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풀어 읽기 · 12장

이 장의 자리 · 12–14장 · 유월절과 떠남

문 안에서 기다리다 길을 떠난 사람들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떠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허리에 띠를 두르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었습니다.

그런데 여호와야훼는 그들에게 뜻밖의 명령을 내리십니다.

「여러분 가운데 누구도 아침까지 자기 집 문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떠날 준비를 하라고 하신 분이 아직은 문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이 장의 중심에는 하나의 문이 있습니다.

문 안에는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따라 모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문밖에는 아직 파라오가 다스리는 이집트가 있습니다. 밤이 지나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그 문을 넘어서는 안 됩니다.

그 문은 단지 한 집의 출입구가 아닙니다. 이스라엘이 죽음의 밤을 지나 해방의 아침으로 나아가는 경계가 됩니다.

출애굽기 12장에서 자유를 향한 첫 번째 행동은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따라 집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읽는 시간 24분소단락 1312장 본문 읽기 →

해방은 새로운 시간에서 시작된다

출애굽기 12:1–2 본문 →

마지막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여호와야훼는 모세와 아론에게 먼저 달력에 관한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이달을 한 해의 첫째 달로 삼아라. 너희에게는 이달부터 새해가 시작된다.」출애굽기 12:2 · 두루새김

이스라엘은 아직 이집트에 있습니다. 파라오는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고, 마지막 재앙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호와야훼는 이미 새로운 시간의 기준을 정하십니다.

달력은 단순히 날짜를 세는 도구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며 살아가는지를 결정하는 틀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을 것인지, 어느 날을 명절로 지킬 것인지에 따라 공동체가 함께 기억하는 사건이 달라집니다.

여호와야훼는 이제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시간을 출애굽의 사건을 중심으로 세도록 하십니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의 하루는 강제 노동에 묶여 있었습니다. 파라오의 명령이 그들의 노동량을 결정했고, 감독자들이 그들의 일상을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호와야훼는 그들에게 자신들의 시간을 기억하고 구별하는 방식을 주십니다.

그들의 삶을 정하던 기준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해마다 이 시기가 돌아올 때마다 자신들이 어떤 하나님에 의해 구원받았는지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새로운 시간의 첫 번째 중요한 행동은 왕궁이나 공공 광장에서 일어나지 않습니다.

각 가정의 식탁에서 시작됩니다.

한 집에 한 마리, 부족하면 이웃과 함께

출애굽기 12:3–6 본문 →

「이스라엘 온 공동체에게 이렇게 말하여라. 『이달 10일에 집안마다 양이나 염소를 한 마리씩 마련하여라. 한 집에 한 마리씩 마련해야 한다.』」출애굽기 12:3 · 두루새김

흔히 유월절을 어린양의 희생으로 기억하지만, 본문은 제물로 양뿐 아니라 염소도 허용합니다. 5절은 그것이 흠 없는 한 살 된 수컷이어야 한다고 정합니다. 동물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여호와야훼께서 정하신 조건에 맞는 제물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한 집의 식구가 한 마리를 다 먹기에 너무 적으면, 가장 가까운 이웃집과 함께 한 마리를 마련하여라. 함께 먹을 사람 수와 각 사람이 먹을 양을 따져서 정하여라.』」출애굽기 12:4 · 두루새김

제물 한 마리를 마련하는 일이 각 가정에 똑같이 적용되지만, 실제로 먹을 사람의 수는 서로 다릅니다. 어떤 집은 식구가 많고 어떤 집은 적습니다. 이는 공동체가 한 가지 규정을 지키면서도 각 가정의 실제 형편을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 짐승을 이달 14일까지 잘 돌보다가, 해 질 무렵에 이스라엘 온 공동체가 각자 마련한 짐승을 잡아라.』」출애굽기 12:6 · 두루새김

각 가정이 한 마리씩 준비하지만, 본문은 그 행동을 「이스라엘 온 공동체」가 하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각 가정은 자신들의 식탁에서 먹지만, 모두가 같은 날 같은 말씀을 따라 행동합니다.

