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풀어 읽기 · 2장

이 장의 자리 · 1–9장 · 솔로몬과 성전 건축

하늘도 담을 수 없는 하나님을 위한 집

솔로몬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집을 지으려 합니다. 필요한 사람들을 모으고, 외국 왕에게 목재와 기술자를 요청하며, 거대한 공사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건축을 준비하는 왕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옵니다.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도 그분을 담을 수 없습니다.」 솔로몬은 자신이 세우려는 집에 하나님을 모실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그는 건축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욱 정성을 들여 최고의 기술자와 재료를 구합니다.

이것은 모순일까요?

그러나 이 장에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흐릅니다. 하나님을 위한 집을 짓는 일에 수많은 사람이 동원됩니다. 이스라엘의 기술자만이 아니라 두로에서 온 기술자, 레바논에서 나무를 베는 사람들, 이스라엘 땅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참여합니다.

역대하 2장은 하나님이 얼마나 크신지를 고백하는 왕의 말과, 그 큰 하나님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함께 보여 줍니다.

읽는 시간 17분소단락 72장 본문 읽기 →

성전 건축은 사람을 세는 일에서 시작된다

역대하 2:1 본문 →

역대하 2장은 웅장한 건물의 설계나 아름다운 장식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솔로몬은 짐을 나르는 사람 70,000명과 산에서 돌을 캐는 사람 80,000명, 그들을 감독하는 사람 3,600명의 수를 세었습니다.역대하 2:1 · 두루새김

이 숫자는 장의 마지막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16–17절은 솔로몬이 이스라엘 땅의 외국인 남자들을 세었고, 그들이 정확히 십오만 삼천육백 명이었다고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처음에 제시한 세 집단으로 나누어 일하게 했다고 설명합니다.

그 사이에는 두로 왕 후람과 주고받은 편지가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성전 건축의 두 측면을 함께 보여 줍니다. 가운데의 편지는 건축의 목적과 필요한 기술, 재료를 설명합니다. 처음과 마지막의 인력 기록은 그 모든 계획을 실제로 실행할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보여 줍니다.

성전은 왕의 결심만으로 세워지지 않습니다.

산에서 돌을 캐고, 무거운 자재를 옮기고, 작업을 조직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본문은 처음부터 이 사람들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가서야 그들의 신분을 알려 줍니다.

이 배치는 독자로 하여금 먼저 거대한 건축 사업의 규모를 보게 하고, 마지막에는 그 규모를 감당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큰 집을 짓지만, 하나님은 그 안에 계셔야만 하는 분이 아니다

역대하 2:2–5 본문 →

솔로몬은 두로 왕 후람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두로는 지중해 연안의 도시로, 레바논의 목재를 구하고 바다를 통해 물건을 거래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습니다. 솔로몬은 후람이 자신의 아버지 다윗에게 백향목을 보내 왕궁을 짓도록 도왔던 일을 언급하며 협력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솔로몬은 곧바로 필요한 목재의 종류나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이 왜 성전을 지으려 하는지 설명합니다.

「저는 제 하나님 여호와야훼의 이름을 위한 성전을 지어 그분께 거룩하게 바치려고 합니다. 그곳에서 그분 앞에 향기로운 향을 피우고 빵을 늘 차려 놓으며, 아침저녁으로 번제물을 바치려는 것입니다. 안식일과 매달 첫날, 우리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정하신 명절에도 번제물을 바칠 것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영원히 지켜야 할 일입니다.」역대하 2:3 · 두루새김

이 행위들은 이미 모세의 율법에 정해져 있었습니다. 출애굽기 30:7–8은 아침과 저녁에 향을 피우는 일을, 출애굽기 25:30은 하나님 앞에 빵을 늘 차려 놓는 일을 명령합니다. 민수기 28–29장은 매일 드리는 제사부터 안식일, 매달 첫날, 여러 명절에 드리는 제사까지 정합니다.

