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풀어 읽기 · 8장
이 장의 자리 · 1–11장 · 이집트의 종살이
재앙은 거두어졌지만 백성은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파라오는 개구리를 없애 달라고 부탁합니다. 벌레 떼가 몰려오자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 주겠다고 약속하기까지 합니다. 이집트의 마술사들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지나간 뒤에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이집트에 붙잡혀 있습니다.
파라오는 여호와야훼가 자기에게 닥친 재앙을 없애실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백성에 대한 여호와야훼의 요구에는 복종하지 않습니다.
재앙이 진행될수록 여호와야훼가 누구신지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그러나 파라오의 태도는 그만큼 달라지지 않습니다.
개구리를 불러올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었다
여호와야훼는 아론에게 지팡이를 들고 이집트의 강과 수로와 못 위로 손을 뻗으라고 명령하십니다. 아론이 그대로 하자 개구리들이 올라와 이집트 땅을 덮습니다.
앞서 나일강의 물이 피로 변했을 때에는 물 자체가 재앙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물에서 살아가던 생물들이 물 밖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앞 장에 나온 이 재앙의 경고에 따르면 개구리들은 집뿐 아니라 침실과 침상, 화덕과 반죽 그릇에도 들어오게 됩니다(출애굽기 7:28–29, 본디새김 절 구분). 음식을 준비하는 곳부터 잠자는 곳까지 일상이 침범당하는 것입니다.
이 장이 보여주는 재앙은 단순히 사람을 위협하는 거대한 힘이 아닙니다. 평범한 생물이 자기 자리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마술사들도 자기들의 술법으로 개구리를 올라오게 합니다.
이들은 아직 모세와 아론이 행하는 일을 흉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이집트가 개구리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데, 마술사들이 보여 주는 능력은 개구리를 더 올라오게 하는 능력입니다.
그들이 개구리를 없애려 했으나 실패했다는 말은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본문이 보여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들의 능력은 지금 이집트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실제로 파라오가 도움을 요청하는 상대는 마술사들이 아니라 모세와 아론입니다.
파라오에게 시간을 정하게 하신 이유
파라오가 모세와 아론을 부릅니다.
파라오가 모세와 아론을 불러 말했다. 「나와 내 백성에게서 개구리들을 없애 달라고 여호와야훼에게 간구하여라. 그러면 내가 백성을 보내 주어 여호와야훼에게 제물을 잡아 바치게 하겠다.」출애굽기 8:4 · 본디새김
이것은 중요한 변화입니다. 앞서 파라오는 여호와야훼를 알지 못하며 이스라엘도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출애굽기 5:2). 그런데 이제는 모세에게 여호와야훼의 도움을 구합니다.
그렇다고 파라오가 여호와야훼를 자신의 주권자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의 요청은 개구리를 없애 달라는 것이고, 백성을 보내 주겠다는 약속은 그 요청에 따라붙습니다.
모세가 파라오에게 말했다. 「당신과 당신의 신하들과 당신의 백성을 위해 제가 간구하여 언제 개구리들이 당신과 당신의 집들에서 없어지게 할지 정해 주십시오. 그것들은 나일강에만 남을 것입니다.」출애굽기 8:5 · 본디새김
파라오가 말했다. 「내일로 하여라.」 모세가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당신이 우리 하나님 여호와야훼와 같은 이가 없음을 알게 하려는 것입니다.」출애굽기 8:6 · 본디새김
파라오가 날짜를 정하고 그날 재앙이 끝난다면, 단순히 우연히 개구리들이 사라졌다는 설명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재앙이 시작되는 것뿐 아니라 끝나는 때까지 여호와야훼의 말씀 아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는 것입니다.
왜 당장이 아니라 내일을 택했을까요? 본문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파라오가 모세를 시험하려 했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도 확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습니다. 모세는 스스로 개구리들을 제거하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여호와야훼에게 간구하겠다고 말합니다. 모세의 권위는 자연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능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전하고 그분께 간구하는 자리에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 본문은 여기서 히트파에르 알라이(פָּאַר)라는 독특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문자적으로는 자신을 높이거나 자랑한다는 의미와 관련되지만, 이 문맥에서는 상대에게 특별한 선택권을 허용하는 말로 기능합니다. 이어지는 질문이 언제 개구리들을 없앨 것인가를 묻기 때문입니다. 고대 그리스어 칠십인역도 이 표현을 시각을 정하라는 뜻으로 풀어 옮깁니다.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모세와 아론이 파라오 곁에서 나옵니다. 모세는 개구리들에 관해 여호와야훼께 부르짖습니다.
