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풀어 읽기 · 10장

이 장의 자리 · 6–12장 · 가나안 성읍과의 싸움

해가 머문 날, 여호와야훼께서 싸우셨다

여호수아 10장은 성경에서 가장 놀라운 장면 가운데 하나를 담고 있습니다. 여호수아가 해와 달을 향해 멈추라고 말하자, 해는 꼬박 하루쯤 지지 않습니다.

이 장의 중심 사건은 처음부터 해와 달의 움직임에 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전쟁은 기브온 주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기브온 사람들은 바로 앞 장에서 이스라엘을 속여 언약을 맺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거짓말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졌고, 여호수아는 그들을 종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주변 왕들이 기브온을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밤새 군대를 이끌고 올라갑니다.

속임수로 얻어 낸 언약 때문에 이스라엘이 전쟁에 뛰어든 것입니다.

여호수아 10장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실패와 책임이 얽혀 있는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보여 줍니다.

이 장은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남깁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다는 말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합니까?

읽는 시간 19분소단락 810장 본문 읽기 →

다섯 왕은 왜 이스라엘이 아니라 기브온을 공격했는가

여호수아 10:1–5 본문 →

이야기는 예루살렘 왕 아도니체덱이 소식을 듣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가 들은 소식은 두 가지입니다. 여호수아가 여리고와 아이를 무너뜨렸다는 것, 그리고 기브온 주민들이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지내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왕과 그의 백성은 몹시 두려워했습니다. 기브온은 왕이 있는 성들에 견줄 만큼 큰 성이었고, 아이보다 컸으며, 그곳의 남자들은 모두 힘센 전사였기 때문입니다.여호수아 10:2 · 두루새김

그런 성이 싸우지도 않고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지내기로 했습니다.

기브온 정도의 힘을 가진 성이 이스라엘과 싸우기를 포기했다면, 다른 왕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겠습니까? 더욱이 기브온은 예루살렘 북서쪽의 산지에 자리한 중요한 성이었습니다. 기브온이 이스라엘과 평화롭게 지내기로 했다는 것은 그 지역의 세력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아도니체덱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네 왕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헤브론, 야르뭇, 라기스, 에글론의 왕들이 그의 요청에 응합니다.

그런데 연합군의 첫 번째 공격 목표는 이스라엘이 아닙니다.

「내게 올라와 나를 도와라. 함께 기브온을 공격하자. 기브온이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과 평화롭게 지내기로 했기 때문이다.」여호수아 10:4 · 두루새김

그들은 이스라엘에게 죽임당하지 않으려고 언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그 언약 때문에 이제 자기들과 같은 지역의 왕들에게 공격받습니다.

기브온을 살려 준 언약이, 이번에는 기브온이 공격받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마주합니다. 자신들을 속였던 사람들을 위해 싸워야 할 것입니까?

기브온의 요청에 응답하는 여호수아

여호수아 10:6–9 본문 →

기브온 주민들은 여호수아가 머물고 있는 길갈로 급히 사람을 보냅니다.

기브온 사람들이 길갈에 머무는 여호수아에게 사람을 보내 말했습니다. 「여호수아님의 종인 저희를 버려두지 마십시오. 빨리 올라와 저희를 구하고 도와주십시오. 산지에 사는 아모리 사람들의 모든 왕이 저희를 공격하려고 모였습니다.」여호수아 10:6 · 두루새김

앞 장에서는 자신들을 종이라고 부르는 말이 언약을 얻기 위한 외교적 표현이었습니다. 이제는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정한 실제적인 종속 관계를 나타냅니다. 여호수아가 그들을 살려 두기로 한 이상, 적에게 공격받는 상황에서도 그들을 버리지 말아 달라는 요청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곧바로 움직입니다.

이 장면에서 여호수아가 기브온을 구해야 할지 고민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맺은 언약을 지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그들을 네 손에 넘겨주었다. 그들 가운데 아무도 네게 맞서지 못할 것이다.」여호수아 10:8 · 두루새김

본문은 하나님께서 기브온을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직접 명령하셨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여호수아의 출발이 먼저 기록되고, 그다음에 여호와야훼의 승리 약속이 주어집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잘못된 언약을 처음부터 계획하셨다거나 그 언약의 모든 내용을 승인하셨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그 언약으로 인해 생긴 위기에서 이스라엘을 돕기로 하셨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인간의 잘못된 결정은 실제적인 결과를 남깁니다. 하나님께서 그 결과를 언제나 없던 일로 만들어 주시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 사람은 자신이 떠안은 책임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에서도 하나님의 도우심이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어서 여호수아는 밤새 길갈에서 올라가 적들에게 갑자기 들이닥칩니다. 길갈이 요단강 인근의 낮은 지역에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브온으로 향하는 길은 서쪽 산지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군사들은 밤새 이동했고, 곧바로 전투를 시작했습니다.

