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르기 (그리스어) 풀어 읽기 · 8장
이 장의 자리 · 6–8장 · 뒤바뀐 처지
악인이 남긴 명령은 살아 있었습니다
하만은 죽었습니다. 그의 재산은 에스더에게 넘어갔고, 왕의 도장 반지는 모르드개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왕궁의 권력은 완전히 뒤바뀐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에스더는 다시 왕의 발 앞에 엎드립니다.
왜 그럴까요? 이미 원수는 제거되었고, 그녀를 도와줄 모르드개까지 높은 지위에 올랐는데, 무엇이 더 필요한 것일까요?
답은 하만이 남긴 문서에 있습니다.
하만은 죽었지만, 그가 왕의 이름으로 내보냈던 유대 사람들을 죽여 없애라는 명령은 아직 살아 있었습니다. 명령을 내리도록 부추긴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 명령에 따라 행동할 사람들은 제국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악한 일이 권력과 제도를 통해 퍼져 나가면, 그 사람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그 악한 일이 끝나지 않습니다.
이 장에는 특별히 두 종류의 말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에스더가 왕 앞에서 직접 하는 간청이고, 다른 하나는 왕의 이름으로 온 제국에 알리는 명령입니다. 에스더는 백성이 멸망하는데 자신만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왕의 명령은 모든 잘못을 하만에게 돌리면서 왕의 선한 마음을 강조합니다.
왕의 반지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지만
8장은 「바로 그날」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하만이 처형된 바로 그날, 아닥사스다 왕은 하만의 모든 재산을 에스더에게 줍니다. 또한 에스더가 모르드개와 친척 사이라고 밝히자, 모르드개를 왕 앞으로 부릅니다.
이전에는 왕후라는 지위와 유대 사람이라는 정체성 사이에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에스더는 두 관계를 감추지 않습니다. 자기 백성에 속한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이어, 모르드개가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도 왕에게 알립니다.
그 결과 모르드개가 왕궁의 중심으로 들어옵니다.
왕은 하만에게서 거두어들인 도장 반지를 모르드개에게 줍니다. 에스테르기 3:10에서 왕이 하만에게 반지를 넘겨주었을 때, 하만은 그 권한을 이용해 유대 사람들을 멸망시키는 문서를 내보냈습니다.
이제 똑같은 반지가 모르드개의 손에 들어갑니다.
이야기 속에서 반지가 상징하는 것은 왕에게서 넘겨받은 권한입니다. 누가 그 반지를 갖고 있는가에 따라 왕의 이름으로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이 달라집니다.
재산을 받은 사람은 에스더이고, 그것을 관리하도록 맡기는 사람도 에스더입니다.
에스더는 왕의 결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보호받는 사람에 머물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일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제국에 흩어져 있는 유대 사람들은 아직 아무런 새로운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알려진 마지막 왕의 명령은 여전히 자신들을 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왕궁 안에서 권력이 바뀌었다는 사실과, 왕궁 밖의 백성이 안전해졌다는 사실은 같지 않습니다.
에스더는 재산도 지위도 아닌 명령의 철회를 원한다
본문은 에스더가 다시 왕에게 말하며 그의 발 앞에 엎드렸다고 전합니다.
그녀는 하만의 악한 일과 그가 유대 사람들에게 저지른 모든 일을 없애 달라고 청합니다. 왕이 금 홀을 내밀자 에스더는 일어나 왕 앞에 섭니다.
금 홀은 5장에서 에스더가 처음 왕에게 나아갔을 때도 등장했습니다(5:2). 이제 에스더는 왕이 자신을 아끼는 마음을 이미 확인했고, 하만도 제거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시 왕의 허락을 받아 말해야 합니다.
그녀는 왕후이지만 왕의 명령을 자신의 권한만으로 없앨 수 없습니다. 모르드개가 반지를 받았어도 이미 온 제국에 보낸 명령을 저절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에스더가 말했습니다. 「폐하께서 좋게 여기시고 저를 마음에 들어 하신다면, 하만이 보낸 문서들을 거두어들이라는 전갈을 보내 주십시오. 그 문서에는 폐하의 나라 안에 있는 유대 사람들을 죽여 없애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5 · 두루새김
단순히 하만을 처벌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가 만들어 놓은 결과를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에스더는 두 개의 질문을 던집니다.
