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풀어 읽기 · 12장
이 장의 자리 · 6–12장 · 가나안 성읍과의 싸움
서른한 왕의 이름이 남긴 것
여호수아 12장에는 전투 장면이 없습니다. 적의 군대도 움직이지 않고, 여호수아의 명령도 들리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새롭게 말씀하시는 장면도 없습니다.
대신 왕들의 목록이 나옵니다.
이어서 왕들의 이름이 하나씩 기록됩니다. 예루살렘 왕 한 명, 헤브론 왕 한 명, 야르뭇 왕 한 명. 이런 방식으로 계속되다가 마지막에 이릅니다.
이 장은 여호수아서에서 가장 단조롭게 보이는 부분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미 승리한 전쟁의 결과를 왜 다시 하나씩 적어야 할까요?
이스라엘의 지도자는 왕들을 무너뜨렸지만, 그 왕들이 다스리던 땅을 자기 것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요단강 동쪽의 땅을 이스라엘 지파들에게 대대로 물려받을 땅으로 주었고, 여호수아도 요단강 서쪽의 땅을 각 지파의 몫으로 나누었습니다.
이 장은 누가 패배했는지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그 땅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를 밝힙니다.
왜 여호수아의 승리를 기록하면서 모세부터 시작하는가
여호수아 12장은 뜻밖에도 여호수아가 정복한 땅부터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강 동쪽에서 물리치고 그 땅을 차지한 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 땅은 아르논 골짜기에서 헤르몬산까지 이어졌으며, 동쪽 아라바 전체를 포함했습니다.여호수아 12:1 · 두루새김
이 땅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기 전에 이미 차지했던 지역입니다. 모세가 살아 있을 때 이스라엘이 정복한 땅입니다.
앞 장에서 여호수아의 정복이 마무리되었다면, 자연스럽게 그가 무너뜨린 왕들부터 소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본문은 더 오래된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을 차지하는 역사는 여호수아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 뜨는 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12장 전체는 요단강을 기준으로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6절은 강 동쪽에서 이루어진 정복을, 7–24절은 강 서쪽에서 이루어진 정복을 기록합니다.
요단강 동쪽에 정착한 사람들과 서쪽에 정착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지도자에게서 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나의 이스라엘을 이룹니다.
땅을 받은 시기와 장소가 달라도, 그들을 하나로 묶는 역사는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혼과 옥 — 두 왕의 이름에 담긴 오래된 전쟁
요단강 동쪽의 왕은 두 명입니다.
헤스본의 시혼과 바산의 옥입니다. 12장은 이 왕들과 벌였던 전투를 다시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들이 다스리던 땅을 자세히 기록합니다.
시혼은 아르논 골짜기에서 얍복 골짜기에 이르는 지역과 길르앗의 일부를 다스렸습니다. 그가 다스리던 땅에는 킨네롯 바다 동쪽에서 소금 바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아라바 지역도 포함되었습니다.
옥은 바산을 다스렸으며, 아스다롯과 에드레이에 살았습니다. 그가 다스리던 땅은 헤르몬산과 살카, 그술 사람들과 마아카 사람들의 경계까지 이어졌습니다.
아르논과 얍복은 요단강 동쪽 지역의 중요한 경계를 이루는 물줄기입니다. 킨네롯 바다는 갈릴리 호수를, 소금 바다는 사해를 가리킵니다. 북쪽에는 헤르몬산이 있습니다.
이런 지명들이 연결되면서 독자는 두 왕이 다스리던 땅이 요단강 동쪽의 남쪽에서 북쪽까지 상당히 넓게 펼쳐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왕들의 이름이 중요하지만, 그 이름보다 더 많은 분량이 땅의 경계를 설명하는 데 사용됩니다.