여호와야훼의 승리 약속은 여호수아와 군대의 수고를 불필요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밤새 이동하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그 약속에 응답합니다.

이스라엘이 쫓았지만, 여호와야훼가 싸우셨다

여호수아 10:10–11 본문 →

전투의 시작을 묘사하는 10절은 뜻밖의 방식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는 이스라엘 앞에서 적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기브온에서 그들을 크게 쳐부수셨습니다. 또 벳 호론 오르막길을 따라 그들을 뒤쫓으며 아제카와 막케다에 이르기까지 공격하셨습니다.여호수아 10:10 · 두루새김

여호수아가 군대를 이끌고 적들에게 기습 공격을 가했는데, 정작 전투의 성과를 기록하는 문장은 여호와야훼를 주어로 시작합니다. 이스라엘은 실제로 싸우고 추격하지만, 그 전투를 결정적으로 이끄시는 분은 여호와야훼입니다.

적군은 기브온에서 서쪽으로 달아나 벳 호론의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벳 호론은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을 연결하는 산길과 관련된 장소입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가는 좁고 가파른 지형을 따라 달아나는 군대는 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전투는 땅 위에서만 벌어지지 않습니다.

적들이 이스라엘을 피해 벳 호론 내리막길로 달아날 때, 여호와야훼께서 아제카에 이르기까지 하늘에서 큰 우박 덩이들을 그들 위로 내던져 죽게 하셨습니다. 우박에 맞아 죽은 사람이 이스라엘 백성의 칼에 죽은 사람보다 많았습니다.여호수아 10:11 · 두루새김

이 장은 이스라엘 군대가 얼마나 많은 적을 죽였는지보다 여호와야훼께서 얼마나 많은 적을 쓰러뜨리셨는지를 강조합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 원문에서는 첫 동사의 주어가 여호와야훼로 분명하게 제시되지만, 뒤에 이어지는 치고 뒤쫓는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에는 새로운 주어가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호와야훼가 계속 주어라고 읽을 수도 있고, 어느 지점에서 전투를 수행하는 이스라엘로 주어가 옮겨 간다고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원문에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큰 돌들이 우박이었다고 밝힙니다. 여기서 출애굽기 9:18–26의 우박 재앙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집트에 내린 우박은 여호와야훼의 능력과 심판을 드러냈습니다. 여호수아서에서는 가나안의 연합군을 무너뜨리는 데 우박이 등장합니다. 두 사건은 동일한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자연의 힘까지 여호와야훼의 다스림 아래 있다는 신학적 관점을 공유합니다.

해와 달은 왜 멈추었는가

여호수아 10:12–15 본문 →

여호수아 10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입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아모리 사람들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넘겨주신 그날, 여호수아가 여호와야훼께 말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해야, 기브온 위에 멈추어라. 달아, 아얄론 골짜기 위에 멈추어라.」여호수아 10:12 · 두루새김

지금까지는 군대의 이동과 추격, 적군의 패배가 기록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호수아의 말이 땅 위의 군사들을 넘어 하늘의 해와 달을 향합니다.

이스라엘이 적들에게 원수를 갚을 때까지 해는 멈추어 있었고 달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 일은 야샤르의 책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까? 해는 하늘 한가운데 멈추어 꼬박 하루쯤 지지 않았습니다.여호수아 10:13 · 두루새김

본문이 독자에게 분명히 전하는 것은 그날의 전투를 여호와야훼의 특별한 개입으로 기억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장의 진짜 강조점은 해가 아니라 여호와야훼의 응답이다

여호와야훼께서 한 사람의 말을 이처럼 들어주신 날은 그 전에도 그 뒤에도 없었습니다.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기 때문입니다.여호수아 10:14 · 두루새김

앞선 이야기에서는 여호수아가 여호와야훼의 말씀을 듣고 순종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호수아가 여호와야훼께 말하고, 여호와야훼께서 그의 말을 들어주십니다. 이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일방적인 명령과 복종만으로 묘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물론 이 표현을 인간이 하나님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여호수아는 요청한 사람이고, 여호와야훼는 그 요청에 응답하신 분입니다. 또한 그 응답은 여호수아 개인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위한 전투와 연결됩니다.

