려야 하며, 그래야 그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집회서는 그 소리를 백성을 위한 「기억하는 표」로 설명합니다.
출애굽기의 규정은 거룩한 곳에 들어가는 제사장이 지켜야 할 조건을 강조합니다. 집회서는 그 소리가 백성에게 지닌 의미를 부각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백성을 위해 섬기는 제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런데 아론의 옷에는 소리보다 더 분명하게 백성을 기억하도록 하는 표지가 있습니다.
열두 지파의 이름을 가슴에 품다 (10–11절)
그에게 거룩한 옷을 입혔으니, 금실과 푸른 실과 자주색 실로 수를 놓는 장인이 만든 옷이었다. 판결의 가슴패와 진리를 밝히는 표들이 달려 있었다.집회서 45:10 · 본디새김
여기서 「판결의 가슴패」는 출애굽기 28:15–30에 등장하는 대제사장의 판결 가슴패와 연결됩니다. 그리스어의 「진리를 밝히는 표들」은 출애굽기에 나오는 우림과 둠밈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해됩니다.
우림과 둠밈의 정확한 형태와 작동 방식은 성경에서 자세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수기 27:21에서는 하나님의 뜻을 묻는 판결과 관련되어 등장합니다. 그러므로 가슴패는 단지 값비싼 보석 장식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판단을 구하는 제사장의 역할과 관계됩니다.
그 옷은 진홍색 실을 꼬아 장인이 만든 것이고, 인장처럼 새긴 값비싼 보석들이 금테에 물려 있었다. 보석 세공인이 만든 이 보석들에는 이스라엘 지파의 수대로 글자가 새겨져 기억하는 표가 되었다.집회서 45:11 · 본디새김
출애굽기 28:17–21에 따르면 판결 가슴패에는 열두 개의 보석이 있으며, 각 보석에는 이스라엘의 아들들의 이름이 새겨집니다. 그리고 출애굽기 28:29는 아론이 성소에 들어갈 때 그 이름들을 가슴에 지니고 하나님 앞에서 기억되게 해야 한다고 명령합니다.
금과 보석은 아론을 아름답게 꾸미지만, 그 보석들에 새겨진 이름은 아론 자신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백성을 가리킵니다.
아론은 자기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 그 보석들을 단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이름을 지니고 하나님 앞에 서기 위해 그 보석들을 답니다.
금관에는 무엇이 새겨져 있는가? (12–13절)
두건 위에는 금관을 씌웠다. 거룩함을 나타내는 인장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영예의 자랑거리이며 힘이 담긴 작품이었다. 눈이 탐낼 만한 보배들이 꾸며져 있었다. 아름다운 것들이었다.집회서 45:12 · 본디새김
출애굽기 28:36–38에서는 대제사장의 머리에 부착할 금패에 「여호와야훼께 거룩함」이라는 뜻의 글자를 새기도록 명령합니다. 그 글은 아론이 자신의 마음대로 권위를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여호와야훼께 구별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타냅니다.
13절은 그 옷을 아무 가문이나 입을 수 없고, 아론의 후손들에게만 허락된 것으로 묘사합니다. 여기에는 제사장직의 세습적인 성격이 나타납니다. 당시 이스라엘의 제사장직은 개인이 능력을 증명하여 원하는 대로 얻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아론의 가문에 맡겨진 특별한 직무로 이해되었습니다.
다음 단락에서는 아론과 그 후손이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밝혀집니다.
제사장은 무엇을 위해 세워졌는가?
날마다 두 번 드리는 제물 (14절)
그들은 그의 제물을 날마다 거르지 않고 두 번씩 온전히 살라 바칠 것이다.집회서 45:14 · 본디새김
앞에서는 눈에 보이는 영광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날마다 반복해야 하는 섬김이 등장합니다.
14절에서 말하는 하루 두 번의 제물은 레위기 6:19–23에 규정된 제사장의 곡식 제물과 연결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 규정에 따르면 기름부음을 받는 제사장은 고운 밀가루를 아침과 저녁에 나누어 바치며, 그 제물은 온전히 불살라집니다.
이것은 출애굽기 29:38–42에 나오는 매일 아침저녁의 상번제와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제사는 모두 정기적으로 드려지지만, 집회서 45:14에서는 아론의 제사장직에 관한 문맥과 곡식 제물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전승을 고려할 때 제사장의 곡식 제물이 더 직접적인 배경으로 보입니다.