시혼과 옥의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민수기 21:21–35에는 이 두 왕과 관련된 전투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시혼에게 사절을 보내 그의 땅을 통과할 수 있도록 요청했습니다. 큰길로만 지나가고, 밭이나 포도원에 들어가지 않으며, 우물의 물도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시혼은 통과를 허락하지 않고 군대를 이끌고 나와 이스라엘과 싸웠습니다(민수기 21:21–23). 그 결과 시혼은 패배했고, 이스라엘은 그의 땅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이 바산 쪽으로 올라가자 옥이 군대를 이끌고 에드레이에서 그들을 맞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씀하시고, 옥과 그의 백성과 땅을 이스라엘의 손에 넘겨주셨습니다(민수기 21:33–35). 신명기 2–3장은 이 사건들을 다시 돌아봅니다.
시혼과 옥이라는 이름에는 이스라엘이 아직 요단강을 건너지 않았던 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옥이 르파임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는 말
이스라엘은 바산 왕 옥의 땅도 차지했습니다. 옥은 남아 있던 르파임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고, 아스다롯과 에드레이에 살았습니다.여호수아 12:4 · 두루새김
르파임은 구약에서 고대의 강력한 주민들과 관련되어 등장하는 집단입니다. 신명기 2:10–11, 20–21에서는 르파임과 관련된 집단들이 크고 키가 큰 사람들로 묘사됩니다.
이 이름은 이스라엘이 맞서야 했던 옛 주민들의 강한 힘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제 옥은 살아 있는 위협이 아니라, 이미 패배한 왕의 목록에 들어 있습니다.
과거의 두려운 상대가 이스라엘이 차지한 땅의 역사를 설명하는 이름이 된 것입니다.
모세가 얻은 땅은 모세의 땅이 되지 않았다
동쪽 정복의 기록은 다음 문장으로 끝납니다.
여호와야훼의 종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이 두 왕을 물리쳤습니다. 여호와야훼의 종 모세는 르우벤 지파와 갓 지파와 므낫세 지파의 절반에게 그 땅을 대대로 물려받을 땅으로 주었습니다.여호수아 12:6 · 두루새김
이 구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호와야훼의 종 모세」라는 표현이 두 번 사용된다는 사실입니다. 모세는 시혼과 옥의 땅을 차지하도록 이스라엘을 이끈 지도자였습니다. 그러나 본문은 그를 왕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그는 「여호와야훼의 종」입니다.
이 문맥에서 모세의 지위는 그가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사실로 설명됩니다. 그는 그 땅을 자기 개인의 땅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민수기 32장에 기록된 사건과 연결됩니다. 르우벤과 갓은 요단강 동쪽 땅이 가축을 기르기에 알맞다는 것을 보고 그곳에 정착하기를 요청했습니다.
처음에 모세는 그 요청을 문제 삼았습니다. 다른 지파들이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그들만 먼저 땅을 차지하고 머무르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민수기 32:6–15). 그러나 그들이 다른 지파들과 함께 전쟁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하자, 모세는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여호수아 1:12–15에서도 여호수아는 요단강 동쪽에 땅을 받은 지파들에게 그 약속을 기억하게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가축을 동쪽에 남겨 두고, 다른 지파들이 땅을 차지할 때까지 함께 싸워야 했습니다.
동쪽 지파들이 물려받은 땅은 다른 지파들과 무관한 별개의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먼저 땅을 받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아직 땅을 받지 못한 형제 지파들을 도울 책임을 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계를 확인한 뒤에야 본문은 요단강 서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같은 땅의 역사, 다른 지도자
7절은 1절과 비슷한 방식으로 시작합니다.
요단강 서쪽에서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백성이 물리친 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들의 땅은 레바논 골짜기의 바알 가드에서 세일로 올라가는 할라크산까지 이어졌습니다. 여호수아는 이스라엘이 대대로 물려받을 땅으로 지파마다 몫을 나누어 주었습니다.여호수아 12:7 · 두루새김
지도자의 이름이 바뀝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계속해서 등장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여호수아서의 첫 장과 연결됩니다. 여호수아 1:2에서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죽었다고 말씀하시면서, 이제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야 한다고 명령하셨습니다.
모세의 죽음은 하나님의 약속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여호수아가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을 때도 그가 해야 할 일은 모세와 분리된 새로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이전부터 주어진 약속을 이어받는 일이었습니다.