솔로몬은 새로운 예배 방식을 만들어 내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맡기신 예배가 계속될 수 있도록 집을 지으려 합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 한 주의 반복, 달이 바뀌는 때, 한 해의 특별한 날들이 차례로 언급됩니다. 이스라엘의 시간 전체가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과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이 영원히 지켜야 할 일입니다」라는 말도 이 맥락에 있습니다. 솔로몬은 성전 건축을 자신의 통치 기간에만 필요한 행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도 이스라엘의 예배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합니다.

솔로몬이 세우려는 것은 한 왕의 업적을 기념할 건물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세대를 이어 하나님 앞에 서도록 할 장소입니다.

그런데 다음 말에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제가 지을 성전은 큽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모든 신보다 크시기 때문입니다.」역대하 2:4 · 두루새김

이 말만 보면 건물이 클수록 하나님께 더 큰 영광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바로 다음 문장에서 그 생각이 오해받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누가 그분을 위한 집을 지을 능력이 있겠습니까?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도 그분을 담을 수 없습니다. 제가 누구이기에 그분을 위한 집을 짓겠습니까? 다만 그분 앞에 향을 피울 곳을 지으려는 것입니다.」역대하 2:5 · 두루새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진술이 바로 옆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두 방향에서 설명합니다. 하나님은 가장 좋은 것을 드릴 만큼 존귀하신 분이십니다. 동시에 인간이 드리는 어떤 것도 그분의 위대하심을 다 담아낼 수 없는 분이십니다.

솔로몬은 하나님을 자기 건물 안으로 불러들여 소유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백성이 그분 앞에 나아갈 수 있도록 예배의 장소를 마련하려 합니다.

성전은 하나님을 제한하는 건물이 아니라, 그분 앞에 나아가는 인간의 삶을 위해 마련된 장소입니다.

솔로몬이 「제가 누구이기에」라고 묻는 것도 그래서 중요합니다. 그는 건축의 규모를 줄이려는 것이 아닙니다. 성전을 짓는 왕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과 대등한 자리에 설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크심을 아는 사람은 그분께 가장 좋은 것을 드리려 하면서도, 자신이 드린 것으로 하나님을 다 모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깊이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은 하늘뿐 아니라 가장 높은 하늘까지 포함하는 강조 표현입니다. 이 고백은 신명기 10:14의 말씀과 연결됩니다.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이 하나님께 속해 있습니다. 「다만 그분 앞에 향을 피울 곳을 지으려는 것입니다」라는 문장을 성전에서는 향만 피우겠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앞 절에서 이미 빵과 번제물을 비롯한 여러 예배 행위를 말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향을 피운다는 말은 하나님 앞에서 행할 예배의 일을 대표적으로 나타냅니다. 역대하 6:18에서 그는 하나님이 정말 사람과 함께 땅에 머무시겠느냐고 묻고, 자신이 지은 집은 물론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도 하나님을 모실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지혜로운 왕에게는 지혜로운 손들이 필요하다

역대하 2:6–9 본문 →

솔로몬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설명한 뒤에야 구체적인 요청을 시작합니다.

「그러니 금과 은과 청동과 철, 자주색과 짙은 붉은색과 푸른색 재료를 다루는 솜씨가 좋고 무늬를 새길 줄 아는 기술자를 보내 주십시오. 그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있는 제 기술자들과 함께 일하게 해 주십시오. 이들은 제 아버지 다윗이 준비해 둔 사람들입니다.」역대하 2:6 · 두루새김

금과 은과 청동과 철은 건축과 여러 물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금속입니다. 자주색과 짙은 붉은색과 푸른색 재료는 성막과 성전의 천 장식에 사용되는 색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늬를 새기는 작업은 장식적인 무늬와 모양을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솔로몬 자신은 하나님께 지혜와 지식을 받은 왕입니다. 그러나 솔로몬은 자신의 지혜만으로 성전을 지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특히 후람에게 요청하는 사람은 기존 기술자들을 대신할 사람이 아닙니다. 다윗이 준비해 둔 유다와 예루살렘의 기술자들과 「함께 일하게」 할 사람입니다.

