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풀어 읽기 · 34장

이 장의 자리 · 26–36장 · 새 세대와 땅 준비

아직 차지하지 않은 땅의 경계

이스라엘은 아직 요단 강을 건너지 않았습니다. 가나안 땅의 성읍들을 점령하지도 않았고, 어느 지파가 어디에서 살게 될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호와야훼께서는 먼저 그 땅의 경계를 말씀하십니다.

남쪽 경계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이어지는지, 서쪽은 무엇으로 구분되는지, 북쪽과 동쪽의 경계는 어떤 장소들을 지나는지 하나하나 정하십니다. 그리고 그 땅을 나누어 줄 사람들의 이름까지 미리 정하십니다.

아직 땅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자세한 경계와 담당자가 필요할까요?

하나님께서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는 것과 이스라엘이 그 땅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약속은 이스라엘 전체에게 주어졌지만, 실제로는 크기가 서로 다른 지파와 집안들이 각자의 생활 터전을 가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누가 어느 땅을 받는지, 누가 땅을 나누는 일을 책임지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사람들의 실제 삶의 터전이 되려면, 경계와 분배와 책임이 함께 정해져야 합니다.

읽는 시간 15분소단락 834장 본문 읽기 →

약속의 땅에도 경계가 있다

민수기 34:1–2 본문 →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렇게 명령하여라. 『너희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면, 다음 경계 안의 가나안 땅이 너희가 받아 대대로 물려줄 땅이 될 것이다.』」민수기 34:2 · 두루새김

이스라엘이 차지할 땅은 단순히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이 가져가는 전리품으로 소개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받아 대대로 물려줄 땅으로 설명됩니다.

슬로브핫에게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딸들은 아버지의 이름과 물려받을 땅이 사라지지 않도록 자신들에게도 땅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그들의 요구가 옳다고 인정하시고, 아들이 없는 경우 딸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규정을 주셨습니다(민수기 27:1~11). 그 이야기에서 물려받을 땅은 한 가족의 이름과 미래에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민수기 34장에서는 그 문제가 이스라엘 전체로 넓어집니다.

어떤 지파가 어느 지역을 받을 것인지 정하는 일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앞으로 그곳에서 살아갈 가족들과 후손들의 삶의 터전을 정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여호와야훼께서는 이 땅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분명한 경계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땅을 주신다는 약속은 이스라엘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기 땅으로 삼아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2절은 그 땅을 「다음 경계 안의 가나안 땅」이라고 부릅니다.

레위기 25:23은 이 관계를 더욱 분명하게 설명합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땅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분 앞에서 나그네처럼 머물러 사는 사람들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땅을 물려받지만, 그 땅의 최종적인 주인이 자신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민수기 34장 자체는 땅을 사고파는 일이나 희년 규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 장의 관심은 나누어 줄 땅의 경계와 책임자들을 정하는 데 있습니다.

이제 여호와야훼께서는 그 땅을 남쪽에서부터 차례로 둘러 말씀하십니다.

조금 더 깊이

창세기 15:18~21에서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은 이집트 강에서 유프라테스강에 이르는 넓은 지역을 말합니다. 반면 민수기 34장은 요단 강 서쪽 가나안의 땅을 나누어 주기 위한 구체적인 경계를 제시합니다. 창세기 15장은 아브라함과 맺으신 언약 안에서 땅을 약속하시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두 본문의 경계가 반드시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고 미리 생각하거나, 한쪽을 이용하여 다른 쪽의 의미를 없애서는 안 됩니다.

남쪽 경계 — 광야와 가데스 바르네아를 지나

민수기 34:3–5 본문 →

「『너희 땅의 남쪽은 에돔에 맞닿은 친 광야에 걸쳐 있을 것이다. 남쪽 경계의 동쪽 출발점은 소금 바다 끝이다.』」민수기 34:3 · 두루새김

소금 바다는 오늘날 사해로 불리는 곳입니다. 본문은 여기에서 출발해 서쪽 방향으로 이어지는 남쪽 경계를 설명합니다.

아크라빔 오르막길 남쪽으로 돌아 친을 지나고, 가데스 바르네아 남쪽에 이릅니다. 이어서 하차르 아다르와 아츠몬을 지나 이집트 개천에 도달하고, 마지막으로 바다에 이릅니다.

민수기 13~14장에서 이스라엘은 가데스와 연결된 지역에서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를 거부했습니다. 정탐꾼들이 그 땅의 풍요를 확인했지만, 백성은 그곳 주민들을 두려워하여 여호와야훼의 약속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이집트에서 나온 세대는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광야를 떠돌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가데스 바르네아가 약속의 땅의 남쪽 경계를 설명하는 장소로 등장합니다.