여호와야훼가 모세의 말대로 했다. 집들과 뜰들과 들에 있던 개구리들이 죽었다.출애굽기 8:9 · 본디새김
개구리들이 집과 뜰과 들에서 죽습니다. 사람들은 죽은 개구리를 무더기무더기 쌓아 놓습니다. 그리고 땅에서는 악취가 납니다.
재앙은 끝났지만 그 흔적까지 즉시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파라오는 한숨 돌리게 된 것을 보고 자기 마음을 무겁게 했고,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여호와야훼가 말한 대로였다.출애굽기 8:11 · 본디새김
파라오는 여호와야훼가 약속을 이루셨다는 사실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자신도 백성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삼은 것은 약속이 아니라 상황의 변화였습니다.
여기서는 파라오가 자기 마음을 무겁게 하는 행동을 가리킵니다. 마음의 무거움이 단순한 감정 상태가 아니라, 이미 들은 말씀에 응답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나타납니다.
그는 재앙을 제거하실 수 있는 하나님을 필요로 하지만, 자신의 결정을 바꾸라고 요구하시는 하나님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마술사들이 인정한 하나님의 손가락
이번에는 여호와야훼가 아론에게 땅의 흙먼지를 치라고 명령하십니다.
아론이 지팡이로 땅을 치자 사람과 가축에 이 떼가 생깁니다. 본문은 이집트 온 땅의 흙먼지가 이 떼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본문에는 모세가 파라오에게 먼저 경고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의 명령에 따라 아론이 땅을 치자 곧바로 재앙이 일어납니다.
이번에도 마술사들이 나섭니다. 그러나 앞선 재앙들과 달리 그들은 이를 생겨나게 하지 못합니다.
마술사들이 파라오에게 말했다. 「이것은 하나님의 손가락입니다.」 그러나 파라오의 마음은 강해졌고, 그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여호와야훼가 말한 대로였다.출애굽기 8:15 · 본디새김
여기서 마술사들은 모세와 아론이 자신들보다 뛰어난 술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술법으로 설명하거나 재현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나님의 손가락」이라는 표현은 하나님의 활동을 신체의 일부에 빗댄 말입니다. 손 전체가 아니라 손가락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인간의 기술이 도달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이루어진다고 묘사됩니다.
다만 이 말을 한 마술사들이 여호와야훼를 이스라엘의 유일한 하나님으로 고백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히브리어 엘로힘(אֱלֹהִים)은 문맥에 따라 하나님 또는 신적 존재를 가리킬 수 있으며, 이집트 마술사들이 어떤 인식으로 이 말을 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앞에서는 모세와 아론의 말을 듣지 않았고, 이제는 자기편 마술사들의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15절은 파라오의 마음이 「강해졌고」라고 표현합니다. 앞서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했고」(כָּבַד)라는 표현과는 다른 히브리어 동사가 사용됩니다. 이 두 표현을 완전히 별개의 심리 상태로 나눌 필요는 없지만, 서술의 차이는 존중해야 합니다. 앞에서는 파라오가 스스로 마음을 무겁게 하는 행동이 강조되었다면, 여기서는 그의 마음이 강해진 상태가 드러납니다. 이 절 자체는 그 상태를 누가 일으켰는지 직접 밝히지 않습니다.
그는 재앙을 경험했고, 여호와야훼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며, 자신의 마술사들이 인정한 한계까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백성을 보내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제 무엇을 더 보여 주어야 믿겠느냐가 아니라, 이미 드러난 사실 앞에서 파라오가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겠느냐에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이’는 일반적으로 이나 각종 작은 흡혈성 곤충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되지만, 정확히 어떤 곤충이었는지는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본문이 강조하는 것도 곤충의 생물학적 종류가 아니라, 사람과 가축까지 영향을 받는 재앙의 범위입니다. 창세기 2:7에서는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십니다. 출애굽기 8장은 그 구절을 직접 인용하지 않지만, 땅의 흙이라는 평범한 물질이 여호와야훼의 명령 아래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창조의 주권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15절의 「하나님의 손가락」이라는 표현은 출애굽기 31:18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거기에서는 증거판이 하나님의 손가락으로 쓰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두 본문이 서로를 직접 해석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재앙 앞에서 마술사들이 인정한 하나님의 손가락이, 훗날 언약의 말씀을 기록하는 손가락으로도 표현된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여호와야훼의 권능은 파라오의 저항을 꺾는 재앙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해방된 백성이 살아갈 길을 말씀하시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이집트 한가운데 계신 여호와야훼
세 번째 재앙 장면에서 이야기는 다시 아침의 물가로 옮겨 갑니다.
