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풀어 읽기 · 11장
이 장의 자리 · 6–11장 · 예루살렘의 성전
왕의 마음은 어디로 향했는가
솔로몬은 스바 여왕이 던진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지혜는 먼 나라에까지 알려졌고, 열왕기는 하나님께서 그 마음에 지혜를 주셨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장에서 그 마음에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이 장이 보여 주는 비극은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지혜와 하나님께 대한 충성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서 비롯됩니다.
왕의 마음에서 일어난 분열이 왕국의 분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히 솔로몬이 잘못했으므로 벌을 받았다는 설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왕국을 찢겠다고 하시면서도 전부를 빼앗지는 않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새로운 왕을 세우겠다고 하시면서도 그에게 같은 순종을 요구하십니다.
사랑이 어떻게 마음의 방향을 바꾸었는가
문제는 외국 출신이라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첫 구절은 솔로몬이 많은 외국 여자들을 사랑했다고 기록합니다. 파라오의 딸을 비롯하여 모압과 암몬, 에돔과 시돈, 헷 출신의 여자들이 나옵니다.
이 본문을 단순히 외국인과 결혼하면 안 된다는, 다른 민족을 배척하는 근거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본문 자체가 금지의 이유를 밝히기 때문입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이 민족들을 두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그들과 결혼하지 말고, 그들도 너희와 결혼하지 못하게 하여라. 그들이 반드시 너희 마음을 돌려 자기 신들을 따르게 할 것이다.」 그런데도 솔로몬은 그 여자들을 사랑하며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열왕기상 11:2 · 두루새김
이 말씀은 신명기 7:3–4의 경고와 연결됩니다. 그곳에서도 이스라엘이 다른 민족들과 결혼하는 일을 금지하면서, 그들이 이스라엘의 자녀들을 여호와야훼에게서 돌아서게 하여 다른 신들을 섬기게 할 위험을 이유로 듭니다.
룻기에서는 모압 출신인 룻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자신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이고 다윗의 집안에 들어옵니다(룻기 1:16; 4:13–22). 이것만 보아도 외국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여호와야훼를 섬기는 삶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솔로몬의 경우에는 본문이 걱정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가 맺은 결혼 관계는 다른 신들을 위한 예배로 이어졌고, 솔로몬 자신도 그 신들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책임을 외국 출신의 여자들에게만 돌릴 수 없습니다. 서술자는 처음부터 이 관계들을 선택하고 지속한 사람이 솔로몬임을 강조합니다.
솔로몬은 그들에게 매달렸다
「떨어지려 하지 않았습니다」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다바크(דָּבַק)는 굳게 붙다, 밀착하다, 결합하다라는 뜻을 지닙니다. 이 단어는 창세기 2:24에서 남자가 아내와 결합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에도 사용됩니다. 따라서 이 단어 자체가 잘못된 관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신명기에서는 이스라엘이 여호와야훼를 사랑하고 그분께 굳게 붙어 있어야 한다고 명령합니다(신명기 10:20; 11:22). 그는 다른 관계들을 사랑하며 굳게 붙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관계들이 그의 마음을 여호와야훼에게서 떠나게 했고, 그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솔로몬에게는 귀족 출신의 아내 칠백 명과 후궁 삼백 명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들이 그의 마음을 돌려놓았습니다.열왕기상 11:3 · 두루새김
솔로몬은 많은 금과 말과 병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아내와 후궁의 수까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서술자는 그 많은 관계가 왕의 마음을 더욱 온전하게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마음이 돌아섰다고 말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드러난 마음의 변화
솔로몬이 늙었을 때, 아내들은 그의 마음을 돌려 다른 신들을 따르게 했습니다. 아버지 다윗과 달리 그의 마음은 자기 하나님 여호와야훼께 온전히 향해 있지 않았습니다.열왕기상 11:4 · 두루새김
여기서 「온전히 향해 있지 않았습니다」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샬렘(שָׁלֵם), 온전한·완전한과 연결됩니다. 이 단어는 열왕기상 8:61에서 백성의 마음이 여호와야훼께 온전히 향해야 한다고 말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이 대목에서 마음이 온전히 향한다는 말은 죄를 한 번도 짓지 않는다는 의미보다, 하나님께 대한 충성이 나뉘지 않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다윗 역시 죄를 지은 왕이었습니다. 열왕기도 그 사실을 지우지 않습니다(열왕기상 15:5). 그러나 이 장은 솔로몬이 다른 신들을 따랐다는 점에서 다윗과 달랐다고 평가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변하지 않았고, 그분이 요구하신 길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솔로몬의 마음이었습니다.
