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풀어 읽기 · 32장

이 장의 자리 · 26–36장 · 새 세대와 땅 준비

먼저 얻은 땅과 남은 책임

요단 강을 건너기 직전, 이스라엘 가운데 두 지파가 뜻밖의 요청을 합니다. 자기들은 강을 건너지 않고 지금 머물고 있는 땅을 자기 몫으로 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가축이 많았고, 눈앞의 땅은 가축을 기르기에 알맞았습니다. 더 멀리 갈 필요 없이 이미 차지한 곳에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이 요청을 듣고 격렬하게 반응합니다. 그들이 다시 한번 이스라엘을 광야에서 망하게 할 수 있다고까지 경고합니다.

왜 그럴까요? 두 지파는 다른 신을 섬기겠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기들의 형편에 맞는 땅을 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이 장의 갈등은 땅의 위치보다 더 깊은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한 공동체 안에서 먼저 자기 몫을 얻은 사람이 아직 자기 몫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떤 책임을 집니까?

읽는 시간 17분소단락 732장 본문 읽기 →

눈앞에 나타난 좋은 땅

민수기 32:1–5 본문 →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르우벤 자손과 갓 자손에게는 가축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들이 야제르 땅과 길르앗 땅을 보니, 그곳은 가축을 기르기에 알맞았습니다.민수기 32:1 · 두루새김

이스라엘은 모압 평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들은 요단 강 동쪽에 있으며, 강 건너편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요단 강 동쪽에도 이스라엘이 차지한 땅이 있었습니다.

민수기 21:21~35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아모리 왕 시혼과 바산 왕 옥을 물리치고 그들의 땅을 차지했습니다. 32장에 등장하는 길르앗과 그 주변 지역은 이러한 승리로 얻은 요단 강 동쪽의 땅과 연결됩니다.

이 지역은 산지와 고원, 풀밭이 있는 곳으로 가축을 기르기에 알맞았습니다. 르우벤과 갓 지파에게 가축이 많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들이 이 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곧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 공동체 앞에서 쳐서 이기신 이 땅은 가축을 기르기에 알맞습니다. 당신의 종인 저희에게는 가축이 있습니다.」민수기 32:4 · 두루새김

두 지파는 자기들이 힘으로 얻어 낸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 공동체 앞에서 쳐서 이기신 땅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그다음에 나옵니다.

그들이 또 말했습니다. 「저희를 좋게 보신다면, 이 땅을 종인 저희가 차지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 요단 강을 건너라고 하지 마십시오.」민수기 32:5 · 두루새김

그러나 이스라엘 전체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지파들은 여전히 요단 강을 건너야 합니다. 가나안 땅에 있는 주민들과 싸워야 하고, 그 땅을 차지한 뒤 각자 자기 몫의 땅을 받아야 합니다.

그들의 요청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지만, 공동체의 나머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일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그렇다고 두 지파가 처음부터 다른 지파들을 버릴 생각이었다고 확정할 수도 없습니다. 5절은 그들이 요단 강을 건너지 않기를 원했다는 사실을 말할 뿐, 다른 지파들의 전쟁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까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바로 그 가능성을 문제 삼습니다.

모세는 왜 가데스 바르네아를 떠올렸는가

민수기 32:6–15 본문 →

모세의 첫 반응은 간결하지만 날카롭습니다.

모세가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에게 말했습니다. 「너희 동족들은 전쟁에 나가는데, 너희는 여기 머물겠다는 것이냐?」민수기 32:6 · 두루새김

그는 두 지파가 아니라 그들의 「동족들」을 먼저 언급합니다. 두 지파에게는 좋은 땅을 선택하는 문제였지만, 모세에게는 동족들이 아직 싸우고 있는데 자기들만 먼저 정착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어째서 이스라엘 자손의 마음을 꺾어,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에게 주신 땅으로 건너가지 못하게 하느냐?」민수기 32:7 · 두루새김