「제 백성이 고통당하는 것을 제가 어떻게 보고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제 고향이 멸망하는데 제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6 · 두루새김
7장에서 에스더는 자신의 목숨을 살려 달라고 청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생존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첫 번째 질문은 백성의 고통을 「보고 있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고, 두 번째 질문은 그 멸망 속에서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녀는 왕후라는 신분을 얻었지만, 자기 백성과 그들의 운명을 자신의 정체성에서 지워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백성은 멀리 떨어진 누군가가 아니라, 자신의 생존 자체를 생각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에스더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한 뒤에도 다른 사람들의 위험을 자신의 문제로 남겨 둡니다.
조금 더 깊이
여기서 「제 고향」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파트리스(πατρίς)는 고향, 조국, 조상의 땅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이 문맥에서는 에스더가 속한 민족 공동체와 그 뿌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모습은 모세가 이집트 왕실에서 자랐으면서도 억압받는 히브리 사람들에게 관심을 돌렸던 장면(출애굽기 2:11–12)과 주제적으로 연결됩니다. 두 사람의 상황과 행동은 다르지만, 궁정의 지위가 자기 백성과의 관계를 지우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아 있습니다.
왕이 할 수 없는 일과 새롭게 허락한 일
왕의 대답은 에스더의 간청과 묘한 간격을 보여 줍니다.
왕이 에스더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하만의 모든 재산을 네게 선물로 주었다. 또 그가 유대 사람들을 해치려 했기 때문에 그를 나무에 매달아 죽였다. 그런데 너는 또 무엇을 바라느냐?」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7 · 두루새김
왕의 답변은 문제를 개인에 대한 보상과 처벌의 차원에서 보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반면 에스더는 제국 전체에 남아 있는 위험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왕은 이어서 해결의 길을 열어 줍니다.
「너희도 좋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이름으로 문서를 쓰고 내 반지로 도장을 찍어라. 왕의 명령으로 쓰고 내 반지로 도장을 찍은 문서에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8 · 두루새김
왕은 기존 명령을 단순히 없애겠다고 선언하지 않습니다. 대신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왕의 이름으로 새로운 문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도록 허락합니다.
에스더가 요구한 것은 앞서 보낸 문서들을 거두어들이는 일이었습니다. 왕이 허락한 것은 새로운 문서를 내보내는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명령은 기존의 문제를 간단히 없애는 대신 그에 맞서는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그러나 이 장의 그리스어 왕의 명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뒤에 나오는 왕의 편지는 하만이 보낸 문서들을 따르지 말라고 분명히 밝힙니다(8:117).
왕의 명령에는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의 왕실 문서를 따르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한 번 내려진 악한 명령은 그것을 내릴 때보다 바로잡을 때 훨씬 복잡한 문제를 만들어 냅니다.
왕이 반지를 건넨 것으로 모든 일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서를 작성하고 제국 전역에 전달하며 그 문서를 실제로 실행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이야기는 왕궁 안의 대화에서 온 제국의 행정과 정치의 세계로 옮겨 갑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 에스더기에서도 왕의 이름으로 도장이 찍힌 문서는 되돌릴 수 없다는 논리가 제시됩니다(8:8). 다니엘 6:8, 12, 15에도 메디아와 페르시아의 법령을 변경할 수 없다는 궁정의 생각이 등장합니다. 이 두 이야기를 함께 읽으면, 왕의 권력이 막강하면서도 자신의 공식 명령에 묶이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다만 이를 실제 페르시아 제국의 모든 법령이 역사적으로 절대 거두어들일 수 없었다는 확정적인 법률 규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 문서가 온 제국으로 퍼져 나가다
새 명령은 첫째 달인 니산월 스무사흗날 작성됩니다.
왕의 문서 담당 관리들이 불려 오고,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백스물일곱 지방의 관리들과 지방 통치자들의 우두머리들에게 명령이 내려집니다. 각 지방의 말로 문서를 작성하고, 왕의 이름으로 도장을 찍어 전달자들을 통해 보냅니다.