왕의 땅에서 지파의 상속 재산으로
모세는 왕들을 물리쳤고, 그 땅을 대대로 물려받을 땅으로 주었습니다.
여호수아도 왕들을 물리쳤고, 그 땅을 대대로 물려받을 땅으로 주었습니다.
여기서 왕을 이기는 행동과 땅을 나누어 주는 행동은 서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하나의 과정에 속합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약속에는 자손과 땅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창세기 12:1–7; 15:18–21; 17:7–8). 그 약속은 이삭과 야곱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에서 종살이했고, 광야를 지나왔으며, 모세의 죽음 이후 여호수아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이 긴 역사 속에서 땅은 단순히 좋은 생활 조건을 제공하는 자원만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하신 것을 기억하게 하는 구체적인 장소였습니다. 여호수아 12장은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땅의 경계와 왕들의 이름으로 기록합니다.
승리의 기록이 남기는 윤리적 질문
본문이 땅을 대대로 물려받을 몫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 땅을 차지하는 과정에 있었던 폭력과 주민들의 죽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호수아서의 정복 이야기는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죽임당했음을 기록합니다. 성읍들이 파괴되고, 주민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거나 죽었습니다.
이 장은 이스라엘의 관점에서 약속된 땅을 차지한 역사를 기록합니다. 그 관점을 존중하면서도, 오늘날의 독자는 정복당한 주민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땅을 주셨다는 성경의 진술을 오늘날 다른 민족의 땅을 빼앗거나 종교적 이유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여호수아서의 정복은 구약이 이야기하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며, 이 장은 그 사건의 결과를 기록합니다.
산지와 낮은 지대와 광야 — 이스라엘이 받은 땅의 다양함
왕들의 목록이 나오기 전에, 본문은 서쪽 땅을 지형에 따라 설명합니다.
그 땅은 산지와 낮은 지대와 아라바와 비탈 지대와 광야와 네게브에 걸쳐 있었습니다. 그곳은 헷 사람들과 아모리 사람들과 가나안 사람들과 브리스 사람들과 히위 사람들과 여부스 사람들의 땅이었습니다.여호수아 12:8 · 두루새김
이 지형 목록은 앞 장의 정복 요약과 연결됩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전쟁의 진행보다 땅 자체를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가나안은 어디나 똑같은 평야가 아닙니다.
각 지역은 지형과 생활 조건이 다릅니다. 이러한 설명은 이스라엘이 물려받은 땅이 말로만 주어진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서로 다른 환경과 주민을 가진 땅이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땅은 단지 군사 지도자가 지도 위에 표시하는 영역이 아닙니다.
각 지파가 살아가야 할 구체적인 장소입니다. 어떤 지파는 산지에 정착하고, 다른 지파는 낮은 지대와 평야에 살게 됩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13장 이후에는 지파별로 땅을 나누는 이야기가 길게 이어집니다. 경계가 어디인지, 어떤 성읍이 어느 지파의 몫인지, 아직 남아 있는 지역은 어디인지 자세히 기록됩니다.
그러나 이 장은 그 땅을 개별 지파에게 구체적으로 나누어 주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일을 합니다.
그 땅을 다스렸던 왕들의 이름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한 명」이 서른한 번 반복되는 이유
9절부터 시작되는 목록은 매우 규칙적입니다.
여리고 왕 한 명, 벧엘 곁에 있는 아이 왕 한 명,여호수아 12:9 · 두루새김
9절부터 23절까지는 각 절마다 두 왕이 등장하고, 24절에는 마지막 왕 한 명이 나옵니다. 그런데 왜 왕의 수를 하나하나 세는 것일까요?
왕의 이름보다 성읍의 이름이 앞선다
앞에서는 예루살렘 왕 아도니체덱, 하초르 왕 야빈처럼 왕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었습니다. 그러나 12장에서는 「예루살렘 왕」, 「하초르 왕」이라고 기록합니다. 그 왕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전투에서 죽었는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직 그가 다스렸던 성읍과 왕이라는 지위만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목록이 개인들의 생애를 기록하려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줍니다. 왕을 「한 명」이라고 기록할 때마다 독자는 이스라엘의 정복이 여러 지역의 통치자들과 충돌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목록에서 왕들은 하나씩 사라지지만, 그들이 다스리던 땅의 이름은 남습니다.