다만 민수기 34장이 가데스 바르네아를 말한 이유가 과거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떠올리게 하려는 것이라고 직접 밝히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실제 지리적 경계를 설명하는 장소로 사용됩니다.

한 세대가 광야에서 죽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실패 때문에 여호와야훼께서 조상들에게 하신 땅의 약속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이제 그 약속이 실제로 적용될 땅의 경계를 듣고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가데스 바르네아와 아크라빔 오르막길을 비롯한 여러 장소의 대략적인 지역은 짐작할 수 있지만, 하차르 아다르와 아츠몬 등의 정확한 위치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 절들만으로 오늘날의 지도에 국경선을 정밀하게 그릴 수는 없습니다. 민수기 34:5의 이집트 개천을 오늘날 시나이 북부의 특정한 하천 골짜기와 연결하는 해석이 있지만, 본문 자체로 정확한 위치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이 구절의 개천을 아무 설명 없이 나일강의 중심 물줄기와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서쪽과 북쪽 경계 — 분명한 바다와 불분명한 산

민수기 34:6–9 본문 →

남쪽 경계에 여러 지명이 등장한 것과 달리 서쪽 경계는 매우 간결합니다.

「『서쪽 경계는 큰 바다의 해안이 될 것이다. 이것이 너희의 서쪽 경계다.』」민수기 34:6 · 두루새김

「큰 바다」는 지중해를 가리킵니다. 서쪽에는 많은 지명을 나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바다 자체가 큰 경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의 히브리어에는 「큰 바다」 다음에 경계를 뜻하는 말이 다시 등장합니다. 따라서 큰 바다와 그 해안을 함께 가리키는 것으로 읽을 수 있지만, 큰 바다가 곧 경계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북쪽으로 올라가면 다시 여러 지명이 등장합니다.

「『너희의 북쪽 경계는 다음과 같다. 큰 바다에서 호르 산까지 경계를 그어라.』」민수기 34:7 · 두루새김

바로 앞 장인 민수기 33:37~39에서 아론이 죽은 장소도 호르 산이었습니다. 아론이 죽은 호르 산은 민수기 33:37에서 에돔 땅 끝에 있는 장소로 소개됩니다. 반면 민수기 34:7의 호르 산은 가나안 땅의 북쪽 경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합니다.

두 지명의 히브리어 형태는 같지만, 설명된 지리적 위치가 다릅니다. 따라서 이름만 보고 두 산을 하나로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북쪽 경계에 등장하는 호르 산이 오늘날 정확히 어느 산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맛으로 들어가는 길, 츠닷, 지프론, 하차르 에난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하맛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는 표현은 북쪽의 하맛 지역으로 향하는 통로나 들어가는 지점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고유한 지명인 「르보 하맛」으로 이해하는 읽기도 가능합니다. 원문 표현만으로 그 장소의 정확한 위치와 성격을 완전히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본문은 서쪽의 바다에서 북쪽의 여러 경계 지점을 지나 동쪽으로 이어지는 땅의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물려받을 땅의 북쪽에도 경계가 있었습니다.

동쪽 경계 — 요단 강이 경계가 된다는 것

민수기 34:10–12 본문 →

동쪽 경계는 하차르 에난에서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셰팜과 리블라를 지나 킨네렛 바다에 이르고, 요단 강을 따라 소금 바다로 내려갑니다.

「『경계는 셰팜에서 아인 동쪽에 있는 리블라로 내려갈 것이다. 거기서 더 내려가 킨네렛 바다의 동쪽 비탈에 닿을 것이다.』」민수기 34:11 · 두루새김

킨네렛 바다는 훗날 갈릴리 바다로 알려진 호수입니다. 두루새김이 「비탈」로 옮긴 히브리어 낱말은 원래 「어깨」를 뜻하는 카테프(⁨כָּתֵף⁩)입니다. 지리를 설명하는 문맥에서는 지형의 옆면이나 비탈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됩니다.

한편 11절의 「아인」은 해석이 갈리는 지명입니다. 히브리어 아인(⁨עַיִן⁩)은 「눈」이나 「샘」이라는 뜻을 갖습니다. 이 문맥에서는 지명으로 읽을 수도 있고, 특정한 샘을 가리키는 보통 낱말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칠십인역은 이 대목에서 샘을 뜻하는 그리스어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동쪽 경계의 끝부분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경계는 요단 강으로 내려가 소금 바다에서 끝날 것이다. 이렇게 사방의 경계로 둘러싸인 곳이 너희의 땅이 될 것이다.』」민수기 34:12 · 두루새김

남쪽, 서쪽, 북쪽, 동쪽을 따라 설명된 경계가 하나로 닫히는 것입니다. 이 장에서 나누어 받을 땅으로 정한 가나안 땅의 동쪽 경계는 요단 강입니다.