3장에서 이 행정망은 유대 사람들을 멸망시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8장에서는 같은 행정망이 유대 사람들을 보호할 새로운 명령을 전달합니다.
왕의 도장, 문서 담당 관리, 지방 관리, 문서 전달자들은 어느 편에 서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하는 인물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왕의 명령을 온 제국에 전달하는 체계의 일부입니다.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던 국가의 행정 체계가 이제 그 사람들의 생존을 허용하고 보호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이제 자신들의 법을 지킬 수 있다
새 명령에는 두 가지 핵심이 있습니다.
그 문서에서 왕은 유대 사람들에게 도시마다 자신들의 법을 따르고, 스스로를 지키며 적들과 자신들에게 맞서는 자들을 원하는 대로 다루라고 명령했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1 · 두루새김
하만은 유대 사람들의 법이 다른 민족들의 법과 다르고, 그들이 왕의 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3:8). 유대 사람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 자체를 제국에 대한 위협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제거해야 할 위험의 증거로 제시되었던 것이 이제는 허용되고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제시됩니다.
유대 사람들의 법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바뀐 것은 그 법을 바라보는 왕실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두 번째는 자신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방어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 명령은 단순히 유대 사람들이 평소처럼 살아도 된다는 선언에 머물지 않습니다. 실제 공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권한을 줍니다.
이어지는 「원하는 대로 다루라고」라는 표현은 상당히 넓게 행동할 자유를 주지만, 문맥상 자신들에게 맞서는 적들과의 충돌을 다루는 말입니다. 따라서 유대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라는 명령으로 확대해서 읽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이 표현이 폭력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 놓는다는 사실도 감추어서는 안 됩니다.
새 명령은 단순한 평화 선언이 아닙니다. 충돌이 일어날 경우 유대 사람들이 무력으로 자신들을 지킬 수 있도록 허락하는 문서입니다.
이제 그 구체적인 의미를 밝히는 긴 왕의 편지가 등장합니다.
조금 더 깊이
그리스어 에스테르기 3:12에 따르면 하만의 첫 번째 명령이 작성된 날은 같은 달 열사흗날이었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문서는 첫 번째 문서가 나온 지 열흘 뒤에 작성된 셈입니다. 히브리어 에스더기 8:9는 이 날짜를 셋째 달 시완월 스무사흗날로 기록합니다. 그리스어 본문에서는 문서가 훨씬 이른 시점에 작성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왕은 자신이 속았다고 말한다
8:101부터 8:124까지는 두 번째 왕의 명령을 담은 편지 전체입니다.
왕의 편지에 적혀 있다는 사실과,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그것을 별도의 사실로 확인해 준다는 것은 다릅니다.
이 문서는 왕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고 정당화하는지 보여 주는 문서입니다. 따라서 왕의 선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앞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과 비교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왕의 편지는 처음부터 하만의 이름을 꺼내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이들의 큰 호의로 거듭 높은 대우를 받자 교만해졌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02 · 두루새김
이어서 그들이 자기들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들을 해칠 계획을 꾸민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하만의 행동을 일반적인 정치적 교훈 속에 놓습니다. 통치자는 신하를 높여 줄 수 있지만, 높은 지위를 얻은 신하가 그 권한을 이용해 통치자와 백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왕의 설명에는 은근히 자신을 변호하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권력을 가진 많은 사람이 믿고 일을 맡긴 가까운 신하들의 설득에 넘어가곤 했다. 그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데 가담하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빠졌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05 · 두루새김
「그 신하들이 악한 마음으로 꾸민 거짓말로 통치자들의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속였기 때문이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06 · 두루새김
물론 하만이 유대 사람들을 모함했다는 것은 이야기에서 이미 드러난 사실입니다. 그는 유대 사람들이 왕의 법을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을 제거하도록 요청했습니다(3:8–9).
그러나 왕이 단순히 아무것도 모른 채 속은 피해자였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하만에게 반지를 주었고, 그 백성을 원하는 대로 처리하라고 허락했습니다(3:10–11). 왕의 편지는 이 책임을 충분히 드러내지 않습니다. 대신 왕은 자신이 원래 모든 민족에게 호의를 베푸는 통치자였지만 악한 신하에게 속았다고 설명합니다.