여기서 「마음을 꺾어」라는 표현은 단순히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하려던 일을 포기하게 하거나 주저하게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모세가 곧바로 들려주는 과거 이야기에서 분명해집니다. 가데스 바르네아에서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을 살펴본 뒤,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꺾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사건은 민수기 13~14장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탐꾼들은 약속의 땅이 풍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 땅의 주민들이 강하고 성읍들이 튼튼하다는 사실도 보고했습니다. 그들의 부정적인 보고를 들은 백성은 두려워하며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그 결과 이집트에서 나온 세대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오직 여호와야훼를 온전히 따랐던 갈렙과 여호수아만 예외로 남았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이스라엘에게 크게 분노하셔서 그들을 사십 년 동안 광야에서 떠돌게 하셨다. 여호와야훼께서 보시기에 악한 일을 한 그 세대가 모두 죽을 때까지였다.」민수기 32:13 · 두루새김

가데스 바르네아의 실패는 단순히 몇 사람이 잘못 판단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보고가 백성 전체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한 세대가 광야에서 생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다만 과거 정탐꾼들과 지금의 두 지파가 정확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탐꾼들은 가나안 땅을 보고 두려워하며 들어가기를 거부했습니다. 반면 르우벤과 갓 지파는 이미 얻은 땅이 자기들의 필요에 알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이 가나안 주민들을 두려워해서 머물려 했다고 본문은 말하지 않습니다.

두 사건에서 공통되는 것은 동기가 아니라 공동체에 미칠 수 있는 결과입니다.

먼저 가야 할 사람들이 요단 강을 건너지 않으면, 다른 지파들도 가나안으로 들어가는 일에 주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전체가 하나님께서 주신 땅으로 나아가는 일을 포기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너희가 여호와야훼를 따르다가 돌아서면, 그분께서는 이스라엘을 다시 광야에 내버려 두실 것이다. 그러면 너희가 이 백성 전체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민수기 32:15 · 두루새김

모세는 광야에서 한 세대가 사라지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이제 막 새로운 세대가 약속의 땅에 들어가려는 순간,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이 일어납니다.

두 지파는 자신들의 요구만을 되풀이하지 않습니다. 모세가 걱정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듣고, 새로운 약속을 제시합니다.

머물고 싶었던 사람들이 앞장서겠다고 말하다

민수기 32:16–19 본문 →

그들이 모세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저희는 여기에 양과 염소를 가둘 우리를 짓고, 아이들이 살 성읍들을 세우겠습니다.」민수기 32:16 · 두루새김

그러나 곧바로 결정적인 말을 덧붙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서둘러 무기를 갖추고 이스라엘 자손 앞에 나서서, 그들이 살 곳으로 데려다줄 때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이 땅의 주민들을 피해 안전하게 지내도록 요새 성읍들에 머물게 하겠습니다.」민수기 32:17 · 두루새김

처음 요청은 자기들에게 필요한 땅을 얻는 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고쳐 낸 제안에서는 다른 지파들이 자기 땅에 도달하도록 돕는 책임을 받아들입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저마다 자기 몫의 땅을 받을 때까지 저희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민수기 32:18 · 두루새김

두 지파가 자기들의 땅을 얻었다고 해서 공동체 전체의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이 각각 자기 몫의 땅을 얻어야 비로소 돌아오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먼저 얻은 몫과 아직 얻지 못한 몫을 연결하는 약속입니다.

두 지파는 19절에서 자신들이 요단 강 서쪽에서 별도로 땅을 받지 않겠다고도 밝힙니다. 그들은 동쪽의 땅을 얻고 서쪽에서도 다시 땅을 요구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몫은 요단 강 동쪽의 땅으로 한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군인들이 전쟁에 나가는 동안 아내와 아이들은 요새 성읍에 남습니다. 두 지파는 그들이 그 땅의 주민들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미 차지한 땅이지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제안한 대로라면 무기를 갖춘 사람들은 가족을 뒤에 남겨 두고 다른 지파들과 함께 전쟁에 나가야 합니다. 그들의 가족에게도 부담과 위험이 남습니다. 이 사실은 두 지파의 새로운 제안이 단순히 말을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생활의 희생을 동반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아직 약속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모세는 그 약속이 실제로 어떤 조건 아래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다시 정합니다.