민수기 32장에서 르우벤과 갓, 므낫세 반 지파는 요단 강 동쪽의 땅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민수기 34장의 경계는 그들이 받은 땅을 부정하는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다음 단락에 나옵니다.

상속지를 이미 받은 사람들과 앞으로 받을 사람들

민수기 34:13–15 본문 →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했습니다. 「이것이 너희가 제비를 뽑아 나누어 받을 땅이다. 여호와야훼께서 아홉 지파와 한 지파의 절반에게 주라고 명령하신 땅이다.」민수기 34:13 · 두루새김

이 경계 안의 땅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 전체에게 새롭게 나누어 주는 땅이 아닙니다. 나머지 두 지파와 한 지파의 절반은 이미 요단 강 동쪽에서 자기 몫의 땅을 받았습니다.

「그 두 지파와 한 지파의 절반은 여리고 맞은편 요단 강 동쪽, 곧 해 뜨는 쪽에서 자기 몫의 땅을 받았다.」민수기 34:15 · 두루새김

따라서 민수기 34장의 경계는 이스라엘이 받은 모든 땅의 바깥 경계를 하나로 표시한 것이 아닙니다. 요단 강 서쪽에서 앞으로 나누어 줄 가나안 땅의 범위를 정한 것입니다.

32장에서 요단 강 동쪽의 땅은 특정한 조건 아래 허락되었습니다. 그 지파들은 다른 이스라엘 지파들과 함께 가나안 정복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34장은 그들이 이미 받은 땅을 인정하고, 나머지 지파들에게 돌아갈 땅의 범위를 제시합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의 일부로 남아 있으며, 단지 물려받은 땅의 위치가 다릅니다. 민수기 32장에서 문제 되었던 것은 동쪽에 정착하는 일 자체가 아니라 다른 지파들과 함께 감당해야 할 책임을 저버릴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장의 후반부로 가면 새로운 질문이 등장합니다.

이렇게 정해진 땅을 실제로 누가 나누어 줄 것입니까?

조금 더 깊이

민수기 26:52~56의 분배 규정에서는 인원수가 많은 지파에 더 큰 땅을, 적은 지파에 작은 땅을 주라고 명령하십니다. 동시에 제비를 뽑아 나누어 받을 땅을 정하도록 하십니다. 제비는 분배를 사람의 마음대로 결정하지 않도록 하는 절차이고, 인구수에 따른 조절은 실제로 땅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려하는 규정입니다. 두 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되는지 모든 절차가 설명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땅을 아무 기준 없이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모세가 아니라 엘아자르와 여호수아가 땅을 나눈다

민수기 34:16–18 본문 →

「너희에게 땅을 나누어 줄 사람은 제사장 엘아자르와 눈의 아들 여호수아다.」민수기 34:17 · 두루새김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지도자는 모세입니다. 시나이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람도 모세이며,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이끌어 온 사람도 모세입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을 나누어 줄 사람으로는 모세가 아니라 엘아자르와 여호수아가 정해집니다.

민수기 20:12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모세와 아론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27:12~23에서는 모세가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세우는 과정이 기록되었습니다.

이제 그 결정이 실제 일을 맡는 책임으로 연결됩니다.

엘아자르는 아론의 아들입니다. 아론이 죽은 뒤 대제사장의 일을 이어받았습니다(민수기 20:25~28). 따라서 땅을 나누는 일을 맡는 두 사람은 각각 모세와 아론의 역할을 이어 가는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입니다.

가나안 땅을 나누는 일은 군대와 백성을 이끄는 지도자 한 사람의 결정에만 맡겨지지 않습니다. 제사장과 백성의 지도자가 함께 책임을 맡습니다. 여기서 제사장이 함께한다는 사실은 땅을 나누는 일이 여호와야훼의 말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는 일임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여호와야훼께서는 두 사람만으로 땅을 나누는 모든 일을 처리하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또 땅을 나누어 줄 지도자를 지파마다 한 사람씩 뽑아라.」민수기 34:18 · 두루새김

나누어 받을 땅은 실제로 그 지파와 집안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땅을 나누는 과정에 그 지파의 지도자가 참여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규정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이 실제 공동체의 소유와 생활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사람들의 책임 있는 참여가 요구됩니다.