왕실은 정책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왕권이 정당하다는 믿음을 유지하려 합니다. 이전의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잘못의 뿌리는 왕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돌리려는 것입니다.
정의와 평화를 말하는 왕의 언어
왕의 편지에는 하나님을 언급하는 문장도 등장합니다.
「그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없애 버린다. 그뿐 아니라 선한 일을 모르는 자들의 허풍에 들떠서, 늘 모든 것을 살피시며 악을 미워하시는 하나님의 벌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04 · 두루새김
왕은 하만의 잘못을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편지는 하나님이 「늘 모든 것을 살피시며 악을 미워하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통치자는 잘못된 보고에 속을 수 있고, 뒤늦게 자신의 판단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편지가 묘사하는 하나님은 그런 정보의 한계를 가진 분이 아니십니다.
이것은 왕의 권한을 넘어서는 정의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왕은 앞으로 모든 사람이 평화롭게 살아갈 나라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더욱 너그럽게 대응하겠다고 말합니다(8:108–109). 이 문서에서 평화는 왕의 권한 아래에서 질서가 유지되는 상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만은 어떻게 마케도니아 사람이 되었는가?
왕의 편지는 이제 하만을 직접 지목합니다.
「함므다다의 아들 하만은 사실 마케도니아 사람이다. 그는 페르시아 사람의 혈통과는 무관하고 우리의 선한 마음과도 크게 동떨어진 자였으나, 우리는 그를 손님으로 받아들였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10 · 두루새김
그리스어 에스테르기 3:1의 서술에서는 하만을 ‘부가이오스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히브리어 에스더기에서는 ‘아각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왕의 편지와 9:24는 그를 ‘마케도니아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더 나아가 왕의 편지는 하만이 페르시아 왕권을 빼앗아 마케도니아 사람들에게 넘기려고 했다고 주장합니다(8:114). 이야기가 궁정의 일을 전할 때 하만은 왕의 권력을 이용해 유대 사람들을 제거하려고 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 편지에서는 하만이 페르시아 전체를 배신하고 외부 세력에게 나라를 넘기려 했던 사람으로 확대됩니다.
페르시아와 마케도니아의 대립은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중요한 역사적 기억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표현은 그리스어 에스테르기가 전해지는 과정에 담긴 정치적 언어와 역사적 시각을 보여 줍니다.
다만 하만이 실제로 마케도니아 출신이었다거나, 페르시아 왕권을 마케도니아 사람들에게 넘기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별도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편지 속 왕이 제시하는 설명입니다.
하만은 이제 단순히 유대 사람들의 원수가 아니라 페르시아 왕실 전체의 적이 됩니다.
유대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은 특정 민족에게 베푸는 예외적인 호의가 아니라, 페르시아 제국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로 제시됩니다. 이 논리를 통해 왕은 자신의 정책 변경을 설명합니다.
‘위험한 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왕실의 공식적인 판단이 완전히 뒤집힌 것입니다.
왕이 기억하는 모르드개
8:113에서는 모르드개와 에스더를 다음과 같이 부릅니다.
「그는 교묘한 속임수로 우리를 구하고 늘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모르드개와,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흠잡을 데 없는 에스더를 그들의 온 민족과 함께 죽여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13 · 두루새김
여기서 모르드개를 「우리를 구하고 늘 우리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과거 왕의 암살 음모를 밝혔던 사건과 연결됩니다(2:21–23). 이 사실은 하만이 유대 사람 전체를 위험한 집단으로 몰아간 논리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드러내는 구체적인 증거가 됩니다.
왕은 두 사람을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왕권에 충성했고 왕실에 도움이 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제국의 관리들에게 유대 사람들을 보호하라고 명령하면서, 그 보호가 왕실의 이익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유대 사람입니다. 동시에 페르시아 궁정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입니다. 그리스어 에스테르기는 이 두 관계가 반드시 대립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러나 그 관계가 언제나 안정적인 것도 아닙니다. 앞서 같은 왕권이 그들을 멸망시키는 명령을 승인했기 때문입니다.