조금 더 깊이

이스라엘에게 땅은 여호와야훼께서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12:7에서 여호와야훼는 아브라함에게 그의 자손에게 땅을 주겠다고 말씀하셨고, 창세기 15:18~21에서는 그 땅의 범위를 약속하셨습니다. 민수기는 이 약속이 공동체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 줍니다.

형제들 앞에서 싸우는 것이 여호와야훼 앞에서 싸우는 일이 되다

민수기 32:20–24 본문 →

두 지파는 17절에서 「그들이 살 곳으로 데려다줄 때까지」 앞장서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사용하는 표현은 조금 다릅니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가 말한 대로 하여 여호와야훼 앞에서 무기를 갖추고 싸우러 나서고,」민수기 32:20 · 두루새김
「무기를 갖춘 너희 모두가 여호와야훼 앞에서 요단 강을 건너가, 그분께서 자기 앞에서 원수들을 몰아내실 때까지 싸운다면,」민수기 32:21 · 두루새김

앞서 두 지파는 「이스라엘 자손 앞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모세는 「여호와야훼 앞에서」 싸우라고 말합니다. 모세는 두 지파가 전쟁에 협력하는 일을 하나님 앞에서 감당해야 할 의무로 규정합니다.

다른 지파들과 함께 싸우는 일은 단순한 호의나 지파 사이의 정치적 타협이 아닙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시는 땅을 함께 차지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특히 21절에서는 땅의 주민들을 몰아내시는 분이 여호와야훼라고 말합니다. 전쟁에 나가는 사람은 이스라엘 군인들이지만, 본문은 그 과정에서 여호와야훼의 행동을 강조합니다.

물론 이 표현이 가나안 정복에 따르는 폭력을 윤리적으로 설명하거나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민수기의 이야기 안에서 가나안 땅을 차지하는 일을 인간이 스스로 영토를 넓히는 일로만 이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그 땅이 여호와야훼 앞에서 정복된 뒤에 너희는 돌아와도 된다. 그러면 여호와야훼와 이스라엘에게 해야 할 책임을 다한 것이다. 여호와야훼 앞에서 이 땅은 너희가 차지할 땅이 될 것이다.」민수기 32:22 · 두루새김

두 지파에게는 두 관계가 함께 있습니다. 하나는 여호와야훼와의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 공동체와의 관계입니다.

모세는 둘을 분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다른 지파들을 위해 전쟁에 참여해야 하며, 그 책임을 여호와야훼 앞에서 감당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세는 약속을 어겼을 때의 결과도 매우 엄중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너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호와야훼께 죄를 짓는 것이다. 너희가 그 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될 줄 알아라.」민수기 32:23 · 두루새김

두 지파가 다른 지파들과 함께 전쟁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요단 강 동쪽에 머무른다면 그들의 약속 위반은 여호와야훼께 대한 죄가 됩니다.

「너희 아이들이 살 성읍들을 세우고, 양과 염소를 가둘 우리를 지어라. 그리고 너희 입으로 한 약속을 지켜라.」민수기 32:24 · 두루새김

이 명령은 바로 앞의 민수기 30장과 연결됩니다. 30:3에서 모세는 하나님께 서원하거나 맹세하여 자신에게 의무를 지운 사람은 자기 입에서 나온 모든 말대로 해야 한다고 명령했습니다.

32장의 약속이 30장에서 규정한 형식적인 서원과 법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종류인지는 본문이 명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기 입으로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히 이어집니다.

이제 땅의 문제가 단순한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신실함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깊이

두루새김은 22절의 이 자리를 「해야 할 책임을 다한 것이다」라고 옮깁니다. 제사를 통해 정결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의무를 이행한 뒤 더 이상 그 의무에 매여 있지 않게 된다는 뜻을 드러냅니다. 23절의 원문에서 죄가 그들을 찾아낸다는 것은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도 그 책임의 결과를 피할 수 없음을 강하게 표현합니다. 이 구절은 모든 죄가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공개된다는 법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공동체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동에는 하나님 앞에서의 책임이 따른다는 경고입니다. 16절에서 두 지파는 먼저 양과 염소를 가둘 우리를 짓고, 그다음에 아이들이 살 성읍을 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아이들이 살 성읍을 먼저 언급하고, 양과 염소를 가둘 우리를 뒤에 언급합니다. 이러한 순서의 변화는 가족의 안전을 재산보다 앞세우는 표현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본문은 모세가 두 지파의 가치관을 꾸짖기 위해 순서를 바꾸었다고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대조를 지나치게 확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세는 왜 다른 지도자들 앞에서 조건을 다시 밝히는가

민수기 32:25–32 본문 →

두 지파는 모세의 조건을 받아들입니다.