지파마다 한 사람씩, 이름이 기록된 지도자들

민수기 34:19–29 본문 →

이제 열 사람의 이름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유다 지파의 갈렙, 시므온 지파의 셰무엘, 베냐민 지파의 엘리닷, 단 지파의 북키, 므낫세 지파의 한니엘, 에브라임 지파의 그무엘, 스불론 지파의 엘리차판, 잇사갈 지파의 발디엘, 아셀 지파의 아히훗, 납달리 지파의 프다엘입니다.

왜 대표자는 열 명입니까?

앞에서 땅을 받을 대상으로 정해진 지파가 아홉 지파와 반 지파이기 때문입니다. 요단 강 동쪽에서 이미 자기 몫의 땅을 받은 르우벤과 갓 지파, 므낫세 반 지파는 이 분배 명단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요단 강 서쪽에서는 므낫세의 나머지 반 지파를 포함한 열 개의 지파 단위에서 대표자가 나옵니다.

레위 지파는 여기에 별도로 땅을 나누어 받을 대표자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민수기 18:20~24에서 레위 사람들은 다른 지파들처럼 땅을 물려받지 않도록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들이 살 성읍과 가축을 기를 땅에 관한 규정은 다음 장인 민수기 35장에서 주어집니다.

그런데 이 열 사람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유다 지파에서는 여푼네의 아들 갈렙이다.」민수기 34:19 · 두루새김

민수기 13장에서 가나안 땅을 살펴보러 갔던 정탐꾼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14장에서는 여호수아와 함께 백성에게 여호와야훼를 믿고 그 땅으로 들어가자고 권했습니다. 다른 정탐꾼들이 두려움을 퍼뜨릴 때, 갈렙은 여호와야훼의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 때문에 여호와야훼께서는 갈렙과 여호수아를 이집트에서 나온 세대 가운데 약속의 땅에 들어갈 예외적인 인물들로 정하셨습니다(민수기 14:24, 30).

갈렙은 과거에 그 땅을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던 사람입니다. 이제 그는 새로운 세대가 실제로 그 땅을 물려받도록 나누는 일에 참여할 사람으로 정해집니다.

그가 전에 한 말과 이제 맡은 일이 서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나머지 아홉 사람들 대부분은 성경 이야기에서 갈렙이나 여호수아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 명단 외에 별다른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여호와야훼께서는 그들의 이름도 구체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모세와 아론의 세대에는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이끄는 일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대에는 그 땅을 나누고 정착할 질서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공동체가 마주하는 과제가 달라지면서 필요한 역할도 달라집니다.

조금 더 깊이

이 장은 이스라엘이 실제로 어느 지역을 모두 점령했다는 보고가 아닙니다. 앞으로 나누어 받을 가나안 땅의 경계를 정한 말씀입니다. 여호수아 13:1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여호수아가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아직 차지해야 할 땅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따라서 약속된 땅의 범위, 나누어 받은 땅, 실제로 완전히 차지한 지역을 모두 같은 것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경계의 끝에서 사람의 이름으로

민수기 34:1–29 본문 →

민수기 34장은 지명으로 시작해서 사람의 이름으로 끝납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땅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으로 남지 않고,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나누어져 대대로 이어질 땅이 됩니다. 그런데 그 땅이 실제로 주어지기 위해서는 나누는 일을 맡을 사람들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그 땅에는 이미 살아가던 주민들이 있었습니다. 앞 장인 민수기 33장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이 그들을 몰아내고 땅을 차지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민수기 34장의 경계선은 그러한 정복과 추방의 문제를 지워 버리지 않습니다.

땅을 이스라엘이 물려받을 몫으로 정하는 본문의 관점과, 그 땅에서 살아오던 사람들이 겪게 될 상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 규정을 오늘날 특정 민족이나 국가가 끝없이 자기 땅을 주장하거나 다른 주민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본문의 역사적 배경과 언약의 맥락을 벗어납니다.

모세는 아직 요단 강 동쪽에 있습니다. 그 자신은 가나안 땅을 나누는 일을 수행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나누어 줄 땅의 경계를 말씀하시고, 다음 세대의 지도자들을 정하십니다.

그는 자신이 들어가지 못할 땅의 경계를 백성에게 전합니다. 자신이 직접 수행하지 못할 분배의 일을 다른 사람들이 감당하도록 여호와야훼의 명령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모세 개인의 생애를 넘어 이스라엘 공동체의 미래를 준비합니다.

민수기 34장의 마지막 장면에는 아직 땅을 나누는 모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비도 아직 뽑히지 않았고, 어느 지파가 어느 성읍에서 살게 될지도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일을 맡을 사람들의 이름은 이미 불렸습니다.

이스라엘은 아직 그 땅에 발을 딛지 않았지만, 여호와야훼께서는 이미 그들이 그곳에서 살아갈 일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