이 장면을 출애굽기 14:14와 나란히 읽으면 더 깊은 의미가 드러납니다. 이집트 군대가 이스라엘을 추격할 때, 모세는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호수아 10장은 그 주제를 다시 보여 줍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신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의 행동을 없애지 않습니다. 그 행동의 결과가 누구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밝혀 줍니다.

여호수아 10장에서 가장 놀라운 일은 사람이 하늘에 명령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하늘과 땅의 주인이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여호수아가 해와 달을 향해 말했던 특별한 사건은 본문 스스로 그 전에도 그 뒤에도 없었던 날이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그 사건을 모든 시대의 신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일반적 약속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15절은 여호수아와 온 이스라엘이 머물던 곳인 길갈로 돌아왔다고 기록합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43절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더욱이 바로 다음 절부터는 다섯 왕의 추격과 처형, 남쪽 성들의 정복이 이어집니다.

15절은 기브온 전투와 해와 달의 특별한 사건을 마무리하며 돌아온 일을 요약한 기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43절은 이어지는 남부 정복까지 모두 끝난 뒤 돌아온 일을 기록합니다.

이제 이야기는 하늘에서 다시 땅으로, 그중에서도 동굴 안으로 내려갑니다.

조금 더 깊이

첫째, 본문이 특별한 기적으로 낮 시간이 길어진 사건을 기록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13절이 해가 꼬박 하루쯤 지지 않았다고 말하고, 14절이 그날과 같은 날은 그 전에도 그 뒤에도 없었다고 설명한다는 점이 이 해석의 근거입니다. 둘째, 12–13절을 고대의 전쟁 승리를 노래하는 시적 표현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대목은 시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고대의 다른 기록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둘은 반드시 어느 하나만 받아들일 수 있는 해석은 아닙니다. 특별한 사건을 실제로 경험했다고 믿으며 그것을 시적으로 노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가 멈추었다는 현상을 자연적인 일식이나 특이한 날씨 변화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가능하지만, 본문만으로 특정한 천문 현상을 확인하거나 그 날짜와 물리적 원리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두루새김은 「꼬박 하루쯤 지지 않았습니다」라고 옮겼으며, 원문에서는 해가 지기를 서두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야샤르의 책은 사무엘하 1:18에도 등장합니다. 그곳에서는 사울과 요나단을 위한 다윗의 슬픔을 담은 노래와 관련하여 이 책이 언급됩니다. 두 본문을 함께 보면 야샤르의 책에는 이스라엘의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관한 노래가 실려 있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 전체가 어떤 형태였고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섯 왕이 숨은 동굴이 그들의 무덤이 되다

여호수아 10:16–27 본문 →

연합군의 다섯 왕은 전투에서 패해 막케다의 동굴에 숨습니다.

그들이 숨었다는 소식이 여호수아에게 전해지자, 여호수아는 동굴 입구를 큰 돌로 막고 사람들을 세워 지키게 합니다. 그러나 그는 즉시 왕들을 끌어내지 않습니다.

「너희는 멈추지 말고 적들을 뒤쫓아 뒤에서 공격하여라. 그들이 자기 성들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라. 너희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그들을 너희 손에 넘겨주셨다.」여호수아 10:19 · 두루새김

다섯 왕을 붙잡는 일은 중요하지만, 아직 달아나는 적군을 추격하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왕들은 동굴에 갇혀 있으므로 나중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흩어진 군사들이 성벽이 튼튼한 성들로 돌아가면 다시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은 적들을 크게 공격하여 그 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그들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성벽이 튼튼한 성들로 들어갔습니다.여호수아 10:20 · 두루새김

히브리어 원문도 대대적인 파괴와 남은 자들의 생존을 나란히 기록합니다. 그러므로 첫 표현을 실제 전투의 압도적인 승리를 전체적으로 나타내는 말로 읽을 수는 있지만, 뒤에 나오는 생존자들의 존재를 지워 버려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생존자가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대규모 살육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왕들의 목 위에 발을 올려놓다

왕들을 끌어내자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을 불렀습니다. 그는 자신과 함께 싸우러 갔던 군사들의 지휘관들에게 말했습니다. 「가까이 와서 이 왕들의 목에 발을 올려놓아라.」 지휘관들은 다가가 왕들의 목에 발을 올려놓았습니다.여호수아 10:24 · 두루새김