역대상 22:15–16에서 다윗은 솔로몬에게 돌을 다루는 사람과 목수, 여러 재료를 다룰 기술자들이 준비되어 있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다윗은 자신이 성전을 짓지는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자원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다윗은 준비했고, 솔로몬은 실행합니다. 이스라엘의 기술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솜씨를 발휘하고, 두로에서 온 기술자는 그들과 함께 작업합니다.

왕의 지혜는 모든 일을 혼자 아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일에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알고, 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함께 일하도록 하는 데에도 있습니다.

이어 솔로몬은 목재를 요청합니다.

「또 레바논에서 백향목과 사이프러스나무와 알굼나무 목재를 보내 주십시오. 왕의 종들이 레바논의 나무를 베는 일에 능숙하다는 것을 압니다. 제 종들도 왕의 종들과 함께 일하면서,」 「저를 위해 목재를 많이 준비할 것입니다. 제가 지으려는 성전은 크고도 놀라운 건물이기 때문입니다.」역대하 2:7–8 · 두루새김

솔로몬은 레바논의 나무를 다루는 일에서 두로 사람들의 경험과 기술을 인정합니다. 솔로몬의 영토 안에 모든 재료와 기술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레바논의 목재를 얻고 운반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사람들과 협력해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성전이지만, 그 건축은 이스라엘 사람들만의 기술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솔로몬은 그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도 제시합니다.

「나무를 베는 왕의 종들에게는 찧은 밀 20,000코르와 보리 20,000코르, 포도주 20,000밧과 기름 20,000밧을 주겠습니다.」역대하 2:9 · 두루새김

밀과 보리, 포도주와 기름은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식생활에 중요한 물품들이었습니다. 코르와 밧은 고대의 용량 단위입니다. 여기서는 현대 단위로 바꾸어 계산하는 것보다 본문이 곡물과 포도주와 기름을 각각 상당한 규모로 약속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가 계획하는 성전은 거룩한 목적을 가진 건물이지만, 그것을 건축하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입니다. 기술이 필요하고, 재료가 필요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 살아갈 물자가 필요합니다.

하나님 앞에 향을 피우기 위해서는 먼저 누군가가 나무를 베고 돌을 다듬어야 합니다.

조금 더 깊이

백향목은 향기가 있고 건축에 알맞은 목재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사이프러스나무 역시 건축용 목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알굼나무는 정확히 어떤 나무인지 확정하기 어려우므로, 두루새김도 원래 이름의 소리를 따라 알굼나무라고 옮겼습니다.

두로 왕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찬양한다

역대하 2:10–11 본문 →

솔로몬의 편지를 받은 후람은 답장을 보냅니다.

그런데 후람도 곧바로 목재의 가격이나 운반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먼저 솔로몬이 왕이 된 이유를 말합니다.

두로 왕 후람이 솔로몬에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자기 백성을 사랑하셔서 왕을 그들의 왕으로 세우셨습니다.」역대하 2:10 · 두루새김

하나님이 솔로몬을 세우신 이유는 단순히 솔로몬 개인에게 영광을 주시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백성을 위한 것입니다. 후람의 말은 그 백성에게 좋은 통치를 베푸는 일이 왕에게 맡겨진 책임이라는 이해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후람은 이어서 말했습니다. 「하늘과 땅을 만드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야훼를 찬양합니다. 그분께서 다윗 왕에게 지혜롭고 사리를 잘 이해하며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아들을 주셨습니다. 그 아들이 여호와야훼를 위한 성전과 자신이 다스리며 지낼 왕궁을 지을 것입니다.」역대하 2:11 · 두루새김

솔로몬은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도 하나님을 담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후람은 그 하나님이 하늘과 땅을 만드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만드셨으므로 그 안의 어떤 건물에도 제한되지 않으십니다.

