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풀어 읽기 · 18장
이 장의 자리 · 13–21장 · 정탐과 광야 세월
여호와야훼께서 주시는 몫과 책임
민수기 18장은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의 일, 제물의 분배, 십일조에 관한 규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처음 읽으면 성막을 운영하기 위한 행정 규칙처럼 보입니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누가 무엇을 먹으며, 누구에게 얼마를 주어야 하는지를 정해 놓은 장입니다.
앞 장에서 이스라엘은 성막에 가까이 갔다가 죽게 될까 봐 두려워했습니다. 그들은 여호와야훼의 성막에 가까이 오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운명을 걱정했습니다(17:12–13).
18장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그 두려움에 대해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이 어떤 책임을 맡아야 하는지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이 장의 절반 이상은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을 이어 가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왜 거룩함에 관한 이야기가 곡식과 포도주와 고기, 그리고 십일조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질까요?
그 이유는 성막에서 섬기는 일이 백성의 삶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에게 특별한 책임을 맡기시지만, 그 책임만 주시고 그들을 홀로 남겨 두지 않으십니다. 그들이 공동체를 섬기며 살아갈 수 있도록 몫을 정해 주십니다.
다른 지파들은 땅을 물려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론과 레위 사람들은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땅을 나누어 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물려받습니까? 그리고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이 물려받을 재산이 되신다는 것은 실제로 무엇을 뜻합니까?
「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 — 직분보다 먼저 주어진 책임
18장은 여호와야훼께서 아론에게 직접 말씀하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아론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와 네 아들들, 그리고 너와 함께 있는 네 아버지 집안은 성소와 관련된 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너와 네 아들들은 너희가 맡은 제사장의 일과 관련된 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민수기 18:1 · 두루새김
여호와야훼께서는 아론에게 먼저 그가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지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제사장 직분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도 설명하지 않으십니다.
그 대신 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구절에서는 특히 성소와 제사장의 일에 관련된 죄의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밝히는 데 사용됩니다. 따라서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모든 백성의 죄를 무조건 대신 떠안는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성소를 관리하는 책임은 아론의 집안과 레위 사람들에게 주어지고, 제사장의 일에 특별히 속한 책임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주어집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레위 지파 사람들이 아론을 도와 만남의 천막에서 일하도록 하십니다.
「그들은 네게 맡겨진 일과 천막 전체의 일을 돌보아야 한다. 다만 성소의 기구들과 제단에는 가까이 와서는 안 된다. 그래야 그들도 너희도 죽지 않을 것이다.」민수기 18:3 · 두루새김
레위 사람이 자기에게 허락되지 않은 곳에 가까이 가면 그 사람만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일을 감독할 책임을 맡은 제사장들도 함께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신분상의 구별이 아닙니다. 책임의 구별입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성소를 함부로 다루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으로 자기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성소의 일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도록 지켜야 합니다.
여기서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 앞에 서 있는 행동만이 아닙니다. 맡겨진 일을 올바르게 하고, 허락되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지는 것입니다.
「너희는 성소와 제단을 지키는 일을 맡아라. 그러면 이스라엘 자손에게 더 이상 분노가 내리지 않을 것이다.」민수기 18:5 · 두루새김
여호와야훼께서는 성소의 거룩함을 약화시키지 않으십니다. 대신 그 거룩함 앞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책임을 맡기십니다.
이렇게 보면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일은 다른 사람들을 억누르는 권한보다 먼저, 다른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지켜야 하는 책임입니다.
선물로 주어진 사람들, 선물로 주어진 제사장 직분
6절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레위 사람들을 가리켜 특별한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내가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너희의 형제인 레위 사람들을 따로 뽑아 너희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들은 만남의 천막에서 일하도록 나 여호와야훼에게 바쳐진 사람들이다.」민수기 18:6 · 두루새김
「너와 네 아들들은 제단에 관한 모든 일과 휘장 안쪽의 일을 맡아, 제사장으로서 너희가 할 일을 지켜 행하여라. 나는 너희에게 제사장으로 섬기는 일을 선물로 준다. 제사장이 아닌 사람이 가까이 오면 그는 죽임을 당해야 한다.」민수기 18:7 · 두루새김
두 절에 「선물」이라는 말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선물의 대상이 서로 다릅니다. 6절에서는 레위 사람들이 제사장들을 돕도록 주어진 선물입니다. 7절에서는 제사장으로 섬기는 일 자체가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레위 사람들은 스스로 성막에서 일할 권리를 얻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제사장들도 자기 노력으로 여호와야훼께 가까이 나아갈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여호와야훼께서 선택하시고 맡기신 일을 합니다.