유대 사람들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극악한 자가 죽음에 넘긴 유대 사람들이 범죄자가 아니라, 지극히 올바른 법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임을 확인했다.」 「그들은 지극히 높고 더없이 크시며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들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우리 조상들을 위해 나라를 가장 좋은 상태로 이끌고 계신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15–116 · 두루새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들」이라는 표현은 출애굽기 4:22와 연결됩니다. 거기서 하나님은 파라오에게 이스라엘이 자신의 맏아들이라고 선언하게 하십니다. 신명기 14:1에서도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속한 자녀로 불립니다.
유대 사람들이 하나님의 아들들이라는 말은 그들 각자가 신과 같은 존재라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신의 백성으로 삼으셨다는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왕의 편지는 유대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이유를 설명하면서 그들이 살아 계신 하나님께 속한 사람들이라고 선언합니다. 하나님은 유대 사람들의 생명만 돌보시는 분이 아니라 페르시아 왕국의 역사까지 다스리시는 분으로 소개됩니다.
하나님은 한 민족과 특별한 언약 관계를 맺으셨지만, 그분의 다스림이 그 민족의 땅 안에 갇혀 있지는 않습니다.
이사야 44:28–45:1에서는 페르시아 왕 고레스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고레스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온전히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다른 민족의 왕을 통해서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신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에스테르기 8장의 왕의 편지도 그와 연결되는 주제를 드러냅니다.
다만 왕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개인적으로 유대 사람들의 신앙을 온전히 받아들였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왕이 자신의 새로운 정책이 옳다고 설명하면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말입니다.
유대 사람들을 멸망시키기 위해 사용되던 왕의 이름이 이제 그들을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선언하는 데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왕의 공문과 이야기의 설명이 어긋나는 자리
「이 일을 꾸민 자는 수산의 성문 곁에서 온 집안과 함께 나무에 매달려 처형되었다.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마땅한 벌을 신속히 내리신 것이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18 · 두루새김
그러나 7:10의 이야기는 하만 자신이 매달렸다고 기록합니다. 하만의 열 아들에 관한 사건은 뒤의 9:10, 13–14에서 따로 펼쳐집니다. 따라서 8:118의 표현을 본문의 사건 진행과 정확히 일치하는 보고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왕의 공식 문서는 하만의 몰락을 인간 권력의 결정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하나님이 악에 내리신 심판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하만을 심판하셨다는 편지의 주장과, 그 심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하는 왕실 문서의 모든 말이 역사적으로 정확하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 이름을 사용하는 인간의 모든 설명과 행동이 저절로 옳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멸망의 날을 기쁨의 날로 바꾸다
공문은 이제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령합니다.
하만의 문서들을 따르지 말고, 새로운 공문의 사본을 모든 곳에 공개적으로 내걸어야 합니다. 유대 사람들이 자신들의 법을 따르도록 허락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8:11에서는 유대 사람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권한이 강조되었습니다. 그런데 8:120에서는 지방 관리들에게 그들을 돕도록 명령합니다.
보호의 책임이 유대 사람들에게만 맡겨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에스더가 처음 청했던 문서를 거두어들이는 일은 단순히 과거 명령을 없던 일로 만드는 것보다 넓은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기존 문서를 따르지 말라는 선언과 유대 사람들을 도우라는 적극적인 명령이 함께 내려지는 것입니다.
같은 날짜, 전혀 다른 의미
왕의 편지는 아달월 열사흗날을 특별히 언급합니다.
「모든 것을 다스리시는 하나님께서 자신이 선택하신 민족을 위해 이날을 멸망의 날에서 기쁨의 날로 바꾸셨기 때문이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21 · 두루새김
하만은 날짜를 정해 유대 사람들을 멸망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왕의 새로운 명령은 그날이 유대 사람들의 멸망이 아니라 생존과 기쁨을 향하는 날이 되도록 합니다.