그리스어에서는 ‘그의 제물들’이 복수 주어이고 동사는 수동태로, 제물들이 온전히 불살라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론의 후손들이 제물을 바친다는 뜻인지, 제물이 온전히 불살라진다는 수동적인 의미인지 읽기가 갈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사장직을 받은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하나님께 제물을 드려야 한다는 핵심은 분명합니다.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옷은 특별한 순간에 사람들의 눈길을 끕니다. 그러나 제사를 드리는 일은 날마다 반복됩니다.
기름부음과 영원한 언약 (15절)
모세는 그를 제사장으로 세우고, 거룩한 기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부었다. 이것은 그와 그의 후손에게 하늘이 있는 날 동안 영원한 언약이 되었다. 하나님을 섬기며 아울러 제사장 일을 하고, 그 이름으로 하나님의 백성에게 복을 빌게 하는 언약이었다.집회서 45:15 · 본디새김
이 장면은 출애굽기 29장과 레위기 8장의 제사장 위임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레위기 8:12에서 모세는 아론의 머리에 기름을 부어 그를 거룩하게 구별합니다.
아론 한 사람에게 주어진 직무가 후손에게 이어지는 언약으로 확대됩니다. 이 언약은 아론의 개인적인 능력이나 생존 기간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제사장직의 지속성을 나타냅니다.
다만 여기서 「영원한」이라는 표현을 후대의 역사에서 아론 계열 제사장들이 어떤 단절이나 변화도 경험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주장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저자는 이 직무를 하나님이 세우신 지속적인 언약의 관점에서 찬양합니다.
민수기 6:22–27에서는 하나님이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말을 가르쳐 주십니다. 제사장의 역할이 하나님 앞에서 제사를 드리는 것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백성을 어떻게 대하시는지를 백성에게 전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제사장직에는 제사뿐 아니라 가르침도 있다 (16–17절)
하나님은 살아 있는 모든 이 가운데서 그를 뽑았다. 주에게 제물을 가져오고, 기억하는 표로 향과 향기를 바치며, 너의 백성을 위하여 속죄하게 하려고 했다.집회서 45:16 · 본디새김
레위기 16장에서는 대제사장이 이스라엘의 죄와 부정을 위해 속죄 의식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아론의 직무에는 백성이 하나님 앞에서 겪는 죄의 문제를 다루는 역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구절의 「너의 백성」은 앞뒤의 삼인칭 서술 속에 이인칭이 나타나는 자리입니다. 문맥상 속죄의 대상이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인칭 대명사가 정확히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자기 계명들 안에서 그를 세워, 법도의 언약들 안에서 권위가 되게 했다. 야곱에게 증언들을 가르치고, 자기 율법으로 이스라엘에게 외치게 하려고 했다.집회서 45:17 · 본디새김
이 표현은 앞에서 모세에게 주어진 사명과 매우 닮았습니다. 5절에서는 모세가 야곱에게 언약을 가르치고 이스라엘에게 법도를 가르치도록 선택되었다고 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에게서 율법을 받아 백성에게 전합니다. 아론에게도 그 율법을 가르칠 책임이 주어집니다.
레위기 10:10–11에서는 제사장들이 거룩한 것과 속된 것, 부정한 것과 정결한 것을 구별하고 이스라엘에게 하나님의 규례를 가르쳐야 한다고 명령합니다. 신명기 33:10 역시 레위 사람들이 야곱에게 하나님의 법도를 가르치며 이스라엘에게 율법을 전한다고 말합니다.
제사장은 하나님 앞에서 백성을 대표하고, 백성 앞에서는 하나님의 가르침을 전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한 권위에는 갈등이 따랐습니다.
조금 더 깊이
신약의 히브리서는 모세와 아론의 역할을 다시 살펴보며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합니다. 히브리서 3:1–6은 모세의 신실함과 그리스도의 신실함을 비교합니다. 히브리서 5:1–10은 대제사장이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위해 세워진다는 사실을 설명하면서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을 논의합니다. 특히 히브리서 7장은 아론 계열의 제사장직과 구별되는 그리스도의 제사장직을 멜기세덱의 전통과 연결하여 해석합니다. 이것은 집회서 45장이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예언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집회서는 모세와 아론, 비느하스에게 주어진 역사적 직무와 언약을 찬양합니다. 히브리서는 그 제사장 제도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해석합니다.
고라의 반역 — 거룩한 권위는 누구에게 속하는가?