이스라엘 전체가 하나의 왕궁이나 성전에 모여 있지 않아도, 같은 여호와야훼의 말씀 아래 하나의 공동체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깊이

「해 질 무렵」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벤 하아르바임은 글자 그대로 옮기면 「두 저녁 사이」라는 뜻입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늦은 시간부터 해 질 때까지로 이해하기도 하고, 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의 시간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이 표현 자체만으로 정확한 시각을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죽음이 지나갈 밤에 문 양옆 기둥에 바른 피

출애굽기 12:7 본문 →

이제 여호와야훼는 그 짐승의 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하십니다.

「『그 피를 조금 가져다가 고기를 먹을 집의 문 양옆 기둥과 문 위 가로대에 발라라.』」출애굽기 12:7 · 두루새김

그런데 왜 피를 문에 발라야 하는가요?

「『그 피는 너희가 있는 집에 너희를 위한 표시가 될 것이다. 내가 피를 보면 너희를 치지 않고 지나가겠다. 내가 이집트 땅을 칠 때, 너희에게는 죽음을 가져오는 재앙이 닥치지 않을 것이다.』」출애굽기 12:13 · 두루새김

앞서 재앙들도 여호와야훼의 능력을 드러내는 표징으로 불렸습니다. 이제 피가 묻은 집 역시 여호와야훼께서 특별히 구별하여 보호하시는 곳을 나타내는 표시가 됩니다.

본문은 피가 스스로 죽음을 쫓아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피는 여호와야훼께서 정하신 표시이며, 그 표시를 보고 행동하시는 분도 여호와야훼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듣고 정해진 짐승을 잡아 피를 바르며, 그날 밤 집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 점에서 구원은 여호와야훼께서 먼저 베푸시는 행동인 동시에, 그 말씀에 따라 백성이 응답하도록 요구하는 사건으로 나타납니다.

그들은 스스로 죽음의 재앙을 막을 수 없습니다. 어떤 짐승을 잡아야 하는지, 피를 어디에 발라야 하는지, 언제까지 집 안에 있어야 하는지 모두 여호와야훼께서 알려 주십니다.

그 말씀을 따라 행동하는 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길입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얼마나 훌륭한 백성인지를 문에 표시하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지키시겠다고 말씀하신 표시를 문에 바릅니다.

본문의 초점은 이집트 사람보다 이스라엘 사람이 본래 더 의롭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자신의 백성을 위해 정하신 보호의 방식에 있습니다.

이집트의 신들에게 내리시는 심판

「『내가 그날 밤 이집트 땅을 지나가며 이집트의 모든 맏아들과 가축의 처음 태어난 새끼를 쳐 죽이겠다. 이집트의 모든 신에게도 벌을 내리겠다. 나는 여호와야훼다.』」출애굽기 12:12 · 두루새김

이집트에서는 여러 신들이 자연현상과 왕의 권력, 생명과 죽음에 관계된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따라서 여호와야훼의 심판은 파라오 개인의 권력뿐 아니라 이집트 사람들이 의지하는 신들의 질서에 대해서도 선언됩니다.

그러나 성경은 여기서 심판받는 신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각 재앙이 반드시 특정한 이집트 신 하나를 겨냥했다고 단정하거나, 모든 재앙을 이집트 신들의 목록에 하나씩 맞춰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이집트의 왕과 신들이 지닌다고 여겨졌던 권위 앞에서, 여호와야훼는 자신의 이름으로 심판을 내릴 권한이 자신에게 있음을 선언하십니다.

조금 더 깊이

동사 파사흐는 일반적으로 건너뛰거나 넘어간다는 뜻으로 이해되지만, 이 문맥에서는 보호하거나 지켜 준다는 의미를 강조하여 읽을 여지도 있습니다. 출애굽기 12:23은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호와야훼께서 피를 보시면 그 문을 지나쳐 가시고, 죽음을 가져오는 자가 집에 들어가 치지 못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의미는 반드시 서로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떠날 준비를 하고 먹는 마지막 식사

출애굽기 12:8–13 본문 →

문 양옆 기둥에 피를 바른 뒤에는 짐승의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여호와야훼는 고기를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과 함께 먹으라고 명령하십니다. 고기를 날것으로 먹어서도 안 되고, 물에 삶아 먹어서도 안 됩니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을 함께 불에 구워야 하며, 아침까지 남겨 두어서도 안 됩니다.