이어지는 말에서 그들은 아이들과 아내들과 가축이 길르앗의 성읍들에 머물고, 무기를 갖춘 사람들은 요단 강을 건너가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다시 확인합니다.

그런데 모세는 이 약속을 자신과 두 지파 사이의 말로만 남겨 두지 않습니다.

모세는 그들에 관한 일을 제사장 엘아자르와 눈의 아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각 지파의 아버지 집안 우두머리들에게 지시했습니다.민수기 32:28 · 두루새김

민수기 27장에서 모세는 자신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웠습니다. 32장에서 두 지파가 약속한 일은 요단 강을 건너 가나안 땅을 정복한 뒤에야 끝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세 자신은 그 약속이 끝까지 지켜지는 과정을 직접 이끌지 못할 가능성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일은 단지 모세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이 약속은 다음 지도자들이 알고 실행할 수 있는 공동체의 결정이 됩니다. 특히 29~30절은 약속의 두 가지 결과를 분명하게 정합니다.

무기를 갖춘 사람들이 여호와야훼 앞에서 다른 지파들과 함께 요단 강을 건너고, 그 땅이 정복되면 길르앗 땅을 그들이 차지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무기를 갖추고 너희와 함께 건너가지 않으면, 가나안 땅에서 너희와 함께 자기 몫의 땅을 받아야 한다.」민수기 32:30 · 두루새김

약속을 어기면 땅을 전혀 얻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요청한 요단 강 동쪽의 땅을 받지 못하고, 다른 지파들과 함께 가나안 땅에서 자기 몫의 땅을 얻도록 합니다.

그는 요단 강 동쪽이라는 장소 자체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정착하려는 두 지파의 요구가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의 책임과 충돌하지 않도록 조건을 붙입니다.

문제는 어디에 살 것인가보다, 그곳에 살기 위해 어떤 책임을 감당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이 대답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종인 저희에게 말씀하신 그대로 하겠습니다.」민수기 32:31 · 두루새김

처음에는 자신들의 가축과 땅이 가축을 기르기에 알맞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여호와야훼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하겠다고 합니다.

「저희는 무기를 갖추고 여호와야훼 앞에서 가나안 땅으로 건너가겠습니다. 다만 저희가 대대로 물려줄 땅은 요단 강 동쪽에 저희 몫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민수기 32:32 · 두루새김

처음 요청에서 부족했던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 새로운 약속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두 지파가 원하는 땅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땅을 얻는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조금 더 깊이

여호수아 22:1~9에 따르면 르우벤과 갓과 므낫세 지파의 절반은 다른 이스라엘 지파들과 함께 전쟁에 참여했고, 자신들이 맡은 의무를 다했다는 인정을 받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들을 축복하며 요단 강 동쪽의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여호수아 22:10~34에서는 요단 강 동쪽 지파들이 요단 강 근처에 큰 제단을 세우면서 새로운 갈등이 발생합니다. 서쪽의 이스라엘 지파들은 그 제단이 여호와야훼께 대한 반역의 표시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쪽 지파들은 자신들의 의도가 다른 제사를 드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요단 강 양편에 사는 사람들이 같은 여호와야훼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후손들에게 증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들은 훗날 서쪽의 후손들이 동쪽의 후손들에게 요단 강이 경계이므로 여호와야훼와 관계가 없다고 말할까 봐 걱정했던 것입니다(여호수아 22:24~28).

세 지파가 차지한 땅

민수기 32:33–42 본문 →

이제 모세는 땅을 나누어 줍니다.