특히 7절은 「제사장으로 섬기는 일」을 선물이라고 부르면서 동시에 그 일을 지켜 행하라고 명령합니다. 오히려 선물로 주어진 일이기 때문에 그것을 주신 분의 뜻에 따라 해야 합니다.
모든 제사장은 레위 지파에 속하지만, 모든 레위 사람이 제사장인 것은 아닙니다. 제사장으로 섬기는 일은 아론과 그의 자손에게 맡겨져 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제단과 휘장 안쪽에 관련된 일을 맡기십니다. 다만 이것이 모든 제사장이 언제든 지성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레위기 16:2, 29–34는 지성소에 들어가는 일에 별도의 엄격한 규정을 둡니다.
그리고 이 일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따라옵니다.
여호와야훼께 드린 것이 제사장의 몫이 된다
8절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아론에게 말씀하십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아론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게 예물로 따로 떼어 바치는 몫을 돌보는 일을 네게 맡겼다. 이스라엘 자손이 바치는 모든 거룩한 것을 너와 네 아들들이 받는 제사장의 몫으로 주었다. 이것은 영원히 너희에게 돌아갈 몫이다.」민수기 18:8 · 두루새김
이스라엘 사람들이 예물을 가져와 여호와야훼께 바칩니다. 그러면 여호와야훼께서는 그 예물 가운데 정해진 몫을 제사장에게 주십니다.
제사장은 예물을 자기 권한으로 차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호와야훼께서 맡기신 거룩한 몫을 받아 관리하고 누리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8절에서는 예물을 받는 권리보다 먼저 그것을 「돌보는 일」이 맡겨졌다고 말씀하십니다.
1–5절에서 성소를 지키고 돌보는 일을 강조했던 원문의 표현이 여기서는 거룩한 예물을 관리하는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성소를 지키는 일과 예물을 돌보는 일은 서로 다른 일이지만, 둘 다 여호와야훼께 속한 것을 바르게 다루는 책임이라는 점에서 연결됩니다.
그런데 모든 예물을 같은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9–10절에서는 곡식 제물과 정화 제물과 속건 제물 가운데 제사장에게 돌아가는 몫을 「가장 거룩한」 것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제사장 집안의 남자들이 거룩한 장소에서 먹어야 하는 몫입니다.
10절에서 두루새김이 「가장 거룩한 것으로 여기며」라고 옮긴 원문 표현은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원문은 가장 거룩한 곳에서 먹으라는 뜻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제사장들이 지성소 안으로 들어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레위기 6:16–18, 26에서는 곡식 제물과 정화 제물의 해당 몫을 만남의 천막 뜰과 같은 거룩한 장소에서 먹도록 규정합니다. 따라서 민수기 18:10의 표현도 그와 같은 제사 공간과 거룩함의 요구를 고려하여 읽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11절에서는 다른 종류의 예물이 등장합니다.
「그들이 예물로 따로 떼어 바치는 몫, 곧 이스라엘 자손이 흔들어 바치는 모든 예물도 네 것이다. 내가 그것을 너와 네 아들딸들에게 주었다. 이것은 영원히 너희에게 돌아갈 몫이다. 네 집안에서 깨끗한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먹을 수 있다.」민수기 18:11 · 두루새김
가장 거룩한 제물의 몫과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예물은 동일하지 않습니다. 각 예물에는 서로 다른 자격과 깨끗함의 조건이 적용됩니다.
성소의 일은 추상적인 명예가 아닙니다. 그것은 제사장 가족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처음 거둔 몫과 첫 새끼 — 생명의 첫 몫을 어떻게 다루는가
12절부터는 제사장에게 돌아가는 예물의 종류가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됩니다.
「갓 짠 기름과 새 포도주와 곡식 가운데 가장 좋은 것, 곧 그들이 여호와야훼께 바치는 처음 거둔 몫을 모두 네게 주었다.」민수기 18:12 · 두루새김
사람들은 수확한 것 가운데 남는 것을 여호와야훼께 드리는 것이 아니라, 처음 거둔 몫과 가장 좋은 부분을 따로 구별해 바칩니다. 동물 제물에서 기름기가 특별히 구별되는 것처럼, 땅에서 얻은 수확물에서도 가장 좋은 몫이 구별됩니다.
그들이 땅에서 얻은 가장 좋은 수확물을 먼저 여호와야훼께 드리고, 여호와야훼께서는 그 가운데 정해진 몫을 제사장에게 주십니다. 그러므로 제사장의 식탁에 놓이는 음식에는 이스라엘의 예배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14절에서는 「이스라엘에서 온전히 바쳐 따로 떼어 놓은 것」이 아론의 몫이 된다고 규정합니다. 이어 15절부터는 처음 태어난 것의 문제를 다룹니다.