왜 반드시 이렇게 먹어야 하는지 모든 이유가 설명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먹을 음식뿐 아니라 그것을 준비하고 먹는 방식까지 여호와야훼의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허리에 띠를 두르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먹어라.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은 여호와야훼를 위한 유월절이다.』」출애굽기 12:11 · 두루새김

허리에 띠를 두르는 것은 긴 옷자락이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모습과 연결됩니다. 신발과 지팡이도 여행할 준비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실제로 출발하는 것은 아직 아닙니다.

이들은 떠날 준비를 마친 채 여호와야훼께서 말씀하신 밤을 기다립니다. 그들이 떠나는 시점은 여호와야훼께서 행하시는 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몸은 이미 출발을 향해 있지만, 그들의 생명은 그날 밤 자신들을 지키시는 여호와야훼께 달려 있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기념하라고 하신다

출애굽기 12:14–20 본문 →

유월절의 규정이 끝나자 여호와야훼는 이날을 대대로 지키라고 명령하십니다.

「『너희는 이날을 기념하는 날로 삼아 여호와야훼를 위한 명절로 지켜라. 대대로 영원히 지켜야 할 규정으로 삼아 이날을 기념하여라.』」출애굽기 12:14 · 두루새김

마지막 재앙도 지나가지 않았고, 이스라엘도 이집트 땅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호와야훼는 벌써 그날을 기억하는 명절을 정하십니다.

이스라엘은 7일 동안 누룩 없는 빵을 먹고, 집에서 누룩을 없애야 합니다. 12:15–20에서는 누룩 없는 빵을 먹으라는 명령이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 12:39에서는 이스라엘이 서둘러 떠나느라 반죽을 부풀릴 수 없었다는 사실이 설명됩니다.

여호와야훼께서 미리 명령하신 음식이 실제 출애굽의 급박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그 사건을 기억하는 표시가 됩니다.

유월절은 특별히 그날 밤의 희생 제사와 보호를 중심으로 합니다. 누룩 없는 빵의 축제는 7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로서, 누룩을 없애고 누룩 없는 빵을 먹는 생활 전체를 정합니다. 이 둘을 완전히 같은 예식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지만, 출애굽기 12장은 두 명절을 하나의 구원 사건에 연결합니다.

누룩으로 부풀린 음식을 먹는 사람은 이스라엘에서 「끊어질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구절만으로 그 결과가 반드시 사형 집행인지, 공동체에서 쫓겨나는 것인지, 하나님께서 직접 생명을 거두시는 것인지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규정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지만, 본문이 설명하지 않는 처벌 방식까지 단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첫날과 일곱째 날에는 거룩한 모임을 열고 일상적인 일을 멈추어야 합니다. 다만 먹을 것을 준비하는 일은 허용됩니다. 여기서 명절은 지나간 사건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공동체의 시간을 구별하는 행동이 됩니다.

조금 더 깊이

신명기 16:1–8에서는 유월절과 누룩 없는 빵의 축제를 지키는 일을 이집트에서 나온 사건을 기억하는 것과 연결합니다. 특히 누룩 없는 빵을 급하게 이집트에서 나왔던 상황과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여호수아 5:10–12에서는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넌 뒤 가나안 땅에서 유월절을 지킵니다. 또한 열왕기하 23:21–23에서는 요시야 왕 때 유월절을 지키는 장면이 기록됩니다.

아이가 물을 때 대답할 수 있는 예배

출애굽기 12:21–28 본문 →

이제 모세는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불러 여호와야훼께 받은 명령을 전합니다.

「에조브 한 묶음을 대야에 담긴 피에 적셔서, 그 피를 문 위 가로대와 문 양옆 기둥에 바르십시오. 여러분 가운데 누구도 아침까지 자기 집 문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출애굽기 12:22 · 두루새김

여기서 보호받는 공간은 피가 발린 집입니다. 이어지는 23절은 여호와야훼께서 문에 있는 피를 보시고 죽음을 가져오는 자가 집에 들어와 치지 못하게 하실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모세는 이 긴박한 명령을 전하면서 미래의 자녀들에 관한 말씀까지 덧붙입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부모님이 지키시는 이 예식은 무슨 뜻이에요?』 하고 물으면,」출애굽기 12:26 · 두루새김

