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서 풀어 읽기 · 32장
이 장의 자리 · 24–43장 · 지혜의 찬양
말과 침묵의 때를 아는 지혜
누군가를 이끄는 사람에게는 말할 권한이 있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경험에서 얻은 지식이 있고, 배운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줄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집회서 32장은 그런 사람들에게 뜻밖의 요구를 합니다.
잔치를 이끄는 일을 맡았다면 다른 사람을 먼저 돌보라고 합니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음악을 방해하지 말라고 합니다.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알면서도 잠잠히 있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왜 지혜를 가르치는 책에서 이렇게 말을 줄이라고 강조할까요?
그런데 장의 후반부에 이르면 이야기가 더욱 깊어집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말을 절제하라고 가르치던 저자가 이제 하나님의 교훈을 받아들이고, 율법을 찾으며,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는 사람에 관해 말합니다.
32장은 말하는 법에서 시작하여 배우는 법으로 나아갑니다.
우두머리로 세워졌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사람들이 너에게 잔치를 이끄는 일을 맡겼느냐? 우쭐대지 마라. 그들 가운데서 너도 한 사람으로 어울려라. 사람들을 돌본 다음에 자리에 앉아라.집회서 32:1 · 두루새김
31장에서 함께 식사하는 사람의 태도를 다루었다면, 32장은 그 식사를 이끄는 사람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여기서 「잔치를 이끄는 일」은 잔치의 진행과 손님을 돌보는 일을 뜻합니다. 잔치를 맡았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 가운데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뜻입니다. 그 역할에는 어느 정도의 권한과 명예가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권한이 사람을 높이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그리스어 문장에는 「그들 가운데」와 「그들 중 하나」라는 표현이 함께 나옵니다. 지도자가 공동체 밖이나 위에 따로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 가운데 속한 사람임을 강조합니다.
맡은 일을 모두 마친 뒤에 자리를 잡고 기대어 앉아라. 그들 덕분에 기쁨을 누리고, 잔치를 질서 있게 이끈 일로 화관을 받도록 하여라.집회서 32:2 · 두루새김
고대의 잔치에서는 기대어 식사하는 관습이 있었으므로, 여기서 기대어 앉는 모습은 일에서 벗어나 잔치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장면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화관은 잔치와 축제에서 기쁨이나 영예를 표현하는 장식으로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것은 책임을 잘 수행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인정과 영예를 나타냅니다.
좋은 지도자는 자신의 역할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편안하게 참여하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누리는 즐거움에 자신도 참여합니다.
그런데 잔치를 이끄는 사람만 자신의 자리를 분별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에는 말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옳은 말도 때를 잃으면 잔치를 방해한다
나이 든 사람에게도 필요한 절제
나이 든 사람아, 정확히 아는 것을 말하여라. 말하는 것이 네게 어울린다. 그러나 음악을 방해하지 마라.집회서 32:3 · 두루새김
당시 사회에서는 나이와 경험이 발언의 권위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나이 든 사람에게 먼저 발언하거나 조언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는 정확히 아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을 방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첫 번째 조건은 말의 내용과 관련되고, 두 번째 조건은 말하는 때와 관련됩니다.
음악을 듣는 자리에서 말을 쏟아 내지 말고, 때에 맞지 않게 지혜를 뽐내지 마라.집회서 32:4 · 두루새김
「말을 쏟아 내지 말고」라는 표현에는 절제되지 않은 말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말을 듣는 사람의 사정이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지혜의 내용이 옳다고 해서 그것을 말하는 모든 순간까지 옳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누군가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갑자기 긴 연설을 시작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연설의 내용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음악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지식이 아닙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별입니다.
금과 보석 사이에서 음악을 듣다
5–6절은 갑자기 화려한 보석의 이미지로 넘어갑니다.
포도주 잔치에서 음악가들이 이루는 조화는 금 장식에 박힌 붉은 보석 도장과 같다.집회서 32:5 · 두루새김
달콤한 포도주와 어우러지는 음악가들의 가락은 금 세공품에 박힌 에메랄드 도장과 같다.집회서 32:6 · 두루새김
금으로 만들어진 장식품에 붉은 보석이나 초록빛 에메랄드가 박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금속과 보석은 서로 다른 재료이지만, 알맞게 어우러질 때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잔치에 놓인 포도주와 음식, 사람들의 즐거움, 음악가들의 가락이 서로 어울릴 때 아름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자신의 지혜를 뽐내려고 음악을 가로막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자신보다 더 적절한 소리가 있을 수 있음을 압니다.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에 귀를 기울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알맞게 수행할 때 함께하는 자리가 풍성해집니다.