「어머니의 첫아이로 태어난 맏아들이나 가축이 처음 낳은 새끼 가운데 여호와야훼께 바치는 것은 모두 네 몫이다. 다만 사람의 맏아들은 반드시 값을 치러 되찾아야 하며, 부정한 가축의 첫 새끼도 값을 치러 되찾아야 한다.」민수기 18:15 · 두루새김
이 규정의 배경에는 출애굽 사건이 있습니다.
출애굽기 13:1–15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의 처음 난 것을 자신에게 구별하여 바치라고 명령하십니다. 이집트의 처음 난 것들이 죽던 밤에 이스라엘의 맏아들들은 보호받았습니다. 따라서 처음 난 것은 여호와야훼께 속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맏아들은 희생 제물로 바치는 것이 아니라 값을 치러 되찾아야 합니다.
민수기 18장은 그 값을 구체적으로 정합니다.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었을 때부터 성소의 무게 기준으로 은 다섯 셰켈을 지불하도록 합니다. 한 셰켈은 스무 게라라는 기준도 밝힙니다.
반면 소와 양과 염소가 처음 낳은 새끼는 제물로 드립니다. 그 피는 제단에 끼얹고 기름기는 불에 태워 바치며, 고기는 제사장에게 돌아갑니다.
어떤 것이 여호와야훼께 속한다고 해서 사람이 자기 생각대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사장도 거룩한 예물을 마음대로 다룰 수 없고, 이스라엘 사람들도 맏아들과 가축의 첫 새끼를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바칠 수 없습니다.
여호와야훼께 속한 것은 여호와야훼께서 정하신 방식에 따라 다루어야 합니다.
그 규정 속에서 생명을 되찾는 길이 마련되고, 제사장의 몫도 정해집니다.
「영원한 소금 언약」 — 흔들리지 않는 몫의 약속
여러 종류의 예물을 설명한 뒤, 여호와야훼께서는 그것들이 아론과 그의 후손에게 주어지는 영원한 몫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야훼께 예물로 따로 떼어 바치는 거룩한 몫을 모두 너와 네 아들딸들에게 주었다. 이것은 영원히 너희에게 돌아갈 몫이다. 이것은 여호와야훼 앞에서 너와 네 후손을 위해 맺는 영원한 소금 언약이다.」민수기 18:19 · 두루새김
고대의 소금은 음식을 보존하고 맛을 내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성경에서도 소금은 제물과 연결됩니다.
레위기 2:13에서는 곡식 제물에 소금을 넣도록 명령하면서, 그것을 하나님의 언약과 연결합니다. 또한 역대하 13:5에서는 다윗과 그의 후손에게 주어진 왕권에 관해 소금 언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런 쓰임을 보면 소금 언약은 오래 이어지고 흔들리지 않는 약속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민수기 18장은 소금이 정확히 어떤 의식에서 어떻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언약의 표시가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특정한 고대 관습 하나를 확정하여 그 의미를 설명하는 데에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본문에서 확실한 것은 「영원히 너희에게 돌아갈 몫」과 「영원한 소금 언약」이라는 표현이 함께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아론의 집안에 주어진 몫이 잠깐 베푸시는 호의가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약속임을 강조하십니다.
우리가 흔히 언약이라고 하면 땅이나 왕권이나 민족의 운명 같은 큰 약속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여호와야훼께서는 제사장 가족의 양식을 언약의 언어로 말씀하십니다. 성소를 섬기는 사람들의 생활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들에게 돌아갈 몫을 정해 주십니다.
지금까지 많은 예물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신 여호와야훼께서, 이번에는 아무 땅도 물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네 몫이며 네가 물려받을 재산이다」
여호와야훼께서 아론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그들의 땅을 네 몫으로 물려받지 못하며, 그들 가운데서 나누어 받을 몫도 없을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내가 네 몫이며 네가 물려받을 재산이다.」민수기 18:20 · 두루새김
본문은 「몫」이라는 말을 부정문과 긍정문에 반복하여 사용합니다. 땅을 물려받지 못한다는 말씀과 여호와야훼께서 물려받을 재산이 되신다는 말씀도 서로 마주 놓입니다.
땅 가운데서는 네가 나누어 받을 몫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네 몫입니다.
다른 지파들처럼 땅을 물려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네가 물려받을 재산입니다.
여호와야훼께서 물려받을 재산이 되신다는 말은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직 영적인 만족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바로 앞에서는 제사장에게 돌아갈 곡식과 포도주와 고기와 처음 거둔 몫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바로 뒤에서는 레위 사람들에게 십일조를 주어 생활하게 하십니다.