이스라엘이 아직 죽음의 밤을 지나지도 않았는데, 모세는 훗날 자녀가 이 예식의 의미를 물을 상황을 말합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왜 필요한지는 설명을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십시오. 『이것은 여호와야훼께 드리는 유월절 제사다. 여호와야훼께서 이집트를 치실 때, 그곳에 있는 이스라엘 자손의 집들은 치지 않고 지나가셔서 우리 집들을 구해 주셨다.』」 백성은 몸을 굽혀 엎드렸습니다.출애굽기 12:27 · 두루새김

대답은 예식의 세부 절차를 설명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무엇을 하셨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집들을 구해 주셨다」는 말을 앞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할 사람들이 실제 이집트의 밤을 경험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 조상들이 경험한 구원의 사건을 자신들의 공동체를 구하신 이야기로 기억하게 됩니다.

후손들은 자신들이 직접 겪지 않은 사건을 통해 자신들이 누구인지 배우게 됩니다.

그들은 아직 구원의 결과를 눈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호와야훼께서 자신들의 집을 보호하시고 앞으로 자녀들이 그 일을 기억하게 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듣고 엎드립니다. 그리고 28절은 그들이 여호와야훼께서 명령하신 대로 행했다고 기록합니다.

이렇게 죽음의 밤을 맞을 준비가 이루어집니다.

조금 더 깊이

에조브는 피를 묻혀 바르는 데 사용한 식물입니다. 흔히 우슬초라고 옮기지만 정확한 식물 종류를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12:12와 12:29는 여호와야훼께서 이집트의 맏아들들을 쳐 죽이신다고 말합니다. 반면 12:23에서는 여호와야훼께서 죽음을 가져오는 자가 집에 들어가 치지 못하게 하신다고 표현합니다. 본문은 심판을 내리시는 분이 궁극적으로 여호와야훼임을 밝히면서, 죽음을 가져오는 자의 활동 역시 그분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고 그립니다. 그러나 그 존재의 정체나 활동 방식을 이 구절만으로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집트 온 땅에서 일어난 부르짖음

출애굽기 12:29–33 본문 →

마침내 한밤중이 됩니다.

한밤중에 여호와야훼께서 이집트 땅의 모든 맏아들을 쳐 죽이셨습니다. 왕의 자리에 앉은 파라오의 맏아들부터 지하 감옥에 있는 포로의 맏아들까지 모두 죽었습니다. 가축의 처음 태어난 새끼도 모두 쳐 죽이셨습니다.출애굽기 12:29 · 두루새김
그날 밤 파라오와 그의 모든 신하와 이집트 사람들이 모두 일어났습니다.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이 하나도 없어서 이집트에 큰 부르짖음이 터져 나왔습니다.출애굽기 12:30 · 두루새김

왕실의 슬픔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지하 감옥에 있는 포로의 집까지 죽음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 재앙을 단순히 파라오가 패배하는 장면으로만 읽으면, 본문이 그리는 수많은 가족의 상실을 놓치게 됩니다.

더욱이 본문은 모든 맏아들이 각자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각 개인의 죄에 대한 개별적인 형벌로 단순화해서는 안 됩니다. 이 장은 여호와야훼가 이집트에 심판을 행하셨다고 선언하지만, 각 사람의 죽음이 왜 정당한지에 관한 모든 윤리적 질문을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재앙 뒤에 파라오의 태도가 결정적으로 바뀝니다.

파라오가 밤에 모세와 아론을 불러 말했습니다. 「일어나 내 백성 가운데서 나가라. 너희도 이스라엘 자손도 모두 나가라. 너희가 말한 대로 가서 여호와야훼를 섬겨라.」출애굽기 12:31 · 두루새김

이전에는 파라오가 조건을 정했습니다. 남자들만 가라고 했고, 아이들을 데려가면 가축을 남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모세와 아론이 요구한 대로 가라고 말합니다.

그는 더 이상 예배의 조건을 협상하지 않습니다.

「너희가 말한 대로 양과 염소와 소도 데리고 가라. 나에게도 복을 빌어 다오.」출애굽기 12:32 · 두루새김

파라오는 이제 자신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왕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가 더 이상 이스라엘을 붙잡아 두지 못하며, 모세와 아론에게 자신을 위한 복까지 요청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집트 사람들까지 그들을 서둘러 내보내려 합니다.