예루살렘 맞은편 산에 세워진 다른 신들의 산당
왕의 마음이 돌아섰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는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솔로몬은 시돈 사람들의 신 아스다롯과 암몬 사람들의 우상 밀곰을 따랐습니다. 그는 여호와야훼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했고, 여호와야훼를 온전히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솔로몬은 예루살렘 맞은편 산에 모압의 역겨운 우상 그모스를 위한 산당을 지었습니다. 암몬 사람들의 역겨운 우상 몰렉을 위한 산당도 지었습니다.열왕기상 11:7 · 두루새김
예루살렘은 솔로몬이 여호와야훼의 성전을 세운 곳입니다. 그런데 그는 바로 그 예루살렘 맞은편 산에 다른 신을 위한 산당을 짓습니다.
솔로몬의 마음이 나뉘었다는 평가가 이제 도시의 공간 안에 나타납니다.
솔로몬의 불순종은 여호와야훼의 성전을 없애는 모습이 아니라, 그 성전을 그대로 둔 채 다른 신들을 위한 장소까지 세우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자신이 지은 성전에서 여호와야훼를 섬기는 왕으로 남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다른 신들을 위한 예배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본문은 그가 직접 다른 신들에게 어떤 제사를 얼마나 자주 드렸는지 자세히 기록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그 신들을 따랐고 산당을 지었으며, 그의 외국 출신 아내들이 그곳에서 자기 신들에게 연기를 올리고 제사를 드렸다고 밝힙니다.
여호와야훼의 집을 세웠던 왕이 다른 신들을 위한 집들도 세우게 된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두 이름의 관계를 둘러싸고 전해 내려온 본문과 그 해석에 문제가 있지만, 열왕기상 11장의 문면은 서로 다른 형태의 이름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이 둘을 아무 설명 없이 하나의 이름으로 합쳐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본문은 그모스와 밀곰과 몰렉을 중립적인 종교적 이름으로만 소개하지 않습니다. 「역겨운 우상」이라는 강한 평가를 덧붙입니다.
두 번 하나님을 만났던 사람에게 내려진 판결
하나님께서 분노하신 이유
여호와야훼께서는 솔로몬에게 화를 내셨습니다. 솔로몬의 마음이 자기에게 두 번이나 나타나셨던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로부터 돌아섰기 때문입니다.열왕기상 11:9 · 두루새김
여호와야훼께서는 기브온에서 솔로몬에게 나타나셨고(열왕기상 3:5), 성전과 왕궁을 완성한 뒤 다시 나타나셨습니다(9:2). 특히 두 번째 나타나셨을 때에는 다른 신들을 섬기면 왕국과 성전이 심판을 받으리라고 경고하셨습니다(9:6–9).
솔로몬은 그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11장에서 하나님께서 화를 내신 일은 갑작스러운 반응으로 제시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왕이 지켜야 할 길을 알려 주셨고, 그 길에서 돌아설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은 그 명령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왕국을 찢어 빼앗겠다는 말씀
여호와야훼께서 솔로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이렇게 행동하고, 내가 너에게 지키라고 명령한 내 언약과 규정을 지키지 않았으니, 내가 반드시 네게서 왕국을 찢어 빼앗아 네 신하에게 주겠다.」열왕기상 11:11 · 두루새김
여기서 「찢다」(קָרַע)라는 동사의 선택은 뒤에 나오는 예언자의 행동을 준비합니다. 왕국이 찢어질 것이라는 선언이 먼저 들리고, 그다음에 실제 겉옷이 찢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판결에는 두 가지 제한이 따릅니다.
「그러나 네 아버지 다윗을 생각해서 네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 일을 하지 않겠다. 네 아들의 손에서 왕국을 찢어 빼앗겠다.」열왕기상 11:12 · 두루새김
「왕국 전체를 찢어 빼앗지는 않겠다. 내 종 다윗과 내가 선택한 예루살렘을 위해 네 아들에게 한 지파를 주겠다.」열왕기상 11:13 · 두루새김
솔로몬의 불순종에 대한 판결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그 판결이 즉시 전면적으로 실행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솔로몬의 공로나 회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생각해서, 다윗을 위해 그렇게 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심판 속에 남겨진 한 지파
사무엘하 7:12–16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다윗의 후손을 통해 왕조를 세우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 약속에는 후손이 잘못할 때 징계하시겠다는 말씀과 함께 다윗의 집안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을 거두지 않겠다는 말씀이 놓여 있습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인간의 불순종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심판을 행하시면서도 자신의 약속을 잊지 않으시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조금 더 깊이
원문에서는 「찢다」라는 동사의 부정사 절대형과 활용형을 함께 사용하여 행동의 확실성을 강조합니다.