알면서도 침묵할 수 있는 사람
젊은 사람의 침묵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젊은이야, 네가 말할 필요가 있을 때 말하여라. 그것도 두 번 질문을 받고 나서야 말하여라.집회서 32:7 · 두루새김
오늘날의 독자에게는 이 권고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 구절에는 분명히 당시의 연령과 사회적 지위에 따른 위계질서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젊은 사람에게 나이 든 사람이나 지위 높은 사람들 앞에서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요구합니다. 따라서 이 문장을 모든 시대의 젊은 사람은 반드시 두 번 질문을 받은 뒤에만 발언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7절의 중심은 발언의 기회를 스스로 차지하려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요청과 자리의 필요를 헤아리라는 데 있습니다.
요점을 간추려 적은 말로 많은 뜻을 전하여라. 알면서도 잠잠히 있는 사람이 되어라.집회서 32:8 · 두루새김
아는 것이 없는 사람도 조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이 칭찬하는 사람은 알고 있으면서도 잠잠히 있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말에 끼어들어 자신이 더 많이 안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고, 자신이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지식의 부족이 아니라 지식에 대한 태도입니다.
번개보다 먼저 도착하는 호감
천둥에 앞서 번개가 재빨리 달려가듯,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앞에는 호감이 먼저 간다.집회서 32:10 · 두루새김
번개가 번쩍인 뒤에 천둥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저자는 그 자연현상을 사람의 태도와 연결합니다.
여기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성격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자리와 상대를 헤아리는 태도입니다. 반드시 말을 잘하거나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아도,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얼마나 많은 말을 했는지만 기억하지 않습니다. 그가 자신들의 말을 존중했는지, 다른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주었는지, 함께하는 자리를 편안하게 만들었는지도 경험합니다.
그러므로 침묵은 언제나 소극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때로는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적극적인 배려가 됩니다.
조금 더 깊이
신약에서도 야고보서 1:19는 듣기는 빠르게 하고 말하기는 더디게 하라고 권합니다. 집회서 32장의 직접적인 인용이라고 볼 근거는 없지만, 말과 듣기의 관계에 관한 주제적 연결은 분명합니다.
잔치가 끝난 뒤에도 계속되는 지혜
제때에 일어나 뒤에 남아 있지 마라. 집으로 서둘러 가고 꾸물거리지 마라.집회서 32:11 · 두루새김
앞에서는 언제 말해야 하는지 가르쳤습니다. 이제는 언제 자리를 떠나야 하는지 가르칩니다.
집에서 즐겁게 놀며 네가 하고자 한 일을 하여라. 그러나 거만한 말로 죄를 짓지 마라.집회서 32:12 · 두루새김
저자는 혼자 쉬거나 즐겁게 노는 것을 금하지 않습니다. 잔치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지혜를 과시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집에 돌아온 뒤까지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13절에 이르면 저자는 이러한 생활 예법을 하나님의 창조와 연결합니다.
이 모든 일로 너를 만든 이를 찬양하여라. 그는 자기의 좋은 것들로 너를 취하게 한다.집회서 32:13 · 두루새김
지금까지는 잔치에 모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선이 그 모든 좋은 것을 주신 분에게 향합니다.
창조주가 베푸시는 좋은 것의 풍성함을 포도주에 취하는 이미지로 표현한 것입니다. 잔치에서는 음악과 포도주와 사람들의 교제가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그러나 저자는 그 기쁨을 가능하게 하는 궁극적인 근원으로 창조주를 바라봅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만 겨우 허락하시는 분으로 묘사되지 않으십니다. 사람을 기쁘게 할 좋은 것들도 주시는 분이십니다. 시편 104:14–15가 하나님이 땅에서 먹을 것을 내시고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를 주신다고 노래하는 것과 통합니다.
자신이 누리는 좋은 것들이 창조주에게서 왔다고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지혜 역시 스스로 만들어 낸 완전한 지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에게는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교훈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자기 뜻에 맞는 답만 찾는 사람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 교훈을 받는 이유
주를 경외하는 사람은 교훈을 받아들일 것이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호의를 얻을 것이다.집회서 32:14 · 두루새김
하나님을 창조주로 인정하는 사람은 그분의 가르침을 받을 필요도 인정합니다.
여기서 「교훈」에 해당하는 파이데이아(παιδεία)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배우고 훈련받으며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을 포함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지혜롭다고 생각하는 상태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앞에서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에게 말하는 태도를 가르쳤다면, 이제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는 배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14절의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도 단순히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만을 칭찬하는 표현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집회서의 다른 곳에서도 일찍 일어나 찾는다는 표현은 열심과 간절함을 나타냅니다(집회서 4:12, 39:5).