지난 장에서 여호와야훼께서 예고하신 뒤바뀜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11:5에서는 왕좌에 앉은 파라오의 맏아들부터 맷돌 뒤에 있는 여자 노예의 맏아들까지 죽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12:29에서는 왕의 자리에 앉은 파라오의 맏아들부터 지하 감옥에 있는 포로의 맏아들까지 죽었다고 기록합니다. 이 두 표현은 모두 사회적 지위의 가장 높은 자리부터 가장 낮은 자리까지 재앙이 미쳤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나에게도 복을 빌어 다오」라는 말을 파라오의 완전한 회개나 신앙의 고백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은 그가 여호와야훼를 자신의 하나님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장면이 출애굽기 10:29에서 모세가 다시는 파라오의 얼굴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닙니다. 12:31은 파라오가 모세와 아론을 불렀다고 말하지만, 두 사람이 다시 직접 만났는지, 사람을 보내 연락했는지는 밝히지 않습니다. 그 문제를 확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서둘러 떠났지만 빈손으로 떠나지는 않았다

출애굽기 12:34–36 본문 →

이스라엘은 반죽이 부풀기도 전에 그것을 챙깁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해방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의 손에는 반죽 그릇이 있습니다. 그들은 여행을 위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출발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급하게 떠나야 했기 때문에 길에서 먹을 음식조차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누룩 없는 빵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실제 출발의 흔적이 됩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모세가 말한 대로 이집트 사람들에게 은과 금으로 만든 물건과 옷을 달라고 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이집트 사람들이 이스라엘 백성을 좋게 보게 하셨으므로, 이집트 사람들은 그들이 달라는 것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은 이집트의 재물을 빼앗아 왔습니다.출애굽기 12:36 · 두루새김

그러나 그들이 이집트 사람들을 무력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빼앗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36절의 설명과 맞지 않습니다. 본문은 이집트 사람들이 그들이 달라는 것을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그 행위를 단순히 평범한 선물 교환이라고만 설명하는 것도 부족합니다.

출애굽기 3:21–22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이미 이스라엘이 빈손으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또한 창세기 15:14에서는 아브라함의 후손이 억눌려 살다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앞뒤 흐름에서 보면 이 물건들은 오랜 종살이 뒤에 주어지는 출발의 재산이며, 이집트의 지배 아래 있던 사람들이 이제 자기 것을 가지고 떠나는 상황을 보여 줍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쫓겨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버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스라엘만이 떠난 것은 아니었다

출애굽기 12:37–39 본문 →

이제 이스라엘은 실제로 길을 떠납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라암세스에서 숙곳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어린아이들을 빼고, 걸어서 가는 남자 어른들이 약 60만 명이었습니다.출애굽기 12:37 · 두루새김

여기서 이야기는 한 가정의 문 양옆 기둥에서 거대한 공동체의 행렬로 넓어집니다. 앞에서는 집마다 양이나 염소 한 마리를 마련하고 가족들이 함께 식사했습니다. 이제 그 집들에서 나와 모인 사람들이 길을 떠납니다.

여러 부류의 사람이 섞인 큰 무리도 그들과 함께 떠났습니다. 양과 염소와 소를 비롯한 아주 많은 가축도 함께 갔습니다.출애굽기 12:38 · 두루새김

이 표현은 이스라엘 자손 이외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이동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이들이 정확히 어떤 민족 출신이고 어떤 사회적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누가 이스라엘 공동체에 속할 수 있습니까?

출애굽의 행렬이 이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다면, 앞으로 그들이 여호와야훼의 백성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규정이 43절 이후에 등장합니다.