아론의 권위에 도전한 사람들
다른 이들이 함께 그에게 맞서 일어났고, 광야에서 그를 시기했다. 다탄과 아비람의 무리와 고라의 회중이 격분과 분노에 차서 그랬다.집회서 45:18 · 본디새김
여기서 이야기는 민수기 16장으로 돌아갑니다.
민수기 16:3에서 고라와 그 무리는 온 회중이 거룩하고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 계시는데, 왜 모세와 아론만 스스로를 높이느냐고 항의합니다. 반면 다탄과 아비람은 모세가 자신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어 광야에서 죽게 했다고 비난하며, 약속된 땅으로 데려가지 못한 것을 문제 삼습니다(민수기 16:12–14).
따라서 이 사건에는 제사장직에 대한 도전과 모세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이 함께 나타납니다. 집회서 저자는 이러한 복잡한 사건을 아론에 대한 시기와 반역으로 압축하여 설명합니다. 그가 특별히 관심을 두는 것은 하나님이 세우신 제사장직의 정당성입니다.
그들의 주장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가?
온 회중이 거룩하다는 말 자체는 완전히 낯선 주장이 아닙니다. 출애굽기 19:6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민수기 16장에서는 그 사실을 근거로 하나님이 특정한 직무를 맡기신 사람들의 역할을 부정합니다.
모세는 민수기 16:5에서 하나님이 누구를 자신에게 가까이 오게 하실지 밝히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제의 중심은 거룩함이라는 단어를 누가 사용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하나님이 맡기신 역할과 권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주는 이것을 보고 기뻐하지 않았고, 그들은 격한 분노 속에서 멸망했다. 주는 그들에게 놀라운 일들을 행하여, 자기의 타오르는 불로 그들을 삼켰다.집회서 45:19 · 본디새김
민수기 16장에서는 반역에 대한 심판이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땅이 갈라져 다탄과 아비람에게 속한 사람들을 삼키고, 하나님에게서 불이 나와 분향하던 이백오십 명을 삼킵니다(민수기 16:31–35). 집회서는 특별히 불의 심판을 강조하면서 사건 전체를 요약합니다.
이 사건을 근거로 오늘날 종교 지도자의 권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행동을 하나님에 대한 반역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민수기 16장은 하나님이 세우신 출애굽 공동체의 특정한 직무와 그에 대한 반역을 다룹니다. 본문 자체가 모든 종교 조직이나 지도자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일반 원칙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율법을 가르치고, 아론은 백성을 위해 제사를 드리며 그들을 가르치도록 세워졌습니다. 그들의 권위는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할 권한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위한 권위였습니다.
그런데 이 심판 이야기 다음에는 아론의 영광이 더욱 커졌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영광의 내용은 의외로 땅을 소유하지 않는 삶입니다.
땅을 물려받지 못한 제사장 — 주 자신이 유산이 되다
하나님이 주시는 몫
또 아론에게 영광을 더했고, 그에게 물려받을 몫을 주었다. 첫 수확에서 떼어 바친 것들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맨 먼저 그들에게 빵을 배불리 마련했다.집회서 45:20 · 본디새김
민수기 18:8–19에는 제사장들에게 돌아가는 거룩한 제물과 여러 봉헌물에 관한 규정이 나옵니다. 제사장들은 다른 지파 사람들처럼 농사를 지어 자신의 몫을 얻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성소를 섬기는 직무와 관련하여 정해진 몫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는 백성의 땅을 물려받지 않을 것이며, 백성 가운데 그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 주 자신이 너의 몫이며 유산이기 때문이다.집회서 45:22 · 본디새김
이 구절은 민수기 18:20과 신명기 10:9, 18:1–2의 가르침을 떠올리게 합니다. 민수기 18:20에서 하나님은 아론에게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땅을 유산으로 받지 못할 것이며, 하나님 자신이 그의 몫이고 유산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집회서는 바로 그 선언을 아론의 영광과 연결합니다.
보통 한 사람이 높은 지위를 얻으면 더 많은 재산과 땅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론에게 주어진 특별한 직무는 땅을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을 자신의 몫으로 삼는 방식으로 설명됩니다.
20–21절에서 그들은 첫 수확의 몫과 제물 가운데 정해진 음식을 받습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물질적인 공급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이 제사장들에게 생계를 위한 몫을 마련하셨다고 설명합니다.
그들의 직무는 하나님을 섬기는 일에 특별히 연결되어 있었고, 그들의 생계 역시 백성의 예배와 봉헌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제사장들이 하나님을 섬기도록 세워졌다면, 백성 역시 그 직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해진 몫을 제공하는 공동체적 책임을 가집니다.