다른 지파들은 땅을 나누어 받아 그 땅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레위 사람들의 생활은 여호와야훼께 드리는 공동체의 예물과 연결됩니다. 그들은 땅에서 직접 생산하여 얻는 몫보다, 여호와야훼께서 성막을 섬기는 일을 위해 정해 주신 몫을 받습니다.
이는 그들이 아무런 거주지나 재산도 가질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민수기 35:1–8과 여호수아 21장은 레위 사람들에게 살 성읍들과 목초지가 주어지는 일을 기록합니다. 따라서 여기서 부정되는 것은 다른 지파들과 같은 방식으로 지파별 땅을 물려받는 일입니다.
이 선언은 신명기 10:9와 18:1–2에서도 다시 등장합니다. 레위 지파가 다른 형제들 가운데서 재산을 물려받지 않는 이유는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이 물려받을 재산이시기 때문입니다.
레위 사람들의 생활은 이스라엘의 다른 지파들이 실제로 예물을 바쳐야 유지됩니다. 따라서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의 몫이 되신다는 선언은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사는 삶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동체 전체가 서로의 삶을 책임지는 구조를 포함합니다.
십일조가 레위 사람들의 물려받을 몫이 되다
21절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레위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직접 설명하십니다.
「나는 레위 자손에게 이스라엘의 모든 십일조를 물려받을 몫으로 주었다. 이것은 그들이 만남의 천막에서 일하는 대가다.」민수기 18:21 · 두루새김
성막을 섬기는 일은 거룩한 일이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노동은 실제 노동입니다. 레위 사람들은 만남의 천막의 일을 맡고, 성소의 질서를 지키며, 제사장들을 돕습니다. 이들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사용하고 맡겨진 일을 합니다.
레위 사람들은 제사장들을 돕도록 주어진 선물입니다. 제사장으로 섬기는 일도 아론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그러나 그 선물로 받은 일을 하는 데에는 실제적인 노동이 따릅니다. 그리고 여호와야훼께서는 그 노동에 대한 몫을 정해 주십니다.
선물과 노동의 대가는 서로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성소는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만의 시설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 가운데 머무시기 위해 세워진 장소입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레위 사람들에게 그 일을 맡기시고,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 일이 계속 이어지는 데 참여하도록 십일조를 정하십니다.
레위 사람들은 성막을 섬깁니다. 다른 지파들은 자신들의 수확물 가운데 정해진 몫을 바칩니다. 서로 맡은 일은 다르지만, 모두 여호와야훼의 성막이 공동체 가운데 올바르게 유지되도록 참여합니다.
그리고 22–23절은 이 제도를 단순한 경제적 분배를 넘어 생명의 문제와 다시 연결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더 이상 만남의 천막에 가까이 와서는 안 된다. 그래야 죄의 책임을 지고 죽는 일이 없을 것이다.」민수기 18:22 · 두루새김
「만남의 천막에서 일하는 것은 레위 사람들의 몫이다. 그들은 천막에서 맡은 일과 관련된 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너희가 대대로 영원히 지킬 규정이다. 그들은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서 땅을 자기 몫으로 물려받지 못할 것이다.」민수기 18:23 · 두루새김
앞에서는 제사장들이 성소와 제단을 지켜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는 레위 사람들이 성막의 일을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이스라엘 사람들이 허락되지 않은 일에 나아가 죄의 책임을 지고 죽는 일을 피하도록 하십니다.
23절에서 원문이 죄의 책임을 질 이들을 가리키는 「그들의」(הֵם)가 누구를 뜻하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문법적으로 가까운 주어인 레위 사람들을 가리킨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절의 이스라엘 자손이 지게 될 죄의 책임과 연결하여 읽는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레위 사람들이 성소의 일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맡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십일조는 이 책임과 분리되지 않습니다.
십일조를 받는 사람도 십일조를 드려야 한다
25절에서 말씀을 듣는 사람이 바뀝니다.
지금까지 여호와야훼께서는 주로 아론에게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 모세에게 말씀하시며, 레위 사람들에게 전할 명령을 주십니다.