성전 건축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하나님에 관한 고백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절에서 그는 또 다른 지혜로운 사람을 소개합니다.

이제 왕의 지혜와 기술자의 지혜가 한 건축 사업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

조금 더 깊이

다만 이 말만으로 후람이 이스라엘의 신앙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대 왕들 사이의 외교 편지에서는 상대 왕이 섬기는 신을 높이는 표현이 사용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문도 후람의 개인적인 신앙 변화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밖의 왕도 하나님을 하늘과 땅의 창조주로 부르고, 솔로몬의 왕권과 지혜를 그분께서 주신 선물로 인정합니다.

후람아비 — 성전은 여러 사람의 지혜로 세워진다

역대하 2:12–15 본문 →

「이제 솜씨가 좋고 이해력이 뛰어난 후람아비를 보내겠습니다.」역대하 2:12 · 두루새김
「그의 어머니는 단 지파 사람이고 아버지는 두로 사람입니다. 그는 금과 은과 청동과 철, 돌과 나무, 자주색과 푸른색 재료, 고운 아마포와 짙은 붉은색 재료를 다룰 줄 압니다. 또 온갖 무늬를 새기고 맡은 일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할 줄 압니다. 왕의 기술자들, 그리고 왕의 아버지 다윗 왕의 기술자들과 함께 일할 것입니다.」역대하 2:13 · 두루새김

후람아비는 단순히 지시받은 대로 손을 움직이는 기술자가 아닙니다. 재료를 이해하고 작업을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성전의 아름다움은 솜씨 좋은 손뿐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생각하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이 장은 그의 부모가 서로 다른 민족이라는 점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어떤 재료를 다룰 수 있고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성전은 한 왕의 지혜로 계획되지만, 그 지혜는 다른 사람들의 지혜와 만나야 비로소 건물의 형태를 갖춥니다.

그런데 후람의 답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솔로몬이 약속한 곡물과 포도주와 기름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고, 레바논에서 나무를 베어 운반하겠다고 말합니다.

「저희는 왕께서 필요로 하시는 만큼 레바논에서 나무를 베겠습니다. 그 나무를 뗏목으로 엮어 바다를 따라 욥바까지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왕께서는 그것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가십시오.」역대하 2:15 · 두루새김

욥바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이고, 예루살렘은 내륙의 높은 지대에 있습니다. 따라서 바다에서 도착한 목재는 다시 육로로 운반되어야 합니다.

솔로몬은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설명할 때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그 하나님을 위한 집을 짓는 과정은 레바논의 나무와 지중해의 뗏목, 욥바의 항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장소들에서 이루어집니다.

성전 건축의 거룩한 목적은 현실의 수고를 불필요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의 「아비」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름의 일부인지, 존칭이나 직책을 나타내는 표현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출애굽기 31:2–5에서 하나님은 브살렐에게 지혜와 총명과 지식, 여러 기술을 주셔서 금과 은과 청동을 다루고 다양한 도안을 구상하도록 하셨습니다. 또 출애굽기 31:6에는 브살렐과 함께 일하도록 세워진 오홀리압이 등장합니다. 그는 단 지파 사람이었습니다. 성막 제작에 참여했던 오홀리압과 성전 제작에 참여할 후람아비가 모두 단 지파와 연결된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물론 두 사람이 직접적인 혈통이나 기술을 물려받는 관계에 있었다고 본문이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막과 성전의 제작 이야기를 나란히 읽으면 의미 있는 공통점이 나타납니다.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사람들 — 누구의 노동으로 성전이 세워지는가

역대하 2:16–17 본문 →

후람과의 편지가 끝나자 본문은 다시 사람들의 수를 세는 일로 돌아옵니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이 전에 수를 세었던 이스라엘 땅의 외국인 남자들을 모두 다시 세었습니다. 그 수는 153,600명이었습니다.역대하 2:16 · 두루새김

레위기 19:33–34는 이스라엘 가운데 사는 외국인을 억압하지 말고, 그들을 본토인처럼 여기며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명령합니다. 이스라엘 자신도 이집트 땅에서 외국인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대하 2장에서 외국인들은 거대한 건축 사업에 필요한 일꾼으로 집계됩니다.