모세는 갓 자손과 르우벤 자손과 요셉의 아들 므낫세 지파의 절반에게 아모리 왕 시혼의 왕국과 바산 왕 옥의 왕국을 주었습니다. 그 땅과 그 경계 안에 있는 사방의 성읍들을 주었습니다.민수기 32:33 · 두루새김

지금까지 땅을 요청하고 모세와 협상한 사람들은 르우벤과 갓 지파였습니다. 이 장은 므낫세 지파의 절반이 언제부터 이 협상에 참여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1~32절에는 그들이 두 지파와 함께 요청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그러나 39~42절에 이르면 므낫세 집안 사람들이 실제로 길르앗과 그 주변 지역을 점령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마키르의 자손들은 길르앗으로 가서 아모리 사람들을 몰아냈습니다. 야이르는 여러 천막 마을을 점령했고, 노바는 크낫과 거기에 딸린 마을들을 점령했습니다.

따라서 마지막 단락은 두 지파가 자기 몫의 땅을 받기 위한 협상에 이어, 요단 강 동쪽에서 므낫세 집안 사람들이 차지한 지역까지 함께 정리합니다. 다만 이 점령 활동들이 1~32절의 협상 이전에 일어났는지, 그 이후에 진행되었는지를 본문만으로 정확하게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신명기 3:12~17은 이 지역의 분배를 다시 설명하면서 르우벤과 갓, 므낫세 지파의 절반이 받은 땅을 구분합니다. 르우벤과 갓은 길르앗의 일부와 그 남쪽 지역을, 므낫세 지파의 절반은 길르앗의 다른 지역과 바산을 받습니다.

마지막 단락은 여러 성읍을 세우고 이름을 바꾼 일을 기록합니다. 갓 자손은 디본과 아타롯과 야제르 등을 요새 성읍으로 세우고 양과 염소 우리를 짓습니다. 르우벤 자손도 헤스본과 엘알레와 키르야타임 등을 세웁니다. 느보와 바알 므온은 이름이 바뀐 성읍들이었다고 기록합니다.

성읍을 「세웠습니다」라는 표현은 반드시 그 장소에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미 존재했던 성읍을 다시 세우거나 튼튼한 요새로 만드는 일도 이 표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야이르와 노바의 행동은 다른 특징을 보여 줍니다. 그들은 점령한 곳에 자기 이름을 붙입니다. 야이르는 점령한 마을들을 「하워트 야이르」라고 부르고, 노바는 크낫을 자기 이름을 따라 「노바」라고 부릅니다.

처음에 막연히 「이 땅」이라고 불렀던 곳이 이제 각 지파와 집안의 구체적인 생활 터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등장하는 「점령하고」, 「몰아냈습니다」라는 표현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곳에는 이전부터 살던 아모리 사람들이 있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의 정착에는 그들을 몰아내는 과정이 따랐습니다.

민수기의 이야기는 이 일을 여호와야훼께서 주시는 땅을 차지하는 과정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땅을 잃은 사람들의 경험까지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 더 깊이

특히 「바알 므온」이라는 지명에는 가나안 지역의 신 이름으로도 사용된 「바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름을 바꾸는 행위가 기존의 종교적 연관성을 피하려는 행동이었다고 해석할 여지는 있습니다. 그러나 38절은 느보와 바알 므온의 이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말할 뿐,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두 이름의 변경을 모두 우상숭배와 관계를 끊으려는 의도로 확정해서는 안 됩니다.

강을 건너지 않게 해 달라는 요청이, 앞서 건너겠다는 약속으로 바뀌다

민수기 32:1–42 본문 →

이것은 한쪽이 자신의 요구를 완전히 포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의 책임을 중심으로 새로운 길을 찾은 이야기입니다. 땅의 분배에는 유연성이 있었지만, 공동체의 책임에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두 지파는 눈앞의 좋은 땅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땅은 가축을 기르기에 알맞았고, 그들의 가족이 살아갈 터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그들에게 강 건너편을 바라보게 했습니다.

그곳에는 아직 자기 땅을 얻지 못한 동족들이 있었습니다.

두 지파는 결국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성읍을 세우고 양과 염소를 가둘 우리를 마련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정착할 땅을 뒤로한 채 무기를 갖추고 요단 강을 건너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들은 처음에 원했던 땅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 땅에 머물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자기 몫을 먼저 얻었다는 사실이 동족들과 함께 끝까지 가야 할 책임을 없애 주지는 않았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