평화의 왕에게 대적들이 일어나다
하나님께서 왕국을 찢겠다고 선언하신 뒤, 이야기는 뜻밖의 장소로 옮겨 갑니다.
예루살렘이 아니라 에돔과 이집트, 그리고 다마스쿠스입니다. 솔로몬의 궁정 안에서 벌어진 우상숭배를 설명하던 서술자가 이제 이스라엘 바깥의 오래된 갈등들을 끌어옵니다.
첫 번째 대적 하닷 — 다윗의 승리 뒤에 살아남은 소년
여호와야훼께서는 에돔 사람 하닷을 일으켜 솔로몬에게 맞서는 적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닷은 에돔 왕의 후손이었습니다.열왕기상 11:14 · 두루새김
다윗이 에돔에 있을 때, 군대 지휘관 요압은 에돔의 남자들을 죽이는 군사 행동을 벌였습니다. 본문은 그가 여섯 달 동안 에돔에 머물며 모든 남자를 없앴다고 서술합니다(11:15–16).
그때 하닷은 어린 소년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신하였던 에돔 사람 몇 명과 함께 이집트로 달아났습니다.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다윗의 에돔 정복은 왕국의 세력을 넓힌 승리였습니다. 사무엘하 8:13–14는 다윗이 에돔에 수비대를 두고 그곳을 지배하게 되었다고 기록합니다.
그러나 하닷의 관점에서 그 사건은 자신의 나라와 왕실이 무너지고,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경험이었습니다.
하닷은 이집트에서 파라오의 보호를 받습니다. 집과 먹을 것과 땅을 얻고, 나중에는 파라오의 아내인 다브네스 왕비의 자매와 결혼합니다. 그의 아들 그누밧은 파라오의 왕궁에서 파라오의 아들들과 함께 지냅니다.
그런데 다윗과 요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하닷은 파라오에게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파라오가 물었습니다. 「내 곁에서 지내며 무엇이 부족하기에 네 나라로 돌아가려 하느냐?」 하닷이 대답했습니다. 「부족한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꼭 저를 보내 주십시오.」열왕기상 11:22 · 두루새김
그 이유를 본문은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고향에 대한 애착과 왕실의 권리, 과거의 원한이 관계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어느 하나를 하닷의 확정적인 동기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집트가 동시에 여러 사람의 피난처가 되다
솔로몬은 파라오의 딸과 결혼하여 이집트 왕실과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런데 이집트 왕실은 에돔 출신 하닷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솔로몬에게 맞서게 된 여로보암마저 이집트로 달아납니다.
같은 나라가 솔로몬의 왕실과 관계를 맺는 동시에 솔로몬에게 맞서는 적들과도 연결되는 것입니다.
하닷을 보호한 파라오와 여로보암을 받아들인 시삭이 같은 인물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은 여로보암이 달아난 때의 왕을 시삭이라고 따로 밝힙니다(11:40).
두 번째 대적 르손 — 다윗의 전쟁에서 생겨난 또 다른 적
하나님께서는 엘리아다의 아들 르손도 일으켜 솔로몬에게 맞서는 적이 되게 하셨습니다. 르손은 자기 주인인 소바 왕 하닷에셀에게서 달아난 사람이었습니다.열왕기상 11:23 · 두루새김
다윗이 소바 사람들을 죽일 때, 르손은 사람들을 모아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습니다. 사무엘하 8:3–8에는 다윗이 하닷에셀을 물리치고 그에게 속한 여러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한 일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와 함께한 사람들은 다마스쿠스로 가서 그곳에 살며 왕으로 다스렸습니다.
솔로몬은 아버지가 넓혀 놓은 왕국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왕국을 넓히는 과정에서 형성된 적대 관계도 함께 물려받았습니다. 다윗에게는 승리였던 사건이 그 전쟁을 겪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훗날 다시 싸워야 할 이유로 남아 있었습니다.
본문은 그 적들을 하나님께서 일으키셨다고 말합니다.