고대 전쟁에서 패배한 적의 목 위에 발을 올려놓는 것은 그 적이 완전히 굴복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장면의 목적이 오늘날 다른 사람을 짓밟고 굴복시키라는 교훈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고대 정복 전쟁이라는 특별한 상황 안에서 적의 패배를 공개적으로 보여 주는 행위입니다. 그 폭력성을 없애거나 아름다운 종교적 상징으로만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됩니다.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기가 꺾이지 마라.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내라. 너희가 맞서 싸우는 모든 적에게 여호와야훼께서 이와 같이 하실 것이다.」여호수아 10:25 · 두루새김

여호수아 1:9에서 여호와야훼께서는 여호수아에게 마음을 굳게 먹고 용기를 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두려워하거나 기가 꺾이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호수아가 자신의 지휘관들에게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께 받은 약속을 혼자 간직하지 않습니다. 실제 전쟁을 경험한 지휘관들에게 그 약속을 전달합니다. 왕들의 목 위에 발을 올려놓는 장면은 그 약속이 이루어졌음을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행동으로 사용됩니다.

그 후 여호수아는 다섯 왕을 죽여 나무에 매답니다. 해가 질 무렵에는 시신을 내려 동굴 안에 던지고, 동굴 입구에 큰 돌들을 놓습니다.

처음에는 동굴이 그들의 피난처였습니다. 여호수아가 돌로 입구를 막았을 때는 감옥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무덤이 됩니다.

전쟁의 가장 놀라운 장면은 하늘에 있었지만, 그 전쟁의 결과는 동굴 입구에 놓인 돌들로 남습니다.

조금 더 깊이

시신을 해가 질 때 내린 행동은 신명기 21:22–23의 규정과 일치합니다. 그 규정은 나무에 매달린 시신을 밤새 두어서는 안 된다고 명령합니다. 13절에서는 해가 꼬박 하루쯤 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27절에서는 다시 해가 지는 때에 맞추어 사람들의 행동이 이루어집니다. 두 장면을 반드시 같은 하루 안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묶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 속에서 해의 움직임이 전투의 특별한 순간과 시신을 처리하는 순간 모두에 등장한다는 점은 눈에 띕니다.

여섯 성읍의 정복 — 반복이 전하는 메시지

여호수아 10:28–39 본문 →

다섯 왕의 죽음 이후 본문의 문체가 크게 달라집니다.

앞부분에서는 인물들의 대화와 구체적인 전투 장면이 길게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28절부터는 성들의 정복이 빠른 속도로 이어집니다. 막케다, 리브나, 라기스, 에글론, 헤브론, 드비르가 차례로 등장합니다.

각 성의 정복에는 비슷한 표현이 반복됩니다. 성을 점령하고, 주민들을 칼로 죽이고, 아무도 살려 두지 않았으며, 앞서 점령한 성에 했던 것과 같이 했다는 것입니다. 이 반복은 독자에게 개별 전투의 세부 사항보다 남쪽 지역에서 이루어진 정복의 규모와 연속성을 보게 합니다.

첫째, 모든 성읍이 같은 시간에 함락된 것은 아니다

라기스는 둘째 날에 점령되었다고 기록됩니다(10:32). 반면 에글론은 그날 점령되었다고 말합니다(10:35).

마지막의 「한 차례의 전쟁으로」(10:42)라는 표현도 남쪽의 모든 성을 하루 안에 점령했다는 뜻으로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의 결정적인 정복 작전 또는 일련의 전투를 하나의 큰 성과로 요약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게제르 왕은 패배했지만 게제르가 정복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33절에서 게제르 왕 호람이 라기스를 도우러 나옵니다. 여호수아는 호람과 그의 군대를 공격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 구절은 게제르 성을 점령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여호수아 16:10에서는 에브라임 사람들이 게제르에 사는 가나안 사람들을 쫓아내지 못했다고 기록합니다. 예루살렘도 마찬가지입니다. 10장에서는 예루살렘 왕이 붙잡혀 죽임당하지만, 예루살렘 성 자체가 정복되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여호수아 15:63에서는 여부스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계속 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왕의 패배와 성의 점령은 반드시 같은 사건이 아닙니다.

셋째, 헤브론 왕은 왜 다시 등장하는가

23절에서는 헤브론 왕이 동굴에서 끌려 나온 다섯 왕 가운데 하나로 등장합니다. 26절에서 그 왕은 다른 왕들과 함께 죽임당합니다. 그런데 37절에서는 헤브론을 점령하는 장면에서 다시 「그 왕」이 언급됩니다.