다만 이 절 자체에는 무엇을 찾으러 일찍 일어나는지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문맥상 하나님의 교훈과 호의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태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같은 율법이 한 사람에게는 채움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는 걸림돌이 된다
율법을 찾는 사람은 율법으로 가득 찰 것이고, 겉으로만 좋은 사람인 척하는 사람은 율법에 걸려 넘어질 것이다.집회서 32:15 · 두루새김
율법을 찾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하나님의 가르침에 비추어 보려고 합니다.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것이 있다면 배우고, 잘못 행동한 것이 있다면 고치려 합니다.
그러나 겉으로만 좋은 사람인 척하는 사람은 율법을 자신의 삶을 바로잡는 기준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는 율법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거나,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율법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인정해 주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율법이 그의 잘못을 드러내면 그는 그 가르침과 충돌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찾는 것과,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해 줄 말씀만 찾는 것은 다릅니다.
죄인은 왜 꾸지람을 피하는가
주를 경외하는 사람들은 올바른 판단을 찾을 것이고, 의로운 규정들을 빛처럼 밝힐 것이다.집회서 32:16 · 두루새김
죄를 짓는 사람은 꾸지람을 피하고, 자기 뜻에 맞는 판단을 찾아낼 것이다.집회서 32:17 · 두루새김
겉으로 보면 두 사람 모두 판단과 가르침을 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찾는 대상은 다릅니다.
한 사람은 무엇이 옳은지를 알고 싶어 합니다. 다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옳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에 근거를 붙이는 데 능숙합니다. 이미 하고 싶은 일을 정해 놓고 나서 그 일을 정당화해 줄 이유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종교적인 가르침도 그런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죄를 짓는 사람이 꾸지람을 피한다는 것은 단순히 불쾌한 말을 듣기 싫어한다는 뜻만이 아닙니다. 자기 뜻을 고치게 만들 수 있는 가르침 자체를 피하는 태도입니다.
빛은 이미 보고 싶은 것만 보여 주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 감추어진 것도 드러냅니다. 의로운 규정들을 빛처럼 밝힌다는 것은 하나님의 가르침을 통해 옳고 그름이 분명해지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제 저자는 이 문제를 실제 결정을 내리는 상황으로 가져갑니다.
조금 더 깊이
이것은 집회서 1:1의 선언과 연결됩니다. 모든 지혜는 주에게서 옵니다. 지혜가 하나님에게서 온다면 인간은 언제나 배우는 사람으로 남아야 합니다.
의논할 줄 아는 사람과 두려움이 없는 거만한 사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지 않는 지혜
의논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도 소홀히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엇나가고 거만한 사람은 두려운 일 앞에서도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다. 그와 함께 의논 없이 행동한 뒤에도 그러할 것이다.집회서 32:18 · 두루새김
자신이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다른 의견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신보다 경험이 적은 사람이 한 말에서도 배울 것이 있는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편에는 거만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거만한 사람은 위험을 경고받아도 자신의 태도를 쉽게 바꾸지 않습니다.
때로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 것은 용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경고를 무시하는 것은 무모함입니다.
의논한 뒤에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의논 없이 아무것도 하지 마라. 네가 행동한 뒤에는 후회하지 마라.집회서 32:19 · 두루새김
저자는 결정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의논하고 판단하여 행동했다면, 지나간 결정을 붙들고 끝없이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고 합니다.
여기서 후회하지 말라는 말을 잘못된 행동까지 고집하거나 회개를 거부하라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본문의 조건은 먼저 의논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신중하게 결정하는 태도와 결정을 내린 뒤 책임 있게 살아가는 태도가 함께 요구됩니다.
이는 잠언 15:22가 의논이 없으면 계획이 어그러지고 조언자가 많으면 계획이 굳게 선다고 말하는 것과 연결됩니다. 또한 잠언 12:15는 어리석은 사람이 자신의 길을 옳게 여기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조언을 듣는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집회서 32:17–19의 대조와 가깝습니다.
지혜는 모든 가능성을 끝없이 검토하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닙니다.
충분히 듣고 생각한 뒤에는 실제로 걸어갈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깊이
그리스어 전승 가운데는 「그와 함께 의논 없이 행동한 뒤에도」에 해당하는 구절이 있는 반면, 이를 포함하지 않는 본문도 있습니다. 마지막 행을 포함한 경우에도 「그」가 거만한 사람 자신을 가리키는지, 그와 함께 행동한 다른 사람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문장에서 구체적인 사건이나 행동의 결과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걸림돌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도 조심하라
걸림돌이 있는 길로 가지 말고, 돌투성이 길에서 걸려 넘어지지 마라.집회서 32:20 · 두루새김
이제 저자는 삶의 선택을 길을 걷는 일에 비유합니다.