이 표현은 열왕기가 솔로몬의 정치적 어려움을 하나님의 심판과 연결하여 이해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들을 일으키셨다는 서술이 그들이 과거에 겪은 모든 일이나 이후 행한 모든 행동을 도덕적으로 옳다고 인정하셨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적이 없던 왕에게 대적들이 생기다
성전을 짓기 전 솔로몬은 여호와야훼께서 사방에 평안을 주셔서 맞서는 적도 없고 재앙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하닷과 르손이 등장합니다.
앞에서는 솔로몬의 나라가 누렸던 평화와 번영이 강조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평화 뒤에 있었거나 새롭게 심각해진 적대 관계들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하닷과 르손은 이스라엘 바깥의 적들입니다.
다음에는 솔로몬의 왕실 내부에서 더 직접적인 위협이 등장합니다.
조금 더 깊이
24절의 「왕으로 다스렸습니다」(מָלַךְ)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동사는 복수형입니다. 따라서 이 구절을 처음부터 르손 혼자 왕이 되었다는 기록으로 좁히기보다 그가 이끄는 집단이 지배하게 된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25절은 르손이 아람을 다스리는 왕이 되었다고 서술합니다. 특히 25절은 르손이 솔로몬이 다스리는 동안 내내 이스라엘에 맞서는 적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이들이 맞서 싸운 일이 솔로몬의 마지막 몇 년에만 처음 발생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서술자는 솔로몬의 생애에 걸쳐 형성된 적대 관계를 이 장에서 한꺼번에 조명하고 있습니다.
왕이 인정한 유능한 신하가 왕국을 나누게 된다
세 번째 인물은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입니다.
그는 에브라임 사람이며, 스루아라는 남편을 잃은 여자의 아들입니다. 여로보암은 앞선 두 적과 달리 외국인이 아닙니다. 그는 솔로몬의 신하였습니다.
여로보암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솔로몬은 이 젊은이가 일을 잘하는 것을 보고, 요셉의 자손들에게 맡긴 모든 강제 노동을 감독하게 했습니다.열왕기상 11:28 · 두루새김
요셉의 자손들은 에브라임과 므낫세를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 지파 집단과 연결됩니다. 이들의 강제 노동을 감독한다는 것은 여로보암이 왕실의 건축 사업과 북쪽 지파들의 노동 동원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뜻입니다.
솔로몬은 밀로를 짓고 다윗의 성읍에서 성벽이 뚫린 곳을 막았습니다(11:27). 여로보암은 그 건축 사업에 동원된 사람들의 노동을 감독하는 관리로 등장합니다.
솔로몬은 여로보암의 능력을 인정했기에 그에게 중요한 책임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이 훗날 왕에게 맞서게 됩니다.
다만 여로보암이 강제 노동에 반대했기 때문에 반란을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은 건축 사업과 그가 맡은 일을 반란의 배경으로 제시하지만, 여로보암이 내세운 구체적인 불만이나 정치적 요구를 기록하지 않습니다.
왕국의 분열은 외부에서만 밀려오는 위협이 아닙니다.
솔로몬이 세운 통치 체계 안에서도 그 가능성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로보암이 왕국의 일부를 다스리게 되는 일은 단순한 권력 다툼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제 예언자 아히야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새 겉옷이 열두 조각으로 찢어지다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벌어진 예언 행동
여로보암이 예루살렘을 나서다가 실로 출신의 예언자 아히야를 만납니다.
아히야는 새 겉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들판에서 단둘이 마주합니다. 왕도 없고,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도 없고, 화려한 의식도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서 왕국의 미래가 선포됩니다.
아히야는 자기가 입고 있던 새 겉옷을 붙잡아 열두 조각으로 찢었습니다.열왕기상 11:30 · 두루새김
아히야가 여로보암에게 말했습니다. 「열 조각을 가지세요.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보아라. 내가 솔로몬의 손에서 왕국을 찢어 빼앗아 너에게 열 지파를 주겠다.』」열왕기상 11:31 · 두루새김
하나님께서 앞에서 솔로몬에게 말씀하셨던 「왕국을 찢어 빼앗아」라는 선언이 이제 눈에 보이는 행동이 됩니다.
왜 열두 조각인데 열 지파와 한 지파만 말하는가?
겉옷은 열두 조각으로 찢어집니다. 여로보암에게는 열 지파가 주어지고, 솔로몬의 아들에게는 한 지파가 남습니다.