왜 가장 영광스러운 사람에게 땅은 없는가?
이제 앞서 등장한 화려한 옷이 새롭게 보입니다.
아론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나타내는 보석을 가슴에 지녔습니다. 그러나 그 자신은 다른 지파들처럼 독립적인 토지 유산을 받지 못합니다. 그는 백성 전체를 대표하는 직무를 맡았지만, 그 권위가 영토 소유의 형태로 주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론에게 주어진 특별한 지위는 그가 백성 위에 군림하여 그들의 것을 마음대로 차지하라는 권한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백성을 위해 하나님을 섬겨야 했고, 하나님이 정하신 방식으로 생계를 공급받아야 했습니다.
물론 이런 규정이 실제 역사에서 모든 제사장의 욕심이나 권력 남용을 막아 주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예레미야 6:13과 미가 3:11 등은 종교 지도자들이 탐욕과 불의를 저질렀다고 비판합니다.
이것은 오늘날 모든 신앙인이 땅이나 재산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이 아닙니다. 본문은 특별한 제사장 직무와 그 직무를 위한 공급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제사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유산은 백성에게서 더 많은 것을 소유하는 권리가 아니라, 하나님을 섬기는 특별한 관계와 책임입니다.
비느하스 — 열심과 폭력 사이에서 읽어야 할 평화의 언약
세 번째로 영광을 받은 사람
엘르아살의 아들 비느하스도 영광에서 셋째였다. 주를 경외하며 열성을 기울이고, 백성이 돌아섰을 때 자기 마음의 선한 열의로 굳게 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스라엘을 위하여 속죄했다.집회서 45:23 · 본디새김
비느하스는 아론의 손자이며 엘르아살의 아들입니다. 따라서 「셋째」라는 표현은 아론, 엘르아살, 비느하스로 이어지는 제사장 가문의 순서와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비느하스의 제사장 옷이나 제물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의 열심을 강조합니다.
이 구절을 이해하려면 민수기 25:1–13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싯딤에 머무를 때 백성은 모압 여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신들을 섬기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분노하셨으며 재앙이 일어났습니다.
그때 이스라엘 사람 지므리가 미디안 여자 고스비를 데리고 들어오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비느하스는 창을 들고 그 두 사람을 찔러 죽입니다.
민수기 25장은 이 행동으로 재앙이 그쳤다고 기록하며, 하나님이 비느하스에게 평화의 언약을 주셨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집회서의 「선한 열의」는 단순한 열정이나 성실함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행동을 포함한 사건에 대한 평가입니다.
어떻게 폭력적인 행동 뒤에 평화의 언약이 오는가?
비느하스가 두 사람을 죽인 사건이 어떻게 평화의 언약과 연결될 수 있을까요?
집회서는 민수기 25장의 평가를 받아들입니다. 민수기의 이야기 안에서는 그의 행동이 하나님께 대한 이스라엘의 배신과 공동체에 임한 재앙을 끝내는 사건으로 제시됩니다. 따라서 본문이 말하는 평화는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고, 백성에게 임한 재앙이 그치는 일과 연결됩니다.
그러나 이 구절을 읽을 때는 역사적 서사의 평가와 오늘날의 행동 규범을 구별해야 합니다. 민수기와 집회서가 비느하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이 사건이 신앙적 열심을 이유로 개인이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는 일반적인 허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본문은 특정한 이스라엘 공동체의 위기와 그에 대한 하나님의 판단을 전하는 고대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른다고 자신이 판단했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이 본문에서 곧바로 도출할 수 없습니다.
열심 자체가 옳음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본문에서도 결정적인 것은 인간이 얼마나 격렬하게 행동했느냐가 아니라, 하나님이 그 사건을 어떻게 판단하셨느냐입니다.
평화의 언약과 제사장직의 지속 (24절)
이 때문에 그에게 평화의 언약이 세워졌고, 그는 거룩한 것들과 하나님의 백성을 맡아 돌보는 이가 되었다. 그와 그의 후손에게 제사장직의 위엄이 영원히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집회서 45:24 · 본디새김
비느하스에게 주어진 언약은 민수기 25:12–13에 나타나는 「평화의 언약」과 「영원한 제사장직의 언약」을 바탕으로 합니다. 비느하스의 열심을 이야기한 뒤에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그가 앞으로 백성을 위해 어떤 직무를 맡게 되는가입니다.
비느하스의 언약 역시 그의 개인적인 명성을 영구히 보존하겠다는 약속으로만 제시되지 않습니다. 제사장직의 책임이 그의 후손에게 이어질 것이라는 약속으로 나타납니다.