여기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날짜 자체를 없애는 것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날짜가 가지게 될 의미를 바꾸시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이것은 창세기 50:20에서 요셉이 형들에게 한 말과 주제적으로 연결됩니다. 형들은 요셉을 해하려고 했지만, 하나님은 그 일을 생명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이끄셨다고 요셉은 고백합니다. 에스테르기 8장 역시 사람들의 악한 계획과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구원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다만 두 이야기에서 인간의 악행이 처음부터 선한 일이었다고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악은 여전히 악이며, 생명을 해치려는 의도도 그대로 악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은 그 악을 선하다고 선언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악이 의도한 마지막 결과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 데 있습니다.
기쁨을 명령하는 왕의 공문
8:122–123에서 왕은 이날을 특별한 명절로 삼아 잔치를 벌이라고 명령합니다. 편지는 이날이 왕실과 왕에게 호의적인 페르시아 사람들에게도 「구원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이 공문에서 구원은 페르시아 제국의 안정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절에서 편지는 매우 거친 경고를 덧붙입니다.
「어느 도시나 지방이든 이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분노 속에서 창과 불로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사람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곳이 될 뿐 아니라, 들짐승과 새들까지 영원히 싫어하는 곳이 될 것이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24 · 두루새김
왕의 편지는 앞부분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악한 신하들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새로운 명령을 따르지 않는 도시와 지방 전체를 무력으로 파괴하겠다고 위협합니다.
정의를 말하는 문서가 집단 전체를 파괴하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것을 하나님의 정의가 반드시 이런 방식의 집단 처벌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이 문장은 페르시아 왕이 제국의 통치자로서 내리는 위협입니다.
그리스어 에스테르기는 이 긴장을 따로 풀어 주지 않습니다. 왕의 명령이 유대 사람들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 그 왕이 여전히 힘으로 억누르는 제국의 통치자라는 사실을 함께 보여 줍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구원하신다는 신앙 고백과 인간의 통치가 언제나 정의롭다는 주장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조금 더 깊이
그리스어 본문에는 날짜와 관련된 작은 불일치도 남아 있습니다. 앞선 첫 공문의 전체 내용(3장의 추가 편지)은 아달월 열나흗날을 적지만, 이 장의 새 명령과 두 번째 공문은 열사흗날을 적습니다. 이 차이를 없는 것으로 처리하기보다 그리스어 본문 안에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날짜가 전해져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왕의 반지로 도장을 찍은 문서가 다시 수산에 내걸리다
긴 공문이 끝나자 이야기는 다시 짧아집니다.
말을 탄 전달자들이 서둘러 떠납니다. 명령은 수산에도 내걸립니다.
하만의 명령이 나왔을 때도 전달자들이 서둘러 나갔습니다. 당시 왕과 하만은 술을 마셨고, 수산은 혼란에 빠졌습니다(3:15).
하지만 이번에는 수산의 반응이 다릅니다.
처음 문서는 한 민족의 멸망을 알렸습니다.
새 문서는 그들이 살아남을 길을 알립니다.
왕의 문서는 종이에 적힌 말이지만, 그 말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행동하도록 만듭니다. 누군가에게는 살인과 약탈을 허락하고, 누군가에게는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받도록 허락합니다.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왕의 이름으로 새로운 문서를 썼다는 사실은 그들이 왕실의 권력을 실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장이 그들의 권력 사용을 무조건 칭찬하는 데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그 권력의 결과가 어떤 사람들에게 무엇을 가져왔는지를 보여 줍니다.
마지막 세 절은 바로 그 결과를 그립니다.
베옷에서 왕의 옷으로, 혼란에서 기쁨으로
모르드개가 왕궁에서 나옵니다.
모르드개는 왕의 옷을 차려입고 금관을 쓴 채 나왔습니다. 고운 베로 만든 자주색 머리띠도 두르고 있었습니다. 수산 사람들은 그를 보고 기뻐했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5 · 두루새김
4:1에서 모르드개는 유대 사람들을 멸망시키라는 명령을 듣고 옷을 찢고 굵은 베옷을 입었으며 재를 뒤집어썼습니다. 그는 도시 한가운데서 크게 울부짖었습니다. 당시 그는 베옷을 입은 채 왕궁 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4:2).