레위 지파의 특별한 지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해가 있고, 유다와 베냐민이 남쪽 왕국을 구성하게 된 상황을 반영하여 지파의 수를 정치적 단위로 읽는 방식도 있습니다. 그러나 11장 자체는 남은 한 조각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왕국의 대부분은 여로보암에게 넘어가고, 다윗의 집안에는 일부가 남습니다.
「『그러나 한 지파는 솔로몬에게 남겨 두겠다. 내 종 다윗과, 내가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 가운데서 선택한 성읍 예루살렘을 위해서다.』」열왕기상 11:32 · 두루새김
솔로몬의 불순종으로 왕국이 찢어지지만,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주신 약속과 예루살렘에 자신의 이름을 두기로 하신 선택이 완전히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나를 버리고」
「『내가 왕국을 빼앗는 것은 그들이 나를 버리고 시돈 사람들의 신 아스다롯과 모압의 신 그모스와 암몬 사람들의 신 밀곰에게 엎드려 절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솔로몬의 아버지 다윗과 달리 내가 가르친 길을 따라 살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 옳은 일을 하지 않았고, 내 규정과 법도 지키지 않았다.』」열왕기상 11:33 · 두루새김
앞에서는 솔로몬 한 사람의 불순종이 집중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구절에서는 「그들이」라는 복수형이 사용됩니다.
그가 세운 산당에서는 다른 신들을 위한 제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왕이 선택한 길이 왕실 주변의 예배 질서와 공동체의 삶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윗 앞에 남겨 둘 등불
「『그의 아들에게는 한 지파를 주겠다. 내가 내 이름을 두려고 선택한 성읍 예루살렘에서, 내 종 다윗의 등불이 내 앞에서 꺼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열왕기상 11:36 · 두루새김
여기서 등불은 다윗의 왕의 집안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열왕기상 15:4와 열왕기하 8:19에서도 다윗에게 등불을 주신다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왕의 집안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지켜 주시는 하나님의 행동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등불은 왕의 집안이 앞으로 언제나 화려하고 강력할 것이라는 보장이 아닙니다. 등불은 거대한 왕국이나 화려한 왕궁과는 다른 이미지입니다.
작지만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는 빛입니다.
조금 더 깊이
새 옷은 아직 낡거나 해진 옷이 아닙니다. 그런 옷이 사람의 손에 의해 찢어집니다. 이를 솔로몬의 왕국이 겉으로는 여전히 강하고 번성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판결에 의해 나뉘게 된다는 상징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문이 새 겉옷의 의미를 따로 풀이하지는 않으므로, 새것이라는 세부사항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뒤의 열왕기상 12:21에서는 유다와 베냐민이 함께 등장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11장의 모든 숫자 문제를 확정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33절의 「그들이」라는 표현을 솔로몬과 그의 주변 사람들, 곧 우상숭배에 참여한 왕실과 공동체를 함께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복수형이 정확히 누구까지 포함하는지는 본문만으로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여로보암에게도 같은 길이 주어진다
여로보암은 왕국의 열 지파를 받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 말씀입니다.
「『내가 명령하는 모든 것에 네가 귀 기울이고 내가 가르친 길을 따라 살며, 내 종 다윗처럼 내 규정과 명령을 지켜 내가 보기에 옳은 일을 한다면, 내가 너와 함께하겠다. 다윗에게 해 준 것처럼 너를 위해 굳건한 왕의 집안을 세우고, 너에게 이스라엘을 주겠다.』」열왕기상 11:38 · 두루새김
솔로몬에게 하나님께서는 다윗처럼 자신의 앞에서 살아가고 명령과 규정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9:4–5). 이제 여로보암에게도 똑같이 다윗처럼 하나님께서 가르치신 길을 따라 살며 규정과 명령을 지키라고 하십니다.
새로운 왕도 같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야 합니다.
이 점에서 열왕기상 11장은 권력의 교체가 곧 문제의 해결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한 왕이 실패했으므로 다른 왕을 세우면 모든 것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고 약속하지 않습니다.
여로보암에게 주어진 새로운 가능성
여로보암은 다윗의 후손이 아닙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가 자신의 명령을 지키면 다윗에게 해 주셨던 것처럼 그에게도 굳건한 왕의 집안을 세워 주겠다고 하십니다. 이것은 새로운 왕의 집안이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 주는 말씀입니다.