이제 저자는 아론의 가문에서 시선을 돌려 또 하나의 중요한 언약을 언급합니다.
다윗에게 주어진 왕권의 언약입니다.
다윗과 아론 — 왕권과 제사장직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또 유다 지파의 아들 다윗에게도 언약이 세워졌다. 왕의 유산은 아들에게서 오직 한 아들에게로 이어졌고, 아론의 유산은 그의 후손에게도 이어졌다.집회서 45:25 · 본디새김
여기서 다윗은 길게 소개되지 않습니다.
저자는 오직 언약의 계승이라는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합니다. 다윗의 언약은 사무엘하 7:12–16에 나오는 약속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나님은 다윗의 뒤를 이을 후손을 세우시고 그의 왕위를 견고하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다윗의 왕권과 아론의 제사장직은 계승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다윗의 왕위는 한 시대에 특정한 후계자가 이어받습니다. 반면 아론의 제사장직은 그의 후손들에게 넓게 이어집니다.
그리스어 휘우 엑스 휘우 모누는 「오직」이라는 말이 어디에 연결되는지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왕위가 매번 한 아들에게만 이어진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고, 왕권이 특별한 한 계승 계열을 따라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저자는 왕권과 제사장직이 서로 다른 형태로 계승되는 유산이라는 사실을 대비합니다.
왕은 나라를 다스리는 책임을 맡고, 제사장은 성소를 섬기고 백성을 위해 제사를 드리며 율법을 가르치는 책임을 맡습니다. 왕권과 제사장직은 모두 하나님의 언약과 연결되지만 같은 직무는 아닙니다.
그런데 두 제도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느 쪽도 단지 개인의 재능이나 야망에 의해 자유롭게 차지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자의 관점에서 두 직무 모두 하나님이 정하신 언약의 질서 안에 있습니다.
그런데 장 마지막에서 저자는 계보와 지위에 대한 찬양을 멈추고 한 가지를 기도합니다.
바로 지혜입니다.
영광스러운 가문을 위한 마지막 기도는 정의로운 판단이다
그들의 좋은 것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나님이 너희 마음에 지혜를 주어 너희가 그의 백성을 의롭게 재판하게 하기를 바란다. 또 그들의 세대가 이어지는 동안 그들의 영광도 너희에게 주기를 바란다.집회서 45:26 · 본디새김
여기서 지혜는 단순히 많은 지식을 아는 능력이 아닙니다. 백성의 문제를 올바르게 판단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책임을 수행하는 능력입니다.
아론의 가문은 특별한 지위를 받았지만, 그 지위가 올바른 판단을 저절로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제사장직이라는 사실과, 그 직무를 맡은 사람이 실제로 지혜롭게 행동한다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따라서 저자는 제사장 가문의 영광을 찬양하면서도 그들에게 여전히 지혜가 필요하다고 기도합니다.
가슴패의 보석은 제사장의 외적인 직무를 나타냅니다. 그러나 정의로운 판단은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내면과 실제 행동을 요구합니다.
아름다운 옷을 입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옷이 나타내는 책임을 바르게 수행할 지혜가 필요합니다.
금방울이 울릴 때마다
아론에게 주어진 특별한 지위는 그가 백성 위에 군림하여 그들의 것을 마음대로 차지하라는 권한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백성을 위해 하나님을 섬겨야 했고, 하나님이 정하신 방식으로 생계를 공급받아야 했습니다. 이 장의 시작에서 모세는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듣습니다. 마지막에서 제사장들은 하나님이 주시는 지혜를 필요로 합니다.
45장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장면은 아론이 성소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입니다.
그의 옷자락에는 금방울과 석류 장식이 달려 있습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방울이 울립니다. 그의 가슴에는 열두 지파의 이름이 새겨진 보석들이 있습니다. 머리에는 거룩함을 나타내는 금관이 놓여 있습니다.
가슴에는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있고, 그가 향하는 곳에서는 그들을 위해 제사를 드려야 합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백성을 기억하며, 백성에게 돌아와서는 하나님의 율법을 가르치고 복을 빌어야 합니다.
가슴에 백성의 이름을 새기고 하나님 앞에 서는 사람이라면, 그 백성을 판단할 때에도 그 이름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금방울이 울리며 아론이 걸어갑니다.
그 울림은 그의 영광을 알리는 소리이면서, 그가 누구를 위해 그 자리에 서 있는지 기억하게 하는 소리입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