베옷은 슬픔과 죽음을 애도하는 표지였습니다. 왕의 옷은 인정과 영예의 표지입니다. 이전에는 왕궁의 문턱에서 슬퍼하던 사람이 이제는 왕의 권한을 맡아 왕궁에서 나옵니다.
앞서 하만이 권력을 얻고 유대 사람들을 멸망시키는 문서를 내보냈을 때, 수산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제 모르드개가 왕의 옷을 입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수산 사람들이 기뻐합니다.
같은 도시의 분위기가 뒤바뀝니다.
유대 사람들에게 빛이 찾아왔다
유대 사람들에게 빛과 기쁨이 찾아왔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6 · 두루새김
앞서 유대 사람들은 슬퍼하며 울부짖었고, 금식하며 두려움 속에 있었습니다(4:3). 여기서 빛은 죽음의 위협 속에서 발견한 생존의 가능성,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소망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편 27:1은 여호와야훼를 자신의 빛과 구원이라고 고백합니다. 이사야 9:2 역시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에스테르기 8:16이 이 구절들을 직접 인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난과 구원을 어둠과 빛으로 표현하는 구약의 말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빛은 그들의 삶에 다시 미래가 열렸다는 사실을 표현합니다.
기쁨과 함께 찾아온 두려움
8:17에서는 기쁨의 범위가 더욱 넓어집니다.
명령이 내걸린 곳마다, 공고문이 내걸린 곳마다, 도시와 지방마다 유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술잔치를 벌이며 기뻐했습니다. 다른 민족들 가운데 많은 사람도 유대 사람들을 두려워하여 할례를 받고 유대 사람들의 방식대로 살았습니다.에스테르기 (그리스어) 8:17 · 두루새김
제국의 중심 수산에서 시작된 변화가 멀리 흩어진 유대 공동체들까지 전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장의 마지막 문장은 뜻밖의 내용을 전합니다.
다른 민족 사람들이 유대 사람들의 공동체와 생활방식에 참여하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들의 행동을 일으킨 이유로 제시된 것은 두려움입니다. 따라서 이 장면을 다른 민족의 많은 사람이 순수한 믿음으로 신앙을 받아들였다는 기록으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일부는 유대 사람들이 새롭게 얻은 권력과 보호를 보며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개인의 동기까지 본문으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유대 사람들은 더 이상 일방적으로 두려워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이제 다른 민족들이 그들을 두려워합니다.
구원받은 백성의 기쁨과 그 백성의 달라진 지위를 두려워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함께 나타납니다.
조금 더 깊이
히브리어 에스더기 8:17은 많은 사람이 유대인이 되었다고 서술하지만, 그리스어 본문은 할례라는 행위까지 분명히 밝힙니다. 할례는 이스라엘의 언약 전통에서 중요한 표지입니다(창세기 17:10–14). 따라서 이 문장은 단순히 유대 사람들의 편을 들었다는 정도보다 더 강한 표현입니다.
수산에 다시 걸린 공고문
수산의 거리에 새로운 왕의 명령이 내걸렸습니다. 그 명령을 바로잡기 위해 에스더는 다시 왕에게 나아가야 했습니다. 왕은 새로운 권한을 주어야 했고, 문서 담당 관리들은 문서를 써야 했습니다. 전달자들은 온 제국을 돌아다녀야 했고, 지방 관리들은 새로운 명령을 실행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본문은 유대 사람들이 이미 모든 싸움을 끝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닥칠 날에 맞서 싸울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기쁨은 싸움이 완전히 끝난 뒤에만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아직 위험이 남아 있지만, 그 위험에 맞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에 생긴 기쁨입니다.
에스테르기 8장은 그 빛이 비치는 장면에서 멈춥니다.
왕궁에서는 모르드개가 왕의 옷을 입고 나오고, 거리에는 새로운 명령이 내걸립니다. 사람들은 그 명령을 읽으며 기뻐합니다.
아직 아달월 열사흗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날을 두려워하던 사람들에게는 이제 다른 미래가 열려 있습니다.
그들의 생명을 빼앗으라는 문서가 퍼져 나갔던 바로 그 제국의 길을 따라, 이번에는 그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하는 문서가 퍼져 나갔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