솔로몬은 그들 가운데 70,000명에게 짐을 나르게 하고, 80,000명에게 산에서 돌을 캐게 했습니다. 또 3,600명을 감독자로 세워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게 했습니다.역대하 2:17 · 두루새김

여기에는 단순한 고용 이상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게 했습니다」라는 표현은 히브리어 레하아비드(⁨עָבַד⁩)와 연결되며, 사람들에게 노동을 시키거나 부역하게 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이 구절만으로 개별 노동자의 생활 조건이나 보수의 유무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왕이 외국인들을 조직하여 대규모 노동에 투입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역대하 8:7–9는 이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땅에 남아 있던 다른 민족들의 후손을 부역 노동에 동원했으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러한 부역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기록합니다. 따라서 2장 마지막의 노동력 집계는 단순히 자발적인 사람들이 모여 건축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습니다.

성전 건축을 위해 왕권이 동원한 노동 체제가 존재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집을 짓는 일이라면, 그 건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우받아야 합니까?

역대하 2장은 이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습니다.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노동의 어려움을 묘사하지도 않고, 솔로몬의 노동 체제를 이 자리에서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본문의 관심은 주로 성전 건축에 필요한 인력이 어떻게 마련되었는지를 기록하는 데 있습니다.

앞에서 후람과 주고받은 편지는 두로에서 나무를 베는 사람들에게 제공할 곡물과 포도주와 기름을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반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어떤 대우가 주어졌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들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에게 특별히 보호하도록 명령하신, 그들 가운데 사는 외국인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성전 건축의 위대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건축을 수행한 사람들의 현실을 살피는 것은 본문을 벗어난 관심이 아닙니다. 오히려 율법과 역대기를 함께 읽을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질문입니다.

성전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은 이스라엘 가운데 사는 외국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말씀하신 분이십니다.

이 두 사실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전을 위한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과정의 모든 인간적 행위가 자동으로 하나님의 뜻에 맞는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위한 집을 짓는다는 사실과,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대우받는다는 사실은 구별해서 살펴야 합니다. 이것은 역대하 2장이 직접 내리는 판결이 아니라, 이 장의 노동 기록을 율법과 함께 읽을 때 제기되는 신학적 질문입니다.

성전은 무엇을 위해 세워지는가

역대하 2:1–17 본문 →

그는 큰 건물을 준비하면서도 그것이 하나님을 담을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이 받은 지혜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스라엘의 성전을 지으면서도 이스라엘 밖의 사람들과 협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성전은 한 왕의 업적을 넘어 수많은 사람의 수고가 모이는 장소가 됩니다.

이 장의 끝에서 우리는 아직 성전을 보지 못합니다. 대신 성전이 세워지기까지 필요한 사람들의 수를 듣습니다. 칠만 명의 짐을 나르는 사람과 팔만 명의 돌을 캐는 사람, 삼천육백 명의 감독자입니다.

바다를 건너올 나무들도 아직 예루살렘에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후람은 레바논의 나무를 베어 뗏목으로 엮고 욥바까지 보내겠다고 약속했을 뿐입니다.

그렇게 성전 건축은 시작됩니다.

하늘과 하늘 위의 하늘도 담을 수 없는 하나님을 위해, 사람들은 땅에서 돌을 캐고 나무를 옮길 준비를 합니다.

그들이 지으려는 집이 아무리 커도 하나님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집에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품으시는 하나님 앞에 나아갈 것입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