여행자가 길을 선택할 때는 위험한 지형을 피해야 합니다. 돌이 많고 걸려 넘어질 만한 곳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데 21절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걸림돌 없는 길에서도 안심하지 마라.집회서 32:21 · 두루새김
눈에 띄는 위험이 없다고 해서 그 길이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언제나 위험을 알면서도 무시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충분히 살펴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 여러 번 성공했던 방법, 다른 사람도 모두 선택하는 길은 특별히 위험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익숙함이나 편안함이 올바름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죄를 짓는 사람은 자기 뜻에 맞는 판단을 찾아낸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유리한 근거만 모은 사람에게는 자신의 길이 매우 안전하고 올바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자기 확신을 더욱 강화하는 일이 아니라 그 확신 자체를 다시 살펴보는 일입니다.
갑자기 등장하는 자녀들
네 자녀들도 경계하여라.집회서 32:22 · 두루새김
이 절은 앞뒤 문맥에서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리스어 본문에는 실제로 자녀들을 경계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히브리어와 시리아어 전승에는 자신의 길을 조심하라는 내용이 나타납니다.
그리스어 본문을 따르면 가까운 가족 관계에서도 분별과 경계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한 구절만으로 자녀들이 본질적으로 위험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히브리어와 시리아어 전승을 따르면 앞의 길에 관한 비유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위험한 길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길을 조심하라는 뜻이 됩니다.
어느 읽기가 원래 형태였는지를 여기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위험만 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주의 깊게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일을 끝없이 의심하면서 살아야 합니까?
그 질문에 대해 23절은 또 다른 방향의 권고를 제시합니다.
자기 마음을 믿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의논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마음을 믿으라고 한다
무슨 일을 하든 네 마음을 믿어라. 이것도 계명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집회서 32:23 · 두루새김
조금 전까지 저자는 의논 없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위험해 보이지 않는 길에서도 조심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신의 마음을 믿으라고 합니다.
이 문장만 떼어 놓으면 자신의 느낌이나 판단을 언제나 옳다고 믿으라는 뜻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뒤 문맥은 그렇게 읽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바로 앞에서는 다른 사람과 의논하고 위험을 경계하라고 했으며, 바로 뒤에서는 율법과 주를 신뢰하는 일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리스어 문면을 따를 경우, 자신의 판단을 사용하고 그것에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읽는 것이 문맥에 더 잘 어울립니다. 이 해석은 19절과도 연결됩니다. 의논하고 충분히 생각한 사람은 마침내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절의 뜻을 하나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히브리어와 시리아어 전승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믿으라는 표현 대신 자신을 지키거나 살피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읽기에서는 앞의 조심하라는 권고가 이어지는 셈입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두 가지 신뢰
율법을 믿는 사람은 계명에 마음을 기울이고, 주를 신뢰하는 사람은 손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집회서 32:24 · 두루새김
여기서 지혜는 단순히 자기 능력을 신뢰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위험을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판단 위에는 하나님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집회서 24:23에서 지혜의 가르침은 모세의 율법과 연결됩니다. 지혜는 삶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인간의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주신 가르침과 결합합니다.
마지막의 「손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는 삶에 어떤 실패나 경제적 손해도 생기지 않는다는 무조건적인 약속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는 삶의 유익을 강조하는 지혜문학의 선언입니다.
조금 더 깊이
피스튜에 테 프쉬케 수는 문자적으로 「네 영혼을 믿어라」, 또는 「네 자신을 신뢰하여라」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문맥상 인간의 생명이나 내면,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 음악이 흐르는 동안
참된 지혜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언제 자신의 말을 멈추고 다른 사람과 하나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 아는 데서 드러납니다.
사람들이 잔치에 모여 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들을 돌보며 잔치를 이끄는 사람이 있고,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가진 나이 든 사람이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함께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가들이 연주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그 음악을 금 장식에 박힌 붉은 보석과 에메랄드에 비유했습니다. 서로 다른 소리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가락을 만들어 내는 순간입니다.
잔치를 이끄는 사람은 손님들을 모두 돌본 뒤에 자리에 앉습니다. 나이 든 사람은 말을 멈추고 음악을 듣습니다. 젊은 사람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서로가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금과 보석이 어우러진 장식품처럼 잔치의 음악도 온전히 들릴 수 있습니다.
한 저자가 장을 따라 어려운 대목을 풀어 가며 쓴 글입니다. 여러 읽기를 나란히 놓는 자료와 달리 한 사람의 읽기를 따라갑니다. 편집 교정과 사실 검수를 거쳤고, 인용한 성경은 두루새김 본문입니다.