여호와야훼가 모세에게 말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파라오 앞에 서 있어라. 보아라. 그가 물가로 나올 것이다. 그에게 말하여라. 『여호와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백성을 보내 주어 나를 섬기게 하여라.」』」출애굽기 8:16 · 본디새김
출애굽기에서 이스라엘의 해방은 단지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는 사건이 아닙니다. 누구를 섬길 것인가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파라오는 이스라엘을 자신의 노동력으로 붙들어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호와야훼는 그들을 「내 백성」이라고 부르십니다. 이것은 파라오가 주장하는 지배권보다 앞서는 관계를 선언하는 말입니다.
이제 여호와야훼는 벌레 떼를 보내겠다고 말씀하십니다.
20절은 그 벌레 떼 때문에 이집트 땅이 황폐해졌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 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서술입니다.
「『「그날 나는 내 백성이 머무는 고센 땅을 구별하여 그곳에는 벌레 떼가 없게 하겠다. 이는 나 여호와야훼가 이 땅 가운데 있음을 네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출애굽기 8:18 · 본디새김
앞선 재앙에서도 이스라엘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는 본문이 모두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이 이스라엘을 보호하신 최초의 순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야기에서 여호와야훼가 고센을 명시적으로 구별하시겠다고 선언하시는 것은 여기서 처음 나타납니다.
여호와야훼는 벌레 떼를 보내실 뿐 아니라 그것들이 미치지 않을 곳까지 정하십니다. 이는 재앙의 발생과 제거뿐 아니라 그 범위까지 그분의 통제 아래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집트는 파라오가 통치하는 땅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땅 한가운데서 여호와야훼가 누구에게 재앙이 미칠지 정하십니다. 여호와야훼는 이집트 밖에서만 활동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파라오의 영토 안에서도 그분의 뜻이 이루어집니다.
「『「내 백성과 네 백성 사이에 구별을 두겠다. 내일 이 표징이 일어날 것이다.」』」출애굽기 8:19 · 본디새김
18절에서는 고센이라는 땅을 구별하셨지만, 19절에서는 「내 백성」과 「네 백성」을 구별하십니다. 구별의 대상이 장소에서 사람들의 소속 관계로 옮겨 갑니다.
파라오의 눈에는 이스라엘이 자기 땅에서 일하는 노동 집단이지만, 여호와야훼의 말씀에서는 그들이 분명히 「내 백성」입니다. 그리고 그 선언이 파라오의 땅 한가운데서 실제 사건으로 드러납니다.
이스라엘이 실제로 이집트를 떠난 뒤에도 그들의 자유는 여호와야훼와 무관하게 살아가는 자유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출애굽기 19:4–6에서 여호와야훼는 자신이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다는 사실을 먼저 말씀하시고, 이어서 그들이 자신의 특별한 소유이며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십니다. 해방이 먼저이고, 해방된 백성으로서의 삶이 그 뒤를 따릅니다.
조금 더 깊이
19절의 「구별」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페두트(פְּדוּת)는 특별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 낱말은 다른 문맥에서 구속이나 해방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시편 111:9). 이 때문에 단순히 서로 다른 두 집단 사이에 경계를 둔다는 의미를 넘어, 자기 백성을 구해 내시는 행동과 연결해서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앞 절의 고센을 구별하시는 행동과 바로 연결되므로, 우선 두 백성 사이에 차이를 두신다는 의미가 문맥에 잘 맞습니다. 이 낱말만으로 이미 완전한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읽을 수는 없습니다.
파라오가 허락하려 한 예배
벌레 떼가 이집트를 황폐하게 만들자 파라오는 다시 모세와 아론을 부릅니다.
파라오가 모세와 아론을 불러 말했다. 「가서 이 땅에서 너희 하나님에게 제물을 잡아 바쳐라.」출애굽기 8:21 · 본디새김
파라오는 이스라엘이 여호와야훼를 섬기는 행위 자체는 허락하면서도, 그들이 자신의 영토를 떠나는 것은 허락하지 않으려 합니다.
파라오는 이스라엘의 예배를 허락할 수는 있지만, 그 예배가 이루어지는 장소와 조건을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자신에게 남겨 두려 합니다.
모세는 이집트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을 여호와야훼에게 제물로 바칠 것이므로, 이집트 사람들 앞에서 제사를 드리면 돌에 맞아 죽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이 이집트 사람들 앞에서 여호와야훼께 제사를 드린다면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이를 막연한 불편함이 아니라 돌에 맞아 죽을 가능성으로 표현합니다. 이 대답에는 현실적인 위험에 대한 판단이 담겨 있습니다. 동시에 모세는 파라오가 정한 조건이 여호와야훼의 명령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합니다.
「우리는 광야로 사흘 길을 가서, 우리 하나님 여호와야훼가 우리에게 말씀하실 대로 그에게 제물을 잡아 바치겠습니다.」출애굽기 8:23 · 본디새김
예배가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결정하시는 분은 파라오가 아니라 여호와야훼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광야로 사흘 길을 간다는 말은 앞서 모세가 파라오에게 전하도록 명령받은 요청과 연결됩니다(출애굽기 3:18). 다만 이 표현만으로 이스라엘이 반드시 사흘 뒤에 이집트로 돌아오기로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에서 강조되는 것은 여호와야훼께서 말씀하신 대로 나아가 제사드리는 일입니다.