하나의 큰 왕국이 아니라 여러 왕들이 있었다
앞선 이야기에서 보았듯이 예루살렘 왕은 다른 왕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하초르 왕도 북부의 여러 왕을 불러 모았습니다. 여러 성읍과 지역에 각각 왕이 있었으며, 이들이 필요에 따라 힘을 합쳐 전쟁을 벌였습니다.
따라서 본문의 「왕」이라는 말을 후대의 거대한 통일 왕국을 다스리는 왕과 같은 규모로 상상해서는 안 됩니다. 일부 왕들은 비교적 좁은 지역을 다스리는 성읍 중심의 통치자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목록만으로 각 왕이 실제로 얼마나 넓은 땅을 다스렸는지, 어느 정도의 병력과 나라를 운영하는 조직을 갖추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서른한 왕이라는 숫자는 서른한 개의 똑같은 규모의 왕국을 뜻하지 않습니다.
목록에는 있지만 정복되지 않은 성읍들
여호수아 12장의 왕들을 앞선 이야기와 비교하면 중요한 문제가 드러납니다.
이 장은 패배한 왕들을 기록합니다. 그러나 그 왕이 다스리던 모든 성읍이 같은 시점에 완전히 점령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루살렘 왕은 패배했지만
예루살렘 왕 한 명, 헤브론 왕 한 명,여호수아 12:10 · 두루새김
여호수아 10장에서 예루살렘 왕 아도니체덱은 다른 네 왕과 힘을 합쳐 기브온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게 패배하여 동굴에 숨었다가 붙잡혔고, 결국 죽임당했습니다(10:1–27).
그런데 여호수아 10장은 예루살렘 성읍 자체가 이스라엘에게 점령되었다고 기록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여호수아 15:63은 유다 자손이 예루살렘에 사는 여부스 사람들을 쫓아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게제르도 마찬가지다
12:12에는 게제르 왕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호수아 10:33을 보면 게제르 왕 호람은 라기스를 돕기 위해 싸우러 나왔다가 패배합니다.
여호수아가 게제르 성읍으로 나아가 그곳을 점령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오히려 여호수아 16:10에서는 에브라임 자손이 게제르에 사는 가나안 사람들을 쫓아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왕들은 이미 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그 지역을 실제로 차지하고 정착하는 일은 계속되어야 했습니다.
벧엘 왕은 왜 별도로 등장할까?
여호수아 12:9에는 「벧엘 곁에 있는 아이 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12:16에서는 「벧엘 왕」이 다시 등장합니다. 아이와 벧엘은 서로 가까운 지역에 있었지만, 본문은 두 왕을 따로 세고 있습니다.
여호수아 8:17에서는 아이와 벧엘에 있던 사람들이 이스라엘을 뒤쫓아 나갔다고 기록합니다. 그러나 그 장은 벧엘 성읍의 점령 과정을 아이 성읍처럼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12장의 목록에는 벧엘 왕의 패배가 포함됩니다.
어떤 전투는 길게 이야기되고, 어떤 전투는 왕의 이름만 남습니다.
목록은 앞선 이야기의 단순한 복사본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정복 결과까지 함께 정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낯선 왕들의 이름도 빠뜨리지 않았다
목록의 후반부로 가면 앞선 이야기에서 거의 설명되지 않았던 지명들이 등장합니다.
게데르, 호르마, 아랏, 아둘람, 타푸아, 헤페르, 아벡, 샤론, 타아나크, 므깃도, 케데스, 요크느암, 도르, 디르사 등이 이어집니다. 어떤 지역은 이후의 이스라엘 역사에서도 중요한 장소로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므깃도와 타아나크는 사사기 5:19에서도 등장합니다. 그곳에서는 가나안 왕들이 이스라엘과 싸웠던 장소로 언급됩니다.