처음의 왕이 죽은 뒤 다른 왕이 세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는 37절의 정복 기록이 앞선 사건과 일부 겹치는 내용을 요약하여 서술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은 두 왕이 서로 다른 인물이라고 밝히지 않으며, 정복 사건의 상세한 시간 순서를 제시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뒤를 이은 왕이 세워졌다는 사건을 본문에 보충하여 확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처럼 여호수아 10장의 후반부는 모든 전쟁을 빠짐없이 기록한 상세한 전투 일지가 아닙니다. 여러 성의 정복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묶어 제시하는 서술입니다.

그럼에도 지워서는 안 되는 죽음의 기록

정복을 요약하는 표현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 표현이 가진 무게가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전투의 대상이 된 사람들 가운데는 군사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본문은 성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온전히 바쳐 없앴다고 기록합니다.

여호수아서는 이러한 행위를 여호와야훼의 명령에 따른 정복으로 묘사하지만, 그 기록을 오늘날의 전쟁이나 종교적 폭력을 허락하는 일반적인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전쟁을 단순히 악한 마음을 이기는 영적 싸움으로 바꾸어 설명하는 것도 본문에 기록된 실제 죽음의 문제를 가릴 수 있습니다.

본문이 고대 이스라엘의 정복을 하나님의 심판과 약속의 성취라는 관점에서 서술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폭력이 가진 윤리적 어려움 역시 그대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 장은 그 어려움에 대한 완전한 철학적 해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온 땅」을 정복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여호수아 10:40–43 본문 →

40절에서는 지금까지의 전투가 하나의 큰 결론으로 요약됩니다.

여호수아는 온 땅, 곧 산지와 남쪽 땅인 네게브와 낮은 지대와 비탈 지대를 공격하고 그곳의 모든 왕을 쳤습니다. 아무도 살려 두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명령하신 대로 숨 쉬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바쳐 없앴습니다.여호수아 10:40 · 두루새김

산지는 가나안의 중앙과 남쪽에 이어지는 높은 지대를 가리키고, 남쪽 땅인 네게브는 남쪽의 건조한 지역을, 낮은 지대는 서쪽의 낮은 땅을, 비탈 지대는 산지와 다른 지형이 만나는 경사진 땅들을 가리킵니다. 서술자는 이 지역들을 함께 열거하여 여호수아의 정복이 남부 지역 전체에 걸쳐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온 땅」이라는 표현을 가나안의 모든 지역에 대한 완전한 점령으로 곧바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여호수아 11장에서는 북쪽 지역의 정복이 다시 등장합니다. 여호수아 13:1에서는 여호수아가 나이가 많아졌을 때에도 아직 차지할 땅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여호수아 10:40–42의 표현은 정복의 결정적인 성과를 강조하며 전체를 요약한 서술로 읽어야 합니다. 본문이 직접 말하는 전투와 살육은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그 표현만으로 가나안의 모든 주민이 예외 없이 죽었다거나 모든 지역이 그때 완전히 이스라엘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숨 쉬는 모든 것」이라는 표현은 생명을 가진 존재의 범위를 넓게 가리킬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정복 이야기에서 정확히 어디까지 포함하는지는 따로 살펴보아야 하며, 본문에 없는 세부 사항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구절이 전투에 참여한 군사들의 죽음만을 가리키는 좁은 표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호수아는 이 모든 왕과 그들의 땅을 한 차례의 전쟁으로 손에 넣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기 때문입니다.여호수아 10:42 · 두루새김

14절에서는 여호와야훼께서 여호수아의 말을 들어주셨으며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다고 말합니다. 두 구절이 이 장의 두 큰 부분을 함께 묶습니다. 앞부분의 특별한 전투와 후반부의 연속적인 정복은 모두 같은 신학적 설명 아래 놓입니다.

이스라엘의 승리는 여호수아라는 뛰어난 지도자의 업적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본문은 그 승리의 결정적인 근거를 여호와야훼의 행동에서 찾습니다.

이 장의 두 가지 목소리

여호수아 10:1–43 본문 →

여호수아 10장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사실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한 말보다, 여호와야훼께서 여호수아에게 하신 말씀과 그분께서 여호수아의 말을 들어주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여호수아는 자신이 맺은 언약 때문에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러 나섭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도우십니다.

그들이 떠날 때는 속임수로 맺은 언약 때문에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들이 돌아올 때는 수많은 왕과 성이 무너졌고, 여호수아의 특별한 요청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는 이야기가 남았습니다.

전투가 끝나고 군대는 길갈로 돌아왔습니다. 하늘의 해와 달은 더 이상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돌아온 이스라엘과, 그들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한 문장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야훼께서 이스라엘을 위해 싸우셨기 때문입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