조금 더 깊이

라암세스와 숙곳은 출애굽 여정의 첫 출발지와 첫 도착지로 기록됩니다. 다만 이 지명들을 오늘날의 특정 유적과 정확히 연결하는 문제에는 지리와 고고학 면에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약 60만 명이라는 숫자는 본문이 특별히 「어린아이들을 빼고, 걸어서 가는 남자 어른들」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이 숫자에 여성과 어린아이를 더해 전체 인구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본문에는 남녀의 비율이나 집마다 평균 몇 명이 살았는지 같은 정보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구절만으로 정확한 총인구를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숫자를 그대로 인원수로 읽을 것인지, 옛날에 집단을 세던 표현과 관련하여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나뉩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이 구절이 이스라엘의 출발을 큰 공동체의 이동으로 묘사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사백삼십 년이 끝나던 바로 그날

출애굽기 12:40–42 본문 →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에서 산 기간은 430년이었습니다.출애굽기 12:40 · 두루새김
430년이 끝나던 바로 그날, 여호와야훼의 모든 부대가 이집트 땅에서 나왔습니다.출애굽기 12:41 · 두루새김

이스라엘은 오랜 시간 이집트에 머물렀지만, 그곳에서 살던 시간은 결국 끝났습니다. 이러한 앞뒤 흐름에서 「바로 그날」은 단순히 사건이 일어난 날짜를 정확하게 기록하려는 표현만이 아닙니다. 오래전에 주어진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42절은 이 긴 기다림을 다시 한밤중의 장면으로 모아 보여 줍니다.

그 밤은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려고 지켜 주신 밤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모두 대대로 여호와야훼를 위해 바로 이 밤을 지켜야 합니다.출애굽기 12:42 · 두루새김

그들이 살아남은 것은 자신들이 그 밤을 지켜 냈기 때문이 아닙니다.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을 지키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 밤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합니다.

여호와야훼께서 먼저 지키신 밤이, 이스라엘이 대대로 지켜야 할 밤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깊이

두루새김이 따르는 히브리어 마소라 본문은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에서 산 기간을 430년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고대 그리스어 칠십인역과 사마리아 오경에는 그 기간을 가나안과 이집트에서 산 기간과 연결하는 본문이 전해집니다. 창세기 15:13은 아브라함의 후손이 다른 땅에서 고난을 겪을 기간을 400년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이것을 정확히 같은 기간을 가리키는 두 숫자의 오류라고 곧바로 단정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모든 차이를 해소한 완전한 연대표를 만들어 낼 필요도 없습니다. 「지켜 주신 밤」과 「이 밤을 지켜야 합니다」는 앞뒤 흐름을 보면 앞에서는 여호와야훼께서 자기 백성을 지키신 일을, 뒤에서는 이스라엘이 대대로 그 밤을 지키는 일을 강조하는 읽기가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원문의 두 표현의 의미를 반드시 그렇게만 나누어야 한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은 이 두 측면을 긴밀하게 연결합니다.

누가 유월절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는가

출애굽기 12:43–49 본문 →

출애굽의 행렬이 시작된 뒤 본문은 다시 유월절 규정으로 돌아옵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먼저 외국인은 누구도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머물러 사는 외국인과 품삯을 받고 일하는 사람도 먹을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은을 주고 산 노예는 할례를 받은 뒤 먹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외국인, 머물러 사는 외국인, 품삯을 받고 일하는 사람, 이스라엘 가운데 와서 사는 외국인은 서로 다른 관계와 사회적 위치를 나타냅니다. 특히 「너희 가운데 와서 사는 외국인」은 이스라엘 공동체 가운데 함께 살아가는 외부 출신 사람을 가리킵니다.

「너희 가운데 와서 사는 외국인이 여호와야훼를 위한 유월절을 지키려면, 그 집안의 남자가 모두 할례를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다. 그는 그 땅의 본래 주민과 같아질 것이다. 할례받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출애굽기 12:48 · 두루새김
「그 땅의 본래 주민에게나 너희 가운데 와서 사는 외국인에게나 같은 법을 적용해야 한다.」출애굽기 12:49 · 두루새김

이스라엘 공동체는 외부 출신 사람이 절대로 들어올 수 없는 집단으로만 규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아무 조건 없이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유월절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그 공동체에 주어진 언약의 표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창세기 17장에서 할례는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언약의 표시로 정해졌습니다. 그 명령은 아브라함의 자손뿐 아니라 그 집에서 태어난 사람과 돈으로 산 남자 종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창세기 17:12–13). 출애굽기 12장의 유월절 규정은 그 언약의 표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노예가 할례를 받고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본문이 노예제를 없애거나 노예와 주인의 사회적 지위를 같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본문은 노예가 존재하는 사회적 현실을 바탕으로 규정을 제시합니다. 그 현실이 옳은지 그른지를 살피는 일과, 유월절 참여의 조건이 혈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또한 모든 남자에게 할례가 요구된다고 해서 여성이 유월절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장 앞부분에서 유월절은 가정의 식사로 제시되었고, 여기서는 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한 언약의 조건으로 남자의 할례를 규정합니다.