디르사는 훗날 북이스라엘의 왕들과 관련된 중요한 장소로 등장합니다. 열왕기상 14:17에서는 여로보암의 아내가 디르사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오고, 열왕기상 16장에서도 북이스라엘 왕들의 통치와 관련하여 반복해서 언급됩니다.
그러나 여호수아 12장은 이러한 후대의 이야기를 미리 설명하지 않습니다.
각 왕을 「한 명」이라고 기록할 뿐입니다.
샤론의 왕인가, 라샤론의 왕인가
18절의 「샤론 왕」에 해당하는 히브리어는 멜레크 라샤론(שָׁרוֹן)입니다. 여기서 「라샤론」을 고유한 지명으로 이해하여 라샤론의 왕이라고 읽을 수도 있고, 샤론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샤론은 가나안 서쪽의 평야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왕이 다스리던 구체적인 성읍의 위치를 본문만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시므론 므론은 두 왕인가?
20절에는 「시므론 므론 왕 한 명」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두 이름처럼 보이는 지명이 이어지지만, 그 뒤에는 「한 명」이 한 번만 나옵니다.
그 지명이 정확히 어떤 형태의 이름이었는지, 시므론과 므론이 어떤 관계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둘을 각각 다른 왕으로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길갈에 있는 여러 민족의 왕은 누구인가?
도르의 높은 지대에 있는 도르 왕 한 명, 길갈에 있는 여러 민족의 왕 한 명,여호수아 12:23 · 두루새김
이 표현의 히브리어에는 고임(גּוֹי), 곧 민족들 또는 여러 나라를 뜻하는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이것을 여러 민족의 왕이라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고, 고임이라는 고유명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 등장하는 길갈이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넌 뒤 진을 쳤던 길갈과 같은 장소인지도 본문만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왕을 구체적으로 어떤 민족 집단의 왕이었다고 단정하거나, 그의 땅을 특정한 위치에 고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대 지명 가운데 일부는 정확한 위치나 이름의 형태를 오늘날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익숙한 성읍만 남기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지명을 마음대로 바꾸지 않습니다.
서른한 왕과 기록되지 않은 기브온 왕
기브온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브온 주민들은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루었고, 그 때문에 주변의 다섯 왕에게 공격받았습니다. 여호수아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갔습니다.
하지만 12장의 왕 목록에는 기브온 왕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전쟁을 통해 정복된 성읍이 아니라, 속임수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유지된 언약을 통해 살아남은 주민들이었습니다. 여호수아 11:19도 기브온이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룬 예외적인 성읍이었다고 기록합니다.
그들의 방법이 정당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속임수가 있었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여호수아서는 기브온 사람들의 생존을 지우지 않습니다. 전쟁에서 이긴 기록과 나란히, 전쟁 없이 맺어진 언약의 결과도 보존합니다.
서른한 왕의 목록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서른한 왕의 마지막 이름
여호수아 12장의 끝은 매우 간결합니다.
이미 모세의 시대에 시작된 일이 있었고, 여호수아는 그 뒤를 이어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수행했습니다. 여호수아가 남긴 것은 자신의 이름을 건 왕국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갈 땅입니다. 그에게 맡겨진 일의 결실은 자신이 더 큰 권력을 갖는 데 있지 않고, 공동체가 약속된 몫을 받는 데 있었습니다.
디르사 왕 한 명이었습니다. 왕은 모두 서른한 명이었습니다.여호수아 12:24 · 두루새김
마지막 왕도 앞선 왕들과 다르게 묘사되지 않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전투에서 패배했는지, 그의 성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제 전쟁의 이야기는 이름과 숫자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호수아 12장은 왕들의 패배를 기록하지만, 그 기록의 방향은 죽은 왕들에게서 멈추지 않고 살아갈 지파들의 땅으로 향합니다.
마지막 왕의 이름이 기록되고 서른한 명이라는 숫자가 채워졌을 때, 그 땅은 더 이상 정복해야 할 왕들의 이름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제 그 땅은 이스라엘의 지파들이 자신들의 몫으로 받아 대대로 물려받을 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여호수아 12장은 그 두 기록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왕들의 이름은 여기서 끝납니다. 그러나 땅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