여로보암은 단지 솔로몬의 왕국을 파괴하는 도구로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왕으로 세우시고, 그가 순종하면 그와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조건 없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왕도 솔로몬처럼 하나님의 명령을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로보암이 어떤 길을 따라 살 것인지는 아직 열려 있는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 어떤 사람을 세우셨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이후 모든 선택을 승인하신다는 뜻은 아닙니다.
솔로몬도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이었습니다. 여로보암도 하나님께서 세우시겠다고 말씀하신 왕입니다. 두 사람 모두 하나님께 받은 자리에서 하나님께 순종할 책임을 가집니다.
「영원히 그러지는 않겠다」
「『이 일 때문에 내가 다윗의 후손을 괴롭게 하겠지만, 영원히 그러지는 않겠다.』」열왕기상 11:39 · 두루새김
이 말씀은 왕국의 분열이 하나님의 마지막 목적이 아니라는 여지를 남깁니다. 그러나 그 말이 정확히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지는 이 장에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왕이 왕위에 오르는 일이나 이후의 역사적 사건 하나를 곧바로 이 약속의 완전한 성취라고 확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약속을 받은 여로보암의 앞날은 곧바로 위태로워집니다.
솔로몬이 죽이려 한 사람은 이집트로 달아난다
솔로몬은 여로보암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여로보암은 이집트 왕 시삭에게로 달아나, 솔로몬이 죽을 때까지 이집트에 머물렀습니다.열왕기상 11:40 · 두루새김
처음에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왕권에 맞서는 사람을 죽이려 합니다.
솔로몬은 많은 나라와 관계를 맺고 막대한 재물을 얻은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의 통치에 맞서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바깥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기회를 기다립니다.
왕국을 찢겠다는 판결은 이미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솔로몬은 아직 왕좌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여로보암은 아직 이집트에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본문은 솔로몬이 아히야의 예언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았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또한 여로보암이 실제로 어떤 반란 행동을 얼마나 진행했는지도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솔로몬이 예언을 들었기 때문에 여로보암을 죽이려 했다고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본문은 앞에서 여로보암이 왕에게 반기를 들었다고 기록했고, 이어서 그가 장차 왕국의 대부분을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 전해졌습니다. 따라서 솔로몬이 그를 자신의 왕권에 대한 위협으로 여겼다는 이해는 자연스럽습니다.
사십 년을 다스린 왕에게 남은 평가
솔로몬의 마지막 기록은 간결합니다.
솔로몬에 관한 그 밖의 이야기와 그가 한 모든 일, 그의 지혜는 솔로몬의 일을 기록한 책에 적혀 있지 않습니까?열왕기상 11:41 · 두루새김
솔로몬은 실제로 하나님께 지혜를 받은 왕이었습니다. 그의 지혜는 이스라엘과 다른 민족들 가운데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그 지혜를 받은 왕도 하나님의 말씀에서 돌아설 수 있었습니다.
열왕기는 솔로몬의 위대한 업적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그의 실패를 감추지 않습니다.
이어 본문은 솔로몬이 사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다고 기록합니다.
솔로몬은 죽어 조상들과 함께 잠들었고, 아버지 다윗의 성읍에 묻혔습니다.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뒤를 이어 왕이 되었습니다.열왕기상 11:43 · 두루새김
그가 물려준 것은 성전과 왕궁, 강한 군사력과 많은 재물이 있는 왕국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의 심판이 선포된 왕국이었습니다.
그의 아들 르호보암은 그 모든 유산을 물려받습니다.
아버지의 왕좌도, 아버지가 남긴 정치적 문제도, 아직 실행되지 않은 하나님의 말씀도 함께 물려받습니다.
조금 더 깊이
여기서 본문은 그가 마지막에 회개했는지, 자신의 우상숭배를 어떻게 돌아보았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솔로몬이 죽기 전에 반드시 회개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반대로 그의 마지막 마음 상태를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찢어진 옷과 남겨진 등불
솔로몬의 마음이 돌아서자 하나님께서는 그의 왕국을 찢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왕의 개인적인 신앙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자동으로 결정된다는 일반 법칙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하나님과의 언약 안에서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특정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세운 왕국은 찢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심판 가운데서도 자신이 하신 약속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겉옷은 찢어지지만 등불은 남습니다.
솔로몬이 죽자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왕좌에 오릅니다.
겉으로는 왕위를 물려받는 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독자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들판에서 찢어진 그 겉옷이 아직 펼쳐지지 않은 왕국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찢어진 조각들 사이에는, 하나님께서 꺼뜨리지 않겠다고 하신 등불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