「레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가 이스라엘 자손에게서 십일조를 받을 때, 그 가운데서 십 분의 일을 여호와야훼께 예물로 따로 떼어 바쳐라. 그 십일조는 내가 너희에게 물려받을 몫으로 준 것이다.』」민수기 18:26 · 두루새김
본문은 이 몫을 제사장 아론에게 주도록 명령합니다(28절). 레위 사람들이 십일조를 받는다고 해서 그들이 하나님께 예물을 바칠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너희가 따로 떼어 바치는 예물은 타작마당에서 거둔 곡식이나 포도주 틀에서 얻은 풍성한 수확을 바친 것과 같게 여겨질 것이다.』」민수기 18:27 · 두루새김
다른 사람에게서 받은 예물이지만, 레위 사람들에게는 자기들의 수확물과 같은 몫으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정당하게 받은 몫은 그들의 생활을 위한 소득입니다. 그리고 그 소득 역시 여호와야훼 앞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땅에서 얻은 수확물을 바칩니다. 레위 사람들은 그들이 받은 십일조에서 다시 예물을 바칩니다. 서로 얻는 방식은 다르지만, 자신이 받은 것 가운데 여호와야훼께 몫을 구별하여 드린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너희가 받는 모든 예물에서 여호와야훼께 바쳐야 할 몫을 모두 떼어 바쳐라. 예물마다 가장 좋은 부분을 거룩한 몫으로 떼어 바쳐라.』」민수기 18:29 · 두루새김
거룩한 일을 맡은 사람도 자신이 받은 것을 전부 자기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의 몫을 마련해 주셨지만, 그 몫을 받는 사람 역시 그분 앞에서 책임을 가집니다.
받는 사람도 바치는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그 일이 이루어진 뒤에야 남은 몫을 일상의 양식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어디서든 그것을 먹어도 된다」 — 거룩한 예물이 일상의 양식이 되다
30절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레위 사람들이 가장 좋은 부분을 구별하여 바친 뒤 남은 몫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말씀하십니다.
「너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가 그 가운데서 가장 좋은 부분을 떼어 바치면, 남은 몫은 레위 사람들에게 타작마당과 포도주 틀에서 얻은 수확과 같게 여겨질 것이다.』」민수기 18:30 · 두루새김
「『너희와 너희 집안은 어디서든 그것을 먹어도 된다. 그것은 너희가 만남의 천막에서 일한 대가로 받는 몫이기 때문이다.』」민수기 18:31 · 두루새김
이 장 앞부분에서 제사장들에게 주어진 가장 거룩한 제물은 거룩한 장소에서 정해진 사람들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레위 사람들이 십일조에서 여호와야훼께 바칠 몫을 구별한 뒤 남은 것은 어디서든 먹을 수 있습니다.
본문은 예물 가운데 구별하여 드려야 할 몫과 일상에서 먹을 수 있는 몫을 구별합니다. 그 구별이 지켜지면 레위 사람들은 자기 가족과 함께 그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룩함은 일상의 양식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31절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그 음식을 「일한 대가로 받는 몫」이라고 부르십니다. 이것은 레위 사람들이 받은 몫을 부당한 이익으로 여기지 않으신다는 뜻입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그들이 거룩한 일을 한다는 이유로 일상의 필요를 무시하지 않으십니다.
마지막 절은 그 조건을 어겼을 때의 위험을 다시 강조합니다.
「『그 가운데서 가장 좋은 부분을 떼어 바치면, 너희는 그것 때문에 죄의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 자손이 바친 거룩한 것들을 더럽히지 마라. 그래야 너희가 죽지 않을 것이다.』」민수기 18:32 · 두루새김
1절에서는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성소와 제사장의 일에 관한 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절에서는 레위 사람들이 정해진 예물을 올바르게 구별하여 드리면 그것 때문에 죄의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죄와 책임의 문제가 이어집니다.
특별한 몫을 받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책임
여호와야훼께서는 자신에게 속한 일을 맡기시는 분이며, 그 일을 맡은 사람들이 살아갈 길도 마련하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공동체 전체가 각자의 책임을 다할 때 유지됩니다.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은 성소의 일을 맡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보다 무조건 더 많은 것을 소유할 권리를 얻는 것이 아닙니다.
레위 사람은 이스라엘 백성에게서 십일조를 받습니다. 그는 그 가운데 가장 좋은 몫을 따로 구별하여 아론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남은 양식은 자기 가족과 함께 어디서든 먹을 수 있습니다.
성막의 거룩함과 가정의 식탁이 이렇게 연결됩니다.
여호와야훼께 속한다는 것은 일상에서 멀어지는 일이 아니라, 받은 것을 그분의 뜻에 따라 구별하고 나머지를 감사히 누리며 살아가는 일입니다.
레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좋은 몫을 떼어 바치고, 남은 것을 가족과 함께 먹을 때, 그들은 여호와야훼께서 마련하신 질서 안에서 살아갑니다.
거룩한 성막을 섬기는 일과 가족의 양식을 먹는 일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 둘은 여호와야훼께서 주신 한 삶 안에 놓여 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