이스라엘이 어떤 공동체인지는 단순히 파라오의 땅에서 나온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사실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호와야훼께서 구해 내신 백성이며, 그분과의 언약 아래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뼈를 부러뜨리지 말라는 명령

「그 고기는 한 집 안에서 먹어야 한다. 조금도 집 밖으로 가져가지 마라. 그 짐승의 뼈를 부러뜨리지 마라.」출애굽기 12:46 · 두루새김

왜 뼈를 부러뜨리면 안 됩니까?

본문은 그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습니다. 제물을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지만, 이 한 구절만으로 정확한 목적을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에 「이스라엘 온 공동체가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유월절은 개인이 선택하는 종교 경험이 아니라, 여호와야훼께 속한 공동체 전체가 지켜야 하는 절기입니다.

각 가정에서 먹는 식사가 이스라엘 전체가 어떤 공동체인지를 나타내는 절기가 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고린도전서 5:7에서 바울은 그리스도를 유월절 제물과 연결하여 설명합니다. 이것은 출애굽기 12장을 그리스도의 죽음에 비추어 읽는 분명한 신학적 해석입니다. 요한복음 19:36은 예수님의 뼈가 꺾이지 않은 사건을 성경의 말씀과 연결합니다. 이는 출애굽기 12:46의 유월절 제물 규정을 떠올리게 하는 성경 안의 연결이며, 시편 34:20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관련 본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약의 읽기가 출애굽기 12장의 본래 이야기를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이 장은 이집트에서 죽음의 재앙을 앞두고 있던 이스라엘이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따라 보호받고 해방되는 이야기입니다.

마침내 여호와야훼의 부대가 이집트를 떠났다

출애굽기 12:50–51 본문 →

출애굽기 12장은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순종을 기록합니다.

이스라엘 자손은 모두 그대로 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명령하신 대로 행했습니다.출애굽기 12:50 · 두루새김

이 문장은 앞서 28절의 표현과 거의 같은 흐름을 지닙니다. 그들은 재앙을 일으킨 사람들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힘으로 파라오를 굴복시킨 사람들도 아닙니다. 그들은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따라 행동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그날 여호와야훼께서는 이스라엘 자손을 부대별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셨습니다.출애굽기 12:51 · 두루새김

앞서 이스라엘은 라암세스에서 숙곳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실제로 걸었고, 반죽 그릇을 어깨에 메었으며, 가축을 데리고 이동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움직임을 하나로 묶어 설명할 때 본문은 여호와야훼를 주어로 삼습니다.

파라오에게 속한 노동자처럼 살아온 사람들이, 이제 여호와야훼의 부대로 이집트 땅을 떠납니다.

구원받은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것

출애굽기 12:1–51 본문 →

이처럼 출애굽기 12장의 구원은 죽음의 밤을 지나 살아남는 데서 시작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새롭게 세고, 구원의 밤을 기억하며, 여호와야훼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한밤중에 이집트 온 땅에서 큰 부르짖음이 터졌습니다. 그러나 피가 발린 문 안에 머물던 이스라엘의 가족들은 보호받았습니다.

아침이 되자 그들은 집을 나섰습니다.

손에는 짐이 들려 있고, 어깨에는 반죽 그릇이 메어져 있습니다. 양과 염소와 소가 그들을 따라 움직입니다. 아이들과 노인들,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길을 떠납니다.

그들은 아직 어디에서 먹고 마시며 살아가게 될지 알지 못합니다. 전날 밤까지 그들은 이집트의 집 안에서 문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명령을 따라야 했습니다. 이제는 그 문을 열고 나와 이집트 땅 자체를 떠납니다.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의 집 문을 지켜 주신 밤이 지나자, 이스라엘 앞에는 마침내 이집트 밖으로 나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