파라오는 다시 양보합니다.
파라오가 말했다. 「내가 너희를 보내 주겠다. 너희는 광야에서 너희 하나님 여호와야훼에게 제물을 잡아 바쳐라. 다만 너무 멀리 가지는 마라. 나를 위해 간구하여라.」출애굽기 8:24 · 본디새김
처음에는 이집트 안에서만 제사드리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광야로 나가는 것도 허용하지만 거리를 제한합니다.
누가 이스라엘의 행로를 결정합니까?
파라오는 그 결정을 자신의 허락 아래 두려 합니다. 이는 이스라엘을 자기 백성으로 부르시는 여호와야훼의 말씀과 충돌합니다.
자신에게 재앙을 내리시고 거두실 수 있는 분이 여호와야훼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분이 요구하시는 자유의 범위는 자신이 제한하려는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이집트 사람들이 혐오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무엇을 가리키는지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제물로 바칠 동물이 이집트의 종교적 관습과 충돌하기 때문이라는 이해가 가능합니다. 이집트에서 특정 동물이 신성하게 여겨지는 관습과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물의 종류보다 그 제물을 잡아 바치는 행위 자체가 이집트 사람들에게 혐오스럽게 여겨진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본문만으로는 어떤 짐승이 문제였는지, 왜 그 행위가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지 확정할 수 없습니다.
한 마리도 남지 않았지만
모세는 파라오의 요청을 받아들여 여호와야훼께 간구하겠다고 말합니다.
모세가 말했다. 「보십시오. 제가 당신 곁에서 나가 여호와야훼에게 간구하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벌레 떼가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과 그의 백성에게서 떠날 것입니다. 다만 파라오께서는 백성을 여호와야훼에게 제물을 잡아 바치러 보내 주지 않으려고 또다시 속이지 마십시오.」출애굽기 8:25 · 본디새김
모세는 앞서 개구리 재앙 이후 파라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그의 기도는 단순히 재앙을 없애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는 파라오가 그 은혜를 이용해 다시 약속을 어기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그럼에도 모세는 파라오를 위해 간구합니다.
모세는 파라오가 또다시 약속을 어길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전하는 자신의 역할을 감정적인 보복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가 모세의 말대로 했다. 벌레 떼가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과 그의 백성에게서 떠났다.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출애굽기 8:27 · 본디새김
이 재앙에는 우연히 벌레가 나타났다가 자연스럽게 흩어졌다는 설명이 들어설 여지가 줄어들도록 여러 요소가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사전 경고가 있었고, 고센은 구별되었으며, 모세의 간구에 따라 제거되었고, 그 제거는 완전했습니다.
파라오는 이번에도 자기 마음을 무겁게 했고, 백성을 보내 주지 않았다.출애굽기 8:28 · 본디새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의 행동이 단순한 완고함을 넘어 반복적인 기만으로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모세가 「또다시 속이지 마십시오」라고 경고한 이유가 마지막 절에서 그대로 확인됩니다.
여호와야훼는 자신의 말씀을 이루셨지만, 파라오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깊이
시편 105:30–31은 훗날 이집트에 임한 개구리와 벌레 재앙을 회고합니다. 시편의 문맥에서는 그것들이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기억하시고 인도하신 사건의 일부로 제시됩니다(시편 105:42–45). 출애굽기의 재앙은 단순히 이집트가 어떤 벌을 받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호와야훼께서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이루셨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재앙이 끝난 자리에 남은 질문
파라오에게는 재앙이 사라지는 것이 중요했지만, 여호와야훼에게는 이스라엘이 풀려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두 목적이 일시적으로 만날 때 파라오는 협조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재앙이 제거되면 그 차이가 다시 드러납니다.
여호와야훼는 파라오가 불성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면서도 자신의 백성을 향한 목적을 바꾸지 않으십니다. 파라오가 약속을 반복해서 어겨도 여호와야훼는 그를 상대하시며, 자신의 말씀을 계속 이루어 가십니다.
그렇다고 그 완고함이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파라오의 거부가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은 여전히 노예 상태에 머물러 있고, 이집트의 고통도 끝나지 않습니다.
벌레 떼가 이집트 전역을 뒤덮었다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여호와야훼의 능력을 드러내던 벌레는 한 마리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파라오의 궁정에서 이루어진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벌레 떼는 한 마리도 남지 않았지만,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을 한 사람도 보내 주지 않았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학자 견해·해석 전통과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본디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